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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상 칼럼] ‘이준석의 반란’이 성공하면 세상에 어떤 일이 생길까?

By | 2021년 5월 23일 | 선거의 시간, 정치

국민의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1년 6월 12일 아침,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당대표(85년생, 36세)는 김기현 원내대표, 정양석 사무총장, 이종배 정책위의장과 함께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다. 모두 1950년대 후반 출생으로 이준석의 아버지뻘 되는 사람들이다. 1년 전 6월 이 무렵 현충원을 참배했던 김종인 비대위원장(당시엔 미래통합당)은 1940년생으로 할아버지뻘이라 할 수 있다. 젊은 층에게 ‘수꼴-꼰대’로 비판받던 우파 정당 역사로 보면 문자 그대로 천지개벽, 상전벽해 같은 일이다.”

눈을 감고, 한국정치 역사상 유례가 없는 ‘30대 당대표론’을 상상해본 장면이다. 국민의힘 당대표 초반 경선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한길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30.1%의 지지율로 2위인 나경원 전 의원(17.4%)을 압도했다. 이준석은 총선에 세 번 출마했으나 아직 국회의원직 경험이 없다. 

내년 3월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에서 부는 MZ세대와 70년대생으로 상징되는 세대교체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세대교체를 통한 변화와 쇄신의 기조가 뚜렷하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엄(M)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6월 11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세대간 대결 양상이 뚜렷하다. 이준석은 대표적인 MZ세대 후보다. 70년대생 후보로는 김웅(70년생), 김은혜(71년생) 의원이 있다. 보수의 간판급인 나경원(63년생) 전 의원과 주호영(60년생), 홍문표(47년생), 조경태(68년생), 윤영석(65년생) 의원은 5060세대에 속한다. 한길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컷오프를 통과할 5위 안에 70년대 이후 태어난 후보가 셋이나 된다. ‘이준석의 반란’이 성공한다면 우파진영은 물론 한국정치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까? 필자는 ‘가상 시나리오’로 세대교체의 기상도를 펼쳐보려 한다.

국힘과 보수 세력에 미칠 효과

이준석이 만약 당대표에 당선된다면, 보수 야권은 철 지난 이념-진영 싸움에서 벗어날 계기를 모색할 수 있다. 산업화-민주화, 독재-투쟁, 반공-친북, 친미-친중, 친일-반일, 성장-복지, 서울-지방 등 켜켜이 쌓인 갈등의 먼지를 털어낼 수 있다. 

이러한 사례는 1990년대, 2000년대 영국의 좌우 정당에서 각각 등장했던 ‘제3의길’ 모델을 통해서 엿볼 수 있다. 토니 블레어는 1994년 41세에 노동당 당수가 되고 나서 3년 후 18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 총리에 오른다. 데이비드 캐머런은 2005년 39세 나이로 보수당 당수가 되어 2010년 13년 만에 보수당 집권에 성공한다. 그 뒤  20여 년간 영국은 이데올로기 경쟁에서 벗어나 실용주의 노선으로 사회를 재구성한다. 

이준석은 좌파진영의 진보인사들과 교류가 빈번한 인물이다. ‘노무현 키드’이자 동시에 ‘박근혜 키드’라고도 불린다. 이준석은 민노당의 노회찬 전의원 빈소를 찾아 오열한 적이 있고, 이정희 전의원을 심지어 존경한다고도 했다. 야권통합과는 다른 차원에서 우파 정당의 ‘제3의길’ 모델을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70년대 이후 태어난 젊은 세대가 등장함에 따라 586이 주도하는 2022년 대선 지형에도 변화를 예고한다. 윤석열, 안철수, 오세훈, 원희룡 등은 그들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왔든 MZ세대에게는 모두 50대, 60대 남자, 즉 586세대에 속한다. 그보다 나이가 많은 50년대생은 MZ세대가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당신들이다. 홍준표, 유승민, 황교안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준석이 당대표가 된다면 MZ세대에 가까운 70년대생, 즉 50세 전후의 대선 후보군이 부각될 수 있다. 야권에선 70년생 윤희숙, 72년생 김세연 등이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장차 대선후보 경쟁까지 세대 구도로 펼쳐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70년대생들이 세대 연합을 통해 야권의 ‘1강 후보’로 떠오른 윤석열에게 도전하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 그래서 6·11 전당대회 이후 윤희숙과 김세연의 행보도 주목해볼 대목이다.

