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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의 리더의 말과 글] 확신과 의심, ‘틀린 답’보다 모르는 채 사는 게 더 낫다

by | 2021년 6월 1일 | 기획 · 연재, 박상현의 '리더의 말과 글'

미국의 물리학자 故 리처드 파인만. (사진=BBC 제공)

지난 몇 년 동안 가짜뉴스(fake news)는 소셜미디어를 타고 팩트를 중시하는, 혹은 중시하는 척이라도 하는 전통 미디어의 영향력을 누르고 빠르게 확산되어 왔다. 확증편향을 부르는 증폭의 알고리듬을 탄 가짜뉴스를 접한 사용자들은 평소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내용을 확인해 주는 콘텐츠를 만나는 순간, ‘내 생각이 역시 맞았구나’라고 확신하게 된다.

그런데 이때 느끼게 되는 확신은 배운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별 차이가 없다. 아니, 똑똑한 사람일수록 가짜뉴스에 더 잘 속는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미국에선 젊은 유권자들이 가짜뉴스에 더 잘 속는다고 한다. 하지만 나이든 공화당 지지자들일수록 가짜뉴스를 더 열심히 공유한다고 한다. 지난해 가을 대선 이후 미국이 겪는 정치적 혼란의 많은 부분이 여기에 기인한다.

가짜뉴스를 믿는 사람들이 확신하는 이유

가짜뉴스에는 누구나 속을 수 있지만, 그것에 확신을 갖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더닝-크루거 효과라는 것이 있다. 인지편향의 한 형태로, 무지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지식과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유능한 사람은 반대로 자신의 능력을 실제보다 낮게 평가한다는 이론이다. 가짜뉴스를 믿는 사람들일수록 유난히 그걸 더 확신하는 이유를 얼핏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의 남부 주(州)에서 현재 진행되는 LGBTQ 커뮤니티에 대한 탄압의 법제화 시도는 대부분 보수 기독교인들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다른 많은 기독교인들은 보수 기독교인들이 성경에서 가장 중요한, 가장 핵심적인 가르침을 외면하고 자신이 가진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에 맞는 구절을 성경에서 찾아내 탄압에 이용한다고 비판한다.
※LGBTQ는 성소수자들을 이르는 말이다. LGBT는 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Q는 queer(성소수자 전반) 혹은 questioning(성 정체성에 관해 갈등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렇다면 정말 기독교의 성경은, 거기에 등장하는 신은 어떤 이야기를 하는 걸까? 여기에서 그 이야기를 살펴볼 수는 없겠지만, 사람들이 가진 확신에 대해서 생각할 만한 두 사람의 말을 가져왔다. 하나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입법이 진행 중인 미국 아칸소 주에 사는, 트랜스젠더 아이를 가진 한 아버지의 말이다. 또 다른 하나는 전설적인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말이다.

신의 뜻대로 행동한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먼저 크리스 애틱이라는 아칸소 주에 사는 아버지의 이야기. 아칸소 주의회는 이 차별적인 법을 입법하는 과정에서 이 법안에 찬성하는 유권자와 반대하는 유권자들의 말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단 3분의 증언 시간을 준 반면, 찬성하는 이들에게는 40분 넘는 시간을 허용했다. 반대 증언자가 많기 때문에 시간을 적게 할애했다는 것이 공화당 의원들의 주장이다. 결국 찬반 양쪽에 각기 똑같은 시간을 할애했으면 족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아버지는 이에 항의하면서 마이크가 꺼진 후에도 자신의 발언을 이어나갔고, 그게 공무집행을 방해한 것이라는 이유로 의회에서 체포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는 무슨 말을 했을까?

저는 오늘 제가 하는 이야기가 여기에 계신 위원회의 생각을 절대 바꾸지 못할 것을 알고도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여러분은 이 법안을 전체 의회에 넘겨서 통과시키려고 작정하고 계십니다. 여러분은 이 법안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것을 알고 있고, 연방법원에 가면 무효화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연방 대법원은 이미 미국의 트랜스젠더는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닐 고서치(트럼프가 지명한 보수 판사–옮긴이) 대법관도 다른 다섯 명의 대법관 편을 들었습니다. 그럼 6명입니다. 대법원의 과반수가 트랜스젠더를 차별하는 게 성차별이라는 의견을 낸 것이고, 성차별은 미국의 헌법을 위반한 것입니다.
I come here today knowing full well that nothing I say will persuade this committee. You’re hell-bent on passing this bill and running it through the rest of the legislature. You know that this bill is unconstitutional and will not survive Federal Courts. The Supreme Court has already found that transgender Americans are protected from discrimination. Justice Neil Gorsuch joined by five Supreme Court justices who still sit on the court. That’s six. That’s a majority wrote that it’s impossible to discriminate against a person for being transgender without discriminating based on sex and discrimination based on sex violates on U.S. Constitution.

