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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의 ‘미래대담’⑦ 계호 스님] 콩 한 알로 3천명이 먹고도 남는 이유? 배려와 양보 때문

by | 2021년 4월 23일 | 위크엔드 컬처, 이광재의 미래 대담

이광재 의원과 진관사 계호(戒昊) 스님. (사진=김용훈)

서울 은평구에 있는 진관사(津寬寺)는 예로부터 서울 근교의 4대 명찰(名刹)로 손꼽혀왔다. 거란의 침입을 막아낸 고려 현종(顯宗)이 1011년에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진관사는 2015년 7월 미국의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의 방한 때 또 한 번 유명세를 탔다. 질 바이든 여사가 한국문화와 사찰음식을 체험하기 위해 ‘비구니 사찰’인 진관사를 찾아 3시간 가까이 머물렀다.
‘이광재의 미래대담⑦’에선 ‘천년 고찰’의 주지 소임을 15년간 맡아온 계호(戒昊, 71세) 스님을 만났다. 그는 한국 불교의 ‘큰스님’인 탄허(呑虛) 스님과의 인연으로 고교 졸업 후 출가했다. 이날 대담에서 계호 스님은 “사바세계가 원래 고해(苦海)인데 그 속에서 살다보면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기 마련”이라며 “안 될 때는 무리하지 말고 쉬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행하는 마음의 두 축(軸)을 자비와 지혜라고 전했다. ‘가슴은 따뜻하게, 머리는 밝게’ 평상심을 갖고 세상을 살라는 얘기로 들렸다. ‘사찰음식 명장’이기도 한 계호 스님은 평생 건강을 유지해온 비결로 “자연에서 나는 제철 음식이야말로 최고”라고 강조했다. 대담은 지난 11일 오전 3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편집자]

▲이광재 의원(이하 이 의원)= 계호 스님께서는 10대 후반에 불가에 귀의했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탄허 큰스님과의 인연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탄허 큰스님의 말씀 가운데 인상적인 부분은 무엇이었는지요? 10대 후반에 출가를 결심하게 된 사연이 궁금합니다.

▲계호스님= 저는 독실한 불교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어요. 부친의 친구도 스님이셨고, 어렸을 때부터 절집에서 많이 놀고 그랬습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1학년 때 탄허 큰스님이 법회에 오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번 가봐야겠다 마음먹고 참석했어요. 그런데 큰스님이 칠판에 한문을 너무 잘 쓰시는 거예요. 반야심경의 ‘색즉시공 공즉시색’을 중심으로 공(空)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그게 그렇게 마음에 와 닿더라고요. ‘아, 여기에 뭔가 심오한 뜻이 있구나’ 생각하고 그다음부터 불교 학생회에 열심히 나갔습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졸업 무렵에 ‘나는 출가해야 되겠다’ 생각이 저절로 들었어요. 탄허 큰스님께도 여쭤보았는데, 저를 딱 쳐다보더니 ‘너는 고독지상(孤獨之相)이라 출가해도 되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1968년 5월에 진관사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다음해 청룡사에서 자운 스님에게 사미계를 받았죠. 그때 절집에 들어왔더니 너무 엄격해서 숨 쉴 틈도 없었죠. 저는 절집 생활을 하면서 음식 만드는 것이나 궂은일에 몸을 아끼지 않았는데, 그 덕에 수행 생활을 잘 버텨낸 것 같아요.

#10대에 출가해 53년간 수행 외길

-탄허스님은 명쾌한 경전 해석의 귀재
 반세기 전 이미 한반도 정세변화 예언
-성철스님에게선 오매일여 자세 배워
 늘 무덤덤하게 수행하는 평상심 중요

▲이 의원= 탄허 큰스님께서 1970년대에 설법한 내용들이 요즘 유튜브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장차 한국이 중국과 가깝게 지낼 거고, 원 없이 중국 여행을 다니게 될 거고, 4대 강국 사이에 한국이 우뚝 서게 될 거라는 예언들이 실제로 맞아떨어져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런 내용 말고도 주변 스님들한테 미래 예언이랄까, 앞을 내다보는 이야기를 말씀해준 게 또 있었나요? 스님이 보기에 탄허 큰스님은 어떤 분이었습니까?

