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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편집 2021. 12.07, 00:00

[장경상 칼럼] 이준석 ‘백일천하’ 그치지 말아야…윤석열 입당, 추석까진 성사되길

By | 2021년 6월 12일 | 선거의 시간, 정치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신임 당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6세-0선(選)의 야당 대표가 이끄는 신(新)보수 시대가 활짝 열렸다. 11일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후보는 43.8%를 득표해 2위인 나경원 후보(37.1%)에게 승리를 거두었다. 이 후보는 당원투표에서 3.5%포인트 뒤졌지만 국민여론조사에서 30.5%포인트 차이로 압승했다. 정치혁신과 세대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이 폭발한 것이다.
<피렌체의 식탁>은 장경상 필자의 글을 싣는다. 그는 지난 5월 23일 게재된 칼럼 “‘이준석의 반란’이 성공하면 세상에 어떤 일이 생길까?”를 통해 모든 언론매체의 보도를 리드하는 분석과 전망을 내놓았다. 전당대회가 열리기 20일 전이었다. 장경상 필자는 이번 칼럼에서 이준석 대표가 ‘백일천하’에 그치지 않으려면 꼭 지켜야 할 네 가지 원칙을 제시한 뒤 차기 대선 및 정권교체의 풍향을 짚어본다. 특히 윤석열 전 총장의 입당을 늦어도 추석(9월 21일) 무렵까진 성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현상을 계기로 바야흐로 한국 정치는 ‘추월의 시대’를 맞았다. [편집자]

#이준석 현상, 한국정치 역동성 표출
  차기 대선 9개월 남겨두고 안갯속
#’백일천하’를 막기 위한 조언 넷 

-新보수 기치로 중도의 바다 나서야
-공정·젠더 이슈, 폭 넓게 접근해야
-‘탄핵의 강’ 넘어 보수세력 교체를
-심판 역할보다 흥행의 마술사 되길

내년 3월 9일 치러질 제20대 대통령선거가 9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 정권교체와 세대교체가 맞물려 돌아가고 거기에 시대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까지 가세해 차기 대선 전망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게 됐다.

한국정치의 역동성은 역시 글로벌 탑(top) 수준이다. 나이든 ‘꼰대 세대’가 주류인 보수정당에서 불과 한 달 전에 상상조차 못했던 일들이 한 편의 정치드라마처럼 펼쳐졌다. 제1 야당의 대표를 30대-0선 정치인이 움켜쥔 것은 민주주의 선진국에서도 보기 힘든 일이다. 이준석은 과연 세대교체의 강(江)을 무사히 건널 수 있을까? 이준석 체제의 장애물은 무엇일까?

이준석 신임 대표는 2017년 ‘박근혜 탄핵’ 당시 정반대였던 두 적대세력이 함께 키워준 인물이다. 탄핵에 분노했던 당원들, 반면 탄핵에 환호했던 젊은 유권자들이 4년 만에 힘을 합쳐 이준석을 정권교체의 사령탑으로 선택했다. ‘이준석 현상’을 단순히 세대교체 바람으로만 봐서도, 그렇다고 정권교체를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만 봐서도 안 되는 이유다.

이준석 대표는 조직이나 팀워크보다 개인기에 의존한 단기필마의 장수였다. 그런 점에서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엄(M)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아울러 이르는 말)의 아이콘이자 신보수의 확실한 상징일지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항로는 지난 10여 년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필자는 이준석 대표가 앞으로 지켜야 할 원칙을 네 가지로 정리해봤다. 자칫 그의 리더십을 흔들 만한 변수들이다.

1. 뗏목 대신 큰 배로 갈아타라

이준석의 대표 당선을 한 마디로 압축하면 기성 정치권에 대한 통렬한 심판이다. 촛불시위의 열망을 ‘내로남불’로 짓밟은 집권여당 기득권에 대한 몽둥이, 지역·진영 갈등에 의존해 제 잇속만 챙겨온 야당 기득권에 대한 회초리다. 그럴듯한 명분으로 늘 근엄한 표정을 지었지만, 제 식구 챙기느라 여념 없던 5060 정치인에 대한 젊은 세대의 거부감이다.

