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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대담] 2030 남자들의 ‘아바타’ 출현? 불평등·불공평 은폐하는 ‘공정’은 경계해야

by | 2021년 6월 17일 | 선거의 시간, 정치

36세, 0선(選)인 제1야당 대표의 탄생은 돌풍이 아니라 현상, 현실이 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6·11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후에도 다양한 화제와 논란을 낳고 있다. <피렌체의 식탁>은 ‘이준석 돌풍’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고 한국 사회의 변화 흐름을 조망해왔다. <피렌탁>은 지난 17일 ‘이준석이라는 현실, 세대교체인가? 시대교체인가’를 주제로 긴급대담을 가졌다. 이날 출연한 네 명의 패널 가운데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26세)와 <K를 생각한다>를 쓴 임명묵 작가(27세, 서울대 재학 중)는 2030세대에 속한다. 성한용(62세)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장경상(54세) 국가경영연구원 사무국장(고전번역, 문학박사)은 5060세대다. 이날 긴급대담은 <메디치미디어> 유튜브를 통해 2시간 동안 생중계됐다. 네 명의 주제 발표와 주요 토론내용을 정리해 전한다. [편집자]

※긴급대담 유튜브 중계 보기(링크)

“이준석처럼 당내 기득권과 싸운 사람 있나?
 불평등·불공평 은폐하는 ‘공정’은 경계해야”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한 달 전만 해도 이준석 당대표를 상상 못 했다. 30대도 당대표가 가능하다는 걸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한국 정치의 상상력이 일종의 금기를 넘어 확장됐다. 불가역적인 정치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30대 당수가 뭐가 중요하냐? 그렇게 말씀하신다. “세대교체지만 시대교체는 아니다”는 지적도 있다. “청년이라 해서 다 청년이냐?” 되묻기도 한다. 그러나 세대교체와 시대교체는 이분법적인 게 아니다. 세대교체 없이 시대교체가 가능한가? 그렇지 않다. 21대 국회를 보면 국회의원의 59%가 50대다. 그런데 30대가 59%였다면 완전히 달랐을 거다. 세대교체와 시대교체는 따로 떼어놓고 볼 수는 없다. ‘이준석 당대표의 등장이 개인의 도전으로 끝날 것이냐 세력의 등장으로 교체될 것이냐?’는 질문이 그래서 중요하다. 정치인 개인의 나이가 젊다고 해서 청년을 대변할 순 없다. 여성이라 해서 여성을 대변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젊은 정치인이다 보니 “이준석이 왜 당대표가 되었나?”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이준석이 안티페미니즘을 앞세워 페이스북 정치에 머물러 있었더라면 ‘말 잘하는 평론가’ 정도로만 남았을 것이다. 이준석이 당대표까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당내 기득권과 투쟁하는 모습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준석처럼 선명하고 확실하게 당내 기득권과 싸우는 사람이 없었다. 지난해 4·15 총선 참패 이후 보수정당이 확 바뀌어서 살아남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실함이 극에 달했을 때 이준석이 그 부분을 잘 선점하고 선택을 받았다.

이준석이 당대표 선거 중에 당내 기득권과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청년정치인들도 ‘참 멋있다’며 박수를 보냈을 것 같다. 과거 막걸리 많이 마시는 순서로 공천 받을 수 있던 관행과 싸운 게 안티페미니즘 같은 논란도 뒷전으로 물리게 했다.

다만, 이준석이 그리는 새로운 대한민국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아직은 구체적인 정책을 내지 않았기에 그걸로 비판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현 시점에서 이 대표는 이념을 제시한 게 더 많다. 대표적인 게 ‘공정한 경쟁’이다. ‘공정한 경쟁’에서 방점은 경쟁에 찍혔다. 그 말은 곧 경쟁해야 공정하다는 의미였다. 이는 강자를 향한 언어였다. 이준석이 공정이란 말을 꺼내 들었을 때 강자였던 당내 기득권에게는 칼날이 됐다. 만약 그 칼날이 약자를 향한다면 그건 우려되는 게 많다.

