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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나 칼럼] 2학기 전면 등교에 앞서 너덜너덜해진 학교를 돌아보라

by | 2021년 6월 16일 | 정책

수도권 중학교의 등교수업이 확대된 지난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화홍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손 소독을 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부터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서의 학교 밀집도 기준이 기존 3분의 1에서 3분의 2로 조정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에서 오는 7월부터 고3 및 수능 수험생과 초중고 교사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다. 아울러 오는 가을 학기에는 전면 등교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3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학교는 파행을 거듭했다. 다행히 팬데믹 초기 우려했던 학교에서의 집단 감염 등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고 ‘온라인 비대면 수업’의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교사들의 행정업무 가중과 교육정책의 난맥은 코로나19 이후 학교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하나 지역교육네트워크 이룸 대표는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앞두고 팬데믹 기간 중 드러났던 교육 현장의 문제점과 이를 개선할 방안들을 제언한다. [편집자]

#코로나19로 과중한 교사 행정업무
  학교 향한 사회의 기대·요구 더 커져
#상명하달식 구조의 혁신교육 사업
  기관장 임기 따라 실적 경쟁 시달려
#전문가 필요한 자리에 비정규직 충원
  ‘노동인권 교육’ 눈으로 보게 해달라
#관의 권력, 학교 구성원들에게 나눠
  사회적 책임 공유하는 학교 만들어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학교 현장도 비대면 수업의 일상화 등 큰 변화를 겪었다. 이런 변화 속에서도 쏟아지는 교육정책은 모두 좋은 말만 가득하다. 그중에 학교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한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당장 올 가을부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교육기관에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했던 ZOOM이 유료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몇 몇 교육청에서는 발 빠르게 네이버웨일스페이스와 협약식을 채결했다. 교사와 학생들은 이제 네이버웨일스페이스를 사용하는 방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

교육 현장의 정책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의 편의는 매번 뒷전이다. 소위 사람을 갈아 넣어서 학교를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능’을 강요받는 학교와 교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3월 개학이 연기된 지난 한 해를 떠올려보자.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으니 뚜렷한 방향을 잡기도 힘들었다. 교실 수업이 온라인을 이용한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교사들은 다급하게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하고 플랫폼 사용법을 배웠다. 이후 확진자 상황에 따라 등교 수업과 비대면 수업을 병행했고 등교 수업을 할 때는 방역업무가, 비대면 수업을 할 때는 온라인 콘텐츠 제작이 추가되었다.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쏟아진 정부 정책과 긴급한 지원 사업 실행도 전부 교직원의 몫이었다. 목록을 만들고 통신문을 보내 의견을 수렴하고 아이들의 체온을 재는 일은 다 교사의 일이 되었다. 학교를 도와줄 사람들을 임시 채용할 수 있지만 채용 업무마저도 교사가 해야 했다.

한 학교에 행정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소수다. 행정을 돕는 직종은 교육실무사, 행정실무사가 있으며 돌봄전담사, 특수교육실무사, 영양사, 조리사, 조리원 등이 있다. 전문상담사를 비롯해 각 실무사들이 있지만, 이들은 학교의 특수한 구조상 가장 말단의 지위에 놓여있어 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하기 어렵다. 때문에 교사들이 담당해야 하는 행정업무가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폭증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내가 교육자인지 행정사인지 잘 모르겠다”, “교육은 뒷전이고 온라인 도구를 익히는데 쓰는 시간이 더 많다”며 교사들은 현장 개선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교사는 철밥통’이라는 세간의 인식 탓에 ‘배부른 소리’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기관장에 달린 ‘혁신교육’, 실무는 교사의 몫

