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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호 칼럼] 청년기본건강 위한 ‘건강세’ 도입을 추진할 때

by | 2021년 6월 9일 | 정책

이 사진은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연합뉴스)

내년 3월 차기 대선을 앞두고 2030세대를 겨냥한 선심성 공약들이 잇따른다. 기본소득, 안심소득을 시작으로 대학 안 간 청년에게 해외여행비용으로 1000만원, 군 복무를 마치면 3000만원 지급 같은 아이디어들이 쏟아진다. 그러다 보니 맞춤형 복지, 재정 건전성은 뒷전으로 밀린다.
가정의학을 전공한 윤영호(57세) 서울의대 교수는 2030세대의 정신건강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지적한다. 국민정신건강실태 조사 결과 젊은 세대의 ‘우울 위험군’ 비율은 25% 수준까지 올라갔다. 특히 젊은 여성의 자살률이 높아져 걱정스럽다. 일자리가 줄고 사회적 돌봄 대상에서 소외된 이들이 많아져 ‘건강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윤 교수는 “젊은 세대의 건강을 챙길 국가적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건강세 도입과 지역별 맞춤형 지원방안을 제안한다. [편집자]

#팬데믹 이후 2030세대 건강 악화
  몸과 마음 다스릴 복지 지원책 시급
#건강 위협하는 제품에 ‘건강세’ 도입
  국민건강 증진 위해 재원부터 마련
#상담, 힐링 센터 등 시스템 체계화
  5060세대가 멘토로 삶의 지혜 전수
#ESG 기업과 메타버스 ‘건강 아바타’
  평생건강 위한 맞춤 서비스 만들자

코로나19 위기가 본격화되기 직전 모 일간지와 함께 임신·육아 기획취재를 위해 포커스집단 인터뷰를 했던 적이 있다. 필자는 20~30대 젊은이 6명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586세대가 좀체 이해하기 힘든 발언들을 접했다. 아니, 충격적이었다.
“나 먹고 살기도 힘든데 왜 애를 키워야 하느냐?”
“내가 번 것을 왜 애들에게 나누어줘야 하느냐?”
“이런 힘든 인생을 애들에게 살게 하고 싶지 않다.”

그런 말을 듣다가 화가 났다. 결혼, 출산, 육아를 포기한 채 독신생활에 안주하려는 도피심리를 느꼈기 때문이다. 이른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풍조에 빠져있음을 절감했다.
그러나 젊은 세대와 대화를 나눌수록 그들의 고민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들 삶의 위기와 목표, 건강 문제를 걱정하게 됐다.
예컨대 2018년에 1200여 명을 면접 조사한 결과 20대에서는 자신들의 인생 위기를 ▲실직/구직(24.4%) ▲과도한 업무/피로(13.5%) ▲경제적 어려움(9.1%)이라고 답했다. 이에 비해 30대에서는 ▲자녀 양육(24.3%) ▲과도한 업무/피로(13.5%) ▲대출 및 부채상환(9.5%) ▲경제적 어려움(8.1%) 순이었다. 2030세대의 인생 목표는 역시 안정된 직장, 건강한 가족이었고, 그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 역시 녹록치 않았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젊은 세대의 엄청난 스트레스를 잘 모른 채 그들을 무작정 비판했던 게 부끄러웠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비혼-독신-무자녀’를 지지하는 비율이 50%를 넘는다. <세습 중산층 사회>라는 책이 나올 만큼 계층이동 사다리는 사라지고 있다.
50대 이상의 기성세대 중에선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을 들은 이가 많다. 지방에서 태어난 필자도 서울로 올라와 어렵사리 대학을 다니며 몇 번의 위기를 겪었다. 민주화 시위와 실존주의에 빠져 자살을 생각했던 적도 있고, IMF 위기로 직장에서 밀려난 경험도 있다. 그 해 겨울, 살갗을 파고든 추위가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코로나19 , 청년들의 심신을 병들게 하다

