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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혁 칼럼] 공직자, 7년 이하 징역 가능 ‘이해충돌방지법’ 실효성 높이려면?

By | 2021년 5월 17일 | 정책

(사진=셔터스톡)

정부와 공공기관에서는 기관장이 새롭게 들어서면 연례행사를 한다. 청렴선포식, 청렴글짓기, 청렴비누 제공 등등이다. 역설적으로 공공기관 내 청렴도가 높지 않다는 증거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올해 초에 발표한 ‘2020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 따르면, 한국은 33위를 기록했다. 2017년 51위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상당히 발전한 것이라 할 수는 있겠지만 세계 경제 10위권 국가가 자랑할 만한 순위는 아니다.

‘제2의 김영란 법’(부정청탁금지법)으로 불리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이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2013년 첫 법안이 발의된 이후 8년 만이다. 지난 3월 LH 직원들의 신도시 예정지 땅투기 사건이 드러나자 4.7 재보궐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신속하게 법을 통과시켰다. 시행은 내년 5월부터다. 이해충돌방지법의 핵심은 공무원으로 하여금 바로 전관 등 ‘사적 이해관계자’를 신고하고, 그 관계를 인지하게 되면 회피의무를 부과했다는 점이다. 사적이해관계를 신고하지 않는 경우 최대 2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고, 징계처분까지 내릴 수 있다.

※이해충돌방지법의 주요 내용 
공직자의 직무수행 과정에서 이해충돌을 예방·관리하기 위한 10가지 행위기준을 담고 있다. 채용 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의 가족은 해당 공공기관과 산하기관, 자회사 등에 채용될 수 없다. △공직자 및 배우자, 직계 존·비속은 공공기관 및 그 산하기관과의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직무상 비밀로 재산상 이익을 취한 공직자는 7년 이하 징역, 미공개 정보를 받아 이익을 얻은 제3자는 5년 이하 징역에 처해진다. 벌금은 최대 7000만원으로 정했다.
국회의원을 비롯해 차관급 이상 공무원, 지방자치단체장 및 교육감, 공공기관장 등이 법 적용을 받는다. 직접 적용 대상은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을 합쳐 190만여명에 달한다.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까지 포함하면 산술적으로 대상이 800만 명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전관제도’의 개혁이 될 수 있을까

만일 이 법을 문자 그대로 원칙에 따라 시행한다면 일생일대의 변혁이 이루어지게 된다. 민간 기업들은 물론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세무법인 입장에서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비즈니스 관행의 변화를 각오해야 한다. 그 예를 몇 개 들어보겠다.

A) A변호사(전 판사)는 과거 OO지방법원에서 B판사와 근무한 적이 있다. A변호사는 변호사 선임계를 제출하였다. 과거에는 공무원행동강령에서는 B판사가 A변호사의 사건을 처리하는 데 법적으로 제한은 없었지만 (민사소송법·형사소송법 등 제척규정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이 법에 따르면 B판사는 A변호사의 사건을 의무적으로 회피해야 한다.

B) C세무사는 과거 OO지방국세청 조사국장을 담당한 바 있다. 최근 S기업의 세무조사 사건과 관련하여 C세무사가 세무대리인이 되었는데, 현재 OO지방국세청의 조사국장D는 C세무사와 같이 OO지방국세청 조사국에서 최근 2년간 근무한 인연이 있다. 과거와 달리, 이 법에서 조사국장D는 C세무사가 관련된 사건에서 회피해야 한다.

C) E씨는 과거 건설관련 부처의 사무관으로 30년 재직하다가, 최근 건설업체 H사의 상무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H사의 건설 관련 인허가 민원 건으로 E는 H사의 명의로 동료였던 F에게 인허가를 신청했다. F는 당초 E가 H사로 옮긴 줄 몰랐는데, E와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만나 H사의 건설 인허가 민원과 관련된 것을 알게 되었다. F는 의무적으로 H사의 인허가 업무를 회피해야 한다.

D) K국회의원은 건설교통위원회 위원이다. 같은 당 전직 국회의원 L이 행정법인을 열었는데, L은 K에게 G건설과 관련된 예산사업의 민원을 부탁했다. K국회의원은 의무적으로 L의 예산 민원 청탁을 회피해야 한다.