어느 세대에 속하든 유권자들이 정치혁신과 시대전환을 열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나의 삶과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전진하길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 소명에 응답할 책임이 있다. 그러려면 이제껏 자신을 키워온 것들부터 버려야 한다. 정치 격언에 ‘강을 건너면 자신이 타고 온 뗏목을 버리라’고 하지 않았던가.

토니 블레어는 노동당 당수가 되어 ‘신 노동당(New Labour)’을 기치로 노조 권력을 축소하고 당헌에서 산업국유화 규정을 삭제하며 시장 역할과 기업 경쟁을 강조하는 제3의 길을 열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화물연대 파업이나 이라크 파병 앞에서 진보진영 지지층의 기대와는 다른 선택을 한 바 있다.

영국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은 ‘온정적 보수주의’를 표방하며 잉글랜드와 웨일즈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했고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으로 양극화 해소에 노력을 기울였다. 대처리즘과 전통 보수와는 다른 노선을 선택한 것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제 청년세대의 대표가 아니다. 이대남(이십대 남자) 대표는 더더욱 아니다. 국정운영의 한 축을 담당할 제1 야당의 대표다. 여당 대표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과도 마주앉아 국정 전반을 논해야 한다. 입법부터 예산까지 다양한 사안의 의사결정을 주도해야 한다. 한 번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 그 피해는 수많은 국민에게 미친다. 삶에 연습이 없듯 정치에도 연습이 없다.

기성 정치인들은 그동안 자신의 지지층이나 진영, 세력에만 집착해왔다. 그런 정치행태를 심판한 유권자들 덕에 이준석 현상은 탄생했다. 만약 이준석이 2030세대와 이대남에만 집착한다면 그것은 곧 자기부정을 낳고 만다. 여야 정치인의 최고 덕목은 국민 전체의 삶에 대한 책임이다. 세대교체도 시대전환도 그 덕목 앞에서는 수단에 불과하다.

1970년대 ‘40대 기수론’으로 등장한 YS와 DJ는 30여 년간 한국정치를 주도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젊은 피’로 등장한 586세대는 20여 년간 세상을 이끌어왔다.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MZ세대는 이제 시작이다. 아무리 그 주기가 짧다 해도 최소 10년 이상 한국정치의 중심에 설 것이다. 그들이 신보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중도’의 바다로 나아가려면 이제 더 크고 튼튼한 선박을 준비해야 한다.

2. 공정과 젠더, 이준석표 보수 가치로 정립하라

2030세대는 각별한 공정의식과 젠더갈등을 특징으로 한다. 그들은 2016년 정유라 사건, 2020년 조민 사건은 이름만 다를 뿐 본질은 같다고 말한다. 젠더 갈등도 공정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공정은 시대정신이자 이준석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이준석은 당대표 수락 연설문에서 공직자격시험과 토론배틀을 통한 대변인단 선발을 다시 강조했다. 공정의 실천방안이라는 거다. 지나친 기우일지 모르지만 시험과 경쟁만을 공정으로 인식하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

공정이 모든 분야에서 경쟁만능방식으로 적용되거나 능력주의나 성과주의로 연결되면 결국은 신자유주의로 환원된다. 이것은 국민 전체가 기대하는 공정과는 거리가 멀다. 보수 개혁의 시계추를 거꾸로 돌릴 수도 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이런 시행착오를 이미 겪었다.