요즘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다행이다. 팬데믹이 완전히 끝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경제활동이나 일상생활은 점차 정상화될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이전과 이후가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비(非)대면과 디지털경제의 확산으로 좋은 일자리는 좀체 늘어나지 않을 것 같다. 2030세대가 경제적 곤궁 못지않게 몸과 마음의 건강 악화로 더 많이 고생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는 배달음식 주문이 늘고 개인 운동량이 부족한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정신건강도 취약해졌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건강이 가장 나빠진 연령대는 20~30대였다. 우울증에 빠지거나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도 다른 연령대보다 높다. 경제난에 빠진 젊은이들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서울의대와 중앙콘텐츠랩의 공동 조사결과에 따르면 20대들의 건강악화 건수는 3년 새 11배나 증가했고 우울증과 자살 생각도 3배 정도 증가했다. 이들이야말로 팬데믹으로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집단일지 모른다.

유·무형 맞춤 건강복지 지원책 시급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젊은이들을 위한 건강복지정책을 제안하고 싶다. 기본소득이든 안심소득이든 그들에겐 장래를 준비하기 위한 종자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단순한 현금지급에 그쳐선 안 된다. 정밀한 유·무형 맞춤 서비스가 필요하다. 몸이 아플 경우 치료가 끝난 후 반드시 사후관리를 하듯 그들 스스로 인생 위기를 진단하고 삶의 목표를 세울 수 있도록 ‘건강-인생’에 대한 코칭(coaching)을 제공해야 한다.

사람들은 지금 몸에 붙은 생활습관으로 인해 20~30년 이후 건강수준이 결정된다. 젊은이들은 겉으로 봐 튼튼할지 몰라도 심각한 질환을 앓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 더욱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번 나빠진 생활습관은 쉽게 고칠 수 없다. 그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고 유전적 변화가 유발돼 언젠가 성인병과 암(癌)으로 고통 받게 된다. 아프리카 속담에 이르길, 나무를 심기에 가장 좋은 때는 20년 전이고, 그 다음으로 좋은 때는 바로 지금이다. 100세 시대를 앞둔 지금, 젊은이들의 건강복지 지원책은 그래서 더욱더 절실하다.

지난 3월 11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청년의 생애과정에 대한 성인지적 분석과 미래 전망 연구’ 결과. 청년층 여성 세 명 가운데 한 명 이상은 지난 1년간 극단적 선택을 하고 싶은 충동을 한 번이라도 느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래픽=연합뉴스)

정신건강을 위한 코칭 시스템 체계화 

첫째, 젊은이들이 정신건강을 잘 챙길 수 있도록 국가 인프라를 정비해야 한다. 2019년에 10~30대의 사망원인 1위는 뜻밖에도 자살이었다. 총 2043명, 하루 5.6명이 세상을 떠났다. 특히 20대의 사망원인 중 51%가 자살이었다. 삼풍백화점 붕괴(502명), 세월호 침몰(304명) 때보다 훨씬 많은 젊은이들이 허무하게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그럼에도 기성세대는 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모른 척하고 있다. 이젠 청소년을 위한 코칭 상담이나 힐링 센터를 체계화해야 한다.

둘째, 5060세대가 심리상담, 코칭, 힐링의 조력자로 나서도록 교육훈련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기성세대는 지난 70여 년간 험난한 역사 속에서 몇 번씩 인생 위기를 극복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런데 젊은 세대는 삶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자기들에게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
필자는 40대 후반이던 시절 국립암센터에서 서울대로 옮겼다. 늦깎이 신입 교수로서 할 수 있는 수업이 뭐가 있을까 궁리하던 차에 ‘신입생 세미나’를 주목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행·성·인’ 세미나를 개설했다. ‘행복, 성공, 인생에 대한 고민’을 얘기해보자는 취지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5060세대 부모들이 자기 가정에서 자식들을 코칭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재능기부 방식으로 집 바깥에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설계해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은퇴 세대에겐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하고 젊은 세대엔 멘토-멘티 방식으로 삶의 지혜를 전수할 수 있다. 세대 갈등을 완화하는 방안은 기성세대가 먼저 젊은이들을 이해하고 그들을 배려하며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건강세’로 국민건강 증진 재원 마련