예를 들어 대기업 갑질과 시장 독점을 겨냥해 시장의 경쟁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말할 수 있는지.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이 경제활성화를 이유로 풀려나는 게 공정한 건지. 이런 문제들이 이준석의 ‘공정한 경쟁’을 곧 검증 대에 세울 것이다. 나아가 비정규직, 대기업 편중, 사회적 약자, 소수자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이 대표가 대답하는 것에 따라 불평등과 불공평을 은폐하는 ‘공정’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이준석도 ‘내로남불’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즉 ‘내가 하면 공정이고 네가 하면 불공정’ 이렇게 갈 수도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부정부패 및 비리와 연결된 정치인은 어떻게 끊어낼 것인가. 이준석이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연설할 때 “출발선도 공정해야 한다. 가난한 집 아들딸에게 10만 원을 주는 게 아니라 그 열 배의 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증세를 해야 한다. ‘저소득층 가정을 위해 세금을 늘려서 100만 원을 투자할 것인가?’ 이런 문제와 마주친다. 포괄적차별금지법안도 비슷한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이준석의 국민의힘이 투명한 경쟁의 장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믿고, 청년정의당은 그 반대편에서 약자에게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정치권 세대교체 측면에서 중요한 장면
 그러나 곧바로 세대교체가 되는 건 아냐”

-성한용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이준석 당선은 세대교체 측면에서 중요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제 1야당 당대표로 선출되었지만 이준석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당내 대선주자가 확정되면 대선 후보는 (당 대표에 앞서) 당무우선권을 갖는다. 국민의힘도 그땐 대선 후보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달라져야 하겠지만 쉽지는 않다. 민주당은 50대가 주류다. 물론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원래 어느 한 세대가 다른 세대를 알기가 어렵다. 2004년 당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총선을 앞두고 했던 노인 폄훼 발언이나, 이번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박영선 후보의 ‘젊은 세대들이 교육을 못 받았다’는 발언 등이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

여기에 조국 사태로 청년 세대들의 박탈감이 컸고, 박원순 사건이 있었을 때도 사후 정리를 잘 못하는 바람에 민주당은 보궐선거 참패로 이어졌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보수야당에서 세대교체와  청년정치로 넘어가는 걸 부럽고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쳐다볼 수밖에 없다. 다만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이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가 있고 그들의 표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두 분이 내세웠던 민주화나 탈권위 같은 가치 때문이지 두 분이 젊기 때문은 아니었다.

사실 민주당 내에서도 다크호스가 될 만한 초·재선 의원들이 있다. 그런데 이들이 ‘조국 사태를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가 열성 지지자들에게 진압당했다. 박용진, 박주민 이런 의원들은 당내에서 세를 모으지 못하고, 민주당 지지층 안에서도 호소력이 덜 하다.

이준석의 등장으로 586세대들이 선택과 결단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한국 정치사에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자발적으로 정치를 이끌어달라고 한 적이 없다. 권력투쟁을 통해서 밀고 나가야 한다. 젊은 초·재선의원들이 586들을 밀어내는 게 옳다고 본다. 이준석이 국민의힘 안에서 돌파를 해낸 것을 계기로 민주당도 이를 생각해봐야 한다.

“온라인 엔터 문법서 이준석은 ‘아바타’
어눌한 5060대 압도, 카타르시스 선사”