▲계호 스님= 1968년으로 기억되는데 저한테 중국말을 배워두라고 하셨어요. 영어도 좋지만, 앞으로 중국이 세계 일등국가가 될 테니, 한문을 잘해야 된다고요. 그리고 한국이 머잖아 세계의 중심이 되는데 그러려면 중국말을 배워야 한다고도 하셨어요. 그리고 또 ‘건(乾)의 세계가 가고 곤(坤)의 세계가 온다’고 하셨죠. 곤의 세계, 즉 여성의 세계가 열린다는 말씀이셨죠.
탄허 큰스님은 항상 새벽 2시에 일어난 뒤에 간단히 씻고 정좌한 뒤 하루에 열 몇 시간씩 앉아계시곤 했어요. 그때가 한참 화엄경을 번역하던 시절이었는데, ‘아, 도인 스님들은 다리도 안 아픈지 저렇게 종일 앉아계셔도 잘 견디시는구나’ 감명을 받았죠. 그리고 누군가 먼저 묻기 전에는 결코 말씀을 안 해주셨어요. 한 번은 제가 ‘큰스님, 스님 생활을 하려면 뭐가 중요합니까?’라고 여쭤봤죠, 그랬더니 ‘스님 생활 하는 데 뭐가 중요하겠느냐?’라고 다시 반문하면서 ‘가만히 생각해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걸 붙들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너무 잘하려고도 하지 말고, 못하려고도 하지 말고, 하루하루를 무덤덤하게, 무심하게 수행하는 것’이라고 깨달았어요. 사람들이 말하는 평상심 같은 거죠.

▲이 의원= 스님 말씀만 들어도 탄허 큰스님은 범상치 않았던 분 같네요. 그럼 스님께선 그 뒤로 어떤 수행 과정을 거쳤습니까? 줄곧 진관사에만 계신 건 아닐 텐데요.

▲계호 스님= 1968년 청룡사에서 공부하다가 1970년 운문사에 가서 공부하게 됐어요. 경북 청도에 있는 운문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비구니승가대학인데, 저희 때는 스님이 300명까지 있었어요. 지금은 출가자가 적어져서 100명 정도밖에 없지만요. 그곳에서 4년간 공부하고 나서 ‘스님 시봉’을 하고 있는데, 성철 스님께서 1981년께 성북동 성라암에 비구니대학을 만드셨죠. ‘어른스님들께서 비구, 비구니 스님이 같이 공부하지 말고 비구니만 공부하는 학교를 만들라’고 하셨다면서요. 저도 거기 들어가서 1983년 3월에 졸업하고 운문사에서 5월부터 강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의원= 그러니까 스님께서는 탄허 큰스님도 뵙고 성철 큰스님도 가까이서 뵌 흔치 않은 인연을 갖고 있네요. 혹시 두 분 큰스님을 비교하면 어떤지 말해주실 수 있을까요?

▲계호 스님= 두 분 다 워낙 뛰어난 분들이라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굳이 구분하자면 스타일은 조금 달랐던 것 같은데 탄허 스님은 경전 공부 쪽으로 아주 깊게 파고 드셨고 나중에 주역 같은 것도 하셨고 유불선(儒佛仙)에 두루 통달한 분이셨죠. 탄허 스님께서 불교 경전을 하도 명쾌하게 해석하셔서 그런 걸 많이 배웠다고 할 수 있고, 성철 스님께서는 조계종 종정을 두 번이나 하셨고, 화두하는 법 그리고 오매일여(寤寐一如)라고 잠자는 거나 깨어있는 거나 똑같아야 된다는 것도 배웠네요. 두 분 모두 정말 배울 점이 많으셨죠.

▲이 의원= 노무현 대통령께서 퇴임 후 어느 한 스님한테 이렇게 여쭤본 적이 있어요. ‘스님, 제가 평생 궁금한 게 하나 있었는데, 대통령일 때는 차마 못 여쭤봤는데요. 태권도를 배우면 처음에는 하얀 띠였다가 빨간 띠, 까만 띠, 이렇게 올라가는데, 수행 생활을 하게 되면 그런 것을 스스로 느끼시나요?’라고요. 계호 스님이 생각하기엔 어떤가요?

