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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의 ‘미래대담’⑧ 홍윤철 교수] 백세 세상, ‘60세 대학생+스마트 건강도시’로 대비하자

By | 2021년 4월 30일 | 위크엔드 컬처, 이광재의 미래 대담

홍윤철(왼쪽) 서울대 의대 교수와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김용훈)


코로나19 위기와 기후위기를 계기로 우리는 건강과 생명, 안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우리 사회는 저출생-고령화의 도전에 부닥쳤다. 65세 이상 노인이 2050년께 전체 인구의 40%에 이를 전망이다. 대한민국은 과연 인류문명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까?

‘이광재의 미래대담⑧’에선 ‘스마트 건강도시’ 건설을 주창해온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를 만났다. 올해 61세인 홍 교수는 서울대병원의 공공보건의료진흥원장 및 환경의학연구소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가 제안하는 대안은 의료를 뛰어넘어 노인-교육-주거-도시 정책으로 거침없이 연계된다.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년을 75세로 늦추되 이들이 새출발을 할 수 있도록 60세 전후에 2차 대학교육을 무상으로 받게 지원하자는 것이다. 또한 노인들을 요양원, 요양병원에 분리 수용하지 않고 지역 커뮤니티에서 돌봄-의료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노인복지모델을 제시했다.
수도권의 인구과밀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중소도시의 의료서비스를 서울의 빅5 병원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려면 인구 3만~5만 명의 ‘스마트 건강도시’를 100개 이상 건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분산형 의료시스템과 스마트의료, 의료정보 공유시스템 등의 도입을 역설했다. 홍 교수는 “앞으로 암보다 무서운 게 우울증이 될 것“이라며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대한민국의 행복지수를 올리려면 친밀감, 교류, 돌봄 같은 공동체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대담은 지난 23일 오후 두 시간 남짓 진행됐다. [편집자]

▲이광재 의원(이하 이 의원)= 코로나19가 시작된 지 벌써 1년 반 정도 됐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대해 미진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방역 분야에선 어느 나라 못지않게 잘했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홍 교수님께선 감염병과 예방의학을 공부해온 학자로서 전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홍윤철 교수(이하 홍 교수)= 종합 점수로 따지자면 우리 정부와 국민, 의료계의 대응은 그래도 우수하다고 평가할 수 있죠. 그렇지만 백신 대량 확보가 조기에 안 돼 평가가 엇갈리는 부분도 있습니다. 특히 백신 접종률이 4%도 안 되는 상황이어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고요. 지금은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것보다 당장 개선해야 할 프로세스를 검토하는 게 중요합니다. 코로나19에 대한 K-방역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려면 최종 결과물로 평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로 비교해 봐야겠죠. 소위 선진국이라는 미국이나 유럽 여러 나라의 확진자, 사망자 숫자에 비했을 때 우리는 월등하게 잘해온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모방의 시대에서 추월의 시대로 이동

-보건의료 분야 ‘모델 국가’는 없다
 ‘백신 선진국’ 우리도 도전할 만
-신속PCR검사 도입 적극 추진해야
 11월 집단면역, 내년 초 정상화 전망

▲이 의원= 저도 이번에 깜짝 놀랐습니다. 여태껏 선진국이라고 올려다봤던 미국이나 유럽에서 의외로 확진자, 사망자가 많이 나왔잖아요. 심지어는 환자를 놓고 떠나가는 의료진의 모습도 뉴스로 전해졌고요. 대한민국이 이른바 ‘추월의 시대’를 맞이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나라는 많을지 몰라도, 모방할 수 있는 나라는 별로 없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들은 왜 이렇게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을까요?

▲홍 교수= 나라마다, 케이스마다 다 사정이 있을 텐데 그것을 단순하게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의원님 말씀처럼 이제는 모방할 수 있는 나라, 또는 따라가야 하는 나라는 적어도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없어졌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그 점에서는 우리 국민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될 거 같아요. 오히려 코로나19를 계기로 보건의료의 틀을 새롭게 짜야 하며 한국이 전 세계 보건의료를 새롭게 선도해갈 기회를 얻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의원= 그렇지만 이번에 백신을 만들어낸 나라들을 보면 결국 미국, 영국, 러시아 등이잖아요. 그들의 저력을 보면서 ‘저런 게 진짜 선진국’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새로운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나라로 도약할 방안을 고민하게 되더군요. 특히 모더나의 성공 사례를 보니까요. 원래 임상시험에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모더나는 인공지능(AI)를 활용해 임상시험을 대폭 줄이는 쾌거를 이룩했습니다. 우리도 AI를 바탕으로 백신 개발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언젠가 획기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요.