여러분은 이 법안이 가뜩이나 나쁜 우리 주(州)의 경제를 더욱 침체시킬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양성과 포용은 기업에 유리합니다. 차별은 생산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불필요한 부담을 지게 합니다. 세계 역사상 어떤 경제도 증오의 정책 하에서 발전한 예가 없습니다. 기업들은 아칸소를 떠날 것이고, 우리 주를 찾아올 기업들은 없을 겁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를 기억하십니까? 저는 아칸소 주에 수만 달러의 세금을 내는 사업체를 운영하고 트랜스젠더 직원들을 고용하는 사람으로서 여러분이 제한된 세금을 유아적이고 황당한 법을 연방법원에서 방어하기 위해 변호사들에게 주려는 것에 분노합니다.
You know this bill will further stagnate our state’s economy. Diversity and inclusion are good for business. Discrimination imposes enormous productivity costs and exerts undue burdens. No economy in the history of the world has flourished under policies of hatred. Business will leave this state; new business will not come to this state. Remember North Carolina? As a business owner who pays tens of thousands of dollars in taxes to this state and who employs transgender workers, I am offended that you would squander are limited taxpayer resources paying lawyers to defend this infantile nonsense in Federal Court.

여러분 중 많은 분들이 기독교의 성경에 따라 살아가려 하실 겁니다. 그러니 로마서 16장 33절에서 바울이 ‘주님의 마음을 아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 구절을 읽어보셨을 겁니다. 이 위원회에서 이 법안을 전체 의회에 넘기려고 하는 분들은 하나님의 마음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여러분이 아는 것보다 더 많은 젠더가 있고, 여러분이 아는 것보다 더 많은 성별이 존재합니다. 여러분은 신의 마음을 모릅니다.
Many of you claim to live according to the Bible in your Christian religion. So you have certainly read Romans 16:33 in which Paul asks who knows the mind of the lord. Those of you who would pass this bill into the full house claim to know the mind of God. There are more genders than you are aware of. There are more biological sex than you are aware of. You do not know the mind of God.

이 아버지는 의원들에게 정말로 당신들이 신의 뜻대로 행동한다고 확신하느냐고 묻고 있다.

리처드 파인만 “모든 것은 틀릴 수 있다”

이번에는 리처드 파인만이 1981년에 영국 BBC와 했던 인터뷰의 일부를 읽어보자. 파인만은 이 인터뷰에서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하지만 특히 이 부분에서는 자신이 종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신에 대해서, 의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한다.

인간은 동물이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는 아주 큰 미스터리이고, 그런 궁금증들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미스터리는 제가 답을 모르는 채로 연구하고 싶어 하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인류가 우주 전체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관해 사람들이 만들어낸 특정한 이야기들을 믿을 수 없습니다. 그런 설명은 너무나 단순하고, 너무 잘 연결되어 있고, 너무 지역적이고, 지구라는 곳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신이 지구에 오셨다! 신의 (삼위일체의) 한 부분이 지구에 오셨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구 밖을 좀 보세요. 신이 어떻게… 도대체 (그 큰 우주를 놔두고 지구에만 신이 왔다는 이야기가) 비율이 맞지 않아요.
There are very remarkable mysteries about the fact that we’re able to do so many more things than apparently animals can do and other questions like that. But those are mysteries I want to investigate without knowing the answer to that. And so altogether I can’t believe the special stories that have been made up about our relationship to the universe at large, because they seem to be too simple too connected, too local, too provincial–the earth. He came to the earth! One of the aspects of God came to the earth mind you. And look at what’s out there. How can he… It isn’t in proportion.

