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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칼럼] ‘乙들의 싸움터’ 최저임금위, 차라리 국민임금委로 개편하자

By | 2021년 7월 7일 | 정책

지난 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7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한국경영자총협회 류기정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고민하는 표정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 결정을 놓고 최저임금위원회가 사실상 파행 상태다. 해마다 6~7월이면 반복돼온 장면이다. 근로자위원들은 올해보다 2080원(23.9%) 오른 1만800원을 요구하는 반면 사용자위원들은 동결(8720원)을 주장한다. 일각에선 9500원대에서 중재안이 마련될 것으로 관측한다. 연세대 겸임교수인 이상호 필자는 “이번에도 법정시한(6월 30일)을 넘겨 7월 중순에나 공익위원 안(案)으로 결정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어 “최저임금위가 을(乙)들의 대리전으로 전락했다”며 세 가지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독일에서 어떻게 유연한 타협을 통해 노사 상생 방안을 찾았는지 소개한다. [편집자]

#내년 최저임금 ‘24%인상 對 동결’
  13일 공익위원案으로 결정될 듯
#독일, 노사 합의로 ‘단계적 인상’
  ‘벼랑 끝 전술’로 맞선 한국과 달라
#최저임금 산정방식 전면 개편 필요
  위원 수 줄이고 독립성 보장해야
#직종별 임금체계 가이드라인 도입
  노동시장 내부 격차를 해소하자

내년 최저임금 인상안은 진통 끝에 13일쯤 공익위원들이 내놓을 안(案)으로 결정될 것 같다. 노사 타협 관행은 오래 전에 사라졌다. 늘 그러하듯 6일 최저임금위 전원회의는 ‘0% 동결 대(對) 24% 인상’ 논란만 지루하게 펼치다가 막을 내렸다. 국민이 기대하는 2022년 최저임금의 적정선에 대한 타협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1만800원과 8720원이라는 수치는 달랐지만, 노동계와 재계 모두 논리적 근거를 총동원해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의 어려운 생활상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를 핑계 삼아 최저임금위를 싸움판으로 만들어온 노사 대표들의 속내를 국민들이 모를 리가 없다.

이런 모습은 처음부터 예고됐다. 최저임금위가 처음 소집된 지난 4월 말 민주노총이 자신의 요구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공익위원들에게 ‘문자폭탄’을 대량으로 쏘는 소동이 빚어졌다.
사측도 마찬가지다. 자영업계를 대표해 전원회의에 참여한 사용자측 위원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경우가 반복되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상황들을 연례행사나 통과의례라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양대 노총과 경총이 면피용 알리바이를 갖추느라 너무 경색됐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다행스러운 점은 노사의 팽팽한 대치와 달리, 실물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에는 법정 최저임금 인상이 적정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이 노사공(勞使公)의 협의에 따라 적정하게 결정되기보다 여론몰이에 휘둘렸다는 일종의 사회적 성찰이 작동했기 때문일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박근혜 정부 시기 최저임금 인상률이 연 6.1~8.0% 사이에서 안정적 흐름을 보였다면, 문재인 정부 4년 동안에는 최고 16.4%에서 최저 1.5%까지 인상률이 널뛰기를 한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19 이후 최저임금 효과는 다르다

그렇다면 2022년 법정 최저임금을 어느 수준으로 결정하는 게 합리적인가? 최저임금법 제4조 1항은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정한다’라고 돼 있다.
물론 인상률을 결정하는 규칙은 존재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다음 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예상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에 바탕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내년도 경제성장률 추정치(4.0%), 예상 물가인상률(1.8%)을 반영한다면 최저임금은 5.8% 인상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물가인상률을 올해 소비자물가 인상수준(2.5%)으로 대체한다면 최저임금 인상률은 그보다 더 높은 6.5%에 이른다.
여기에 지난 몇 년 동안 줄어든 노동소득 분배율의 개선치를 반영한다면 7~8% 수준에서 결정되는 게 사회적으로 공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률을 5.8% 또는 6.5% 수준으로 주장한다면, 재계와 보수언론에선 온갖 반대논리를 제시하며 무차별 공격을 할 것이 뻔하다.
그렇다고 올해도 지난 2년과 마찬가지로 최저임금 인상을 최소화하거나, 아니면 동결해야 하는 걸까?
똑같은 최저임금이라고 하더라도 코로나19 전후의 전후방 효과는 전혀 다르다. 경기회복 국면의 최저임금이 가지고 있는 가처분소득 증가와 실질소비 진작효과를 주목해야 한다.
코로나19 충격이 본격화된 2020~2021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2.87%, 1.5%로 결정됐지만, 2021년 하반기 이후 경기회복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국면에선 내수 활성화에 미치는 최저임금의 경기 견인 효과를 보아야 한다.

