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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정 칼럼] 복지천국 스웨덴은 어쩌다 ‘부동산 후진국’으로 전락했나

by | 2021년 7월 12일 | 국제

스테판 뢰뷔옌 총리가 지난달 21일 의회에서 내각 불신임안이 가결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집값 상승에 따른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아킬레스건이다. 2017년 5월 정권 출범 후 아파트값 상승률은 ‘부동산 광풍’이 불었던 참여정부 후반기를 능가하는 실정이다. 시야를 넓혀보면 한국 뿐만 아니라 서구 선진국들도 대도시 집값 폭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수정 필자는 유럽의 복지선진국가 스웨덴도 부동산 문제로 사회적·정치적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고 전한다. 사민당 연립정부가 ‘신축 아파트’ 임대료 상한선 규제를 풀려다가 오히려 우파 정당에게 불신임을 당했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50년 전 대규모 공급대책을 통해 주택난을 해결하며 공공·민간 임대주택 비율을 30%선으로 유지해왔다. 공공임대를 부동산대책 카드로 꼽고 있는 한국이 스웨덴의 주택정책 실패 속에서 배워야 할 지점들을 살펴본다. [편집자]

#임대료 상한 없애려던 뢰뷔옌 총리
  불신임 16일만에 가까스로 복귀
#민간 임대료 인상률 年 2% 제한
  공급 없자 주택난 가중, 집값 폭등
#과거 시장안정효과 낸 공공임대주택
  ‘이민자 동네’ 낙인 찍히며 슬럼化
#사민주의 공고한 스웨덴, 여론 갈려
  수십 년 묵은 부동산 개혁 가능할까

지난 7일 스웨덴의 스테판 뢰뷔옌 총리가 사퇴한 지 열흘 만에 가까스로 총리직에 복귀했다. 문제의 발단은 뢰뷔옌 내각의 부동산 정책, 즉 신축 아파트 임대료 상한선 폐지 방안이었다.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노동자당(이하 사민당) 소속 총리가 우파 정당에서나 주장할 법한 부동산 규제 완화를 밀어붙인 과정에서 정치적 파장이 커졌다.

“임대료 규제 폐지” 추진했다가 총리 불신임 

스웨덴 의회는 지난달 21일 총리에 대한 불신임을 의결했다. 스웨덴 역사상 현직 총리가 임기 중간에 의회 불신임을 받아 물러난 것은 처음이었다. 이후 새로운 내각 구성 방식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고 야당에서 연정을 구성하지 못하고 내각 구성권을 포기함에 따라 뢰뷔옌 총리가 재신임 기회를 얻은 것이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스웨덴은 1980년대 이후 사민당 두 번, 온건당 한 번 비율로 좌우 정당이 주거니 받거니 정권을 잡아왔다. 그러다 2014년 선거에서 극우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이 12.9%의 지지를 얻어 제3당으로 올라서면서 어떤 당도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해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했다.

2018년 선거에서 스웨덴민주당은 17.8%의 지지를 얻어 제3당 지위를 확고히 굳혔다. 사민당이 28.7%, 온건당이 20.1%였으니 스웨덴민주당은 우파의 맏형 격인 온건당과 고작 2.3% 포인트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사민당과 녹색당이 좌파 블록을 형성하고 좌파 정당을 제외한 나머지 당이 모여 우파 블록을 형성해 좌우 균형을 맞춰왔지만 2018년부터는 셈법이 복잡해졌다. 18%에 해당하는 스웨덴민주당을 제외하고는 어느 쪽도 다수를 점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사민당(28.7%)과 녹색당(4.6%)의 ‘적록 연맹’에 중앙당(8.9%)과 자유당(5.4%)이 동참하면서 선거 후 4개월 만에 가까스로 내각을 구성했다. 전통적으로 중도우파연합에 속했던 중앙당과 자유당은 사민당 주도 내각을 지지하는 대신 몇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그중 하나가 부동산정책 개혁이었는데, 바로 신축 아파트에 대한 임대료 상한 폐지였다.