게다가 교육부는 각 지역에서 실천해온 혁신교육 사업을 더 심화한다는 내용을 담아 ‘미래교육지구’라는 정책을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이는 교육부가 사업 공모를 통해 지구를 선정하는 정책이다. 사업 공모에 따른 실무작업은 교사들의 몫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와중에도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2021년 미래교육지구(미래형 교육자치 협력지구) 사업 공모로 12개의 신규 지구를 최종 선정했다. 혁신교육 자체는 긍정적인 지점이 적지 않다. 경기도에서 시작한 혁신교육은 혁신교육지구로 발전해 학생들이 보다 자유롭게 방과 후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또한 학교가 지역사회와 연계하면서 여러 제약을 벗어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상명하달식의 정책구조, 예산 사용의 복잡한 행정절차, 실적 우선의 사고방식 등 운영상 문제점은 쉽게 개선되지 않았다. 10년간 매년 혁신을 거듭하다보니 현장의 관계자들은 너덜너덜해졌다. 게다가 혁신교육지구 선정 후 해당 사업의 예산은 사실상 기관장의 의지에 달려있다. 결국 기관장의 임기에 따른 변수가 많아졌다.

4년마다 실시되는 지방선거에 따라 혁신교육 관련 큰 사업은 4년 단위로 계획되고 공약에 따라 1년 단위의 성과지표를 발표하다보니 혁신교육의 본질은 차츰 뒤로 밀렸다. 1차 연도 사업에서 10억으로 10개 사업을 진행해서 성과를 냈다면, 2차 연도 사업에서는 동일한 예산으로 20개 사업으로 늘리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교사들은 교육의 본질적인 목표보다 성과를 위한 절차에 시간을 들여야 한다. 혁신교육 사업으로도 잡무가 많은 상황에서 ‘미래교육지구’ 공모 사업이 팬데믹 중에 교사들에게 또 주어졌으니 교사들이 느낄 부담감은 충분히 타당한 점이 있다.

코로나19의 역설, 학교 공동체 중요성 부각

코로나19가 가져온 학교 현장의 여러 변화 중에 정책 당국에서 간과하는 점이 있다. 학교가 돌봄과 공동체를 실현하는 장이 되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커졌다는 점이다. 이처럼 학교에 학습 외적인 요구가 쏟아지는 것은 학교가 안전한 배움터로서 큰 공동체를 품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비롯한다. 이런 학교의 역할은 코로나19의 비대면 수업을 통해 역설적으로 부각되었다.

그 기대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 만큼의 사람들이 학교에 필요하다. 행정업무에 교사들이 소진되는 일은 이제 막아야 한다. 아동학대예방교육을 특강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아동학대의 위험에 놓인 아이들을 살펴줄 수 있는 복지사와 상담사가 있어야 하고, 민원을 슬기롭게 해결해줄 갈등 조절자도 필요하다.

교사들의 교과 역량을 키워줄 수 있는 교과과정 전문가도 있어야 하며, 급식노동자가 일하다 병을 얻지 않도록 더 많은 인원이 필요하다. 소방서에서 나와 더미를 놓고 CPR 실습하는 것으로 안전교육을 갈음하지 말고, 학교안전을 책임지고 수시로 학생들에게 알려줄 사람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교육정책을 고민할 수 있도록 자치활동을 이끌 시간이 절실하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비정규직을 늘리는 식으로 사람을 배치하며 대응한다. 또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어 교과과정에 ‘노동인권교육’을 넣자는 주장은 글로 노동을 가르치겠다는 말이다. 한국사회는 고용주에게 노동인권을 보장하라고 가르치지 않고 고용인에게 노동인권을 주장하라고 가르친다. 이미 학교에는 다양한 형태의 노동자가 존재한다. 실천하는 교육을 만들어가자는 교육당국의 주장처럼 이미 학교는 ‘노동인권’을 가르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이 마련되어 있다. 몇 개월만 일하고 사라지는 돌봄교실 전담사들, 3개월씩 계약하는 방과 후 교사들이 삶을 지켜나가는 모습을 두 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학교는 학생과 교사가 서로의 인권을 지킬 수 있도록 대화하고 만날 수 있는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 이것이 돌봄과 공동체를 실현하는 장으로서의 학교이자 삶 자체에서의 교육이다. 이 지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작년 5월 21일 대구시 수성구 대구농업마이스터고에서 한 재학생이 짐을 챙겨서 집으로 가고 있다. 이날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대구농업마이스터고 기숙사에 입소한 고3 학생 한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자가 나오자 등교 수업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학교가 폐쇄되고 3학년 전원이 귀가조치됐다. (사진=연합뉴스)