공정은 2030세대만의 가치도 아니고 2021년에만 필요한 가치도 아니다. 세대와 시대를 모두 아우르고 관통한다. 공정이란 명분아래 경쟁과 시험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다가는 결국 제 몸을 벨 수 있다. 이준석 대표는 경쟁과 시험을 정치적 이벤트로 보여주려 말고, 좀 더 철학적으로 숙려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공정은 차기 대선과정에서 큰 전쟁터가 될 가치 영역이다. 2030의 입장에서만 공정을 바라보고 정치적 스탠스를 고집한다면, 이준석 대표는 정권교체 전선에서 ‘트로이의 목마’가 될 수 있다. 가치와 철학의 문제는 한번 원칙을 세우면 바꾸기 어렵다. 원칙의 일관성을 잃으면 바로 ‘내로남불’이 된다.

젠더갈등을 공정의 영역으로 접근하는 시각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2030세대의 남녀갈등은 그 세대만의 문제도 아니며 공정으로만 볼 수 없는 영역이다. 결혼, 저출생, 가족, 고령사회, 일자리 등 다양한 생활문화 변화와 직결되어 있다. 저출생·고령화사회를 감안하면, 젠더 갈등은 2030세대 남녀 간의 다툼 소재로만 보기에는 너무 중차대한 이슈다. 이대남의 관점에 집착하다 보면, 세대교체와 시대전환의 명분은 설 자리가 좁아진다.

이준석 대표는 젠더 이슈를 청년세대의 공정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폭 넓은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 2030 남성 지지 확대라는 전략적 차원을 넘어 신보수의 가치지향 목록에 ‘젠더’를 올릴 수 있다. 토론과 논쟁은 문제해결을 위한 과정이지 그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다. 토론을 위한 토론, 논쟁을 위한 논쟁은 정쟁과 다를 바 없다.

3. ‘탄핵의 강을 넘어 보수세력 교체를 주도해야

“저는 저를 영입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감사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저를 영입하지 않았다면 저는 이 자리에 서 있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제 손으로 만드는데 일조한 박근혜 대통령이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을 배척하지 못해 국정농단에 이르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을 비판하고, 통치불능의 사태에 빠졌기 때문에 탄핵은 정당했다고 생각합니다.”(6월 3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 연설문 중에서)

이준석 대표는 ‘태극기 부대’의 심장인 대구·경북(TK) 지역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정당했다’고 외쳤다. 이것을 인정해야 차기 지지도 1위인 윤석열 전 총장이 부담없이 입당할 수 있다는 명분과 논리를 앞세워서다. ‘정권교체를 위해, 이제 그만 탄핵은 묻고 가자’는 뜻으로 들린다. 젊은 패기가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탄핵의 강을 넘자’는 김무성, 유승민 등 이른바 ‘탄핵 찬성파’의 오랜 화두였다. 대선주자였던 유승민은 이 강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 지 오래다. “다시는 배신과 복수라는 무서운 단어가 통용되지 않을 것이며“라는 대목에서는 유승민의 족쇄까지 풀어줄 심산(心算)이 읽힌다. 어찌되었든 이준석은 야권 분열의 핵인 탄핵갈등을 제거하기 위해 정면 돌파를 시도했고 이것은 보기 좋게 성공했다.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탄핵의 분노마저 녹여버릴 정도로 강렬했다.

문제는 이것을 ‘탄핵을 잘했다’로 읽어서는 곤란하다는 사실이다. 극우 보수들이 유승민에게는 허락하지 않았던 도강(渡江)을, 이준석에게 허용한 마음을 잘 헤아려야 한다. 그렇지 않고 탄핵 찬성파들이 당내 권력을 좌지우지하면서 이를 차기 경선에 활용하려 든다면, ‘탄핵의 강’은 곧 분노의 역류가 될 수 있다.

‘탄핵의 강’은 세대교체라는 조건하에서만 건널 수 있다. 그것이 보수 지지층의 전략적 선택이다. 탄핵 찬성파든, 탄핵 반대파든 기존의 핵심인사들은 가급적 주요 당직에 얼굴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당원들도 국민들도 이제는 탄핵의 잘잘못을 따지는데 진절머리를 낸다. 촛불 정권에 대한 배신감은 탄핵마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으로 만들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당직 인선부터 당 운영의 크고 작은 사안에까지 세대교체를 제1원칙으로 삼아 일관되게 지켜나가야 한다. 잠시 어려움을 피하고자 구세대와 타협하거나 후원을 구걸한다면, 그것은 파멸을 재촉하는 길이 될 수 있다.