 

스톡홀롬 주택난에도 신규 공급 끊겨

스웨덴의 주택 임대료는 표면적으로 시장에서 결정한다. 시장에 맡긴다고 하면 가뜩이나 비싼 북유럽 물가를 감안해 집세가 무척 비쌀 것 같지만 수도인 스톡홀름의 스튜디오 아파트 월세가 대략 70만 원선이다. 파리와 런던 같은 유럽 대도시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스웨덴의 임대료는 정부 규제나 개입 없이 임대인과 임차인 대표가 협상을 통해 정하도록 되어있다. 1950년대 공공임대주택부터 시작해 1978년부터는 민간임대주택도 세입자와 공급자 대표가 단체협상을 통해 매년 임대료 인상률을 정해왔다. 전국 단위 조직인 세입자 조합이 지부별로 집주인 대표 또는 부동산 회사와 협상해 상한선을 정하는데 대략 연평균 인상률 2% 이하로 결정된다. 당사자 간의 협상으로 결정해왔지만 어떤 규제보다도 강력한 효과를 내온 셈이니 시장에 맡겨왔다는 게 절반의 진실인 셈이다.

임대료를 마음대로 올려 받기 어렵다 보니 수익을 내기 어려워 수십 년간 민간 주택 공급이 위축됐다. 공공은 공공대로 과거 지어진 공공임대주택이 50여 년 이상 오래되어 대대적인 보수가 필요하지만 과거처럼 한 정당이 장기 집권하지 않는 상황에 대규모 예산 집행이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낡고 허름한 공공임대주택 지구는 특정 문화권의 이민자가 모여 사는 슬럼가처럼 변했다.

극우 정당, 임대료 상한제 폐지 반대

공급은 없는데 수요는 늘고, 괜찮다 싶은 곳은 암시장을 통해 웃돈을 얹어 거래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든 손 봐야 한다는 의견은 수십 년째 있었다. 스웨덴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세계적인 음원 서비스 회사로 성장한 스포티파이(spotify)의 대표 다니엘 에크는 2016년 정부의 부동산 개혁을 촉구하며 정치인들에게 공개편지를 쓰기도 했다.

스톡홀름에 본사를 둔 스포티파이가 글로벌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세계 곳곳의 유능한 인재를 불러 모아 채용하고 싶어도 도무지 집을 구하기가 어려워 오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공개편지 안에는 그 밖에도 스톡옵션을 줄 수 있도록 세법 개정과 학교 안에 기술 관련 수업을 늘려달라는 요구를 담았다. 참고로 스포티파이 본사는 아직 스톡홀름에 있다.

뢰뷔옌이 이끄는 사민당 정부는 연립정부의 파트너가 되어준 중앙당의 요청에 따라 스웨덴의 오랜 주택문제 해결의 물꼬를 트는 차원에서 신축 아파트에 한해 임대료 상한제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좌파당은 총리를 향해 이를 철회하지 않으면 불신임 투표에 붙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정작 공식적으로 불신임 투표를 제안한 것은 스웨덴민주당이었다. 극우정당답게 이 당은 이민정책에 있어서는 보수적이나 지지자 대부분이 저소득층이기 때문에 임대료 상한제 폐지에는 반대하는 입장을 지켜왔다. ‘외교는 우파, 경제는 좌파’라고 선언한 프랑스의 국민전선 또는 미국의 트럼프주의와 비슷한 노선을 취하고 있으며 지지층도 비슷하다.