셋째, 젊은 세대에 대한 동기부여와 민간 기업들의 참여가 무척 중요하다. 디지털혁명 시대에 맞춰 젊은이들이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건강 아바타’를 활용해 현재-미래의 건강상태를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다. 여기에선 정서적 문제뿐만 아니라 흡연, 음주, 비만, 게임 중독 등을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우리 사회는 경제적 격차와 건강 불평등의 확대라는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건강공동체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과 디지털 전환의 수혜를 가장 많이 본 게임회사, 플랫폼 업체, 금융회사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야 한다.

요즘 기업들은 ESG, 즉 환경, 사회적 책임, 거버넌스에 부쩍 관심을 쏟고 있다. ESG에 뒤처진 기업은 연기금, 투자은행의 투자를 받지 못하거나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대상이 될 수 있다. 젊은이들의 건강은 기업 경영에도 무척 중요하다. 그들은 미래의 고객이자 노동자이자 이해관계자다. 기업들이 앞장서서 지자체나 사회적 기업들과 손잡고 맞춤형 지원책을 강구해 보자.

넷째, 국민건강 증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담배, 설탕, 술, 게임, 인스턴트식품과 같은 건강위협제품에 ‘건강세’를 매겨야 한다. 예를 들면, 설탕세, 게임세, 비만세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건강세 도입에는 응답자의 약 70% 정도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젊은 세대와 건강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사회적 투자를 확대하면 건강 양극화 현상도 부분적이나마 해소해나갈 수 있다. 또한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제품·서비스에 건강세를 매길 경우 관련 업체들이 미래성장 동력인 친(親)건강 산업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현금지원 사탕발림 아닌 ‘보약’ 고민해야

우리 정부는 매년 국민건강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날로 악화되는 비만, 정신건강, 건강불평등 같은 현안과 관련 통계를 기계적으로 나열한다. 그리고 대책 발표의 말미에는 ‘개인 책임’이라는 뉘앙스로 국민 개개인의 노력을 당부한다. 그걸로 끝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국민들의 기대수명은 늘어나는 반면 건강수명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매우 우려할 대목이다. 100세 시대에 만성질환을 앓고 살아야 하는 기간은 삶의 불행이자 국가적 재앙이다. 그럼에도 어느 부처의 장차관이나 공무원도 노후건강을 둘러싼 정책 실패에 대해 반성하거나 책임을 지지 않는다. 모두들 재정 부족 탓을 하곤 그만이라는 표정을 짓는다.

지금 노년세대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를 위한 치료중심 건강보험체계와 예방중심의 건강공동체 인프라를 동시에 가동하는 게 필요하다.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국민건강 100세’의 로드맵과 액션플랜을 세워 국가적으로 실천해 나가야 한다.
특히 20~30대 젊은이와 건강취약계층에게 맨 먼저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름만 거창한 ‘XX대책’, ‘OO플랜’을 발표한 후 용두사미 식으로 끝나선 안 된다. 그러려면 재정 확보 방안부터 고민해야 할 것이다. 가장 쉽고 빠른 답은 역시 건강세 도입이다. 조세 저항을 막기 위해 세금 부과 대상·방식, 재정 설계, 운영방안을 제시해 국민들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내년에 치를 3·9 대선이 9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차기 후보들은 현금지원이라는 사탕발림에 매달리지 말고 젊은 세대의 평생 건강과 체력을 보충시킬 보약(補藥)을 고민해야 한다.


윤영호 필자

서울의대 교수. 국립암센터 기획조정실장, 서울의대 건강사회정책실장, 연구부학장,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연구소장,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습관이 건강을 만든다>,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나는 한국에서 죽기 싫다>, <암을 이겨내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 <나는 죽음을 이야기하는 의사입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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