▲계호 스님= 스님 세계에서 일단 띠 같은 건 없고요, 그냥 무색이에요. 무색인데, 물에 차츰차츰 깊숙이 젖어드는 느낌이랄까요? 그런 게 몸으로 느껴져요. 그래서 10년 다르고, 20년 다르고 30년, 40년, 50년, 그 느낌이 다 달라요. 수행도 마찬가지예요. 평생 수행해도 깨닫지 못하는 것은 똑같겠지만, 그래도 시은(施恩, 은혜를 베풂)을 알고, 염불, 참선, 다라니 기도, 기도의 주력(呪力) 같은 거는 그것을 하지 않은 사람과 굉장한 차이가 납니다. 이론상으로만 하는 게 아니니까요. 다른 종교도 물론 그렇겠지만, 불교는 말 그대로 실천의 종교입니다. 그래서 자비와 지혜가 중요한 것이고요. 그래서 보여주기 위한 수행이 아니라 정말로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을 해야 합니다.

#순리대로 흐르고 吾唯知足 하는 삶

-사바세계는 참고 견뎌야 할 苦海
 나만 벗어나려 하면 순리 어긋나
-집착·욕심, 마음의 허상에서 생겨
 스스로 만족하는 법을 깨우쳐야

▲이 의원= 요즘 인류의 최대 질병이 암(癌)이 아니라 우울증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이란 존재는 늘 불안하고 뭔가 불만을 갖는 불안정한 존재잖아요. 수행을 잘하면 스님처럼 깨달음을 얻겠지만, 평범한 사람도 뭔가 깨닫고 그래야 각자의 삶이 좀 더 풍요로울 수 있잖아요. 보통사람이 깨달음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

▲계호 스님= 세간의 사람들은 흐름에 따라서 사는 법을 배우면 됩니다. 물 흐르듯이 순리대로 세상을 살아야 돼요. 역(逆)으로 가면 안 돼요. 그리고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고, 힘들 때가 있으면 좋을 때도 있는 법이에요. 그것을 늘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합니다. 흔히들 사바세계를 고해(苦海)라고 합니다. 그래서 감인(堪忍)의 세계, 즉 참고 견뎌야 하는 세계이죠. 고해에서 나만 벗어나려 하면 안 되죠. 세상을 살면서 좀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도 고진감래(苦盡甘來), 어려운 때가 지나가면 또 좋은 때가 온다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이 세상에 살아가는 내내 처음부터 끝까지 잘 되는 사람은 정말 없어요.

▲이 의원= 좋은 말씀입니다. 스님께서는 오랫동안 수행 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많은 사람이 스님을 찾아오고 그랬을 것 같습니다. 그 사람들 중에 스님께서 이런 조언을 해줬더니, 그 사람이 정말 잘 됐다, 그런 경우도 있었는지요? 그리고 30~40년 전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요즘 세상 사람들은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과거에는 너도나도 대체로 가난했잖아요. 그런데 요즘 물질적인 삶은 풍족해졌지만, 옛날보다 살기가 더 힘들다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계호 스님= 제가 사람들을 만나서, 예를 들면 누군가 무슨 사업을 한다 해서 말리면 그 말을 잘 안 들어요. 세상 흐름이 다 안될 때니까 무엇을 새로 시작하지 말라 권해도, 일을 다 벌려놓은 다음에 와가지고 결과를 이야기합니다. 사람마다 자기한테 맞고 안 맞고가 있어요. 사업이 잘 맞는 사람도 있고, 다른 직업이 더 잘 맞는 사람도 있고 그래요. 무슨 일을 벌이기 전에 세상 흐름부터 먼저 살펴봐야 해요.
수행자도 마찬가지로 자기한테 맞는 공부 방법이 있습니다. 다 달라요. 주력(呪力)을 열심히 하는 이도 있고, 염불을 하는 사람은 그 길로 가야 염불삼매에 들 수 있죠. 경전도 능엄경, 관음경, 능가경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관음경이나 지장경을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습니다. 공부든 일이든 자기 취향에 맞게 하면 돼요.
요즘 사람들은 예전에 비해 기다리는 일을 잘 못해요. 그만큼 우리가 속도가 너무 빠른 시대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겠죠. 그래도 참고 견디는 자세가 어느 정도 필요합니다. 예전에는 느긋하게, 그냥 흘러가는 대로, 조금 벌면 조금 먹고 그랬는데 요즘은 그런 게 없어졌어요.
세상이 그렇게 변했죠. 그런데 따지고 보면 전부 집착과 탐욕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흐름에 순응하지 않고 살다 보니 그렇습니다. 너무 욕심을 많이 부리고 있어요. 저 집이 다섯 개 가지면 난 열 개 가져야 된다, 이런 마음을 품고 있잖아요. 부처님이 마음을 비우라고 가르쳤지만, 수행자도 중생도 마음을 비우지 못해서 그게 자꾸 문제가 되고 불화가 생기는 거예요.

