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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동 칼럼] 중국 선박들의 남중국해 오염 현장을 보는 두 개의 시각

By | 2021년 7월 16일 | 국제

지난 12일 ‘시뮬래리티’는 중국 어선들이 장기간 남중국해에서 오폐수를 방출해 해양을 오염시켰다고 주장했다. 이 사진은 남중국해가 아닌 호주의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에서 찍은 ‘예시용’ 자료사진으로 밝혀졌다. (사진=시뮬래리티)

 

지난 12일, 남중국해의 남사군도(영어로는 Spratly Islands) 바다에서 수백 척의 중국 어선들이 ‘인분’ 등 엄청난 분량의 오물과 쓰레기들을 방류해 인근 산호초와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AP 통신의 기사 및 사진이 세계적인 화젯거리가 됐다. 근거리에서 찍은 사진과 인공위성 촬영 이미지들을 통해 누런 오물이 푸른 바닷물을 오염시켜 나가는 현장 모습은 그 자체로 시각효과가 참으로 대단했다.

논란 격화된 중국 배 오물방류 사진

12일 마닐라에서 열린 어느 싱크탱크 포럼에서 이 사실을 폭로한 미국의 위성사진 분석용 인공지능(AI) 개발업체 ‘시뮬래리티’(Simularity)의 리즈 더(Liz Derr) 대표는 지난 5월, 6월에 같은 장소를 찍은 위성사진을 비교 분석했다. 또한 몇 개월간의 위성촬영을 통해 동일한 배들이 장기간 같은 장소에 머물면서 대량의 오물을 방류한 사실을 확인해줬다.
그는 “중국 배들의 오물 투척으로 인해 인근 바다에 엽록소를 지닌 미세 조류(藻類)가 급속히 불어나는 녹조현상이 발생했으며 해양생태계가 갈수록 파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7월 12일, 이날은 2016년 헤이그의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Permanent Court of Arbitration)가 스프래틀리와 스카브러 환초 등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에 있는 섬과 해역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에 대해 ‘근거 없다’며 원고인 필리핀 쪽에 승소판결을 내린 지 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2013년 필리핀이 제소한 그 사건 판결에서 PCA는 암석이나 산호초를 변형시키거나 구조물을 만들고, 그것을 근거로 돌섬과 인근 해역을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이라 선언한 중국의 주장은 ‘해양법에 관한 유엔협약’(UNCLOS)에 위배되며, 중국의 이른바 ‘구단선(九段線)’ 주장도 그 해역이 중국의 주권 아래 있음을 입증하는 역사적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PCA의 판결 5주년에 맞춰 나온 AP통신 보도와 그날 마닐라의 중국영사관 앞에서 벌어진 대중국 규탄시위에도 한동안 잠잠하던 중국은 사흘 뒤에야 반응했다. 15일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시뮬래리티 쪽의 폭로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중국에 대한 심각한 중상비방”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날 델핀 로렌자나(Delfin Lorenzana) 필리핀 국방장관은 시뮬래리티가 제시했던 문제의 ‘오물방류’ 중국선박들의 사진을 온라인으로 검색해 본 결과 남중국해가 아니라 “호주의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 세계 최대의 산호초 지대)에서 2014년에 찍은 것”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리즈 더 대표는 필리핀 국방부의 발표내용을 시인하면서 “위성에서 찍은 사진에 표시되는 작은 회색 점들로는 그런 현장상황을 보여줄 수 없다”며 그건 예시용 자료사진이었다고 해명했다.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서방의 집착

이번 사건과 당사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어렵지 않게 다음 몇 가지를 추론해 낼 수 있다.
우선 중국이 수백 척의 어선들을 동원해 동·남중국해 섬들을 중심으로 장기 정박을 시키며 모종의 임무(아마도 ‘그레이존 전략’)를 조직적으로 수행케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로 말미암아 현실적으로 상당한 해양오염이 발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자오리젠 대변인은 ‘근거 없는 비방’이라고만 했을 뿐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아무런 근거도 내놓지 않았다. 시뮬래리티의 이번 폭로는 오래전부터 ‘환경오염’을 중국의 중대한 아킬레스건으로 보고 미국 측이 가한 ‘기획 공세’일 가능성이 높다.