▲홍 교수= 의료 기반기술을 확실하게 갖춘 나라가 선진국인데, 그런 나라에서 백신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에 확실하게 드러났죠. 우리는 아직 못 만들지만 조만간 선진국 그룹에 들어갈 수 있는 기반은 충분히 갖고 있습니다. 백신 개발 방식도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화이자도 그렇지만 모더나 역시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지 않았습니까? 그 방식이 더 안전하고 효과도 더 크다고 합니다.
앞으로 백신 개발 분야에서 누가 먼저 첨단기술을 정확하게 효율적으로 응용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전 세계의 어떤 전문가도 이렇게 1년도 채 안 돼 백신을 개발할 수 있으리라 예측하지 못했죠.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스푸트니크 백신도 엄청나게 빨리 개발된 거죠. 그런 점에서 우리도 신기술을 적극 활용해 경쟁력을 계속 높여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의원= 코로나19가 장기화되다 보니까 사회 전체적으로 좀 지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속진단키트를 활용하거나 백신 접종 속도를 높여서 하루 빨리 코로나19의 굴레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 현재처럼 사회적 거리두기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론 한계가 있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경제와 방역을 병행하자는 주장도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11월까지 집단면역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 과연 실현 가능할까요?

▲홍 교수= 요즘 가장 큰 문제는 확진자가 전국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걸 통제하려면 검사를 빠르게 확산시키는 게 아주 중요하죠. 얼마 전에 저희 서울대학교에서 신속PCR검사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조금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집단면역은 전 국민의 70% 정도가 항체를 가질 때 가능합니다. 그 관건은 역시 백신 접종률이고요. 또 다른 변수로는 변이바이러스나 전 세계 집단면역 형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지금 좀 더뎌 보이긴 하지만, 미국 내 접종이 6월 말쯤 거의 끝난 뒤 물량 확보 및 백신 접종에 가속도가 붙을 겁니다. 제 생각으로는, 어려운 목표이겠지만 11월쯤 집단면역 수준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전망합니다. 사회생활이나 경제활동은 내년 초에 정상화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백세 시대, 75세로 정년 연장 필요

-해마다 1%p씩 증가하는 노년 인구
 75세까지 건강히 일할 환경 조성해야
-우리나라 노년층 80%가 만성질환
 맞춤형 돌봄 시스템으로 전환 필요

▲이 의원= 11월쯤에는 마스크를 벗고 올 연말에는 진정한 ‘메리 크리스마스’를 맞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화제를 좀 바꿔 보겠습니다. 요즘 세간에서 ‘수명 100세 시대’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요. 1901년도에 평균기대수명이 40세였으니 120년 만에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둔 셈입니다.
과거에는 보통 60세에 정년을 맞고 75~80세에 세상을 뜨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앞으로 100세까지 살게 되면 그 추가된 20~30년 세월에 무엇을 해야 할지, 생활은 어떻게 꾸려나갈지 약간 막막한 느낌도 듭니다. 교수님께선 그동안 공공보건의료를 연구해왔는데 이런 문제는 어떻게 돌파해야 할까요?

