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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오 칼럼] 젠더가 만든 정치지형, 보수에 재역전 기회 줄까?

By | 2021년 5월 27일 | 선거의 시간, 정치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돌풍’을 보면서 여의도 정가에선 “일회성 사건이 결코 아니다”고 말한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을 시작으로 정당개혁, 세대교체, 정치지형 변화, 차기 대선 구도를 관통하는 태풍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피렌체의 식탁>은 지난 23일 “[장경상 칼럼] ‘이준석의 반란’이 성공하면 세상에 어떤 일이 생길까?”를 실어 정치권 전반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피렌탁>은 제2탄으로 유창오 필자의 칼럼을 호출했다. 그는 2019년 가을 두 차례에 걸쳐 ‘이남자(이십대 남성)’ 현상과 ‘청년보수의 출현’을 예고한 바 있다. <피렌탁>의 원고 요청에 대해 그는 “정치권을 떠난 사람”이라며 극구 사양해왔다. “여야와 진영을 떠나 한국정치를 위한 고언(古言) 차원에서 써 달라”고 몇 차례나 설득한 끝에, 유창오 필자는 ‘이준석 돌풍’을 젠더 갈등 및 유권자지형 재편으로 분석한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

#지역·세대에 이은 ‘제3의 힘’ 젠더
  한국정치 새로운 대립구도로 정착
#2012년 대선이 젠더 구도 신호탄
  9년 후 4·7 보선서 극명히 드러나
#1단계: 20대 여자의 높은 정치참여
  2단계: 20대 남자의 반발과 보수화
#’젠더’를 활용해 갈등 지배하는 정치
  국힘·보수의 세대교체 가능할까?

[유창오 칼럼] 남자의 종말과 청년보수의 등장 <2019년 9월 20일>
[유창오 칼럼] 86세대와 19세대, 두 문제적 세대의 정치적 미래 <2019년 10월 4일>

처음에는 적잖게 놀랐다. 정치권을 떠난 사람에게 정치칼럼을 요청하다니. 다음에는 망설여졌다. 과연 써도 괜찮을까? 그러다가 2년 전 칼럼의 선견지명을 칭찬하며 새 칼럼을 부탁하는 마음이 하도 고마워서 결국 수락하고 말았다. 다만, 이제는 정치권 바깥에 있는 만큼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정치현상을 분석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무척 흥미로운 주제인 만큼 전문적이고 세밀한 분석보다는 재밌고 쉽게 읽혀질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갈 생각이다.

정치를 움직이는 제3의 힘, 젠더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정치의 첫 번째 대립구도는 ‘지역’이었다. 그러다가 2010년 무렵부터 ‘세대’가 두 번째 대립구도로 자리 잡았다. 과거의 정치 분석은 영남 대 호남, 캐스팅보트인 수도권과 충청권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2010년부터는 지역보다 세대가 정치 분석의 주된 틀이 되었다.

그리고 지역구도에서는 영남을 차지한 보수가 다수파, 호남을 차지한 진보가 소수파였는데, 세대구도가 부각되면서 힘의 균형이 바뀌게 되었다. 86세대 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보다 이전 세대의 지지를 받는 보수는 갈수록 세(勢)가 줄어든 반면, 86세대 이후 세대의 지지를 받는 진보는 갈수록 유리하게 됐다. 이렇게 정치구도가 ‘지역’에서 ‘세대’로 바뀌어감에 따라 보수는 소수파, 진보는 다수파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지금 한국정치에서 ‘지역’과 ‘세대’에 이은 제3의 힘, 제3의 대립구도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바로 ‘젠더’다. 그리고 ‘젠더’가 한국정치의 주요 대립구도로 정착되면서 보수는 다시 다수파로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했다. 거꾸로 진보는 또 다시 소수파로 몰락할 수 있는 위기를 맞고 있다.

젠더구도의 조용한 등장, 2012년 대선

여기서 옛날식 퀴즈를 내보자. 과연 지금의 젠더 갈등이 선거에서 처음 등장한 선거는 도대체 언제 무슨 선거였을까?

필자가 기억하기로 그것은 2012년 12월에 있었던 제18대 대통령선거였다.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게 3.9%포인트 차이로 졌던 그 선거 직후 필자는 성별-연령별 득표율 표를 보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바로 아래의 표였다.

당시까지는 ‘여자가 남자보다 보수적’이라는 게 상식이었다. 따라서 위의 표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30대 이상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박근혜 후보를 더 지지한 것은 상식에 부합되는 결과였다. 더구나 박근혜 후보는 ‘준비된 여성 대통령’을 선거구호로 내세우지 않았던가? 40대, 50대 여성이 또래 남성보다 박근혜 후보를 더 지지한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당시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있었다. 그것은 20대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문재인 지지를 훨씬 많이 했다는 점이었다. 당시로서는 그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문재인 후보가 잘 생겨서 젊은 여성들이 좀 더 지지한 게 아닐까’ 하는 가설까지 세워본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새로운 세대, 새로운 유권자구도 등장의 전주곡이었다. 그 시작은 미미했지만, 9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매우 커다란 정치지형을 만들어냈다. 20대 연령대에서 새로운 정치지형이 만들어지는 게 무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대효과로 인해 20대의 정치지형은 10년 뒤에는 30대로, 20년 뒤에는 40대로 그 지형이 지속되고 확대되기 때문이다.