-임명묵
<K를 생각한다저자

요즘 한국 정치는 의제를 상실한 상태다. 2012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을 때 진보진영에서는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오히려 박근혜 정부 출범으로 보수진영은 의제를 상실했고 기나긴 터널로 가는 변곡점이 됐다. 박근혜 정부는 박정희 세대 때 형성된 것들로 일하려 했고 지지층은 노년층과 TK 지역이었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주도적으로 뭘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오히려 진보 쪽으로 헤게모니가 이동하던 때였고 탄핵은 거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공격적 의제를 내놨지만 2019년 시점에서 장악력을 상실했다. 소득주도성장은 어느 순간 사라졌고, 부동산정책은 누구나 대실패라고 생각한다. 남북관계 역시 하노이 노딜이 벌어졌다. 조국 사태는 새로운 의제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민주당의 또 다른 세일즈 포인트였던 도덕적 정당성마저 실기하게 만들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는 명백히 젊은 청년들은 반(反)보수, 진보 취향이었다. 당시 제 주변 친구들만 봐도 어버이연합 같은 존재에 부정적인 생각이 강했다. 민주당은 세련되어 보이고 친(親)민주적으로 보였다. 2016년 박근혜 탄핵 이후 민주당에 몰표를 줬는데 2019년을 기점으로 20대 남성들부터 민주당을 이탈했다. 정치적 의제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보수·진보 양쪽 다 의제를 상실하면서 90년대생, 2030세대들의 문제의식을 소화 못했다. 때문에 90년대생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자신들의 관심사로 의제를 삼았다.

이준석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대의(代議)되지 못했던 20대 남성들의 의제를 폭발시킨 것이다. 이준석을 향해 “혐오를 이용하고 20대 남성을 어떻게 했다”는 식의 분석에 동의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의제가 보수·진보에서 대의받지 못했으니 이준석을 자신들의 ‘아바타’로 키웠다.

이준석 현상은 불과 두 달 새 벌어졌다. 이준석 현상에는 인터넷방송을 비롯한 온라인 엔터테인먼트의 문법이 스며들었다. 미디어의 발전이 정치의 발전을 이끌었다. 당대표 선거 당시 MBC에서 진행했던 후보토론을 보면 실시간 방송 중에 5만 명이 접속했는데 게임방송을 방불케 했다. ‘도네이션’과 ‘리액션’이라는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문법이 거기서 보였다. 이준석은 청년 남성이 원했던 이미지를 잘 수행했다. 논리적인 30대 청년 이준석이 말이 어눌한 5060대 정치인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런 모습이 20대 남성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었을 것이다. 이준석은 그 자체로 사이다 역할을 했다.

이준석 대표의 공정과 능력주의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았다. 젊은 세대들의 복합적인 감정이고 배출하고 싶어 하는 불만의 레토릭으로 봐야 한다. 진보적인 정치·사회 정책은 한국 사회의 누적된 경쟁 선호 심리와 배척된다. 공정과 능력주의는 현 상황에 대한 반발 작용으로 터트렸을 뿐, 그게 정치적·철학적 논쟁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다. 온라인 엔터테인먼트가 정치에 작용했다는 현상을 봐야 한다.

이준석 대표의 당선을 보며 민주당이 느낀 건 경멸과 무시가 아니라 불안과 공포였다. 한국 사회는 젊음을 숭배하고 새로운 것을 선호한다. 나도 90년대 태어난 대학생인데 책 한 권 잘 썼다는 이유로 이렇게 토론 자리까지 불려나왔다. 새로운 것이나 청년에 특권적인 지위를 부여해주고 그걸 바탕으로 헤게모니를 가져왔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나이 60세가 넘으면 뇌가 썩는다고 말했는데, 이제 우리가 그런 대접을 받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최근 5년 연속 참패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승리를 위해서라면 이준석을 선택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그런 일이 똑같이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승리를 통해 얻은 기득권이 있는데 그걸 자발적으로 넘겨주긴 쉽지 않다.

“2030세대 민주주의, 기성세대와 달라
도네이션·리액션이 영향 미치는 정치”


-장경상 국가경영연구원 사무국장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준석 대표가 기존의 5060세대 대표보다 잘할 수 있을까? 이런 우려가 있다. 그러나 생각보다 나이스하게 잘할 수 있다. 당 바깥에 있는 유력 대선 후보들에게 ‘들어오면 들어오시고 합당하려면 합치자’는 입장일 것이다. 많은 걸 계산하지 않고서 후보 경선에 속도감을 낼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정치 흐름은 보수적이 된 2030세대와 60대 이상 세대가 진보적인 3040세대를 양 옆에서 조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2030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이 많이 생기고 있어서다. 단 이준석 현상을 통해 20대가 국민의힘 쪽으로 확 기울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임명묵 작가가 말했지만 도네이션과 리액션이 2030세대의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듯싶다. 개인적으로는 아프리카TV의 별풍선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2030세대에게 민주주의는 뭘까? 아프리카TV에서는 팬과 스타와의 관계가 별풍선을 매개로 굉장히 서열화되어 있다. 별풍선을 얼마나 보내느냐에 따라 아프리카TV에서 BJ의 활동을 남과 다르게 제어할 수 있다.