인구 30% 임대주택 거주, 공공·민간 각각 절반

스웨덴 전체 인구의 30%가량은 임대주택에 산다. 그중 절반이 공공임대고 나머지는 민간에서 공급한다. 부동산 값이 안정되기만 하면 사실 스웨덴에서는 굳이 집을 살 이유가 없다. 자가로 사나 임대로 사나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2009~2011년까지 스웨덴의 웁살라에서 공부하는 동안 나는 한 번도 이사를 가지 않았다. 유학을 준비하면서 웁살라에서 집 구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었기 때문에 합격통지를 받자마자 학생 아파트 공급사인 하임스타덴(Heimstaden)에 입주 대기자 등록을 했다.평균 대기 기간 4년이라는 학생 아파트에 운 좋게 바로 입주할 수 있었다.

당시 내가 살던 학생 아파트는 19m²의 원룸이었다. 월세로 3000 크로나(약 40만 원) 정도 냈다. 주방과 거실은 널찍하게 따로 마련된 공동구역으로 함께 썼다. 월세에는 전기세, 수도세, 무선랜 서비스가 모두 포함되어 있어 다른 비용은 일절 들지 않았다. 동별로 세탁실, 헬스장, 사우나 등 각기 다른 편의 시설이 구비되어 있었다.

공공임대뿐 아니라 민간주택의 경우에도 임대료 안에 공과금이 포함된 경우가 대부분이고 집주인이 임의로 이를 올려 받을 수 없게 되어 있다. 세입자가 나가겠다는 의사표시를 하기 전까지 얼마든지 머물 수 있어 월세만 내면 걱정할 것 없고 쫓겨날 염려 없는 임대주택이 오히려 속 편하게 느껴졌다. 웁살라는 대학도시로 거주자 대부분이 학생인데 민간임대라고 해도 집세가 학생 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으로 정해져 집세 부담이 큰 편도 아니었다.

주택 구매 땐 대출보다 까다로운 ‘조합 인터뷰’

한 일 년 지나 매월 나가는 집세가 아까워서 집을 사볼까 궁리했었다. 잘 아는 한인 부부가 집값의 10% 정도만 현금으로 내고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모습을 지켜봐서다. 소득을 증명하기만 하면 대출이 어렵지 않았다. 부부에 따르면 집을 사는 과정에서 대출보다는 오히려 5층짜리 아파트로 들어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주택조합의 인터뷰가 더 까다롭다고 한다. 집을 살 돈이 충분해도 주택조합 인터뷰 후 입주 거부를 당하는 경우가 간혹 생겨서다.

고민 끝에 집 사기를 포기했다. 비슷한 규모의 아파트를 산다 해도 관리비며 각종 공과금을 포함하면 당시 내던 월세보다 많으면 많았지 줄지 않았다. 집을 사고 파는 과정에 부담해야 하는 비용과 에너지, 한국의 양도소득세에 해당하는 30%의 자본이득세, 매년 내야 하는 공시지가의 0.75%인 부동산세, 좀 더 큰 집의 경우 세입자 관리까지 감안하면, 집값이 폭등하지 않는 한 그냥 월세를 내고 사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인터넷으로 예전에 웁살라에서 살았던 아파트의 월세를 알아보니 현재 4400 크로나(약 58만 원)였다. 10년 사이 50%가량 오른 셈이다. 스웨덴은 입주자 대표와 공급자가 연초가 되면 그해의 월세 인상폭을 협의하는데 내가 살던 웁살라의 그 임대 아파트는 매년 2%가량 올랐다. 월세가 4% 가까이 크게 오른 적이 있었을 땐 학생들이 월세를 내지 않겠다고 거세게 항의해 인상폭을 다시 낮춘 일도 있었다. 이런 흐름을 고려하면 최근 스웨덴의 주택 임대료 상승도 만만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대도시 주택난 가중, 진퇴양난 빠진 정부

문제는 스톡홀름을 비롯한 예테보리, 말뫼 등 스웨덴 대도시의 주택사정은 웁살라보다 몇 곱절은 심각하다는 점이다. 스톡홀름의 경우 인구가 100만인데 공공임대주택 입주 대기자가 50만 명이 넘는다. 평균대기 기간이 11년, 인기 지역의 경우 20년이 넘는 곳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대기자 명단에 올려야 한다는 말도 있고, 등록 규정에 따라 18살이 되는 생일에 신청해야 대기기간과 나이를 조합해 산정하는 알고리즘의 상위에 오를 수 있다는 둥 다양한 비법이 전해 내려온다. 한국으로 치면 청약에 당첨되기 위한 비법이라고나 할까?

