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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재 칼럼] 류호정 ‘타투 퍼포먼스’에 대한 오만과 편견

by | 2021년 6월 22일 | 정책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타투인들과 함께 타투입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류 의원은 유명 타투이스트 밤이 그린 타투스티커를 등에 붙인 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류호정 의원 유튜브)

소위 문신이라 불리는 타투는 한국에서 불법과 합법의 경계가 모호하다. 현행 의료법상 타투이스트의 시술은 불법이지만 미용학원 등에서 가르치는 ‘반영구 문신술’은 불법이 아니다. 때문에 의사가 아니어도 타투를 할 수 있도록 타투 관련 입법이 17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발의되었지만 의료계 등의 반발로 무산되곤 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이런 상황에서 다시 타투 입법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지난 16일 국회 잔디마당에서 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본인의 등 뒤에 타투 스티커를 붙이고 타투이스트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류영재 필자는 류 의원의 타투 입법 퍼포먼스를 둘러싼 논란 속에서 간과하는 점들을 짚었다. [편집자]

#류호정 타투업법 제정촉구 퍼포먼스
  여성의 성적 매력 활용한 性 상품화?
#반영구 문신 보편화, 이미 민생 문제
  예술의 한 분야, 부정적 낙인은 편견
#의료행위인 타투, 비의료인 시술 불법
  국민건강 관점에서 입법 찬반 갈려
#생존권 위해 타투의 아름다움 드러내
  편협한 시각으로 오독하지 말아야

재판을 하면서 타투를 다룬 적은 딱 한 번 있다. 입영통지가 나온 청년이 군복무회피 혐의로 판결을 받게 돼서다. 그 청년은 배를 제외한 전신에 타투를 한 탓에 배에도 타투를 하면 입영 불가 통지를 받게 된다고 경고를 받았다. 그럼에도 그 청년은 결국 배에도 타투를 했고 군대 입대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로 인한 군복무회피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사안이었다.

법정에 나온 피고인에게 물어봤다.
“왜 마지막 남은 배 부위에 타투를 했습니까?”
“타투를 완성하고 싶었습니다” 피고인의 대답이었다.

피고인의 본심이 무엇이었는지는 당사자가 아닌 한 알 수 없다. 병역거부를 위해 타투를 했을 수도 있고, 자신이 생각한 타투의 완성을 위해 추가로 타투를 했을 수도 있다. 본심이 무엇이든 객관적으로 경고를 받은 상태에서 타투를 했고 그 결과 입영이 불가능해졌기에 피고인을 처벌했다. 그 후에도 나는 종종 그 피고인이 단지 자신의 타투를 완성하고 싶어 처벌을 무릅쓰고 타투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젊고 아름답고 힘 있는 여성의 과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민주노총 타투 유니온 조합원들과 함께 지난 16일 국회에서 타투업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류 의원은 등이 파인 보라색 드레스를 입어 타투 스티커를 붙인 등을 보였다. 뒷모습을 찍은 사진이 크게 화제가 되면서 여러 말들이 오갔다. 나 역시 지인과 류 의원의 기자회견에 관해 대화를 나누었다.

지인은 류 의원의 기자회견 내용보다 입법 촉구 퍼포먼스가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곰곰이 생각하다 단어를 골라 말했다.

“류 의원은 젊고 아름답다. 국회의원이므로 힘을 가진 여성이기도 하다. 그런 류 의원이 노출이 심한 드레스를 입고 등을 보였다.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기도 했다. 그 모습에서 노동자를 느낄 수 없었다. 젊고 아름답고 힘 있는 여성의 과시만이 도드라졌다. 성적 매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런 모습이 국회의원이 노동자들을 위한 입법 투쟁을 하면서 보여야 할 모습은 아니지 않은가.”

류 의원이 입법촉구 기자회견을 하면서 굳이 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등을 드러낼 필요가 있었는지 묻는 것 같아 반론을 제시해 보았다.

“류 의원은 자신이 대변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국회에 재연하는 방식으로 의정활동을 하는 것 같다. 예전 산재 노동자들을 위한 입법 촉구 퍼포먼스에서는 산재 노동자들의 작업복을 입기도 했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보라색 드레스를 이해할 순 없는가.”

그럼에도 지인은 고개를 갸웃리며 다시 말을 이었다.

“류 의원이 산재 노동자 작업복을 입었을 때에는 그 시도가 신선했고 활동도 긍정적으로 느꼈다. 그런데 이번 퍼포먼스는 어딘가 불편하다. 아마도 젊음과 아름다움, 그리고 성적 매력의 과시가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다. 타투이스트들의 노동권 확보에 대한 절박한 요구가 읽히지 않았다. 만일 류 의원이 팔 등에 타투 스티커를 붙이고 반팔 티셔츠를 입어 타투를 드러냈다면 이런 불편함은 느끼지 않았을 것 같다.”

그렇게 말한 후 잠시 머뭇거리다 머쓱하게 웃으며 이런 말을 덧붙였다.

“사실, 나는 타투에 대해 잘 몰라서 이번 퍼포먼스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다 보니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걸 수도 있다.”

지난 4월 15일 서울 은평구 대한문신사중앙회에서 타투이스트 교육생들이 고무판에 실습한 타투 모습. (사진=연합뉴스)

민생문제이자 예술로 자리잡은 타투

지인처럼 타투를 생소하게 느끼는 이들이 많은 것 같지만, 타투는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분야다. 눈썹이나 아이라인 등 반영구 화장술은 이미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이들이 시술받는 생활미용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반영구 화장술도 타투에 포함된다. 수많은 미용종사자들이 타투를 생업으로 삼고 살아간다.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피부에 그림이나 문자를 새기는 타투도 있다.