아프리카TV는 2030세대의 세상이다. 그곳에서 펼쳐지는 게 앞으로 현실에서 재현된다면 민주주의가 로마 시대처럼 재산을 많이 가진 순으로 투표권을 주는 식으로 달라지는 건 아닐까 싶다. 지금 2030세대들은 민주주의 자체에 대해 기성세대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같은 맥락에서 이준석 현상을 단순히 정치권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저변의 변화, 나아가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시각이 세대별로 차이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주요 토론내용과 질의응답
-사회자: 이양수 <피렌탁> 부문대표

▲시대 변화는 빠른데 여야 정치인들은 이런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임명묵= TV와 신문, 라디오로 대변되었던 매스미디어가 파편화되었다. 한때 국민들은 KBS <개그콘서트>에서 나온 유행어를 다 외우고 다녔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보편화되자 내 취향이 아닌데 공중파 TV에서 하니 어쩔 수 없이 개그콘서트를 봐야 하는 상황이 사라졌다.

20대 남성, 여성 이런 인구 모집단으로 파편화되었고 2030세대 역시 트위치라든가 유튜브라든가, 각자 취향에 따라 미디어 플랫폼 선호도가 다르다. 이러한 미디어의 파편화를 이해하지 못한 채 정치현상을 이해하는 건 부족한 면이 많다. 내가 즐기지 않는 미디어를 인정하고, 이질적인 것도 인정하고, 그걸 받아들이는 게 새로운 시대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장경상= 경험이 아니라 지식 수준이 세대 간에 전도되어 있다. 과학기술 측면에서 나이 든 세대가 젊은 세대를 따라갈 수 없다. 흉내도 못 낸다. 사회는 변하고 경제구조도 바뀌는데 리딩그룹의 연령대가 바뀌지 않으면 국가적으로 이를 못 쫓아간다. 그래서 2030세대들이 국민 대표기관들에 많이 들어가야 한다. 경제와 기술의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한 입법을 해야 하는데 이런 일을 하려면 젊고 똑똑한 의원들이 많아져야 한다. 시대 변화에 맞춰 청년들이 충분히 의회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준석이 그래서 기대를 갖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보진영은 이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강민진= 이준석 당선의 1등 공신, 혹은 2등 공신쯤에 민주당 586세대가 있다. 국민들에게 586세대는 ‘내로남불’로 비친다.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이후 뭐가 있는지 민주당 586세대는 말하지 못한다. 자신의 당을 공격하면 나쁜 검찰, 나쁜 언론으로 매도한다. 민주당은 국민들에게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속 시원하게 말해야 한다.

정의당도 마찬가지다. 정의당이 두 거대 정당에 비해서는 선명하게 정책적으로 이야기해왔지만 정의당이 원하는 세상이 어떤 것인지, 정의당의 국정철학은 거대 양당과 무엇이 다른지 확실하게 청년들에게 전달해 왔나 돌아봐야 한다. 이준석 현상의 교훈은 정치가 확실하고 직설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중간쯤에서 우물쭈물하거나 감추러 한다면 위선 같다는 딱지가 붙는다.

-성한용= 일단 민주당을 진보진영이라고 호칭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정의당은 진보정당 맞다. 민주당은 아니다. 이준석은 만들어지는 데 10년 걸렸다. 민주당은 10년 뒤에 만들 수 있을까? 민주당에서 갑자기 누가 나타나서 될 순 없다. 대선 후보가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진 않는다. 세력교체 측면에서 당장은 불가능하다. 민주당은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

미국의 젊은 사람들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지지하는 것은 샌더스의 의제와 가치관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공정경쟁과 일자리, 환경생태, 기후변화 등 50대 이상이 찾아내지 못하는 의제에 대해 젊은 세대들이 관심이 많은데 이것들을 진보진영이 계속 가져와야 한다.