▲이 의원= 바람이 부는 이유가 고기압하고 저기압하고 기압 차이 때문인데, 인간의 마음에 부는 바람도 상호 비교 때문이라는 말씀이네요. 그래서 법정 스님이 ‘인생은 비교하면서 사는 게 아니다’라고 말씀하신 부분이 굉장히 와 닿습니다. 부러움을 줄여야 인생이 행복하다는 말도 있고요. 그런데 남과 비교하지 않고 산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은 일 같습니다.

▲계호스님= 간단해요. 욕심을 버리면 돼요. 오유지족(吾唯知足)이라고 하잖아요. ‘오직 나 자신이 스스로 만족함을 깨닫는다’는 뜻이에요. 스스로 만족하는 법을 알면 욕심은 자연스럽게 없어져요. 집착하고 탐욕을 부리고 욕심을 내는 것은 전부 자기 마음에서 만들어내는 허상 때문이에요. 그렇게 해서 불행해지면 자작자수(自作自受)요, 자업자득(自業自得)이죠.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말도 비슷하고요. 순리대로 살다 보면 언젠가는 복이 오기 마련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타고난 복이 있는 법이거든요.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 ‘오유지족’을 부자(富者) 부적이라고 만들어 쓰기도 해요. 네 글자에 모두 입 구(口) 자가 들어 있어서 한 글자로 쓸 수 있거든요.

▲이 의원= 그렇게 한 글자로 해놓고 보니까 입(口)이 정말 중요하네요. 그런 면에서 보면 식구(食口)라는 단어가 마음에 참 와 닿습니다. 같이 모여서 밥을 나눠먹는 사람이 식구라는 뜻이잖아요. 복(福)이라는 글자를 뜯어봐도 한(一)  입(口)으로 먹을 밭(田)만 보이면(示) 행복하다는 뜻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최고 건강식은 제철음식, 최고 양념은 마음

-두부·사찰음식으로 유명한 진관사
 질 바이든 등 국내외 유명인사 방문
-비법은 나눔, 자비, 베풂의 마음
 제철음식, 평생 건강 지켜준 비결

▲이 의원= 먹는 이야기가 나온 김에 사찰음식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진관사에서 옛부터 두부를 잘 만드는 걸로 이름을 떨쳤다고 하던데요.  주지 스님께서도 평소 ‘두부 예찬론’을 펼치고 사찰음식을 널리 알려온 걸로 압니다. 70세가 넘도록 병원 신세를 한 번도 지지 않고 건강을 지키는 비결인 것 같습니다.

▲계호스님= 한 마디로 두부는 밥상의 보약이에요.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하죠. 암세포도 억제하고, 혈액순환에도 좋고, 호르몬 작용에도 도움이 돼요. 게다가 어떤 음식의 재료로 써도 안 어울리는 데가 없어요. 그리고 두부의 재료가 되는 콩은 비료를 따로 주지 않아도 잘 자라죠. 그래서 저는 콩을 하늘이 땅에 내려준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원래 콩깍지 하나에 콩이 세 알씩 들어있는데, 대중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콩을 열심히 가꾸면, 제석천신(帝釋天神)이 감동해서 콩알을 보너스로 한두 개 더 주는 거예요. 그래서 다섯 알도 되고 네 알도 되죠. 우리에게 정말 고마운 자연의 선물이에요.