▲홍 교수= 우리나라가 당면한 가장 큰 난제를 짚어주셨네요.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노인인구의 비중은 2020년 이후 매년 1%포인트씩 높아지게 됩니다. 이미 심각한 상황을 맞았습니다. 2030년에는 25%에 이를 겁니다. 향후 10년 동안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노인인구가 증가하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노인의 80%가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폐질환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는 점입니다. 노인인구가 늘어나는 동시에 만성질환자, 특히 여러 개의 질병을 갖고 있는 복합질환자가 급속히 늘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건강한 수명을 늘리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노인이 됐다 해서 그냥 돌봄의 대상이 되지 않고 그분들이 사회에 좀 더 기여하고 본인도 행복한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 되겠죠. 그러려면 60세 또는 65세인 정년 나이를 좀 올려야 하지 않을까요, 적어도 사회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75세까지 줘야 하다고 봅니다. 정년을 한꺼번에 늘리자고 하면 사회적으로 쉽게 수용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5년에 1년 정도 늘린다면 50년 동안 총 10년 늘리게 되지 않겠습니까?
또 하나는 75세까지 정년을 연장하되 건강하게 일할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이제는 각각의 질병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여러 질환을 앓는 환자 개인에게 맞춤형 돌봄을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또한 치료중심 의료에서 예방중심 의료로도 바뀌어야죠. 코로나19 상황에서 더욱 부각됐지만 건강과 생명, 안전은 앞으로 우리 사회의 중심 가치가 돼야 합니다.

▲이 의원= 교수님께서 쓰신 책 <코로나 이후 생존 도시>를 보니까 정년을 75세로 늘리되 그때까지 일을 하게 하려면 대학교육 같은 2차 교육을 무료화해야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대 의견도 많을 거 같습니다. 첫째, 젊은 세대에게도 대학교육은 무상이 아닙니다. 둘째, 독일, 프랑스 같은 나라에선 고교 졸업생의 40% 정도만 대학을 가니까 무상교육이 가능하겠죠. 이에 비해 우리는 대학 진학률이 80%나 됩니다. 재원 조달이나 교육 효과 등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문제인 거 같습니다. 교수님이 생각하는 대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대학 무상교육 통해 노인들도 새출발

-40년간 교육 공백 메울 2차 대학교육 
 평생교육 시스템으로 인생 이모작 장려
-요양시설 분리 전략, 사회적 한계 봉착
 보건·의료 결합한 노인복지 설계해야

▲홍 교수= 우리나라 평균 기대수명이 현재 83세입니다. 머잖아 90세가 될 겁니다. 19세기 말 프로이센의 비스마르크가 수상이었을 때 평균수명은 50세 정도였죠. 그때 65세라는 노인 기준이 세워졌는데 그 사이에 세상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습니까?
65세를 지나서도 다시 사회에 기여하려면 새로운 능력을 갖춰야 되지 않겠습니까? 보통 대학을 20대 나이에 다니니까 한 40년간 교육 공백을 겪게 되는데, 누구든 그걸 회복하기란 쉽지 않겠죠. 그래서 60세쯤 되면 대학에서 재교육을 받게 하되, 등록금 면제에다 생활비를 지원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다음에 본인 선택에 따라 10~15년간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게 해야죠.
물론 이렇게 되면 요즘 젊은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로 세대 간에 불공정 이슈가 생기게 되죠. 그래서 저는 젊은 세대도 대학을 무료로 다니게 지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경제 수준이 세계에서 10위권인데 그 정도는 해야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학은 누구에게나 기본교육이 돼야 합니다. 선택받은 일부가 대학에 간다는 건 옛날이야기고요.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은 인재 교육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앞으로도 여기에 집중해야 됩니다. 그것을 발판 삼아 나라가 다시 발전해야 된다고 봅니다.
더욱이 저출생과 인구 감소 때문에 대학 신입생이 점점 줄고 있어서 조만간 우리 대학의 절반은 사라질 위기에 있습니다. 그 역시 또 다른 사회적 낭비를 초래할 요소가 되겠죠. 우리나라가 평생교육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만들면 대학의 폐교 위기도 해소하고 인생 2기 대학을 다니는 노인들에게 새출발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의원= 만약 정년을 75세로 연장하게 되면 노인복지체계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님 같은 분은 아파트 단지를 ‘세대 복합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1~6동에는 자식-손주 세대가, 8~10동에는 조부모 세대가 살게 되면 같은 단지 안에서 어르신 의료·돌봄 서비스나 어린이 육아·교육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얘기입니다.

