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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편집 2021. 11.25, 00:00

[윤태곤 칼럼] ‘윤석열 스타일’은 힘을 잃고 있다…2012년 ‘안철수 현상’에도 못 미쳐

By | 2021년 6월 20일 | 선거의 시간, 정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에게 찾아왔다는 ‘별의 순간’이 흔들린다. 보수·진보 양쪽의 협공이 날카로워졌다. 경향신문은 지난 18일 윤석열 관련 기사에서 ‘간 보기’, ‘전언 정치’, ‘윤 차차’라는 단어를 동원해 윤석열의 정치 행보를 비판했다. 보수 성향의 어느 정치평론가는 이른바 ‘윤석열 X파일’과 관련해 “이런 의혹을 받는 분이 국민의 선택을 받는 일은 무척 힘들겠다”고 언급했다. 급기야 윤석열 측에선 20일 공보 담당 대변인이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윤석열 현상’은 과연 계속될까? 정치분석가이자 컨설턴트인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거침없던 검찰총장’ 윤석열과 ‘과묵한 정치인’ 윤석열의 간극은 과연 해소될 수 있을까? 윤태곤 필자는 국정운영 능력, 즉 ‘문제를 감당할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 시험대에 뛰어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편집자]

#윤석열이 돌파해야 할 3개의 걸림돌
  對보수 원죄론, 법적 문제, 정치 역량
#9년 전 안철수 현상과 비슷한 행보?
  ‘포지티브 에너지’ 턱 없이 못 미쳐 
#윤석열 입당 시기 놓고 논란 본격화
  콘텐츠 부족, 정치적 미숙함 드러내
#힘을 잃어가는 ‘원칙주의자 스타일’
  국정운영 시험대 올라 역량 입증해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이어 국민의힘 전당대회(6월 11일)도 끝나 ‘포스트 4·7 보궐선거’에서 ‘3.9 대통령선거’까지 가는 여정의 첫 스테이지가 끝났다. 다음 스테이지는 6월 말~7월 초가 된다. 민주당 예비경선의 마무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공식적인 정치참여 선언이 겹친다.

‘정치인’ 윤석열이 출발하는 현재 상황은 별로 좋지 않다. 여론조사에서 나오는 표면적 지지율이야 괜찮지만 여야 양쪽의 ‘협공’이 강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윤 전 총장 본인의 메시지, 스타일, 콘텐츠에서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세 개의 걸림돌을 우회할 순 없다

대통령이 되고자하는 정치인 윤석열 앞의 큰 걸림돌은 세 가지다.

첫째는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 수사를 비롯해 적폐 청산에 대한 이른바 ‘대(對)보수 원죄론’이다.
둘째는 처가 관련 의혹 등 법적·도덕적 문제들인데, 최근 민주당 송영길 대표 발언에 이어 정치평론가 장성철의 발언으로 불거진 ‘X파일’ 문제 같은 것들이다.
셋째는 ‘범죄수사 전문가’인 윤석열이 국정운영을 감당할 만한 역량을 제대로 갖추었냐는 본질적 의문이다.

윤석열 전 총장이 대통령에 당선될지, 대통령 후보로 본선에 진출할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위의 세 가지 질문을 피해 나가거나 면제받을 순 없다.

윤석열이 지난 3월 검찰총장 직을 사퇴할 즈음에는 첫 번째 걸림돌이 꽤 크게 보였다. ‘보수의 적자(嫡子)’를 자임하는 홍준표가 맹공을 가했다. 윤석열 총장도 퇴임 후 메시지가 많지 않았지만 그것을 신경 쓴 흔적이 역력했다.
예컨대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거나 5·18을 계기로 현 집권세력에 대해 이념적 대립각을 강하게 세운 것, 보수 성향의 조선·동아 출신 언론인을 대변인으로 선임한 것 등이 그런 사례라고 풀이된다. 국민의힘 조기 입당론을 둘러싼 혼선도 같은 맥락에서 짚어볼 수 있다.

그러나 윤석열에게 이 문제가 정말 큰 걸림돌인지는 의문이다. 윤석열이 정치적으로 주목을 받고, 야권 지지층에게 압도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 집권여당 강경파로부터 맹공을 받은 일련의 과정 자체가 첫 번째 장애물이 차츰 해소되는 통과의례로 볼 수 있어서다.

게다가 지난 4·7 재보선에서 보수야당의 무게 추는 확실히 중도층으로 이동했다. ‘태극기부대’의 존재감은 사라지다시피 했다. 그리고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36세·0선의 이준석 대표가 선출된 건 그 화룡점정이었다.

사실 첫 번째 걸림돌은 현 정부에 반대하는 유권자들에게 ‘문재인 정부를 당당하게 심판할 수 있는’, ‘정치 보복이 아니라 같은 기준의 심판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정치적 자산의 성격이 더 클 수 있다.