수행자가 도업을 이루기 위하여 먹는 음식. 계율에 근거하여 육류, 생선, 오신채를 쓰지 않는다. (사진=진관사)

▲이 의원= 진관사의 사찰음식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까 요리법을 배우러 오는 사람도 많고, 유명한 인물도 많이 다녀갔다고 들었습니다. 벨기에 왕비를 비롯한 국빈들과 주한 외교사절, 외국 정치인들, 심지어 리처드 기어 같은 영화배우도 방문했다고 하던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화제가 됐던 인물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가 아닐까 합니다.

▲계호스님= 그때가 2015년 7월인데, 당시는 바이든 부통령 시절이었죠. 그보다 1년 앞서서 백악관 부주방장이었던 샘 카스란 분이 우리 절에 찾아와서 김치 담그는 법이랑 콩국수 만드는 법이랑 배워 갔어요. 그게 인연이 돼서 진관사에 들리게 된 거죠.
그런데 질 바이든 여사가 진관사에 와서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원래는 20~30분 머물 예정이었는데, 결국 3시간 정도 있다가 갔습니다. 경내도 한 바퀴 둘러보고, 효림원에서 차도 마시고 한참 즐겁게 얘기를 나눴어요. 마지막에 절을 떠나기 직전에는 진관사의 모든 것이 아름답고 훌륭하다며 ‘한 번 안아드려도 되겠느냐’고 그러더라고요. 바이든 대통령 내외분이 또 방한할 기회가 있다면 꼭 한 번 들러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이 의원= 바이든 대통령 내외분이 언젠가 방한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그런데 이토록 많은 사람이 진관사의 사찰음식을 좋아하고 한국문화의 하나로 추천하는 이유가 뭘까요?

▲계호스님= 사실 뭐 특별한 비법은 없습니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오신채(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 한국에선 흥거 대신 양파를 금지)를 넣지 않아 음식이 담백하죠. 모든 음식을 직접 만들어 대접하는 것은 똑같아요. 다만,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비법은 ‘마음’이라는 양념입니다. 나누는 마음, 베푸는 마음, 자비로운 마음, 지혜로운 마음이 필요하죠. 그 마음가짐을 배우기 위해 요리를 하는 분들이 우리 절을 많이 찾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 의원= 최고의 음식은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이라고 하던데, 그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네요. 아까 행복과 불행도 결국 마음의 경계에서 온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의 가장 기본도 결국 식(食)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요즘처럼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을 때는 어떤 음식을 먹어야 건강에 가장 좋고, 마음에도 행복을 가져올 수 있을까요?

▲계호스님= 요새처럼 병에 많이 걸리는 이유는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고, 간편하게 끓여먹는 음식만 자꾸 찾아서 그런 거예요. 자연을 닮은 음식을 먹어야 돼요. 그래야만 내 몸도 자연처럼 될 수 있어요. 내가 먹는 음식이 곧 내 몸과 내 인격을 만드는 법이거든요.
식약동원(食藥同源)이란 말이 있죠.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 약이나 다름없는데, 그걸 소홀히 하면 안 됩니다. 특히나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연에서 나는 제철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그거야말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음식이에요. 아마 제가 평생 건강을 지켜온 비결인 것 같아요.
또한 자연에서 나는 음식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해요.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깃들어 있고 한 톨의 쌀에도 만민의 노고가 깃들어 있으니까요. 일미칠근(一米七斤)이라고 쌀 한 톨에 일곱 근의 무게가 있다고 했어요.