▲홍 교수= 동의합니다. 우리가 새로운 주거 환경을 만들 때 이렇게 복합형으로 구성하고, 젊은 사람과 어르신들이 함께 살면서 서로 교류하면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관계가 서로 섞이도록 공동체를 만들어야 사회가 지속가능합니다, 지금은 너무 분리정책만 쓰려고 합니다. 노인들을 요양시설, 요양병원에 수용하는 전략으로는 우리 사회가 지속해나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65세 이상 인구는 15%인데 10년 뒤에는 25%, 2050년에는 거의 40%나 됩니다. 그 가운데 얼마나 많은 비율을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얼마나 수용해야 될까요, 사실상 인구의 반을 분리 수용하는 국가는 지구상에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커뮤니티 케어’라는 돌봄 프로그램을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복지 프로그램 중심으로 짜여져 보건-의료와 관련된 내용이 너무 부족합니다. 지역사회 중심으로 보건과 복지, 그리고 교육과 사회참여에 이르기까지 노인들의 필요와 욕구에 맞춰 지금보다 훨신 더 통합된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사실 노인들도 지역사회에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요. 노인끼리 혹은 세대 간에 서로 돌봄을 주고받는 이런 시스템, 그게 미래형 노인복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국 노인들이 지역사회로 들어가서 자기 역할을 해야 됩니다. 노인복지를 돈으로만 해결하려 하다간 국가 재정으로 감당할 수 없게 될 겁니다.

▲이 의원= 싱가포르에 가서 보니까, 노인들이 스마트워치를 다 차고 거기서 시키는 운동을 그대로 따라하면 30만 원 가량 주더군요.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건강하게 살면 본인에게도, 가족한테도 좋고, 국가적으로는 의료복지 지출을 떨어트리는 효과를 낳게 됩니다. 우리도 그런 제도를 도입하면 국민 건강 증진에도 도움이 되고, 건강-의료 관련 데이터도 많이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스마트워치를 차고 운동을 할 경우 건강보험료를 깎아주면 어떨까요?

▲홍 교수= 우리나라에도 건강포인트 적립 방식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의 문제는 지속성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운동 많이 하라고 돈을 줬는데, 제도가 바뀌어 인센티브를 안 주면 곧바로 잘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상적인 의료서비스나 의료체계에 이런 프로그램을 담아낼 수 있는 게 중요합니다. 이른바 스마트 의료체계를 확대하자는 거죠.
예를 들어 스마트워치에서 혈압, 맥박, 심전도, 혈당 등을 체크하는 기술은 이미 개발돼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병원에서 건강관리와 처방을 하게 됩니다. 병이 진행되기 전에 조기 발견을 통해 미리미리 대비하게 되는 거죠.

#분산형 의료, 원격·스마트 의료체계 필요

-수도권에 의료 자원과 환자들 집중
  지역 의료서비스 수준 끌어올려야
-화장실 변기, AI 거울로 건강 체크
  스마트 기기로 집을 의료시설처럼

▲이 의원= 우리나라 의료산업의 특징이 서울과 수도권에는 큰 대형병원이 여럿 있지만, 조금만 작은 도시에 가면 그렇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나이 드신 분들이 은퇴 후 지방으로 갔다가 다시 도쿄로 돌아오는 이유가 대부분 의료 문제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교수님께서 쓰신 책을 보니까 탈(脫)중심 분산형 의료시스템에 관해 많이 소개해 놓았더군요. 아까 지역사회 중심 의료를 말씀했는데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궁금합니다.

▲홍 교수= 우리나라 의료의 고질적이고 심각한 문제는 서울에 있는 대형/상급/종합병원에 의료자원과 환자가 집중돼있다는 점이죠. 지방에는 의사, 간호사, 병원시설, 장비가 부족하니 지방 환자들이 서울에서 치료받으려 합니다.
분산형 개념의 반대는 위계질서형 또는 집중형 개념입니다. 일반 사람한테 ‘어디서 진료를 받고 싶으냐’고 물어보면 80%가 빅5 병원(※서울아산병원, 삼성의료원, 서울대병원, 신촌 세브란스병원, 가톨릭대학 강남성모병원을 지칭)이라 대답합니다. 물론 빅5 병원은 다 서울에 있죠. 그래서 분산형 의료의 취지는 서울 및 대형병원에 집중된 의료를 지방으로 분산하고 분권화시키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지방으로 분산하려 해도 지방의 의료 수준이 낮으면 해결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지방 도시, 특히 지역사회 커뮤니티의 의료 수준을 높이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것도 그냥 높이는 정도가 아니라 대학병원 수준과 동일하게 해야죠. 그래야 환자들이 힘들게 서울에 와서 오랫동안 기다렸다가 5분 남짓 진료 받는 현실이 사라질 겁니다.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이 또 다시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지방에서도 환자를 제대로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합니다. 전염병뿐만 아니라 응급질환, 예컨대 심뇌혈관 질환 경우에도 제때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의료인, 시설, 장비를 효과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분산체계가 필요합니다.