E) Z대법관이 퇴임 후, 최근 B법무법인에 입사해 S그룹 회장의 상고심 사건을 비롯한 20여 건의 사건을 수임했다. 현직 대법관들은 Z대법관이 맡은 사건은 전부 회피해야 한다.

대략 다섯 가지의 사례를 들어보았는데, 어떠할까? 과연 공무원들이 전직 공무원과 이전처럼 쉽게 일을 가지고 저녁식사 및 골프 접대가 가능할까? (물론, 현행의 ‘부정청탁금지법’상의 제한 규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하위 시행령 및 각 기관규칙에서 엄격하게 법을 적용한다면 전직 공무원을 활용한 ‘전관 비즈니스’라는 것은 거의 성립하기 어려울 것이다.

전직 공무원 출신들이 ‘고문’, ‘자문위원’, ‘전문위원’ 직함을 갖고 전화통화, 전화변론을 하는 걸 막기 어렵겠지만, 적어도 전관 비지니스 구조는 외형적으로 상당한 규제를 받게 되었다.

‘부정청탁금지법’이 학교 현장 바꿔

사실 이번에 제정된 이해충돌방지법 내 규정 또한 공무원행동강령 규정에도 대부분 존재했다. 고위공직자는 민간 분야의 업무활동 내역을 제출해야 했고, 공무원이 직무관련 영리행위를 금지했고, 가족 채용 제한, 수의계약 체결 제한, 퇴직자 사적접촉 신고 등 모든 규정이 다 완비되어 있었다. 하나도 새로운 것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법령화였고 공직자들의 실천이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이전의 부정청탁금지법과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이 법으로 한국사회는 큰 틀의 부패청산의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부정청탁은 대가성이 있는 뇌물죄와 달리, 부정청탁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이었다. 당시 김영란 위원장은 ‘이 법은 공무원들에게 부정한 청탁의 행위를 거절할 수 있는 명분을 주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로 인해 가장 우선적인 변화는 학교 현장에서 일어났다. 보는 눈이 많은 일선 학교에서는 교사에 대한 촌지, 선물 등의 관행이 사라졌다. 스승의 날에 받는 선물도 돌려주거나 아예 선물을 가져오지 말라고 공지를 하는 것이 당연해졌다.  그러나 학교에서처럼 공직사회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는 이야기는 많이 듣지 못했다. 식사비 3만원, 선물비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룰이라는 게 일선 현장에서 모두 지켜질까? 필자의 경우, 그런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민원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전직 관료와 현직 관료의 저녁식사, 전직 관료를 동원한 현직 공무원과 사업자와의 골프접대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부정 청탁이 정당한 청탁과의 경계선 상에 놓여있었다. 이런 부정청탁들이 어떠한 루트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을까? 핵심은 전관들의 활동에 있다.

민간에서 어떠한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국가·공공기관과 이해관계가 얽히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인허가·공무원의 인사이동, 입찰·보조금, 계약관계, 수사 및 재판 등 셀 수 없이 많은 이해관계가 엇걸린다. 어느 공무원이 어떠한 일을 담당하는지, 민간에서는 초미의 관심사다. 가령 ‘OO청의 누구 국장이 어떻다더라’, ‘민간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더라’, ‘그 과장의 와이프 생일이 언제라더라’ 등등 고위공무원부터 하급공무원까지의 인사 정보에 기업의 사활이 걸린다. 법무법인, 회계·세무법인도 예외는 아니다. 그 공무원에게 줄을 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각종 법무·회계·세무법인들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들의 이력을 훑어본 다음, 기업들은 이른바 ‘전관 쇼핑’도 한다. 일의 내용은 둘째 치고, 사람이 제일 우선인 셈이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공직자들이 직무 관련 정보로 사익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공의 덕목과 전관 대우의 어긋난 현실

기업이나 민원인 입장에서 담당 공무원과 연관관계를 찾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을 찾아내는 것을 뭐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대관(對官) 담당자(특히 일선 기업의 상무급)가 유리한 방향을 못 찾아내 로비에 실패하게 되자, 최고경영진은 그에게 다음 날 짐을 싸서 나가라고 통보했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있다. 그만큼 사적 비즈니스는 돈과 직결되고, 전관의 경험과 네트워크, 따끈한 정보가 주목받게 된다.