이준석의 나이 못지않게 개인적인 캐릭터나 스펙도 흥미 있는 부분이다. 하버드대학에서 경제학과 컴퓨터사이언스를 공부한 이준석은 토론과 논쟁을 즐긴다. 나이 못지않게 생각과 행동이 영(young)하다.

그는 2011년 이십대 중반 나이에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온-오프라인 미디어 활동을 통해 정치적 이미지를 쌓아왔다. 때로는 자신에게 불리한 논쟁에 끼어드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준석이 당대표가 된다면 국민의힘은 보수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시사프로그램은 물론 예능프로그램, 1인 미디어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논쟁을 즐기는 당대표를 모실(?) 가능성이 높다. 각자 할 말만 하거나 요식행위로 치부됐던 최고위원회의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 당내 민주주의가 가속화된다는 얘기다. 

이준석은 그동안 ‘안티 페미’를 표방하며 ‘이대남’(이십대 남자)의 대변인을 자처해왔다. 만약 국민의힘 당대표가 되고 나서도 페미 논쟁의 선봉에 선다면, 여야 대선주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준석의 이슈 도발은 국민의힘과 당 바깥의 차기 경쟁에 불을 지필 수 있다.

물론 반작용이나 역풍도 예상해볼 수 있다. 36세 당대표가 2030세대를 정치세력으로 묶어내서 60대, 70대 연령층과 대치전선을 형성하게 된다면, 노인세대를 확고한 지지층으로 삼고 있는 국민의힘은 지금보다 복잡한  처지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들은 지금까지 강성 보수 성향을 띤 콘크리트 지지층이었다. 

만약 36세 당대표가 안보보수 세력이나 노인세대와 갈등을 양산하고, 탈이념을 표방하며 대한민국 우파주류라는 자존심에 흠집을 낸다면? 노인세대가 국민의힘 지지 대열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당지지율은 당연히 하락할 것이다. 이와 함께 보수층이 강고한 영남권 지지층의 이탈 현상도 초래할 것이다. 정당 지지율 하락은 곧장 ‘당 지도부 책임론’을 야기할 것이다. 이러한 불씨는 19대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의원의 복당문제나 국민의당(안철수 대표)과의 통합문제와 맞물리면서 내부 분란으로 번질 수 있다. 당 안팎의 갈등이 커질수록 강력한 대선주자가 없는 국민의힘은 외부 원심력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갈등이 비록 분당이라는 극단 상황까지 이르지 않는다고 해도 정권교체의 연합전선은 유지되기 어려워진다. 이준석의 ‘조기 낙마’를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만약 이준석의 파격 행보로 내부 갈등이 격화돼 이준석 체제가 이른바 ‘100일 천하’로 끝난다면, 청년정치 바람과 70년대생의 부상은 역풍을 맞고 퇴보할 수밖에 없다. 이준석의 치기가 오랜만에 호기를 맞은 한국정치에 오히려 치명타를 가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세대교체와 시대전환으로 가는 문도 좁아질 것이다. 결국 보수연합 관점에서 이준석 체제는 천군만마가 될 수도, 트로이의 목마가 될 수도 있다.  

여야관계에 미칠 효과

63년생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85년생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만남! 