대도시에서 어렵게 임대주택을 구하고 나면 가족이 늘어 반드시 이사를 가야 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대부분 그냥 눌러 산다. 다시 구할 엄두도 나지 않고 ‘어떻게 구한 집인데!’ 싶어 세입자가 계약을 종료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때로는 본인이 살지 않으면서 재임대로 내놓기도 한다. 입주 수요가 워낙 많아 재임대를 원 임대료보다 비싸게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데다 인기 지역의 경우 두 배 이상 올려 받기도 한다.

한국과 다소 맥락은 다르지만 스웨덴 중산층에게도 부동산은 가장 안정적인 자산증식 방법이다. 높은 세금 탓에 가처분소득이 많지 않은데다가 집값의 일부만 내고 나머지는 저금리에 최장 100년까지 만기가 있는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갚아가면 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집값 하락세를 나타냈던 선진국과도 궤를 달리했다. 스웨덴 주택가격은 2009년부터 2016년까지 55.3% 급등했다. 2018년 미국 뉴스통신사인 블룸버그는 스웨덴의 주택시장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시장으로 꼽았을 정도였다.

결국은 공급이 답이지만 장기간 대규모 투자를 동반해야 하니 정부도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미래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시장환경에 민간이 나설 이유도 없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신규 아파트 공급 촉진을 위해 규제완화 카드를 내밀었으나 여론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어떻게든 주택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집값이 더 치솟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그럼 스톡홀름은 부자들만 사는 도시여야 하느냐’, ‘소방관, 경찰 같은 필수 직종의 사람들이 도시 밖으로 밀려나는 상황을 두고 볼 것이냐’는 가치 충돌의 문제제기 등 당장 결론을 내기에는 아직 사회적 논의가 무르익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뢰뷔옌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 투표를 위해 소집된 스웨덴 의회. (사진=AP/연합뉴스)

주택난 풀어준 공공임대, 애물단지 전락

스웨덴은 20세기 중반, 대규모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통해 주택난을 해결했다. 당시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번영과 평등의 상징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스웨덴은 중립국 지위를 유지해 전쟁의 포화를 피했다. 그 덕에 산업시설이 파괴되지 않아 전쟁 이후 황폐해진 유럽 곳곳에 물자를 공급하느라 경기가 크게 살아났다. 스웨덴은 넘치는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동이민 유치정책을 폈다. 이탈리아, 그리스를 비롯해 폴란드, 루마니아, 헝가리 등 동유럽과 유고슬라비아, 세르비아 등 발칸 국가, 멀리 터키에서도 일자리를 찾아 이민 행렬이 이어졌다.

밀려오는 이민자뿐 아니라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하는 인구도 크게 늘었다. 이로 인해 대도시에 주택난이 심해졌고 당시 집권당인 사민당은 1965년부터 10년간 매년 10만 가구씩 총 100만 호의 아파트를 건축했다.
이것이 유명한 밀리언 프로그램 (Miljonprogrammet), 백만 가구 정책이다. 수도인 스톡홀름 외곽의 오래된 아파트 대부분이 이때 지어진 것이다.
백만 가구 정책은 스톡홀름 이외에도 전국을 대상으로 진행돼 대도시인 예테보리, 말뫼 등지에서도 당시 지어진 공동주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970년 스웨덴 인구가 800만 명이니 정부 주도로 인구의 13%, 4인 가구를 기준으로 하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공급한 셈이다.