고려 말 신진사대부는 대지주 귀족에 맞서 평민사대부의 나라 ‘조선’을 개국했다. 조광조는 훈구파 권문세가에 맞서 사림의 도학정치시대를 열었다. 역사의 평가야 엇갈리지만 적어도 두 세력은 모두 이해타산에 빠진 모략·음모보다는 국운을 바로세우고자 하는 진정성으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데 기여했다. 젊은 개혁세력의 강점은 얄팍한 술수나 잔기술이 아닌 순수함과 진정성에 있다.

이준석 대표의 시대적 소명은 보수세력의 인적 교체와도 연결된다. 국민의힘 내부에는 극단적 반공보수가 많지만 탄핵 찬반으로부터 자유로운 그룹도 자리 잡고 있다. 예컨대 원내외 70년대생 그룹, 당내 청년당인 청년의힘 등이 그런 세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권영진 대구시장, 원희룡 제주지사와 같은 586세대 리더도 든든한 후원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준석은 차기 대선(3월)과 지방선거(6월)를 신보수 세력의 등용문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시대의 전환을 함께 추진할 세력을 결집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차원에서 두 차례 선거를 활용하면, 각계각층의 참신한 인재들을 배치할 자리는 적지 않다. 큰 조직의 장(長) 경험이 없는 이준석 대표가 리더십 역량을 발휘할 장(場)을 펼칠 수 있다.

모든 변화에는 저항과 역풍이 따르기 마련이다. 올 가을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반(反) 이준석 세력들이 개혁 드라이브를 견제하는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이준석 입장에선 당심보다 민심을 늘 판단의 척도로 삼아야 한다. 6·11 전당대회의 당심은 민심을 뒤따랐다. 민심을 이기는 당심이란 오래 가지 못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최근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2012년 4월 여의도 새누리당 중앙당사에서 당시 이준석 비대위원(당시 27세)이 박근혜 19대 총선 중앙선대위원장과 함께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 노련한 심판보다 흥행의 마술사가 되기를

이준석 대표가 당면한 최대 과제는 정권교체의 기틀을 당 안팎에서 정비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망론 덕에 내년 대선 구도는 요즘 야권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이준석 체제는 일단 순풍 속에서 출범하는 셈이다.

그런데 정권교체 확률이 높아진 것은 돌이켜보면, 불과 4~5개월 만에 형성된 흐름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두 차례 경선 흥행이 자리 잡고 있다. 3·23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후보 경선, 6·11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이다. 대선 경선에서도 이런 흥행 흐름을 이어나가야 한다. 중도성향의 정치 팬덤들은 ‘경선흥행 시즌 3’를 학수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이준석 대표의 임기는 2년, 즉 2023년 5월까지다. 그때까지 해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차기 경선의 엄정한 관리자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노련한 심판이 되기보다는 ‘흥행의 마술사’에 가까워져야 한다. 차기 대선은 아직 9개월이나 남았다. 최소한 두 차례 이상 흐름이 바뀔 수 있는 시간이다. 윤석열이 여권의 차기 주자들을 압도하며 지지율 1위를 질주하고 있지만 윤석열의 입당이 곧 대선 승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준석 대표는 그래서 비전과 정책과 인물 모든 면에서 쉼 없는 경쟁과 혁신을 주문해야 한다. 스타플레이어가 등장할 만한 경선흥행방식을 발굴한다면, 그렇게 해서 대선후보 경선이 또 한 번 대박을 친다면, 내년 대선은 보수 야당의 ‘역전극’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당 바깥에 산재한 유력 주자군과의 관계 정리부터 서둘러야 한다. 당장 홍준표 의원의 복당 문제부터 결정해야 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합당 문제도 매듭을 져야 한다. 윤석열 전 총장의 입당은 늦어도 추석(9월 21일) 무렵 가시화되는 게 좋다.