말 그대로 586세대와 MZ세대의 수평적 대면이다. 이준석의 전면 등장은 여야 대립 양상을 전혀 다른 그림으로 보여줄 수 있다. 이제 전쟁터는 국회 원내가 아니라 미디어 공간으로 확장될 것이다. 영국 의회에서 우리들이 부럽게 지켜봤던 총리(여당 당수)와 야당 당수의 격정적인 토론 장면을 어쩌면 우리도 TV나 유튜브 영상을 통해 접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준석도 그렇지만 변호사-인천시장 출신인 송영길도 토론과 논쟁을 피하는 성격이 아니다. 주요 현안에 대해 여야 대표가 직접 국민 앞에서 맞짱을 뜨는 일은 이제껏 보기 드물었다. 기껏해야 대리인을 내보내 정파적 주장과 상호비방으로 정쟁을 벌여왔다. 말꼬리 잡기와 색깔론, 자극적인 용어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신구 세대를 대표해 양당 대표끼리 직접 토론한다면 정치문화는 지금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그동안 여야 갈등의 원인으로 작동했던 과거사 논쟁도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수 있다. 4·3, 5·18, 6·25, 천안함, 세월호, 탄핵, 종군위안부 등은 끊임없이 정쟁거리가 됐다. 이준석의 등장을 계기로 여야 정당의 MZ세대 정치인들은 역사적 화해를 주도하는 장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이준석 당대표의 등장은 정치관계법 개정문제에도 숨통을 터줄 수 있다. 36세 당대표는 피선거권 연령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개헌 사항이기는 하지만 ‘대통령 피선거권 40세 이상’ 조항은 더 이상 정당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피선거권 25세’도 마찬가지다. 투표를 할 수 있는 선거권에 비해 후보 출마를 할 수 있는 피선거권 연령을 높게 잡은 제도는 MZ세대에게 불공정이나 마찬가지다. 청년 정치인에게 장벽으로 작용하는 기탁금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선거법 개정을 통해 2022년 지방선거부터라도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지방의원과 자치단체장에 출마할 길을 열게 될지 모른다.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내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때까지는 집합금지 및 비대면 시대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SNS 같은 새로운 소통수단에 익숙한 MZ세대의 선거문화 역량은 승패를 좌우하는 변수로 작동할지 모른다. 선거 때마다 ‘구색 맞추기’ 후보로 차출됐던 MZ세대들이 내년 지방선거 때 시장, 군수, 구청장 직에 마음껏 도전장을 내보길 기대해본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지난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과 다른 정당에 미칠 영향

이준석 당대표가 실현된다면 민주당과 다른 정당의 MZ세대에게 신선한 자극제가 될 것이다. 이준석의 이슈논쟁과 토론주도는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되어 백가쟁명의 시대를 열 수 있다. 여야 정당의 기성세대는 MZ세대의 도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주요 담론들은 좌우 이념이 아니라 세대 관점으로 재편될 수 있다. 기본소득, 부동산, 일자리, 재정부담, 가상화폐와 금융규제, 군복무와 양성평등, 지역할당제, 대학등록금, 각종 연금개혁, 4대 보험, 종군위안부 문제, 탈원전과 기후변화, 남북관계, 4강 외교 등 그 대상은 무수히 많다. 

30대 야당 대표가 주도하는 이슈 논쟁은 정치권과 사회 전반을 들썩거리게 만들 것이다. 각 정당의 차기 주자들도 이런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여당의 차기주자 경쟁에서 친문·비문을 묻는 질문은 MZ세대에게 그저 구태일 뿐이다. 대선 차기 주자들이 주도하는 어젠다와 경쟁구도 역시 세대 관점에서 재설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여야의 대선 전략도 변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이광재, 임종석은 모두 586이다. 정세균, 이낙연, 김동연 등 50년대생은 MZ세대에게 까마득한 존재다. 

이준석은 여권 내부에서 MZ세대에 가까운 70년대생 후보군이 부상할 공간을 넓혀줄 수 있다. 71년생 박용진에게 ‘적군의 수장’ 이준석이 가장 강력한 우군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용진이 이준석의 대항마로서 여권발(發) 제3의길을 주도할 수 있다면 그에게도 날아오를 길이 보이게 된다. 73년생 박주민도 보폭을 넓히지 않을까? 72년생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도 언제든 차기 경쟁에 합류할 수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에 후보단일화 방식으로 참여하였듯이 말이다. 심상정이 주도하는 정의당에서도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 사회에 미칠 세대교체 효과

사람도 각자의 생애패턴을 가지듯, 역사도 그런 속성을 지닌다. 한국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민국 역사는 두 번의 큰 시대전환을 겪었다. 산업화, 민주화다. 이 두 차례 전환은 정치리더십에 있어 ‘40대 주류 등장’이라는 패턴을 공유한다. 