#2021년 윤석열, 2012년 안철수에 못 미쳐

윤석열의 행보를 9년 전 ‘안철수 현상’과 비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여러 가지 공통점이 많은 양자를 비교하면 ‘포지티브 에너지’에선 2021년 윤석열이 2012년 안철수에 턱 없이 못 미친다.

하지만 2021년 윤석열에겐 확고한 강점이 있다. 당시 안철수는 박근혜와 문재인이라는 두 개의 산을 모두 넘어야 했다. 지지율이나 프레임 면에서 안철수가 박근혜에게 열세를 보인 적은 없지만 ‘예선 경쟁자’이자 ‘정권교체 동지’인 문재인과의 승부에선 달랐다. 조직력이나 지지층 결집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스스로 후보 자리를 내놓았다. 하지만 현 시점의 윤석열에겐 당시 문재인 같은 강력한 경쟁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최재형 감사원장이나 홍준표 의원 등을 여기에 갖다 댈 순 없다.

팩트 자체에 대한 주장이 가장 극명하게 엇갈리는 것은 두 번째 걸림돌이다. 공수처와 서울중앙지검도 칼을 겨누고 있고 각종 네거티브 공세를 담은 ‘지라시’ 정보도 횡행하고 있다. 지금 논란거리들이 어떻게 전개될지, 또 다른 더 큰 의혹이 불거져 나올지 알 수 없다. 여기에서 정말 새로운 문제가 불거진다면 윤석열의 대권 도전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역대 대선 사례를 되돌아보면 ‘도덕적 문제’로 인해 여야의 유력한 차기주자가 낙마한 사례를 찾아보긴 어렵다. 이명박-박근혜 경선 과정의 치열한 쟁투는 오히려 본선 면역력을 강화시켜줬다. 제3후보론 성격을 띤 고건, 반기문 등은 도덕성이 아니라 정치역량 부족으로 중도 포기를 했다고 봐야 한다.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의 경우에게도 도덕성이 걸림돌은 아니었다. 물론 논란에 대한 해명 과정에서 당사자의 설득력, 방어-역공 과정에서 캠프 전체의 정치적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결국 도덕성 자체보다는 세 번째 걸림돌인 ‘국정운영에 대한 역량’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윤석열 입당 시기 놓고 취약점들 노출

돌이켜보면 윤석열이 반(半) 공개행보를 시작하면서 비판과 공격의 초점은 세 번째에 집중됐다. 그는 각 분야 전문가들을 만나 노동시장 이중구조, 외교안보, 자영업의 구조적 문제, 반도체 경쟁, 블록체인, 주택공급, 골목상권 부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속성 과외’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콘텐츠 자체에 대한 비판은 거의 없었다. 그가 접촉한 전문가들의 면면도 괜찮은 편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윤석열이 본인의 강점인 공정 이슈를 축으로 해서 국정 전반에 대한 뼈와 살을 붙여나가는 과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지지하는 전문가그룹인 ‘공정과 상식을 위한 국민연합(공정과 상식)’이 지난달 21일 오전 출범했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범식 직후 열린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윤석열, 대통령 가능성과 한계’를 주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대표가 선출된 후 윤석열 입당 시기를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되자 윤석열 캠프의 취약점이 한꺼번에 드러났다. 정치적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정치적 미숙함, 메시지의 혼란과 불명확함 등이 노출됐다. 콘텐츠가 부족하니 수세적 메시지가 연거푸 나오고 그러다보니 앞서 내놓은 메시지를 수습하느라 급급한 상황이 됐다. 한 마디로 친분과 임기응변을 따르는 인맥 정치, 낡은 정치 스타일의 반복이었다.

그러면서 일각에선 ‘간 보기’, ‘전언 정치’, ‘윤 차차’ 같은 나쁜 프레임을 씌우기 시작했다. 윤석열 측은 “여야의 협공에 대응하지 않겠다”며 짐짓 의연한 태도를 보였지만 진짜 ‘협공’은 아직 시작도 안됐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윤석열을 향한 비판과 조언은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소통이 안 된다.”
“검찰 물을 빼지 못했다.”
“팀이 제대로 구성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당분간 이런 비판들은 더 거세질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윤 전 총장이 전면에 나서고, 소통 모습을 과시하고, 검찰 물을 빼고, 팀을 잘 구성하는 식으로 대응하면 될 것인가? 이것들은 “배고프면 밥 먹어라” 수준의 하나마나한 처방일 뿐이다. 세상에는 한 가지 약재로 병을 고치는 단방약(單方藥)이 별로 없다.

