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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인터뷰] 메타버스를 규제? 건국하는 마음으로 ‘디지털 기본권’부터 확립하라

By | 2021년 6월 2일 | 정책

국내 ICT분야 전문가로 손꼽히는 정지훈 박사

과기정통부가 지난달 중순 민관 협력체 ‘메타버스 얼라이언스’ 출범식을 개최했다. 오는 2025년 연관 매출이 약 28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는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조치다.
<거의 모든 IT의 역사> 등을 쓰고 국내외에서 ICT분야 전문가로 손꼽히는 정지훈 박사(모두의연구소 최고비전책임자)는 메타버스 시대의 도래를 일찌감치 예견해왔다.(팬데믹과 만난 IT, ‘메타버스’ 시대 온다)
정 박사는 최근 <피렌체의 식탁> 인터뷰에서 VR기기인 ‘오큘러스 퀘스트2’ 덕에 메타버스와 관련된 디바이스(device) 및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급속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한국이 미국과 함께 중국, 일본을 제치고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나오고 있는 콘텐츠의 부가가치와 ‘소프트 스킬’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선 “메타버스 시대의 인프라 확충과 네트워크 접속을 기본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메타버스 세계 안에서의 법적인 기준을 세우는 일에 정부가 큰 원칙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편집자]

#메타버스 산업화 지원 나선 정부
  4년 뒤 시장은 2800억$로 커질 듯
#’오큘러스 퀘스트2’가 판도 바꿔
 스마트폰 보급 초기 양상과 비슷
#한국, 콘텐츠 측면 경쟁력 앞서
 융합 관련 ‘소프트 스킬’도 장점
#정부, 인프라 확충에 무게 둬야
  규제가 혁신 걸림돌 되면 안 돼

▲메타버스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면?

-디지털 세계와 아날로그 세계가 분리되지 않고 서로 종속되어 있는 세상이 결국 메타버스(metaverse)라고 할 수 있다. 즉 아날로그와 디지털로 이원화된 세계가 하나가 되는 과정을 총칭하는 단어로 이해하면 쉬울 듯싶다.
지금은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 사물인터넷 등 ICT 분야에서 각자 분리되어 있던 것들이 하나의 개념으로 이해되고 융합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가교 역할을 한 게 바로 스마트폰이다.
이제 스토리 리빙(story living), 즉 스토리 안에서 살아가는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던 세계를 사람들에게 주려고 하는 것이다. 나아가 새로 만들어진 세계와 개인 사이에 이뤄지는 상호작용을 어떻게 경제시스템으로 연결시키고 비즈니스로 갈 것인가? 이런 관점에서 메타버스를 인식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의 마지막 단계에 왔다고 보면 된다.

▲ICT업계 관계자 외에는 메타버스가 아직 생소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다.

-지금은 생필품처럼 된 스마트폰을 예로 들어보자. 스마트폰이라는 개념 자체는 생각보다 오래전에 만들어졌다. 예전에도 스마트폰을 상상했지만 일종의 ‘꿈의 기술’ 같은 것이었다. 관련 기술들이 축적되고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발매하면서 비로소 시장에 스마트폰이란 게 출현했다. 그런데 기억을 되돌려보면 스마트폰이 나왔다고 해서 바로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지는 않았다. 2007년 아이폰은 6개월간 136만 대 정도 팔렸다. 미국 인구가 3억5000만 명인 것을 고려해보면 극히 적은 물량이다. 이후 2008년에 1000만 대를, 2009년에 2000만 대를 각각 팔았다.

한국에는 그 무렵에 스마트폰이 들어왔다. 스마트폰 보급과정을 보면, 처음 시장에 나온 후 5~6년이 지나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스마트폰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스티브 잡스가 처음 생각했던 스마트폰에는 앱스토어가 없었다. 하지만 다양한 앱에 대한 수요가 커졌고 아이폰3를 발매하면서 앱스토어가 만들어졌다. 유저 베이스가 늘어났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참고로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 스마트폰 보급대수는 약 35억 대다. 세계 인구의 절반 가량이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약 95%선이다. 불과 10여 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결국 메타버스 관련 생태계가 구축되어야만 일반 소비자들도 체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메타버스의 중요한 기술인 VR만 해도 21세기 초반 잠깐 주목을 받다가 여러 문제로 관심이 사그라졌다. 하지만 오큘러스라는 벤처회사에서 VR 헤드셋 기기를 내놓았고 오큘러스를 페이스북이 2014년 약 20억 달러에 인수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오큘러스 퀘스트2’가 나왔는데 이전에 나왔던 VR기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40만 원대 초반으로 가격이 낮게 책정되었고 VR 경험에 대한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올 만큼 종전 기기들에 비해 완성도가 훨씬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현재 ‘오큘러스 퀘스트2’가 출시 후 지난해 연말까지 300만 대 팔렸다고 봤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올해 상반기까지 1000만 대를 넘어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이폰도 1000만 대를 넘어가는 시기부터 스마트폰 생태계가 구축되기 시작했다.