팬데믹 이후 학교 현장 변화를 위해서는

먼저 코로나19로 중요해진 보건과 관련, 학생 모두의 건강과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학급 내 인원수를 더 줄여야 한다. 학교는 늘 미생물과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있다. 겨울이 되면 학교 전체가 감기와 독감으로 난리다. 보건상의 문제도 있지만 민주적 학습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형태와 자세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20명 이내의 소규모 형태가 적절하다. 칠판을 보고 나란히 앉은 구조를 과감히 포기하고 스스로 심고 싶은 씨앗을 고르고 관찰하고 사랑하며 그 수확물을 함께 나갈 수 있는 정원 같은 학교가 필요하다.

인원수를 줄이면 상급학교로 갈수록 평가가 어려워진다는 주장도 있다. 성적별 줄 세우기와 입시 앞에서 참신한 교육정책은 무너진다. 고등학교는 각 지역의 교육지원청이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입시를 앞에 둔 전쟁터에 새로운 정책도 혁신적인 지원도 무용한 이유다. 대한민국의 입시는 교육당국과 대학 간의 힘겨루기의 역사다. 누가 결정권을 쥐느냐를 놓고 싸워온 셈이다. 이제 이 결투를 끝내야 한다. 학생 수가 줄어들어 지방대학들의 위기가 시작된 지금이 적절한 시점이다.

과거와 달리 학교에는 이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이들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결정권을 나누어 가져야 한다. 학생들도 스스로 규약을 정하면 책임의식이 높아진다. 권력을 분산하면 결정권을 가진 자들의 부담도 줄어든다. 학급 내의 규칙을 아이들과 함께 만들고 교실 청소를 어떻게 할 것인지 토론하는 과정에 교과과정의 많은 것들을 녹여낼 수 있다. 지금의 교사들은 그 정도의 교과과정은 충분히 구성할 수 있다.

국가예산과 교육정책 사업을 성과지표로 평가하는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기관의 실적을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쏟아지는 수많은 정책들과 실적 위주의 경쟁의 부담은 교사와 학생에게 전가된다. 교사의 노동인권은 무시되고 학생의 주체성은 사라진다.

궁극적으로 관이 개입과 간섭을 줄이고 자신의 권력을 학교 구성원들에게 나눠줘야 한다. 권력을 나누면 책임도 분산되고 비대해진 학교의 의무를 줄이면 창의적인 활동이 가능해진다. 촛불집회 이후 권력의 분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한 아이들이 학교에 아직 남아있다.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시민들의 참여 의지도 높아졌다.

사회적 책임 나눌 수 있는 시민, 학교가 양성해야

지난 8년간 만났던 학교 안팎의 구성원들은 학교를 변화시킬 개인적 역량을 충분히 품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온갖 행정적인 일들이 늘어났음에도 교사들은 이를 수행했고 교육현장을 지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사회는 일대 혼란에 빠졌었다. 아이들이 학교를 안 가는 일은 단순히 방학의 연장이 아니었다. 교직원과 학부모 외에도 지역사회와 복지 등 국가 전체 행정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학교의 중요성을 재발견했고 학교의 역할이 더 복합적이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렇다면 이 기회에 다시 학교의 바람직한 모습을 다시 설정하고 이를 위해 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21세기의 학교는 사회적 책임을 나눠 갖는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데 목적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선 교사들이 학생들을 민주시민으로 길러내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학교 환경과 교육정책의 운영방식을 바꿔야 한다.


이하나 필자

지역교육네트워크 이룸문화공동체 히응 대표집필노동자. 2014년부터 안양지역에서 교육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민주시민교육을 비롯한 학교 협력 사업을 진행했으며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활동을 한다지역과 단체사람의 삶을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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