공무원 입장에서는 관계가 껄끄러운 초짜 민원인보다는 같은 직장에 근무했던 선배 또는 동료와 이야기하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다. 말을 잘 알아듣고, 선배가 나중에 잘 되면 본인도 이끌어 줄 것이라는 믿음 또한 있다. 전혀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고지식한 민원인보다는 훨씬 합리적인 선택을 해 줄 것이라는 기대 또한 있다. 이러한 모든 것이 곧 전관과 현관의 연결 고리점이 된다.

대한민국은 비슷한 국력을 가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정부와 공공의 힘이 강한 나라다. 국가의 권력 독과점이 곳곳에 산재한다.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개인 정보의 대다수를 파악할 수 있다. 국가가 하지 않는 사업도 찾아보기 어렵다. 전기, 가스, 수도, 도로, 철도 등 필수 공공재부터 의료서비스, 국립공원, 연기금까지 망라한다. 심지어 우편·택배서비스 영역에선 시장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사업을 유지한다. 그 시스템이 효율적인지, 비효율적인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중앙·지방정부의 행정기관은 여전히 막강하고, 공공기관 서비스의 영역도 방대하다. 그만큼 공공윤리도 더욱 필요한 사회가 아닐 수 없다.

공공의 기본덕목은 공정성과 호혜평등성이다. 누구에게나(또는 자격을 갖춘 누구에게나) 균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하고, 그 기회와 급부를 제공하는 것 또한 공정해야 한다. 또한 청렴의무, 성실의무, 비밀준수의무 등에서 가장 으뜸은 ‘청렴’이다. 소위 ‘아빠 빽’이 있는 뺑소니운전 청소년을 경찰이 기소유예로 처분해서는 안 되는 것이고, 재벌 2세라고 해서 공공기관의 입찰담당자에게 뒷돈을 주고 입찰을 따내서는 안 된다.

판사 출신 변호사가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고 현직 판사가 실형 3년 사안을 집행유예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 지자체의 토지인허가 주무관이 국장의 친인척에게 토지거래 인허가의 특혜를 주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바로 공정이다. 인허가 자격이 있으면 자격을 부여하되, 문제가 있으면 문제를 지적하고, 그 판단이 애매하면 민원인의 관점에서 진지하게 문제를 해결해 주면 된다. 참 쉬운 말 같지만 현실은 훨씬 어렵다.

‘민원’ 관리 위한 전관의 노하우 활용법 찾아야

지금 당장 방대해진 공공사회의 영역을 어찌할 수는 없다. 공직사회에 칼을 들이대는 것은 정권 초기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공직사회의 개방성을 크게 악화시켜 놓다 보니, 공무원들도 불만투성이다. 그렇다 보니, 공직자들은 끗발 있는 자리에 있을 때 새로운 기관을 만들어 낙하산으로 갈 채비를 하기 시작한다. 공공기관이 더 늘어나면서 민간 부문을 잠식하고, 불필요한 공공 영역은 더욱더 확대된다. 민간 차원에선 불필요한 규제 비용을 낭비하게 된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공직윤리를 강화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공직사회의 개방성이다. 이해충돌방지법이 실시되면 과거처럼 대놓고 자기가 영입한 전관을 활용해 유전무죄를 만드는 풍토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여러 공직을 이용한 이해관계를 맺고서 부정한 시도를 하려는 행위도 많은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공직사회가 쌓아온 전문성을 무작정 사장시켜도 안 된다. 난마같은 규제를 풀어나가는 데 공무원 출신만큼 노하우가 뛰어난 사람도 없다. 민간에서 이런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민원’은 나쁜 것이 아니다, 풀이하자면 ‘국민의 바람’인 것이다.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 앞으로 종이호랑이처럼 유야무야된다면 우리 사회는 과거의 부패 관행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운용의 묘미다. 전관의 인맥이 아니라, 전관의 노하우가 작동할 수 있게끔 법과 제도를 설계해 나가는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민관 모두 노력해야 할 대목이다.


조혁 필자

전직 공무원. ‘조혁’은 필명(조세개혁의 약자)이며 현재 법률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 사회가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정책들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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