유튜브나 웹사이트에서 ‘오큘러스 퀘스트2’ 구매 후기들을 읽어보면 ‘압도적인 경험’을 했다는 평이 많다. 그런 후기들을 보면서 ‘드디어 VR 분야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겠구나’ 싶었다. 나 역시 ‘오큘러스 퀘스트2’ 사용자다. 물론 아직도 갈 길은 멀다. 관련 소프트웨어 시장이 크지 않고 기기 자체로도 착용 시 이질감이나 배터리 문제 등 개선해야 할 사항이 많다. 하지만 ‘오큘러스 퀘스트2’를 기점으로 VR의 새로운 시장, 새로운 세계가 열렸고 메타버스 시대가 한층 더 가까워졌다.

▲‘오큘러스 퀘스트2’ 만으로 메타버스 진입을 점치는 건 아직 섣부른 판단 아닌가?

-애플이 최근 VR 디바이스 개발 쪽으로 회사 방향을 선회했다.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아예 사들이고 있다. 미래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다. 애플의 VR기기는 라이다(Lidar) 센서를 탑재할 것으로 보이는데 라이다가 들어가면 5m 정도의 3차원 공간을 그릴 수 있어 2018년 개봉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과 비슷한 상황이 구현될 수 있다.

사실 ‘오큘러스 퀘스트2’ 같은 제품이 등장한다는 거 자체가 이른바 메이저 시장이 형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다른 기업들도 전력투구를 할 수밖에 없다. 즉 VR 관련 디바이스의 공급 체계가 우상향 하는 쪽으로 확대되고 그다음은 VR과 관련한 소프트웨어의 공급 사이클이 만들어진다.

이게 10여 년 전 입체로 보는 3D TV가 주목받을 때와 다른 지점이다. 3D TV는 디바이스와 콘텐츠 측면에서 시장을 바꿔 놓을 만한 무엇이 나오지 않았다. ‘오큘러스 퀘스트2’는 기기 자체도 많이 팔렸지만 오큘러스 스토어가 지난 6개월간 발매된 소프트웨어 실적을 보면 100억 원대 매출을 기록한 게 6개가 나왔다. 이제 개발사들이 VR을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 환경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도 된다고 판단할 것이다.

페이스북이 구상한 미래 사무실 ‘인피니트 오피스’ 콘셉트 사진. 가상현실(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2’를 착용하면 앞에 컴퓨터가 없어도 기존 사무실에서처럼 일할 수 있다. (사진=페이스북 제공)

▲메타버스와 관련해 한국이 선도할 수 있는 영역이 궁금하다?

-미국 외에 메타버스와 관련해 가장 앞서 나갈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다. 일단 미국은 스마트폰을 내놓은 것처럼 오큘러스 같은 VR기기 등을 선점하고 많은 소프트웨어를 내놓으며 메타버스와 관련한 기술과 소프트웨어에서 늘 선두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콘텐츠 측면에서 한국은 경쟁력이 있다. 메타버스에서 중요한 건 가상세계를 구축하는 ‘세계관’이다. 이 지점에서 특히 한국이 지닌 K-콘텐츠, 즉 BTS 같은 전 세계적인 아이돌 스타나 웹툰, 영화, 드라마 등 세계관을 만들 수 있는 콘텐츠 역량을 갖추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경쟁력은 충분하다.

여기에 사람들이 간과하는 게 있다. 즉 한국의 콘텐츠 분야는 창작자들이 많이 나오고도 있지만,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다른 분야에 접목시켜 사업을 만들 수 있는 노하우를 갖춘 이들 역시 한국에 모여있다는 점이다. 콘텐츠 자체도 중요하나 이런 콘텐츠를 엮고 융합하는 이른바 ‘소프트 스킬’(soft skill)이 뒷받침되어야 발전할 수 있다. 한국은 소프트 스킬 측면에서 큰 가능성을 갖추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과 비교해도 이 부분에서 확실히 우위에 서 있다.

▲그렇다면 한국이 중국, 일본에 앞서면서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보는가?

-디바이스 기반의 테크 분야에서 한국이 선도할 확률은 높지 않다. 미국이나 중국의 IT기술은 분명히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에서 세계관을 만들어내는 콘텐츠 분야는 한국이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메타버스의 플랫폼은 다양하게 나올 것이다. 그 지점에서 글로벌 팬덤을 가지고 있는 한국 엔터테이너들이 결합할 것이고 이들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진다. 일본도 콘텐츠 측면에서는 강국이지만 콘텐츠 간의 융합적 접근이나 저작권 문제 등에서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특히 일본의 만화를 보면 그런 지점이 확연하다.