젠더 구도의 강력한 힘, 4·7 보궐선거

2012년 대선에서 미미하게 시작된 젠더 갈등이라는 제3의 유권자구도는 그로부터 9년이 지나 실시된 지난 4월 4·7 재보선에서 매우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다. 아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성별-연령별 득표율 출구조사 결과다.

(출처=SBS)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구조사에서 볼 수 있듯이 40대 이후는 세대가 올라갈수록 오세훈 후보를 더 많이 지지했다. 그리고 여자가 남자보다 조금 더 오세훈 후보를 지지했다. 이는 2012년 대선에서 30대 이후 세대의 성별-연령별 득표율 패턴과 동일했다.

하지만 20대와 30대는 달랐다.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더 오세훈 후보를 지지했다. 특히 20대 남자의 박영선 지지는 22%로 가장 낮았고, 20대 여성의 오세훈 지지 역시 41%로 가장 낮았다. 20대 남자의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엄청난 반감, 20대 여성의 국민의힘에 대한 엄청난 반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런 특성 역시 2012년 대선에서 20대가 보여준 특성이 확대, 강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2012년 대선에서는 20대와 30대 사이가 단층선이었는데, 9년이 지난 2021년에는 30대와 40대 사이가 단층선이 되었다. 9년의 세월이 지남에 따라 단층선도 나이를 먹고 늙어간 것이다. 이 역시 세대효과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번째 단계 : 20대 여자의 높은 정치참여

지난 4·7 보궐선거에서 폭발적 힘을 보여준 젠더구도는 2012년 대선에서 조용히 등장해 물밑에서 점차 확대되고 강화돼 왔다. 그렇다면 지난 9년 동안 젠더구도는 어떻게 작동되었을까?

돌이켜보면 2030세대의 젠더구도는 상황에 따라서 각기 다르게 발현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정리해보면 지난 9년 동안 두 개의 단계를 거쳤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20대 여성의 높은 정치참여 열기와 뚜렷한 진보성향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는 20대 남자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발과 보수화로 나타났다.

먼저 첫 번째 단계를 살펴보자. 민주당은 2016년 총선 이후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4번이나 연거푸 승리를 거두었다. 그 승리의 원동력은 이전에 비해 높아진 투표율이었는데, 특히 20대와 30대 전반 세대의 투표율 상승이 두드러졌다.

위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20대 총선에서 20대와 30대 초반의 투표율 상승이 두드러졌다. 그런데 20대 남녀로 나눠서 살펴보면, 아래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20대 여성의 투표율 상승이 훨씬 두드러진다.

그리고 2017년 5월에 있었던 제19대 대선에서 20대 남녀의 대선후보 득표율은 확연히 달랐다. 아래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1위 득표 후보는 20대 남녀 모두 문재인 후보였지만 여자는 56%였던 반면, 남자는 37%에 불과했다.

재밌는 점은 3·4위는 같았지만 2위와 5위가 서로 교차되었다는 점이다. 여자 20대의 2위 득표 후보는 심상정 후보인 반면, 남자는 유승민 후보였다. 그러나 여자 20대의 5위 득표 후보는 유승민 후보였고, 남자 쪽에선 심상정 후보였다. 20대 남녀의 정치적 선호도를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번째 단계 : 20대 남자의 보수화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는 이전에 비해 투표율이 높아졌고, 특히 2030세대 여성의 투표율 상승이 가장 높았다. 그리고 그들의 뚜렷한 진보 성향은 민주당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다. 가히 ‘진보 다수파’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세상에는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도 있기 마련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젠더구도의 두 번째 단계가 조금씩 시작되어 2019년 무렵에는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가시화된다. 그것은 바로 20대 남자들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강력한 반발과 함께 보수화의 흐름을 보인 것이었다.

그 무렵에 필자는 <피렌체의 식탁> 칼럼(‘남자의 종말과 청년보수의 등장’)을 통해 왜 20대 남자들이 반(反)문재인으로 돌아섰는지 살펴봤다. 그것은 다음의 3가지 때문이었다.

첫째, 20대 남자들은 ‘자신이 사회경제적으로 약자’라고 생각한다. (교육과 일자리)
둘째, 20대 남자들은 자신이 사회경제적으로 약자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에 의해 부당하게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젠더정책 문제)
셋째, 20대 남자들은 자신이 사회경제적으로 약자이고, ‘대한민국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에 의해 부당하게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방의 의무와 북한 문제)

과거 여성들은 남성들에게 양보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왔지만 지금의 2030세대는 완전히 다르다. 2017년 수능에서 여학생 평균점수가 남학생 평균점수보다 높았다. 대학진학률도 2005년에 여자가 남자를 앞지른 이후 계속 차이가 벌어져 2017년에는 여자가 73%인 반면, 남자는 65%에 불과했다.