산업화 주도세력은 1961년 5·16 군사정변과 함께 등장한다. 당시 박정희는 43세였고, 김종필은 34세였다. 김종필은 1965년 40세 나이로 민주공화당의 당의장을 지낸다. 박정희와 김종필은 1897년생 윤보선, 1899년생 장면을 대체하며 대한민국 역사를 산업화시대로 이끈다. 

민주화 주도세력은 1971년 제7대 대선에서 40대 기수론과 함께 등장한다. 1970년 신민당 경선 당시 김영삼은 43세, 김대중은 46세, 이철승은 48세였다. 신민당 후보로 당선된 김대중은 1971년 대선에서 95만 표 차이로 박정희 후보에게 석패했고, 김영삼은 1974년 46세 나이로 신민당 총재가 되었다. 김영삼과 김대중은 야당 지도자였던 유진산(1905년생), 유진오(1906년생)를 대체하며 대한민국 역사를 민주화시대로 이끈다. 

2000년 이후 사실상 3김(金) 시대가 종언을 고하면서 한국사회는 새로운 시대전환을 요구받는다. 이 부름에 응한 세력이 바로 586세대(당시 386세대)다. 김민석, 임종석, 이인영, 우상호, 이정희는 각각 1996년, 2000년, 2004년, 2008년 총선을 통해 정치권에 차례차례 등장한다. 당시 김민석은 31세, 임종석은 33세, 이인영은 39세, 우상호는 41세, 이정희는 38세였다. 김민석은 2002년 38세일 때 나이 제한 탓에 대선에 도전하지 못하고 서울시장선거에 도전한다. 이정희는 2010년 40세 나이로 민주노동당 당대표가 된다. 

원희룡, 남경필, 오세훈도 1998년 재보선, 2000년 총선을 통해 여의도에 입성한다. 당시 원희룡은 35세, 남경필은 32세, 오세훈은 39세였다. 원희룡은 2004년 당대표 경선에서 박근혜 당대표에 이어 2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된다. 당시 39살로 최연소였다. 

오세훈과 원희룡과 남경필은 2006년, 2014년 지방선거에서 40대 광역단체장이 되었다. 김태호와 안희정은 2006년과 2010년 지방선거를 통해 경남지사, 충남지사로 혜성처럼 두각을 나타낸다. 각각 43살과 44살일 때였다. 김태호는 2010년 47세에 국무총리 지명까지 받는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땐 48세였던 안철수가 ‘정치인’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그 뒤 세대교체의 전통은 사실상 끊기다시피 했다. 지난 20년은 586세대의 시대였다. 그들은 민주화를 완성하고 그 다음 시대를 예비하는 소명을 받았다. 하지만 박근혜 탄핵, 코로나19, 조국사태, 부동산정책 실패 등은 586세대를 책망하고 추궁한다. 

과거의 패러다임에 갇힌 586세대에게 계속 미래를 맡겨도 될까? 대한민국 사회는 이제 의혹의 눈초리로 그들을 살핀다. 2030세대는 586세대를 구악으로 규정하려는 분위기다. 이런 민심의 흐름은 비대면, AI(인공지능), 플랫폼으로 무장한 MZ세대에게 시대의 주역이 될 공간을 제공한다. 

국민의힘에 불고 있는 MZ세대의 돌풍은 시대전환을 알리는 신호탄과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은 이제 산업화, 민주화를 넘어 과학기술혁명의 특이점으로 도약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2045년 대한민국 독립 100년을 향한 비상(飛上)을 위해서다. 