“베이징의 남중국해 개입 문제에 대한 서방의 집착은 식민지 정복에서 비롯된 서방의 광대한 배타적 경제수역에 대해선 완전히 입을 다물고 있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서방 언론매체들은 자국민들 뒤에 엄청나게 힘센 코끼리가 서 있는 것도 알지 못한 채 생쥐 한 마리에 온통 그들의 정신을 팔게 만드는 데 성공한 것 같다.” (마이클 타이가 쓴 <동·남중국해, 힘과 힘이 맞서다>에서 인용)

이것은 원래 케임브리지대학 연구자 피터 놀란(Peter Nolan)이 했던 말이다. 중국의 약점만큼이나 중국을 공격하는 서방 쪽에도 그에 못지않은,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클지도 모를 중대한 약점을 갖고 있다는 걸 자신은 알고 있다는 투다.

마이클 타이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뒤 대다수 서구 식민지들이 해체됐지만, 전 세계 바다의 수많은 섬들은 여전히 식민지로 남아 있거나 서구 강국의 지배를 받고 있다. 예컨대 미국, 프랑스, 영국의 EEZ는 지금도 그들 본국 영토보다 훨씬 더 넓다.

일본 우파 정부가 자국의 EEZ(‘해양영토!’)를 지도에 표시해 놓은 것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남서쪽으로 대만 인근까지, 남동쪽으로는 북태평양 한복판까지 육지영토의 수십 배가 넘어 보이는 광대한 해역이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작은 섬들을 근거로 뭉게구름처럼 펼쳐진다. <아래 사진 참조>

이런 식으로 서방 강대국의 많은 해양영토가 인도양의 영국령들, 프랑스의 케르겔렌 제도, 미국의 北매리애나 제도처럼 작은 섬들의 무리를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이 광대한 EEZ 내에 있는 자원에 대해 국제사회는 영유권을 지닌 국가에만 접근권을 주고 있다.

쉽게 말해 미국,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 그리고 러시아가 가장 넓은 배타적 경제수역을 갖고 있다. 이들 나라의 총인구는 6억 명을 조금 넘지만 EEZ는 5400만㎢이고, 그 4분의 3은 그 나라 본토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예컨대 미국의 EEZ만 1223만㎢나 된다. 거기에 일본을 포함하면 더 어마어마해질 것이다.

이런 불합리를 추인해준 것이 바로 1983년 제정된 해양법에 관한 유엔협약(UNCLOS)이다. 2016년 7월 PCA가 필리핀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을 때 그 근거로 삼은 게 바로 UNCLOS다. 이 유엔협약은 각국이 자국 해안에서 200해리 안에 있는 해역을 EEZ로 설정할 수 있게 했는데, 중요한 것은 작은 섬에도 육지영토와 마찬가지로 200해리 규정을 인정해준다는 점이다.

그 결과 탄생한 해양영토 대국들에 비해 중국의 EEZ는 겨우 90만㎢ 정도에 그친다. 동·남중국해에서 분쟁 중인 해역을 다 차지한다고 가정해도 300만㎢를 넘지 않는단다. 중국 측의 불만을 짐작케 하는 수치다.

EEZ에 숨겨진 제국주의 그림자

<동·남중국해, 힘과 힘이 맞서다>를 쓴 마이클 타이가 거기에 중국을 대비시키는 것은 자신의 ‘친중’ 성향을 반영한 것으로 봐야겠지만, 어쨌든 중국은 근대 이후 해외 제국을 건설하지 못했다. 반(半)식민지 처지로 떨어진 중국은 해외영토 건설은커녕 자국 영토를 지키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1990년대 이후 동·남중국해에서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게 아닌지 궁금하다.