20대 고용률도 여자가 60%인데, 남자는 56%였다.(2018년) 특히 청년층이 ‘좋은 일자리’라고 간주하는 관리직/전문직 취업률은 여자 31%, 남자 17%로 차이가 더 컸다.(2017년) 이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산업구조가 지식정보산업 위주로 바뀌고, 노동시장에서 여성에게 유리한 서비스 분야의 일자리가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20대 남자들은 자신들이 사회경제적으로 약자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게임의 규칙’을 남자들에게 불공정하게 적용한다고 인식한다. 또한 그것을 ‘남성 차별’이라고 생각한다. ‘강자에 대한 역차별’이 아니라 ‘약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에게 최대의 적은 여성가족부가 된다.

무엇보다 20대 남자들이 스스로를 보수로 자기규정하게 만든 핵심 이유는 ‘국방의 의무’ 때문이다. 남성 우위 시대에는 군복무가 큰 희생이 아닐 수 있었다. 하지만 여성 우위 시대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군복무는 남자들만 짊어지는 큰 부담이 된다. 20대 남자들은 국가에 대한 자신의 희생과 헌신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갖게 된다. 그들의 정치적 성향은 갈수록 보수 쪽으로 옮겨간다.

2017년 12월 10일 급진적 페미니즘 운동을 반대하는 시민들로 구성된 ‘안티페미협회’ 회원들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부는 여성할당제 등 페미니즘 정책을 중단하고, 여성가족부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갈등을 지배하는 정치: 보수의 세대교체는 가능?

여기에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갖게 된다. 문재인 정부 이후 20대 남자들의 보수화가 시작돼 2019년에는 그 추세가 확연했는데, 왜 2020년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압승했을까? 왜 2030세대 남자들의 보수화 흐름이 총선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을까?

그에 대한 답은 필자가 2016년에 낸 책 <정치의 귀환–야당, 갈등을 지배하라!>의 부제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보수 야당이 정치적 갈등을 지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책에서 필자는 ‘정치와 정당의 본질을 잘 표현한 글’이라면서 김춘수의 시 <꽃>의 앞부분을 언급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필자는 정치적 진실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가 내게로 와 꽃이 되었듯이, 정당이 지지자를 불러주어야 지지자들은 비로소 정당·정치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만일 정당이 불러주지 않는다면 지지자들은 다만 하나의 몸짓에 불과하게 될 뿐이다.

2020년 총선 결과에 2030세대 남자들의 보수화 흐름이 반영되지 않았던 이유는 간단하다. 당시 야당인 미래통합당이 2030세대 남자들을 호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태극기 부대’와 손잡은 황교안 지도부는 그들을 제대로 호명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올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후보는 여러모로 달랐다.

2017년 대선 당시 20대 남자들의 ‘득표율 2위’가 유승민 후보였던 데서 알 수 있듯이 2030세대 남자들이 원하는 보수는 소위 ‘개혁보수’라고 압축할 수 있다. 황교안의 미래통합당은 그렇지 못했고, 오세훈의 ‘국민의힘’은 그게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이준석 돌풍’은 아주 주목할 현상이다. 그는 2030세대 남자들의 젠더적 요구사항을 정확히 알고 있고, 아주 분명하고 아주 확실하게 그들을 호명하고 있다. 그것은 젠더라는 새로운 정치적 갈등을 지배하려는 전략이다. 물론 그것에는 리스크(risk)도 함께 존재한다. 2030세대 여자들이 더 떨어져 나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알앤써치의 24~25일 조사에 따르면 이준석의 차기 당대표 지지율은 30.2%였다. 성별로는 남자가 39.8%인데 비해 여자는 절반 수준인 20.7%에 불과했다. 리얼미터의 22~23일 조사에서도 이준석 지지율(30.3%)은 남자 38.6%, 여자 22.1%였다. ‘이준석 돌풍’의 핵심이 2030세대 남자들이며 여자들의 거부감도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과연 ‘이준석의 반란’은 성공할 수 있을까? 보수의 세대교체는 이뤄질 수 있을까?
그리하여 국민의힘은 한국 정치에서 제3의 대립구도가 된 ‘젠더’ 이슈를 지배하는 정당이 될 수 있을까? 2030세대 남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젠더 갈등이라는 ‘시대 흐름’을 잘 활용해 보수의 재역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앞으로 열흘 남짓이면 그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유창오 필자

금강기획 PD 출신으로 국회사무처 보좌관으로 17년 동안 일했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 방송연설팀장, 이낙연 국무총리 소통메시지비서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메시지부실장으로 일했으며, 지금은 ㈜공영홈쇼핑 상임감사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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