암튼 이런 문제에 주장을 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저는 못하겠어요. 저는 과학적인 견해가 왜 제 믿음에 영향을 주는지를 설명해보려 합니다. 또 하나가 있는데, 무엇이 진리인지 어떻게 알아내느냐는 질문에 관한 겁니다. 만약 여러분이 서로 다른 종교에 관한 다양한 이론을 알고 있고, 그 문제에 관한 다양한 모은 이론들을 알게 되면 궁금증을 갖기 시작합니다. 의심을 해야 합니다. 제게 과학은 진리냐고 물었죠. 저희 과학자들은 그게 아니라, 우리는 뭘 해야 하는지 모르고, 그게 진리인지 찾아내려 할 뿐입니다. (우리가 아는 것이) 전부 틀렸을 수도 있어요. 모든 것이 틀렸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 종교에 대한 이해를 시작합시다. 한 번 들여다보자는 거죠.
Anyway it’s no use arguing. I can’t argue it. I’m just trying to tell you why the scientific views that I do have some effect on my belief. Also another thing: (it) has to do with the question of how do you find out if something’s true. And if you have all these theories of the different religions, have all different theories about the thing, then you begin to wonder. Once you start doubting just like you’re supposed to doubt you ask me of the science true, we say no no we don’t know what to do. We’re trying to find out. Everything is possibly wrong. Start our understanding religion by saying everything is possibly wrong. Let us see.

일단 그렇게 시작하면 다시는 돌이키기 힘든 내리막길을 달리기 시작합니다. 제 아버지는 과학적인 견해, 그러니까 무엇이 진리이고 무엇이 아닌지 모르니 확인해보자는 태도를 갖고 있었습니다. 의심은 제 영혼의 아주 근본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심하고 질문하는 거 말입니다. 여러분이 의심하고 질문을 하기 시작하면, 믿는 일은 더 힘들어집니다. 저는 의심과 불확실성을 품고서 알지 못하는 채로 살 수 있습니다. 저는 알지 못한 채 사는 것이, 틀릴 수 있는 답을 갖고 사는 것보다 훨씬 더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As soon as you do that you start sliding down an edge which is hard to recover from. And so one with the scientific view, old my father’s view, that we should look to see what’s true and what may be may not be true. Once you start doubting which i think is to me is, a very fundamental part of my soul is to doubt and to ask. When you doubt and ask, it gets a little harder to believe. You see, one thing is I can live with doubt and uncertainty and not knowing. I think it’s much more interesting to live not knowing than to have answers which might be wrong.

저는 여러 가지의 것들에 대해서 대략의 답을 갖고 있고,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있고, 다양한 수준의 확신을 갖고 있지만, 완벽하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하나도 알지 못하는 것들이 아주 많습니다. 가령 우리가 왜 태어났는지, 그 질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같은 것을 묻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하나도 모릅니다. 한동안 생각해볼 수 있지만 답을 알 수 없으면 다른 문제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I have approximate answers and possible beliefs and different degrees of certainty about different things, but I’m not absolutely sure of anything. And the many things I don’t know anything about, such as whether it means anything to ask why we’re here and what the question might mean. I might think about a little but if I can’t figure it out then I go to something out.

하지만 저는 반드시 답을 알아야 하지 않습니다. 저는 모르는 것이 두렵지 않습니다. 아무런 목적이 없이 신비스러운 우주 속에서 길을 잃는 것은, 제가 아는 한 당연한 일입니다. 저는 그게 두렵지 않아요.
But I don’t have to know an answer. I don’t have, I don’t feel frightened by not knowing things. By being lost in the mysterious universe without having any purpose, which is the way it really is as far as I can tell possibly. It doesn’t frighten me.

세상에서 가장 머리가 좋은 사람으로 통했던 파인만이 “나는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것은 큰 가르침을 준다. 반드시 답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지적 열등감을 의미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빨리 답을 알아야 하고, 모든 답을 가진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사람들에게 거짓정보를 팔려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 넘쳐난다.


박상현 필자

뉴미디어 스타트업을 발굴, 투자하는 ‘메디아티’에서 일했다. 미국 정치를 이야기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워싱턴 업데이트’를 운영하는 한편, 여러 언론사에 디지털 미디어와 시각 문화에 관한 고정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아날로그의 반격≫, ≪생각을 빼앗긴 세계≫ 등을 번역했다. 현재 사단법인 ‘코드’의 미디어 디렉터이자 미국 Pace University의 방문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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