“본국이든 해외영토든 그런 영토의 많은 부분이 원주민에 대한 폭력행사를 통해 획득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부당한 격차는 더욱 극명해진다. 백인 정주민들의 북아메리카 정복은 하나의 예일 뿐이다.
하와이는 1893년 쿠데타로 병합당하기 전에는 엄연히 주권을 지닌 왕국이었다. (※같은 무렵 일본에 병합당한 류큐왕국=오키나와도 마찬가지였다-필자)
서방 언론매체들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인들이 화를 내며 영유권 주장을 한다고 비판할 때 중국인들이 거기에서 위선의 낌새를 감지한다 해도 무리가 아니다.”

위에서 인용한 케임브리지대의 피터 놀란이 바로 그런 위선을 꿰뚫어 본 사람이다. 그렇다고 남중국해에서 지금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중국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마이클 타이의 책(<동·남중국해, 힘과 힘이 맞서다>)에선 중국이 남중국해 섬들에 대헤 수천 년의 역사적 연고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지금 갈등을 겪고 있는 인근 국가들과의 오랜 관계사를 열거한다.

그런데 그의 주장대로 역사적 연고로만 따지면 로마제국에 복속했던 유럽대륙 거의 전체가 다 지금 이탈리아 영토가 돼야 한다는 논리가 돼버린다. 그리고 지금 중국의 저 광대한 육지영토 형성과정이 서방 국가들의 영토 확장과 무슨 질적이고 도덕적인 차이가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 중국대륙을 한때 차지했던 거란족, 몽골족, 만주족 같은 소수민족에게 한족(漢族)이란 존재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부터 인도태평양 전략을 채택한 미국은 ‘항행의 자유’를 외치며 항공모함 선단까지 동원해 중국을 겨냥한 해양군사훈련을 계속해왔다. 중국 역시 한 치의 양보 없이 대대적인 육해공 군사훈련을 벌이면서 동·남중국해를 둘러싼 전쟁 발발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해양오염문제는 새로운 도화선

그러나 현실은 약간 다르다. 5년 전 PCA가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주장이 근거 없다는 판결을 내렸을 때부터 서방 전략가들은 중국에 제대로 맞서려면 공개적으로 크게 떠들지 말고 오직 차분하게 법률적 근거만 들이대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포린 폴리시> 2016년 7월 12일 ‘What is the Future of the South China Sea?’)

중국의 행위에 대해 크게 떠들고 비난할수록, 중국은 더욱더 자기주장을 고수하며 물러서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그렇게 해서 해양영토문제 자체가 도마 위에 오르게 되면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같은 기득권자들에게 불리해질 수 있다. UNCLOS를 폐기하고 지구인 전체의 공유해양면적을 넓히는 쪽으로 새로운 해양법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 PCA의 판결에 대해 필리핀-중국의 해양영토 분쟁이 주로 지정학적(geopolitical), 전략적(strategic) 이슈로만 다뤄지는 바람에 기후변화와 환경파괴 문제가 은폐된다고 지적한 사람들이 많았다.
중국이 기후위기 해결의 선도국가를 자처하고 나선 지금 상황에서, 미중 사이에 기후·환경문제의 전략적 중요성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그런 만큼 수백 척의 자국 어선이 인분과 쓰레기들을 대량 방류하는 현장 사진은 시진핑(習近平) 체제의 체면을 실추시킬 수 있다. 동·남중국해는 여러모로 미중 각축장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 같다. ‘시뮬래리티’가 공개한 중국 선박들의 오물 방류 사진을 보면서 떠오르는 감상이다.


한승동 필자

1986년 잡지 <말>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1988년 <한겨레> 창간 멤버로 합류했다. 1998년부터 3년간 도쿄특파원을 지냈고, 이후 국제부장, 문화부 선임기자, 논설위원 등을 거쳤다. 동아시아와 민족(통일) 문제는 물론, 환경·생태·과학 분야 등 다른 세상사에도 두루 관심이 많다. 전체를 아우르는 이른바 통섭적 안목을 갖추려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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