이준석과 3040세대의 돌풍은 586세대가 민주화 이후 자신의 소명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초래됐을지 모른다. 좌우 진영의 586세대는 노무현-정동영-문재인과 이명박-박근혜-유승민을 지원하면서 민주화 이후 시대전환을 모색했다.. 당대표 경선과 대선후보 경선 무대를 통해 주류 교체의 문도 줄기차게 두드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586세대는 다음 세대를 키우는데 실패했고 시대전환의 소명에도 실패했다. 586세대는 차츰 기득권과 꼰대의 대명사로 변질돼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준석의 당대표 당선은 586세대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날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MZ세대에게는 586세대처럼 ‘민주화 동지’라는 끈끈한 공감과 훈장이 없다. IMF 위기와 2002 월드컵 4강신화, 세월호와 탄핵 등으로 이어지는 세대 공감도 다소 파편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 이후 저출생-고령화라는 국가적 난제와 더불어 청년세대는 지속적으로 시대적 부름을 받아왔다. 

이준석만 해도 불과 25세에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2014년엔 28세에 이미 당 혁신위원장까지 지냈다. 지금까지 국회의원 선거에 3차례나 출마했으며, 2018년 바른미래당 선출직 최고위원에 당선된 적도 있다. 당시 나이는 33세밖에 안됐다. 기본소득당 90년생 용혜인 의원과 정의당 92년생 류호정 의원도 그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10년간 MZ세대는 586세대의 엑스트라 역할을 담당해 왔다. 개인주의와 파편화된 세대라는 특성에 비추어 볼 때 독자세력화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를 통해 비대면 시대가 계속되고 조국 사태, 부동산정책 실패, 젠더갈등을 통해 자신들의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을 내비치기 시작한다. 이준석 현상은 바로 MZ세대의 세력화를 상징한다. 이럴 경우 ‘낀낀 세대’가 된 1970년대생, 즉 40대들이 위아래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관심거리다.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청년정의당 창당식에서 정의당 여영국 대표(왼쪽부터), 류호정 의원,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장혜영 의원, 강은미 원내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년정의당)

부작용과 역풍을 경계하라

주류세대 교체는 사회전반을 주도하는 이슈의 변화를 초래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MZ세대는 나이, 지역, 남녀, 학벌 등을 떠나 절대적인 공정을 추구한다. 

MZ세대에게 전교조와 노조는 약자도 정의도 아니다. 북한은 같은 민족이기 이전에 ‘이상한 나라’일 따름이다. 인권, 환경, 공정을 어기면 그 주체가 누구든 어떤 조직이든 비난받아야 할 따름이다. 양성평등도 마찬가지다. 기성세대의 성차별 경험을 공유하지 않는 MZ세대에게 양성평등은 불공정의 불씨다. 

검찰, 경찰과 같은 공권력은 물론 병영과 같은 군사안보 분야에도 예외는 없다. 견고해 보이는 교수-교사 세계도 마찬가지다.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연금문제 등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저항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다. 586세대는 20여 년간 기성세대 눈치를 봤지만, MZ세대는 그렇지 않다. 

이준석 현상으로 인해 MZ세대는 세대갈등과 양성갈등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사회적 담론을 작동시킬 위험성이 있다. 그럴 경우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준석을 좌초시킬 명분을 찾으려 할 것이다. 이는 곧 세대교체와 시대전환의 후퇴를 의미한다. 이준석과 MZ세대가 자신들의 행보에 시대적 소명을 갖고 신중하게 처신해야 하는 이유다.

#덧  

지난 22일 국민의힘은 당대표 후보등록을 마쳤다. 모두 8명이 등록했고, 28일 5명으로 본선 후보자를 압축할 예정이다. 30일부터 시작되는 본선은 대개 586세대를 대표하는 나경원과 주호영, MZ세대를 대표하는 김웅과 이준석 네 사람이 경쟁하는 구도로 전개되리라 예측된다. 본선은 ‘당원 70%, 일반국민여론조사 30%’로 치러지기 때문에 586세대가 더 유리하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이준석의 여론몰이를 통한 당원 설득, MZ세대의 막판 단일화 변수 등도 남아있어서 결과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장경상 필자

국가경영연구원 사무국장. 문학박사(고전번역).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을 역임했다. 공저로 <새 정부에 바란다>가 있다. 현재는 국가경영연구원에서 리더십연구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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