일본 만화의 경쟁력은 분명  압도적이었다. 아직도 작품의 수준이나 종류에 있어서 다른 나라들이 따라잡기 힘들다. 하지만 한국이 인터넷 기반의 웹툰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인터페이스와 모바일 시대의 변화에 맞게 꾸준히 만화의 형식과 내용을 업그레이드해 왔다. 여기에 작가를 발굴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시스템도 발전했다. 여러 웹툰 플랫폼 간에 경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일본은 여전히 출판을 기반으로 한 만화산업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 새로운 세대가 출현하고 그들에 맞게 변화를 해야 하는 데 그 지점에서 일본의 약점이 뚜렷하다.

결국 메타버스의 세상에서는 풍부하고 매력적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스토리 IP(Intellectual Property)가 두각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카카오와 네이버가 웹툰을 중요시하고 웹툰 사이트를 인수하는 이유다. 디즈니나 넷플릭스를 보면 굉장히 다양한 IP세계를 창조하고 그 세계를 계속 확대해 나가고 있다. 새로운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여러 메타버스의 세계관 중에서 어떤 메타버스 세계관이 사람들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인가. 이 지점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IP를 보유하는 기업들이 시장에서 우위에 설 것이다.

▲자본을 갖춘 대기업들이 메타버스 세계관 경쟁에서 유리할 거라고 보는가?

-기존의 대기업들이 IT나 콘텐츠 분야에서 잘하지 못한다. 특히 대기업들은 Z세대의 정서와 변화를 읽고 대응하는 측면에서 뒤떨어진다. 때문에 요즘 스타트업들은 대기업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단순히 돈으로 밀어붙인다고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거나 사용하지 않는다. 순식간에 입소문이 퍼져서 마케팅이랑 연결되는 게 요즘 트렌드다. 대기업은 속도 경쟁과 고객 대응 측면에서 스타트업에게 밀린다.

때문에 대기업은 직접 나서기보다 투자를 하는 게 더 낫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계속 업계 정상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이유가 바로 투자를 통해 스타트업을 사들이고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반도체나 가전 같은 장치산업을 기반으로 한 분야는 여전히 대기업이 잘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을 빠르게 파악하면서 스스로 진화, 발전해야 하는 분야는 대기업이 직접 뛰어드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

▲메타버스 세계가 마냥 장밋빛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

-우선 블록체인 기술 외에도 수많은 기술들이 더 필요하고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지점이 많이 남아 있다. 이 외에도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융합된 세상, 특히 디지털 안에서 도덕윤리적인 문제, 안전 문제 등도 발생할 것이다. 또한 메타버스 안에서 여가를 즐기고 놀 수 있다는 느낌도 주어야 한다. 마치 나라를 세우는 건국 과정과 다르지 않다. 사회의 모든 분야가 융합해야 하고 정부도 기준을 잘 잡아줘야 한다.

▲정부의 역할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안하자면?

-정부는 법률적인 측면에서 역할이 크다. 디지털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에 대비해 디지털 세계에 맞는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 또 디지털 세계에서 무엇이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거나 불안하게 할 것인지 파악해 그런 점들을 해소해주는 게 중요하다. 또한 다양한 영역 간에 크로스 오버를 통해 디지털 세계에 걸맞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현실의 법률 체계를 그대로 적용시키려 하면 안 된다.

그리고 정부는 메타버스 관련 규제를 하기보다 기술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또한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것도 이제 기본권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네트워크의 공공성도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결국 메타버스와 관련한 혁신 과정을 정부가 막거나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그와 관련된 인프라를 확대하고 접근성을 올리는 데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부모세대에게 메타버스는 자녀들의 공부를 방해하는 컴퓨터 게임처럼 여겨진다. 또한 가상세계 안에서의 폭력이나 음란물 등에 대한 우려도 많다.

-디지털 세계의 예절은 아이들이 더 잘 지킨다. 처음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 커뮤니티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지침을 아이들끼리 만들어가고 그 룰을 존중한다. 디지털 세계 안에서 어른들보다 더 사회적 예절을 잘 지킨다.  오히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배워야 한다. 지금 디지털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어린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법과 제도를 바꿔줄 필요가 있다. 그들을 계도하려는 활동 자체가 난센스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지금 아이들이 만들어놓은 디지털 세계를 향해 세상은 갈수록 빠르게 ‘트랜스폼’ 될 것이다.

글·사진=김용운 편집장


정지훈 박사

모두의연구소 최고비전책임자. 정부 기관과 수많은 기업체에서 미래 트렌드와 전략에 대해 자문하고 있다. 한양대 의대를 졸업한 후 서울대 보건정책관리학 석사, 미국 남가주대학(USC)에서 의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어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 《미래자동차 모빌리티 혁명》 《거의 모든 IT의 역사》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내 아이가 만날 미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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