#지혜는 자비를 먹고 자란다

-내가 베풀면 상대는 ‘또 다른 나’
 인색하면 체취, 관상도 나빠져
-‘강 없는데 다리 놔준다’는 정치권
 진심으로 다가서야 민심 얻는다

▲이 의원= 힌두교에서는 사람이 평범한 삶을 살다가, 가정을 꾸려 어느 정도 경제적 안정을 이루면 바깥에서 수행 생활을 하고, 다시 돌아와서는 제자들을 키우고, 나중에는 다시 나가서 생을 마감하는 식의 네 단계로 인간의 삶을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죽을 때 금반지 하나는 시신을 태울 장작 값으로 남겨놓고요. 이렇게 인생을 정의하는 것을 보고 느낀 바가 참 많았습니다. 주지스님께서는 인간의 삶을 어떻게 정의하고 싶으세요?

▲계호스님= 사람이 평생을 살면서 필요한 게 딱 두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자비와 지혜를 실천하는 거예요. 자비는 중생에게 즐거움을 주고 중생의 고통을 없애주는 지극한 마음을 의미하고, 지혜는 삶의 이치를 터득하고 사리분별을 정확히 할 줄 아는 능력을 말합니다. 모든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따뜻함이 바로 자비의 힘인데, 자비를 발휘하려면 이치와 사리에 밝아야 하니 이것이 바로 지혜의 힘이라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우리가 콩 한 쪽을 갖고 3000명이 나눠먹으면 어떻게 될까요? 불가에선 그래도 한 쪽이 남는다고 합니다. 왜냐면 서로 양보하니까요. 바로 배려하고 양보하는 마음이 자비입니다. 그리고 지혜는 자비를 먹고 살아요. 자비라는 마음이 있어야 지혜라는 게 발동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지혜와 자비가 마치 새의 두 날개처럼 나란히 가야 돼요. 지혜만 있어도 안 되고, 자비만 있어도 안 됩니다. 기찻길의 두 레일 중에 하나만 비뚤어져도 기차가 탈선하듯이 두 가지를 고루 갖춰야 하죠. 속세 사람들도 이 두 가지를 잘 배워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의원= 자비, 지혜의 말씀을 들으니까 아까 스님께서 ‘물 흐르듯이 살라’는 말씀이 이해가 되네요. 물이라는 게 산을 만나면 돌아서 가고, 웅덩이가 있으면 그게 채워져야 다음 단계로 가잖아요. 그리고 물이 땅 밑으로 스며들면 풀과 나무를 자라게 해주고요. 그러니까 어떤 때는 남을 도와서 자비를 베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지혜롭게 때를 기다리기도 하는 셈이죠. 그렇게 흘러가다 보면 가장 낮은 곳에서 바다를 만나는데, 그 곳에 결국 물이 가장 많이 모이게 되죠.

▲계호 스님= 그래서 자비와 지혜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린 거예요. 자비와 지혜가 없으면 사람이 인색하고 옹졸해지죠. 심지어 체취도 바뀌고 관상(觀相)도 바뀌어요. 심상(心相)이 좋으면 마음을 잘 쓰게 되고 그러면 얼굴도 좋게 달라지죠. 상대에게 베풀면 그 순간 상대는 ‘또 다른 나’가 되는 거예요. 그리고 그 ‘또 다른 나’를 남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이 더불어 사는 이치이고요.
우리가 자연의 이치를 배워야 돼요. 이 의원님이 물 이야기를 했는데, 그렇게 사람은 물과 땅에서 배우는 거예요. 하늘에게 배우고, 자연에게 또 배워야 하고요. 결국 이것이 무위자연의 도(道)인데, 알고 보면 별게 아니에요. 음식도 마찬가지로 최고의 맛은 자연이 깃들어 숨 쉬는 담백한 맛, 자연 그대로의 맛입니다.

▲이 의원= 정치도 그렇게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되면 좋을 텐데요. 이번에 4·7 재보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들한테 큰 회초리로 세게 야단을 맞았잖아요. 어떡해야 다시 민심을 얻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지혜와 자비를 정치에서도 실천할 수 있을까요?