백만 가구 정책의 목적은 단순히 인구 증가에 따라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었다. 백만 가구 정책은 이민자를 포함한 여러 유형의 사회적 그룹을 한 공간에 수용해 사회 통합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었다. 근교에 학교, 병원, 도서관, 커뮤니티 공간 등을 조성해 민주적 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
지금은 게토의 대명사 심지어 ‘가지 말아야 할 지역'(No-Go zone)으로까지 불리지만 그때 지어진 스톡홀름 가장자리 공공 아파트 지구는 “지구촌”(Världensby)이라 불렸다.
피차 서로 다를 것 없는 환경에서 노동을 하고 가정을 꾸리며 자연스레 이웃이 되었고 스웨덴인으로 받아들여졌다. 물론 뜀박질하던 집값도 잡혔다.

그런데 5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전혀 다른 풍경이 되었다. 스톡홀름・예테보리・말뫼 등 대도시 가장자리의 공공임대아파트는 이민자가 절대 다수인 동네로 변했다. 스톡홀름 외곽의 링케뷔나 텐스타 지역에서는 하루 종일 길을 걸어도 스웨덴사람 하면 떠올리는 전형적인 이미지를 보기 어렵다. 모든 학생이 이민자로 구성된 학급이 있는가 하면, 스웨덴어를 구사하지 않는 학생이 더 많은 학급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민자와 비이민자가 분리되어 거주하는 지리적 분리가 심해졌다.

스웨덴의 주요 도시의 전입·전출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거주 지역에 이민 인구가 늘어나면 원거주 가구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학력, 고소득일수록 거주 지역에 이민자 가정이 늘면 다른 곳으로 이사를 나가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의 대도시에서도 흔한 현상이다. 주된 이유가 자녀 교육인데 대부분 이민자가 적은 학교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민자가 많은 동네의 학교에 가면 오히려 스웨덴어를 쓰는 아이가 소수 그룹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민자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스웨덴 중산층에 걸맞은 “충분히 스웨덴스러운 환경”(tillräckligt Svensk miljö)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것이다.

북유럽 복지 앞날 가를 ‘부동산 개혁’

뢰뷔옌 총리가 열흘 만에 총리직에 복귀한 데는 운이 절반이라고 해야겠다. 마침 휴가와 방학이 시작되는 시점인 데다, 7월 7일 치러진 재신임 투표 전날 스웨덴의 백신접종 인구가 절반을 넘어섰고, 어차피 내년이면 총선을 치르는데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국정 혼란을 야기한 의회의 결정에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았다. 사민주의가 깊이 뿌리내린 스웨덴 사회가 삶을 유지하는데 필수 요소인 주택 시장을 철저한 자본 논리에 열어주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작용했다.

반발 여론에 부담을 느낀 중앙당은 자신들의 제안(임대료 상한제 폐지)을 철회했다. 국회의장은 우파 정당인 온건당에 내각 구성의 우선 기회를 주었으나 실패했다. 두 번째 기회를 얻은 뢰뷔옌은 재신임 투표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전체 349표 중 175표 이상 반대할 경우 조기 선거를 치르게 되는데 투표 결과 반대가 173, 단 두 표 차이로 뢰뷔옌의 사민당이 다시 스웨덴을 이끌게 됐다.

스웨덴 국회의원들의 여름휴가는 이제 겨우 시작됐다. 하지만 스웨덴의 정치 지형에는 안개가 가득하다. 올 가을 뢰뷔옌이 새로 구성한 정부가 의회에 제출하게 될 내년도 예산안은 쉽사리 통과되지 않을 것이고, 누군가는 조만간 다시 임대료 상한 철폐와 부동산시장 개혁을 말해야 할 것이다.


하수정 필자

북유럽연구소 소장. 한국, 노르웨이, 스웨덴에서 공부했다.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서울시장 연설비서관으로 일했다. 저서로는 <스웨덴이 사랑한 정치인, 올로프 팔메>, <북유럽 비즈니스 산책>, <라곰: 스웨덴식 행복의 비밀>(번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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