▲이 의원= 경제학자이자 문명비평가인 제레미 리프킨은 통신, 에너지, 교통에서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데 사회체계 전체가 중앙집중식에서 분산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것을 의료 분야에 적용해 보면, 중소도시나 시골에도 서울 못지않은 의료 수준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가 되겠네요. 이를 위해선 ‘원격 의료’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교수님께서는 원격 의료를 시행하더라도 결국 ‘스마트 의료’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오셨습니다. 그 두 가지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병원 진료를 받다 보면 짜증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혈액검사를 한다며 이 병원에서 피를 뽑고, 저 병원을 가도 피를 뽑기 일쑤입니다. 어쩔 땐 똑같은 X레이를 또 찍고 그러잖아요. 환자들의 검사-진료 결과를 여러 병원들이 공유해 함께 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없을까요?

▲홍 교수= 원래 원격의료란 어느 지방의 환자가 서울 빅5 병원에 가기에는 거리가 머니까 원격으로 빅5의 좋은 의사한테 치료를 받게 해달라는 개념입니다. 제가 주장하는 스마트의료는 그런 방식이 아닙니다. 지방의 의료 수준을 높여서 스마트워치 같은 첨단 방식으로 건강 모니터링을 하다가 문제가 발견되면 그 지역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하자는 것입니다. 기술적으로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만, 지금처럼 빅5나 서울의 대형 병원을 집중형으로 이용할 것이냐, 아니면 지역 의료 수준을 높여서 분산형으로 갈 것이냐의 차이입니다. 저는 의료서비스의 분권화, 분산화가 제대로 돼야 의료체계가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의원님이 말한 의료 정보의 공유시스템도 분산형 의료의 개념 일부에 해당합니다. 분산형 의료에는 스마트화 되는 기반기술들이 상당히 많이 필요합니다. 어느 병원에서 검사·진료를 받든 그 결과를 다른 병원에서도 다 공유할 수 있으면 치료를 매우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겠죠. 의료의 질적 수준 차이가 생기는 것도 막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것이 분산형 의료의 기본이 되는 거죠. 분산형 의료가 효율적으로 운용되려면 많은 부분을 스마트화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건강모니터링,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정보보안 등 새로운 기술과 산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 의원= 그런데 이런 방법도 있을 것 같아요. 만약 우리 집에 설치한 거울을 통해 얼굴 색깔을 보고 병의 유무를 판단한다든지, 화장실 변기를 통해 건강 정보를 측정한다든지, 침대나 운동기구 등에서 생체 정보를 분석한다든지 한 마디로 SF영화가 현실로 되는 것이죠. 이런 데이터들을 의사한테 보내주고, 의사는 또 그걸 보고 항시 환자를 진단할 수 있다면 100세 시대의 건강관리가 훨씬 쉬워지지 않을까요?

▲홍 교수= 그렇습니다. 화장실 변기만 해도 굉장히 많은 의료 데이터를 담고 있습니다. 거기서 검사가 매일매일 일어난다면 건강 진단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죠. 스마트거울도 마찬가지인데, 사실 진료실에 가면 의사가 제일 처음 하는 게 환자 얼굴 보는 거잖아요. 의사가 안색만 보고도 이 환자가 왜 왔는지 대개 알 수 있습니다. 그 과정을 AI가 들어있는 스마트거울이 판단해주는 셈이죠. 더 나아가 최신 기술을 적용하자면 눈 안의 망막 속 혈관을 살펴보는 게 있는데요. 그 혈관을 매일 모니터링 할 수 있으면 굉장히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당뇨병, 동맥경화 같은 병도 파악할 수 있고요. 그런 기술들을 많이 갖추면 집 자체가 준(準) 의료시설이 되는 겁니다. 굳이 병원에 가지 않고도 상당히 많은 의료정보를 얻어내고, 그 지역의 의료서비스 수준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 의원= 그런 것만 잘 갖춰져 있다면 동네에 있는 병원의 의사선생님하고도 소통이 잘 될 수 있겠네요. 그러면 치료받기도 훨씬 더 수월하고요. 이렇게만 된다면 자기 집이나 동네에서 금방 건강 검진도 받고 진단-치료도 할 수 있겠네요.