‘단계적 인상’ 독일, ‘벼랑 끝 전술’ 한국

이러한 측면에서 독일의 사례는 대단히 흥미롭다. 지난해 7월 독일의 최저임금위원회는 당시 9.35유로인 최저 시급을 2021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반년마다 모두 네 차례에 걸쳐 15센트, 10센트, 22센트, 63센트씩 단계적으로 나누어 인상하는 방안을 결정했다.

이에 따르면, 2021년 7월부터 최저 시급은 9.6유로이고, 2022년 1월부터는 9.82유로가 적용된다.
2021년에는 코로나19 경기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해 최저임금은 가능한 낮은 인상률로 합의했다. 그러나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보이는 2022년 인상률은 전년 대비 2~3배 이상 높이는 방식을 채택했다.
한 마디로 노사가 한 걸음씩 양보해 사회적 수용력을 최대한 수준으로 높였다. 바로 이런 현실적인 접근법이야말로 독일 사례에서 배워야 할 교훈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현실은 독일과 딴판이다. 노사가 각기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를 대변한다면서 쉽게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한다. 그렇다면 사측이 주장하는 대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의 ‘폐업 유발’은 과연 타당한가?

자금사정이 나쁘고 원가 압박이 심한데다 저가경쟁이 치열한 영세 자영업계의 현실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분명히 비용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2018년 16.4%라는 급격한 인상률은 자영업자의 경영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충격이었다는 걸 부인할 순 없다.

소상공인 경영난, 결정적 요인은 따로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부터 자영업계, 특히 영세 자영업자는 이미 구조적으로 수익성 함정에 빠져 큰 고충을 겪어왔다. 대출이자와 높은 금용비용, 날로 치솟는 임대료, 프렌차이즈 본사의 과도한 비용전가, 카드수수료 부담, 배달(유통) 비용 상승 등으로 한계상황에 봉착하고 있었다. 최저임금의 상승이 인건비 증가로 이어져 직원을 채용한 자영업자들을 힘들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수익성 악화와 폐업의 결정적 요인은 다른 곳에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2019년 소상공인들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최대 원인으로는 상권 쇠퇴, 경쟁 심화 같은 구조적 요인을 손꼽고 있다. 최저임금은 임차료, 원재료비에 이어 네 번째 요인에 불과하다.

최저임금 인상이 소상공인을 비롯한 자영업자의 도산과 폐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분석은 적지 않다. 특히 고용원 유무에 따라 일반적 통념과 다른 결과가 도출되기도 한다.

그 중 자영업자의 75%를 차지하는 1인 자영업자(고용원 없음)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저임금 노동자의 가구소득이 증가하면서 가계소비와 구매력을 높이는 효과를 낳게 돼 이들 자영업자의 처분가능소득을 증가시키기는 연쇄효과를 미쳤다. 그 결과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와 달리 1인 자영업자의 수는 과거와 큰 변동이 없고 폐업에도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의 증감추이도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주와 1인 자영업자는 차이를 보인다. 전체 자영업자 중 29.3% 비중을 차지하던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주는 27.4%로 1.9%포인트 줄어든 반면, 1인 자영업자의 비중은 70.7%에서 72.6%로 증가했다.

최저임금위 목적 되새겨 전면 개혁 필요 

지난 5년 내내 ‘을(乙)들의 대리전’으로 전락하는 최저임금위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최저임금 심의편람’에 나와 있는 최저임금의 목적을 다시 한 번 되뇌어본다.
“첫째, 저임금 해소로 임금격차를 완화하고 소득분배를 개선하고, 둘째, 근로자의 생계비를 보장하여 생활을 안정시키고 사기를 진작시켜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셋째, 저임금 경쟁방식을 지양하여 적정임금을 지급하여 경영합리화에 기여한다.”

