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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환 칼럼] 미중 사이에서 프랑스 對중국 외교를 벤치마킹하라

by | 2021년 7월 5일 | 국제

2018년 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프랑스-중국 정상회담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프랑스의 대중국 외교가 눈길을 끌고 있다. 미중 대립이 격화되는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대중 관계에서 실리와 명분이란 두 마리 토끼를 좇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함께 금주(10일) 안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으로 정상회의를 열 예정이다. 지난 연말과 올해 4월에도 마크롱은 메르켈-시진핑과 3자 회의를 열어 유럽과 중국의 현안을 논의한 바 있다. 프랑스와 유럽 국가들의 외교정책에 관심이 많은 신태환 필자는 미중 균형외교를 고민하는 한국을 향해 프랑스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대중 외교정책을 참고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편집자]

#프랑스, 인도태평양 겨냥 외교력 강화
  대중 관계, 反민주 행태에 각 세워
#일본·호주·인도 등 쿼드 국가와 협력
  ‘포용’ 강조하며 대중 협력 여지 남겨
#민주주의 선진국 반열 오른 한국
  프랑스 명분-실리 외교를 참고하길

프랑스의 저명한 외교분야 전문지 디플로머시(Diplomatie)는 최근 중국공산당 100주년에 맞춰 ‘중국의 지정학’이란 제목의 특집호를 발간했다. 여기에서는 중국의 정치·사회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 시진핑 정권의 향방, 중국의 역사왜곡 문제, 중국의 경제적 약점과 야심, 그리고 미중관계의 쟁점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 중국과 동남아, 중국과 대양주, 중국과 아프리카, 중국과 중동의 관계를 총망라했다.

인도태평양과 중국에 입체적 접근

가장 뜨거운 감자라고 할 수 있는 홍콩, 신장 위구르, 시짱 티베트, 그리고 대만 문제도 다루었다. 중국이 어떻게 세계 여론을 조작하려 하는지에 대해서도 심층기사를 실었다. 디플로머시의 ‘중국 지정학’ 특집호는 프랑스 내부에서 중국발 도전과 기회 내지 위협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인도태평양은 오늘날 국제정치를 논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지역이다. 아프리카 동쪽 해안부터 하와이 제도(諸島)까지 아우르고 세계 인구의 60%, 세계 GDP의 약 40%를 차지하는 광범위한 지역이다. 아울러 남중국해 분쟁, 대만해협 문제, 북핵 문제 등 분쟁 발생 위험이 큰  곳이 수두룩하다. 인도태평양에서 벌어지는 일에 세계 각국이 무관할 수 없다. 유럽에서부터 인도까지, 그리고 인도에서부터 미국까지, 모든 나라들이 이 지역에 자의든 타의든 이해관계자로 참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맥락에서 프랑스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대중국 전략은 한국에 큰 참고가 될 것이다. 프랑스는 지리적으로 봤을 때 인도태평양 주(主) 무대에서 멀리 떨어진 유럽 대륙 국가다. 그럼에도 지난해 프랑스는 ‘인도태평양 대사’ 직을 신설해 전직 호주 대사를 지낸 중견 외교관을 임명하였다. 프랑스가 인도태평양 문제에 진지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프랑스 외교전문 잡지 의 ‘중국 지정학’ 특집호

사실 프랑스는 레위니옹, 마요네뜨, 누벨칼레도니 등 인도태평양에 여러 영토를 보유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배타적 경제수역 중 93%가 이곳에 위치해있다. 따라서 프랑스는 스스로를 인도태평양 국가라고 인식해 이 지역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해왔다.

4개 영역으로 나눠 쿼드 국가와 긴밀한 협력

프랑스 국회 또한 인도태평양 지역을 이해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6월에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고 지난 3월 18일 국회 외교위원회에서 ‘프랑스의 대중정책’ 스터디그룹이, 그리고 3월 31일 ‘인도태평양 지역’ 스터디그룹이 각각 출범했다.

이 그룹에 속한 의원들은 1~2주에 한 번씩 관련 전문가를 초청하여 청문회를 개최한다. 초빙 인사는 외교부와 국방부의 실무자를 비롯해 중국, 일본, 동남아 지역을 전공한 안보전문가부터 역사학자까지 그 분야가 다양하다. 비록 프랑스 본토는 저 멀리 유럽 대륙에 있지만, 국회와 전문가 집단은 인도태평양, 더욱 정확히는 중국, 일본, 동남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기울이고 공부한다.