▲홍 교수= 1년에 한번 하는 건강검진보다 훨씬 더 효과가 좋을 겁니다. 집과 마을, 또는 지역사회가 하나의 의료체계 단위로 움직이면서, 굉장히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뮤니티가 되는 거죠. 거기서 만나는 의사는 나를 평생 돌봐주는 주치의 같은 존재가 되니까 지금보다 훨씬 더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스마트 의료가 지역사회 및 1차 의료기관과 긴밀히 연계되고 더 큰 2차, 3차 의료기관으로 확장되면 그 자체가 스마트 건강도시로 발전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 의료체계를 갖추기 위해선 건강 모니터링 기술, 데이터의 전달·활용을 촉진하는 의료플랫폼, 자료의 처리와 판단 지원을 하는 AI 기능, 이런 서비스를 뒷받침할 의료수가와 보상체계 등이 두루 마련되어야 합니다.

#덴마크 ‘휘게’ 모델, 행복지수 무척 높아 

-성장 위주의 중앙집중형 거대도시
 돌봄 줄어든 무한경쟁사회 불가피
-행복의 구성 요소 ‘교류, 돌봄, 안전’
 건강이 중심인 스마트도시 만들자

▲이 의원= 교수님이 쓴 책을 보면 ‘앞으로 인류의 최대 질병이 암이 아니고 우울증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요즘 서울, 특히 강남에 가보면 마음치료연구소나 명상센터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인터넷 포털이나 미디어에서도 명상 열풍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달러를 넘어섰는데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홍 교수= 제 생각이라기보다는 데이터가 말해주는 게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에선 2015년 이후 연령별로 암 발생도 줄어들고 암 치료율도 향상되고 있습니다. 반면에 우울증 환자는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마스크를 쓰니까 대부분의 질환, 특히 소아과, 이비인후과는 환자가 절반 이상 급감했죠. 그런데 유독 환자가 늘어난 게 정신과입니다. 우울증 때문이죠.
우울증의 이유는 뭘까요. 우리 사회가 경쟁사회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하나는 돌봄이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전에는 집에서 대화를 나누거나 돌봄을 많이 받았잖아요. 그런데 요새 저녁 같이 먹는 가족이 얼마나 됩니까. 또한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 간의 알력과 반목으로 사회가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지금은 목표를 상실한 상태라고 말할 수 있겠죠. 더욱이 우리 사회의 주역이 될 젊은이들은 공정 이슈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결국은 가정이나 개인보다 사회 차원에서 더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 의원= 교수님께서는 코로나19 이후에 새로운 신문명 도시, 스마트 건강도시가 나올 거라고 말씀했습니다. 과거 농경사회에는 농촌이라는 공동체가 있었고, 18세기 산업혁명을 지나면서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있는 대도시가 생겨났습니다. 교수님께서 생각하는 스마트 건강도시는 일, 교육, 주거, 의료가 패키지로 존재하는 그런 중소도시 플랫폼을 생각하는 건가요?