#힘을 잃어가는 ‘원칙주의자 스타일’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게 있다. 윤석열의 강점 중 점점 흐릿해져가는 게 눈에 띈다. 바로 ‘스타일의 힘’이다.
2012년 대선 국면을 돌아보면 박근혜-문재인-안철수에겐 차분함, 정제됨, 안정감, 품격 등으로 표현될 수 있는 스타일의 공통점이 있었다.
이것들은 그 이전 노무현, 이명박 두 직전 대통령이 지녔던 공통점과 완벽히 상반된 것이었다. 두 사람은 언행의 질과 양에서 거침 없었고 공세적이었다. 이는 정치인의 큰 강점이지만 2012년 시점에서는 국민들에게 상당한 피로감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2012년 대선에선 완벽히 다른 캐릭터를 가진 인물들이 각광을 받았다.

2021년 현재는 2012년과 정반대 상황을 겪고 있다. 박근혜-문재인 두 대통령은 그 전임자 두 사람에 비해 언행이 지극히 제한적이다. 대국민 소통도 지지층에 치우친다는 느낌을 준다.

“한 진영이 두 번은 집권해야 정권이 바뀐다”는 이른바 ‘정권교체 10년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그런데 이를 리더의 스타일 측면에 적용시켜 본다면 어떻게 될까?
‘김영삼, 김대중’→‘노무현, 이명박’→‘문재인, 박근혜’로 나눠본다면? 그럴 경우 2022년 대선의 승자는 직전과 다른 스타일을 갖춘 후보의 차례가 될 수 있다.
현재 ‘다른 스타일’의 1번 타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다. 쟁점을 피해가지 않고, 자기주장을 명확히 펼친다.

여당에선 이재명, 야당에선 윤석열이 지지도 1위를 차지하는 현상도 이런 관점으로 해석할 부분이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경우 수년째 ‘사이다’를 별호로 삼고 있을 정도다. 윤석열 역시 국회 인사청문회나 상임위 회의장에서 기존의 공직자 상(像)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흥미롭게도 모범생 스타일인 최재형 감사원장도 이 부분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요즘 윤석열은 과연 원칙주의자 이미지를 잘 갈무리하고 있을까? 윤 전 총장은 지난 17일 “큰 정치만 생각하겠다. 여야의 협공에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며 기존의 스타일에서 물러섰다.

필자는 윤석열의 말수가 줄어들거나 구체성이 떨어지는 이유를 두 가지라고 본다. 아예 뭘 모르거나, 신경 쓸 게 많아 제때 판단을 못 내리기 때문이다. ‘거침없던 검찰총장’ 윤석열과 ‘과묵한 정치인’ 윤석열의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윤석열은 안 된다”는 전망(혹은 기대)의 지점 역시 바로 이 대목에 있다.

#국정운영 시험대에 스스로 뛰어들어야

윤석열이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다만 몇 가지 포인트를 짚어볼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지금처럼 안 좋은 흐름이 지속되면 경쟁구도에서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그러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공식적인 정치참여선언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아마추어라고 비판 받았던 2012년 안철수였지만 그해 9월 19일에 했던 대선출마선언은 완성도가 상당히 높았다.

그리고 세 번째 걸림돌, 즉 국정운영의 시험대에 스스로 뛰어들어야 한다. 우회할 수도 없을 뿐더러 빠져나가려 할수록 첫 번째, 두 번째 걸림돌이 더 커질 것이다. 애당초 그 두 가지는 필요조건일 뿐이다.

윤석열 전 총장이 지난 9일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실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중견 정치인이라고 해서 국정운영 전반을 모두 꿰뚫고 있거나 한국사회의 과제에 대한 해답을 갖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정치인 윤석열에 대한 기대치도 거기에 있는 것은 아니다. 2021년 대선을 주도할 ‘빅3’라고 할 수 있는 이준석, 이재명, 윤석열 모두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적이 없는 0선(選)의 원외 정치인이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윤석열이 보여줘야 할 것은 ‘문제에 대한 해답’이 아니라 ‘문제를 감당할 역량’이다. 그것은 정책 실력뿐만 아니라 ‘뚝심’이나 ‘스타일’ 그리고 다른 콘텐츠의 총합이다.

차기 대선주자들의 국정운영 역량은 대선 캠페인이라는 여정에서 여러 질문과 난제를 극복하면서 한층 강화된다. 그걸 극복 못하면 중도 탈락이다. 그런데 ‘정치 신인’이 자기에게 던져진 질문을 피해 다닌다면? 아예 출발도 못하는 거다.


윤태곤 필자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이사 겸 정치분석실장. 미디어 기자로서 여러 정당과 청와대를 번갈이 취재했다. 이후 대통령 선거, 서울시장 선거 등에 참모로 참여했고 국회에서도 일한 바 있다. 요즘엔 정치 캠페인, 공공전략을 컨설팅하며 여러 매체에서 정치 관련 코멘테이터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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