지난 5월 하순 외교부의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국회 상원에 출석해 발언한 내용은 프랑스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그는 프랑스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1)국방·안보 (2)경제·R&D (3)가치외교·다자주의 (4)기후변화·보건 등 4개 영역으로 나누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쿼드(QUAD) 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쿼드는 미국, 일본, 인도, 호주를 뜻한다)

실제로 프랑스는 인도태평양 전략 차원에서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해왔다. 프랑스는 일본과의 관계를 ‘특별한 파트너십’(Partenariat d’exception)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적 관계임을 명시하고 있다.

영·佛과 가까워진 일본, “영일동맹 부활” 평가

그래서 2018년 프랑스 독립기념일 행사에 일본 자위대를 초청했고 이들은 욱일기를 나부끼며 샹젤리제 거리를 행진했다. 양국은 현재까지 5차례나 ‘2+2’ 외교·국방장관 회의를 개최했다. 해양안보, 경제협력 그리고 R&D 협력까지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왔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5월 프랑스는 일본·미국과 함께 동·남중국해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군사훈련을 일본 규슈에서 진행한 바 있다.

참고로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일동맹에다 영국과의 관계 격상을 통해 단단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호주와 인도 그리고 프랑스를 포함시키는 구상이다. 일본과 영국은 2015년부터 여러 차례 ‘2+2’ 외교·국방장관 회의를 개최했으며 2017년 영일 정상회담에서는 공동비전 성명, 안전보장협력 공동선언, 그리고 번영협력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양국은 서로를 가장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라고 추켜세웠으며 군사협력, 사이버 안보, 경제·기술협력 등을 심화하기로 합의했다. 게다가 영국에서는 일본을 영미 정보기관 협력체인 ‘파이브 아이즈’ (Five Eyes)의 일원으로 가입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20세기 초 영일동맹의 부활”이라고까지 언급할 정도다.

이렇게 해서 일본은 주요 동맹국과 우호국을 통해 외교적 저변을 남태평양, 동남아 그리고 유럽까지 확장시키고 있다. 동시에 인도태평양에서 항행의 자유를 수호할 뿐만 아니라, 장차 경제 협력과 기술 협력, 인프라 협력의 허브가 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쿼드로 중국 압박, 佛中 정상회의 채널은 가동

프랑스는 일본 외에도 2020년 9월부터 인도·호주 3자 협의체를 구성해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인도와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민간 원전산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양국 주도로 국제태양광연합을 출범시켰다. 호주와도 긴밀하다. 지난 6월 G7 정상회의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으로부터 경제보복을 당하고 있는 호주 총리에게 “우리는 같은 편”이라면서 “호주에 대한 위협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명백히 규정했다.

프랑스·인도·호주 3자협의체는 현재 장관급으로 구성돼 있지만, 프랑스 정부 관계자가 국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3국 간 정상회의도 추진 중이다. 3국 외무장관은 해양안보, 환경 및 다자주의 증진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고 지난 5월 회의에서는 공유된 가치에 기반해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포용적인, 규칙에 기반한 인도태평양”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3국은 항행의 자유를 수호하며,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지지하고, 민주적 가치를 증진하기로 결의했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Free and Open Indo-Pacific)이란 개념은 사실 일본이 원조라 할 수 있다. 2016년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케냐에서 열린 아프리카 개발회의에서 이를 처음 언급했고, 2018년 고노 다로 외상이 일본 의회에서 이를 국가전략으로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일본이 말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은 “자유롭고 개방된 해양질서를 국제 공공재로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있다. 섬나라인 일본은 광물자원이 부족하고 식량자급률도 낮기 때문에 해외 의존도가 매우 높다. 그래서 남중국해 분쟁이나 대만해협 긴장사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고, 항행의 자유를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이 바로 프랑스의 대중 스탠스다. 인도·호주 3자 협의체에서 중국을 겨냥해 항행의 자유와 민주적 가치를 강조했지만 ‘중국이 프랑스의 적은 아니다’는 입장을 지킨다. 마크롱과 시진핑은 이미 베이징(2018년 1월)과 파리(2019년 3월)에서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렇기에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에 “포용적”이라는 낱말을 추가해 중국도 품을 수 있다는 자세를 내비친 것이다. 프랑스는 기후변화와 같은 문제는 ‘중국의 협력 없이 해결할 수 없다’면서 양국 협력 분야가 많다고 역설한다.