▲이준석 당대표는 차기 대선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성한용= 차기 대선까지 8개월 이상 남았고 두세 번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준석 당대표 당선만 갖고 차기 대선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2030세대가 보수야당으로 넘어갔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2030세대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를 대변해줄 수 있는 곳은 어딜까?’ 계속 알아볼 것이다. 어쨌든 2030세대들이 이준석 때문에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좋은 현상이다.

-장경상= 최근 두 번의 선거에서 2030세대가 결과를 좌지우지한 것처럼 보이지만 2030은 또 다시 바뀔 수 있다. 정치 유권자의 유동화가 심해지고 있다. 이는 현 상황에서 앞서나가는 차기 유력 주자들에겐 위험요소지만 새롭게 뛰어들려는 분에게는 유리한 측면이다. 따라서 이준석 체제는 집권여당 입장에서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또 다른 출발선상에 섰다고 봐야 한다.

-임명묵= 대선과 다른 정치적 상황에 대한 개별 지식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말한다. 이준석 현상의 본질은 산업화와 민주화 등 한국의 양대 서사에 청년들이 질렸다는 것이다. 반공을 기반으로 한 산업화 서사는 기업집단 탄생을 비롯해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국력과 국위가 올라가는 서사다. 민주화 서사는 산업화 서사의 반대항으로서 큰 매력과 설득력을 가지는 서사다. 하지만 2010년 이후 두 서사가 젊은 세대들에게 새로운 맛을 잃었다. 이준석은 보수진영에 속하지만 산업화 서사와 연관 없는 것들을 들고 나왔다.

민주당에 집중해 이야기하면, 민주당의 세계관은 박현채‧리영희의 ‘해방전후사의 인식’에서 하나도 업데이트되지 않았다. 결국 민주당도 청년에게 줄 새로운 서사를 찾는 게 관건이 될 것이다.

-강민진=  윤석열, 안철수가 국민의힘으로 가면 제3지대가 비게 된다. 정의당이 제3지대로서 역할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두 후보가 대변하지 못할 게 많다. 기후위기, 젠더 ,다양성, 인권의 문제는 두 후보 영역이 아닐 것이라 생각된다. 청년층이 지금 이준석을 많이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반대편도 같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것을 어떻게 역동적으로 결집할 수 있을까, 그 지점이 우리의 관심사다.

▲아시아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한국과 일본, 대만, 인도 등 손에 꼽을 정도다한국은 아시아 국가들의 민주주의 모델이 될 수 있을까?

-임명묵= 아시아로 굳이 국한할 필요 없다. 한국은 이미 고도의 정보화 사회다. 한국 사회는 동질적인데다 미디어를 엄청나게 활용하고 있다. 세계의 가장 거대한 트렌드인 모바일과 정보화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여기에 대중들의 여론 형성력, 즉 온라인 엔터테인먼트처럼 기성 사회를 변화시켜내는 능력이 있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을 기반으로 했던 노무현 현상은 그뒤 2010년대 서구에서 나타난 정치 현상보다 앞선 것이었다. 이준석 현상 역시 인터넷방송과 청년층,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등이 결합해 만들어낸 것이다. 이런 현상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 각국에서 장차 벌어질 수 있고, 민주주의 모델의 변화를 상징할 수 있다.

-장경상= 민주주의 하면 고정된 관념이 있다. 최근 들어 그런 것이 과연 민주주의일까? 스스로 반문하고 있다. 고도화된 정보화 사회로 갈수록 직접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움직임들이 표출되곤 하는데, 그렇다면 직접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에 비해 나쁜 것인가? 그런 고민이 뒤따른다. 미국은 트럼프 현상과 인종차별 등을 통해 민주주의에 대해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다. 한국도 그런 측면에서 글로벌 차원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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