이준석 입장에서는 서둘러봤자 사실 득이 될 게 없는 사안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들을 뒤로 미루거나 미온적 태도로 일관한다면, 야권 지지층은 당대표의 공정성에 의심을 갖게 된다. 반대 세력은 이준석 비토의 빌미를 찾을 것이다.

이준석의 시간은 정치일정상 그리 길지 않다. 국민의힘은 차기 대선 D-120일인 11월 초까지 대선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한 달 남짓의 경선일정을 감안하면, 늦어도 8월 중에는 경선 관리기구를 발족해야 한다. 차기 경선국면이 시작되면 스포트라이트는 차기 후보군에게 쏠릴 것이다. 이후 대선 후보가 선출되면 이준석은 선대위원장으로 뛸 가능성이 크다.

요컨대 이준석 대표는 길어야 서너 달 동안 자기 실력과 성과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많이 빠듯하다. 차라리 당 바깥의 대선후보들을 끌어들여 그들의 에너지를 개혁과 흥행의 동력으로 활용하는 게 더 나을지 모른다. 나이로나 경륜으로나 노련한 경선관리자 노릇을 하는 게 쉽지 않다면, 차라리 기존 틀에서 벗어난 경선 방식을 통해 ‘이준석다움’을 보여주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36세의 정치인 이준석에게는 앞으로도 수십 년의 정치인생이 기다리고 있다. 호흡을 길게 가져가면, 시간은 어차피 이준석 편이다.

#아시아 최고 수준의 민주주의를 보여줄 때

‘이준석 현상’을 계기로 해외 언론들은 한국의 정치혁신과 차기 대선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은 세대교체 바람과 신보수의 등장을 예의주시하는 것 같다. 민주화에 목마른 동남아 국가에선 신선한 충격을 받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명실상부하게 아시아 최고의 민주주의국가로 자리매김할 단계에 이르렀다. 중국은 물론 일본, 대만, 싱가포르에서 꿈도 못 꾸는 정치현상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일본의 경우 세습-파벌 정치와 자민당 장기집권으로 인해 정치적 역동성은 날로 퇴화되고 있다.

미래세대의 간판으로 떠오른 이준석 대표는 한국식 진보-보수의 건전한 경쟁 시대를 열어야 한다. 국내 이슈뿐만 아니라 외교안보, 글로벌 차원의 쟁점을 놓고도 여야 대표끼리 거침없이 토론하는 정치인 상(像)을 보여줘야 한다. 여야 협치를 통해 국가적 난제들을 풀어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정치는 삼류’라는 오래된 조롱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한국 정치의 업그레이드는 그에게 부여된 또 하나의 소명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지만 모처럼 찾아온 변화와 쇄신의 바람을 타고 한껏 상상의 세계를 달려본다.

※알림
<피렌체의 식탁>은 오는 16일 오후 3시부터 두 시간 동안  유튜브 메디치미디어 채널(링크)을 통해 <이준석이라는 현실: 세대교체인가? 시대교체인가?>라는 주제로 긴급대담을 준비했습니다. 우리 눈 앞의 현실이 된 30대, 0선의 제1야당 당대표 시대, 내년 3월 대선까지 정국은 어떻게 전개되며 여야 차기 경선과정에서 ‘청년정치’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망하는 자리가 될 겁니다.
이양수 <피렌체의 식탁> 부문대표가 사회를 맡고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성한용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임명묵 작가(<K를 생각한다>), 장경상 국가경영연구원 사무국장이 패널로 참여합니다. <피렌체의 식탁> 독자님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장경상 필자

국가경영연구원 사무국장. 문학박사(고전번역).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을 역임했다. 공저로 <새 정부에 바란다>가 있다. 현재는 국가경영연구원에서 리더십연구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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