이와 별개로 프랑스는 중국이 공산당 일당체제 측면에서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으며, 홍콩과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유린을 강력히 비판해왔다. 중국과 협력할 것은 협력하되 이익과 가치가 충돌하는 영역에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힘의 우위 입장에서 협상하기 위해 역내 핵심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인도태평양을 언급하고 있는 이유는 세계의 2인자로 부상한 중국이 점점 더 공격적인 대외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전역에 대해 배타적 주권을 행사하려 하며, 이 지역에 인공섬을 건설해 군사적으로 요새화하고 있다. 그 결과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모두 중국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세계 해상무역의 물동량 가운데 3분의 1이 인도태평양의 중요 지역인 남중국해를 통과하는데 그 규모는 연간 5조3000억 달러에 이른다. 그렇기에 국제사회는 어떤 한 국가가 남중국해를 배타적으로 소유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인도태평양 한복판에 있는 한국

한국은 인도태평양이란 거대한 무대의 한복판에 있는 당사자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개념을 개발한 일본처럼 자원이 부족하며 식량자급률이 낮고 해외무역에 크게 의존하는 나라다. 남중국해나 대만해협에서 충돌사태가 발생하면 일본 못지않게 큰 타격을 받게 된다.

해방 이후 한국이 산업화, 민주화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탄생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덕분이었다. 19세기 내내 한반도를 지배하려 했던 중국과 일본의 세력이 축소되었고, 한국은 멀리 떨어진 초강대국 미국과 한미동맹을 맺어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킬 수 있었다. 아울러 미국은 전 세계의 바다에서 “항행의 자유”를 보장해 한국은 수출 주도의 경제성장을 계속할 수 있었다. 이렇듯 한국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통해 가장 큰 혜택을 누렸고 21세기에도 그런 국가발전전략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중국의 대외정책과 세계 각국의 대응전략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인도태평양 전략을 치밀하게 설계해야 할 이유다.

민주주의 가치와 한중관계를 감안해야

이뿐만 아니라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주의 정상회의 (Summit of Democracies)를 기획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민주진영의 안보·경제·기술협력을 증진하려 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QUAD)는 “가치를 공유하는(like-minded)” 국가들에게 열려있음을 홍보하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 또한 미·중·일·인도 같은 지역 강국들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다른 파트너들과 합종연횡을 모색하고 있다. ‘제국주의 침략 역사’가 없는 한국 입장에서 유리한 변수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추진해온 신남방 정책에 기대가 쏠리는 이유다.

한국은 이미 G7에 맞먹는 주요국으로 떠올랐고 그에 따른 책임과 역할을 요구 받고 있다. 이를 위해 한미동맹을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시키는 한편, 인도태평양에 이해관계가 있는 유럽 강국들과 양자·다자 플랫폼을 통해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한국이 주도할 만한 글로벌 어젠다를 설정해 정교한 외교전략을 펼쳐야 한다. 프랑스 국회 안에 설치된 ‘대중국 전략 스터디그룹’과 ‘인도태평양 지역 스터디그룹’처럼 우리 국회도 제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프랑스의 외교전략에서 벤치마킹할 부분이 많다. 프랑스는 포용적 다자주의를 추구하는 동시에 원칙 있는 가치 외교를 표방한다. 인도, 호주, 일본, 아세안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한국과도 양자관계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3월 장 이브 르드리앙 외무장관이 국회에서 했던 발언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프랑스는 미중 갈등의 한 축으로 참여하는 것을 거부한다. 그렇다고 두 나라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하자는 것도 아니다. 마크롱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우리의 방향은 강대국 간 균형을 모색하는 차원을 넘어 민주주의적 가치를 수호하는 것이다.”


신태환 필자

서울대 외교학과를 다닐 때 한국외교사 수업을 통해 나라 안과 밖의 문제는 항상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배웠다. 한반도의 여러 비극은 국제정치적 맥락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으며 이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다른 나라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계속 연구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절감했다. 책을 좋아하며 특히 일본·프랑스 쪽에서 나오는 출판물을 읽고 종종 SNS를 통해 관련 내용을 소개해왔다. 현재는 민간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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