과거에는 이러한 타투 중 일부가 소위 ‘조직폭력배’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며 부정적인 낙인이 찍혔다. 그 때에도 타투를 한 사람들의 행동이 불량했다면 그 행동이 문제인 것이지 타투 자체가 불량한 것은 아니었다. 최근에는 피부에 아름다움을 새기는 문화 또는 예술의 한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당연하게도, 이 타투의 영역에서도 타투를 생업으로 삼는 타투이스트들이 있고, 타투를 하는 소비자들이 있다. 이러한 타투를 화장술이나 유희에 불과하여 덜 중요하다고 평가할 순 없다. 생활미용이든 문화예술이든 타투를 생업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한 타투시술의 허가 범위를 확장하는 문제는 심각하고 중요한 민생문제가 된다.

타투 자체는 합법, 부정적 낙인은 편견일 뿐

많은 이들이 타투 자체를 불법으로 생각하며, 도둑질을 생업삼아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면 도둑질도 노동이자 권리로 인정해야 하냐는 반문을 제기한다. 놀랍게도 타투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다만 타투를 할 수 있는 자가 의료인으로 한정되어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 법 해석상 타투는 불법이 아니라 의료행위이기 때문이다. 타투가 도둑질처럼 타인에게 해악을 끼치는 것을 본질로 하는 행위도 아니다. 타투에 새겨진 부정적인 낙인은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편견일 뿐이다.

물론 대법원이 타투를 의료행위로 해석한 것처럼 타투는 바늘로 피부를 찔러 염료로 피부를 물들이는 행위이기 때문에 위생과 보건의 영역에서 고려해야 할 지점들이 있다. 의료계는 신체에 침습적인 시술행위를 의료행위에서 제외할 경우 기타 다른 의료행위의 해석 기준도 흔들리게 될 뿐만 아니라 타투 시술이 비위생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위를 규제할 수 없어 국민건강에 위험을 가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한편, 타투업 종사자들은 이미 현실적으로 타투는 비의료인들에 의하여 시술되어 왔는데 그 기간 동안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부르지도 않았고 오히려 늘어나는 비의료인에 의한 타투 시술을 불법으로만 취급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양 측의 주장을 경청하여 비의료인에 의한 타투 시술행위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단순히 타투가 불량해 보인다는 이유로 타투업법 제정 노력을 경시하는 것은 편견에 불과하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의 편견에 기초해 타인이 생업으로 삼고 있는 행위를 경멸하는 것은 부당하며 무례하다.

아름다움, 성적 매력, 성 상품화의 경계

다시 류호정 의원의 타투 입법 촉구 퍼포먼스로 돌아와 보면. “젊음과 아름다움과 성적 매력을 과시하는 듯해 불편했다”는 지인의 반응에 물음표가 찍힌다. 앞서 말했듯이 타투는 불법이 아니고 경시할 분야도 아니다. 이미 많은 이들이 생업으로 삼고 있는 중요한 민생 문제다. 그러나 중요한 민생 문제, 신성한 노동의 가치를 호소하기 위해서는 꼭 화려함을 버리고 아름다움을 숨겨야 하는가? 타투는 노동인 동시에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행위이기도 하다.

따라서 아름다움을 숨기는 방식, 즉 타투한 등을 화려하게 드러낼 수 있음에도 굳이 반팔 티셔츠를 입고 팔뚝을 치켜세우며 타투한 팔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타투를 재연하라는 제안은 오히려 위화감이 든다. 따라서 류 의원의 퍼포먼스가 심미적으로 아름답지 않다는 지적은 존중할 수 있어도 “아름다움을 과시해서 불편하다” 혹은 “신성한 노동의 향기가 나지 않아 불편하다”는 지적에는 의문을 느낀다.

(사진=류호정 의원실)

한편, 류 의원의 퍼포먼스를 놓고 “젊고 아름다운 여성의 성적 매력을 활용한 성 상품화가 이루어졌다” 거나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초래했다”는 취지의 비판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몸의 아름다움에는 성적 매력도 포함된다. 따라서 몸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다 보면 성적 매력도 자연스럽게 발산될 수 있다.

여성의 성적 대상화, 성 상품화는 성적 매력이 존재하는 모든 곳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바라보는 시선과 관점의 문제에 가깝다. 류 의원은 타투이스트들과 함께 그들의 합법적인 생존을 외쳤다. 그 과정에서 류 의원은 진짜 문신이 아니라 타투 스티커를 등에 새겨 더 아름다워진 몸을 보였다.

그 퍼포먼스에서 성 상품화를 읽은 것은 누구인가. 성을 상품화하고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 이는 누구인가. 타투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성적 매력도 발산한 류 의원인가, 입법투쟁하는 류 의원의 몸을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만 읽어낸 이들인가.

개인적으로는 운동으로 폴(폴댄싱)을 시작하면서부터 타투를 많이 접했다. 폴은 맨살과 폴의 접촉을 이용해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맨 몸을 드러내야 한다. 현대무용이나 체조와 접목하여 발전되고 있을 정도로 신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운동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폴러들은 드러나는 몸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기 위해 타투를 많이 한다.

생활미용으로서의 타투든, 그림이나 문자를 새기는 타투든, 내가 보고 느낀 타투는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었다. 팔이든 다리든 발목이든 등이든 엉덩이든 또는 화장술로서 얼굴에 새겨졌든 간에 새겨진 타투는 아름다운 몸을 더 아름답게 만들었다.

나는 타투한 이들이 자신의 아름다운 타투를 태연하지만 자랑스럽게 내비칠 때 좋았다. 타투를 위한 투쟁 역시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화려하게, 아름답게, 자신만만하게.


류영재 필자

판사. 2009년 제50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제40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2011년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임관해 서울남부지법과 춘전지법을 거쳐 현재 대구지법에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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