그렇다면 현행 최저임금위원회는 과연 최저임금법 제1조에 나와 있는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고개를 끄덕거릴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필자는 이 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맞는 전면적인 개혁방안을 세 가지로 제시하고 싶다.

먼저 최저임금 결정방식과 최저임금위 구성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매년 5월에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차기년도 경제성장률과 물가인상률 예상치를 반영한 산정방식에 따라 기본인상률을 먼저 설정한 뒤 노동소득분배율과 사업·직종별 특성을 고려한 ‘최종 인상률’은 객관적 데이터와 전문가의 분석보고서를 바탕으로 노사가 서로 협의해 결정하면 된다.

그리고 현행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의 숫자는 과감히 줄여야 한다. 취약계층이나 사각지대를 적극 대변할 생각도 없고 노사로 나뉘어 앵무새 마냥 똑같은 목소리를 내는 최저임금위원을 굳이 그렇게 많이 둘 이유가 없다. 위원장을 제외하고 노·사·공 각각 2인으로 구성해도 충분할 것이다.
그리고 노동시장의 임금격차 해소 차원에서 일정 기간 동안 정률인상이 아니라, 정액인상 방식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정액인상이 정률인상보다 하후상박 원칙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독립성 보장해 노사 간 불신 줄여야

둘째, 더 중요한 문제는 법정 상설기관인 최저임금위원회의 일상적 활동을 강화하고 독립성을 확실히 보장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위 공익위원을 정부가 직접 임명하지 말고 노사가 추천하는 공익위원 풀(pool)을 만들고 이들 중에서 무작위로 차출하는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다. 정부개입의 여지를 차단하고 공익위원에 대한 노사 양측의 불신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다.

그리고 최저임금위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공무원 파견방식의 지원조직을 폐기하되 상임위원을 민간 전문가로 공모하고 4개의 산하 위원회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다할 수 있는 다수의 상임 전문위원을 채용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나 국민권익위원회 수준은 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최저임금위가 고용노동부의 산하기관으로 보이는 현실을 타개해야 한다.

셋째,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과제인데 최저임금위를 국민임금위원회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 최저임금제도의 본래 취지에 충실하고, 한국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하며, 다중 격차를 줄이는 지렛대로 만들기 위한 제도개혁 방안이다.

법정 최저임금이 한 나라의 ‘임금 마지노선’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업종·직종 차원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임금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단체협약을 통하든지, 아니면 업종·직종 최저임금제도가 되든지 기업규모 별, 고용형태 별, 남녀 별, 교육수준 별 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예컨대 단체협약 효력확장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연대임금정책, 협력이익공유제 추진하자

최저임금제도가 한 차원 높게 발전하려면, 동일 산업 내 기업들의 저가경쟁을 부추기고 악화가 양화를 쫓아내는 방식의 기업별 임금결정방식을 과감히 넘어서야 한다.
정부와 사용자들이 주장하는 호봉제를 폐지하고 직무급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도 업종·직종별 임금체계 가이드라인은 꼭 필요하다. 기업의 지급능력에만 의존하는 임금체계 개편은 노동시장의 격차와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최저임금위원회를 국민임금위원회로 전면 개편하되 그 산하에 분과위원회를 두고 임금공시, 최저임금, 업종·직종별 임금체계, 임금협약 효력 확장 및 교섭체계 등을 다루게 된다면, 국민임금위는 명실상부한 사회적 대화 기구가 될 수 있다.

필자는 최저임금위 전원회의가 노동시장의 상층부를 형성하는 조직노동과 재벌 간 대리전으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란다.
양대 노총이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들을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노동시장의 내부격차를 줄일 수 있는 연대임금정책을 추진하기를 기대한다. 또한 사용자 측인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불공정 하도급거래를 근절하고 하청 용역업체들과 상생할 수 있는 협력이익공유제를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들은 제도개혁에 앞서 노사 합의를 이루면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는 사안들이다.


이상호 필자

한국폴리텍2대학장 겸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독일 유학 시절 유럽식 사회적 시장경제와 동반자적 노사관계를 공부했다. 국립경상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노동개혁과 일자리혁명을 위한 사회연대운동에 참여해왔다. 주요 저서로 <독일의 일자리혁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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