▲홍 교수= 코로나19에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은 도시를 보면 뉴욕이나 파리, 베를린, 런던, 도쿄 같은 거대도시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이거든요. 이런 거대도시들의 의료 수준이 낮아서 그랬느냐, 아닙니다. 사람들이 더 많이 모일수록, 더 많이 교류할수록, 즉 도시화가 높은 수준일수록 이런 위험성이 커질 수밖에 없어요. 그런 점에서 코로나19는 문명적 변화의 분기점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미래 도시는 주거, 교육, 의료가 수준 높게 갖춰지고,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중소도시 형태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건강이 도시의 중심가치가 되는 스마트 건강도시인 거죠. 그러려면 도시를 계획할 때 자족적인 중소도시를 목표로 교통, 에너지, 대기오염, 수변과 녹지, 건물의 공간 배치 등을 신경 써야 합니다.
우리가 느끼는 행복의 구성 요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간의 친밀감, 교류, 돌봄, 안전 등이거든요. 이런 것들이 깨지면 아무리 기술적으로 발전해도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지금 우울증이 늘어나는 이유도 그런 요소들이 깨졌기 때문이죠. 결국은 사람 중심의 사회, 사람이 활력 있고 생동감 넘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고민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이 알 수 있는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스스로 안전하다고 느끼거든요. 그 범위는 5000명, 1만 명을 넘어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인구가 대략 3만에서 5만 정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의원=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 같은 경우에는 그걸 5300명 정도로 봤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약간 도식적인 전략을 추구해왔지만, 교수님 말씀대로 이제는 3만 내지 5만 정도 되는 중소도시들이 마치 포도 알처럼 많이 생겨나면 좋겠네요. 그런 도시들이 많이 생기면 우리 삶도 훨씬 행복해지겠죠. 앞으로 그런 시범도시를 하나 잘 만들어 모듈화하면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홍 교수= 코로나19 팬데믹은 지금까지의 발전전략 혹은 사회적 구조가 한계가 도달했음을 드러냈습니다. 이제부턴 성장위주 전략, 중앙집중식, 탄소의존형 전략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신문명 도시는 안전과 복지, 건강과 의료를 바탕으로 새롭게 건설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좋은 걸 굉장히 빨리 받아들이는 학습능력이 있습니다. 스마트 건강도시의 모범사례를 두세 개 멋지게 만들어내면 그 다음 확산 단계는 아주 쉬울 거예요. 그리고 각 도시마다 또 특색이 생기겠죠. 도시가 작아지고 주민들의 참여민주주의 수준도 높아져서 그것이 도시의 발전과 특성화를 이끌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또 스마트 기술과 결합되고, 국가가 교육, 의료 같은 생활 인프라를 깔아주면 사람들끼리 교류가 친밀하게 이루어지고 서로 존중받고 행복한 도시가 될 겁니다. 그런 도시들이 우리나라에 100개, 150개 있다면 얼마나 멋진 나라가 되겠습니까? 우리에게는 기반기술도 다 있고, 스마트 관련 기술도 앞서갈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과 초고령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래 스마트 건강도시를 만드는 게 새로운 국가 비전이 되어야 합니다.

▲이 의원= 교수님께서 제시한 ‘스마트 건강도시’에 관련해 우리가 모델로 삼아야 할 사례가 있을까요, 북유럽의 행복 모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홍 교수= 제가 하나를 꼽는다면 덴마크의 ‘휘게(Hygge)’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휘게는 편안함, 따뜻함, 아늑함, 안락함을 뜻하는 명사입니다. 작은 공동체에서 서로 돌봄의 고리를 만들고 있는 게 독특합니다. 노인들이 고립되거나 소외되거나 요양소에 보내지는 게 아니라 공동체 안에다 노인생활시설을 설치합니다. 노인들끼리 서로 교류하는 동시에 마을 사람들과도 교류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노인들을 따로 수용하지 않고 모두 함께, 전체가 더불어 사는 거죠. 휘게에 사는 사람들은 실제로 행복지수가 굉장히 높다고 합니다.

▲이 의원= 인간이 외롭지 않은 그런 사회, 상대가 있어서 행복하고 나 때문에 상대가 행복한 그런 세상, 덴마크 휘게와 같은 공동체 사회가 한국에서 활짝 꽃피웠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은 세계 역사에서  문명의 선두에 서본 적이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기후위기를 계기로 문명사의 전환을 주도하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홍 교수님, 오랜 시간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대담 정리=이형진 작가
사진=김용훈 사진작가
편집=한은지 기자


홍윤철 교수

1960년 서울 출생.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가정의학, 예방의학,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서울대 의과대학 휴먼시스템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인간, 사회, 그리고 의료>라는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공공보건의료진흥원 원장 및 환경의학연구소 소장을 겸임하고 있다. 저서로는 《팬데믹》, 《질병의 탄생》, 《질병의 종식》이 있으며 최근 《코로나 이후 생존도시》를 출간했다. 국제학술지에 350여 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정회원 및 세계보건기구(WHO) 정책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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