▲계호 스님= 국민들을 기쁘게 하려면 먼저 밥을 배불리 먹을 수 있게 해야 해요. 그러니까 먹고사는 문제, 의식주 문제를 잘 해결해줘야 합니다. 그게 언제나 첫 번째가 돼야 해요. 왜냐면 밥은 몸이고 몸은 곧 생명이거든요. 법은 영혼이고 정신인데, 그보다는 생명이 먼저잖아요. 그러니 법 위에 밥이 있어야죠. 선식치 후약치(先食治 後藥治)라고 했어요. 국민에게 위안과 치유를 주기에 앞서 식(食)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약(藥)에 해당하는 도리나 윤리, 법과 질서는 그 다음 처방법이 되고요.
사람 민심을 얻으려면 진심으로 다가가야 해요. 사람들이 정치인이란 존재를 ‘강 없는 데 다리 놔준다고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잖아요. 그러니까 정치가 신뢰를 잃은 거고, 사람들이 등을 돌리는 겁니다. 대중에게 믿음을 줘야 해요. 그렇게 의식주 문제를 해결해주고 진심으로 다가서면, 맛있는 음식에 손이 한 번 더 가듯이 정치인을 향한 마음도 한 번 더 돌릴 수 있어요. 이런 마음이 모이면 그게 천심이 되는 것이죠.

▲이 의원= 결국 진심과 민심과 천심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하겠네요. 진심을 다해서 민심에 다가서면 천심을 얻게 될 것 같습니다.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하고, 빈부격차를 줄이고, 사회 전체적으로 나누고 베풀면 행복한 사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바탕은 자비와 지혜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스님, 복(福)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생길까요?

▲계호 스님= 석복(惜福), 작복(作福), 수복(受福)을 해야 돼요. 첫째로 복을 아낄 줄 알아야 하고, 둘째로 복을 스스로 지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복을 잘 받아야죠. 복이 있을 때 함부로 복을 쓰지 않도록 해야 돼요. 그리고 복이 생길 일을 자꾸 만들어야 복을 더 받게 되는 겁니다.
특히 남에게 복을 더 많이 베풀수록 자기 복이 늘어나게 돼요. 베푼 만큼의 만 배가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했습니다. 그것도 작복의 방법 중 하나고요. 사람들은 자꾸만 자기 것을 채우려고 하는데, 복을 채우려면 먼저 남에게 베풀어 자기 것을 비워야 다시 또 채울 수 있다는 원리를 깨달아야 합니다.

▲이 의원=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삶을 힘들어 하잖아요. 코로나19 때문에 힘들고, 젊은이들은 앞 세대의 기득권 때문에 자기들이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고요. 있는 사람도 불안하고, 없는 사람도 불만에 차있죠. 내가 제일 불행하다는 심리 상태가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위기 속에서 한 개인이 지혜롭게 사는 길은 무엇이고, 한 사회가 지혜롭게 가는 길은 뭘까요?

▲계호 스님= 아까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세상의 흐름에 따라서 같이 흐르려고 해야 해요. 어려울 때는 같이 어렵고, 좋을 때는 내가 가진 것을 남에게 베풀어주는 자비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게 올라가고 내려가는 삶의 이치에 편승하면서 지혜롭게 살면 행복은 금방 습관이 됩니다.
사회적으로는 대중심(大衆心)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나 혼자’라는 독불장군 같은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해요. 콩 한 쪽도 나눠먹겠다는 마음으로 주변을 대하고, 함께 더불어 사는 걸 생각해야 돼요. ‘아, 나 혼자가 아니라 저 사람이 있어서 고맙다’ 생각할 줄 알아야죠. 공부도 일도 구석방에서 혼자 독살이 하지 말고 열린 공간에서 다함께 해야 해요. 그래야 우울증에도 걸리지 않고 마음이 더욱 풍성해집니다.

▲이 의원= 많은 사람이 그저 위로 올라가려고만 생각하잖아요. 사실은 누구나 언젠가 다 내려오게 되어 있는데도 말이에요. 올라가는 것도 힘들지만, 내려갈 때 잘 내려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올라갔을 때 주변에 베풀고 나누고, 내려가면 내려가는 대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기회를 기다리는 지혜를 발휘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우리 사회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고요.
오늘은 절 이름처럼 너그러움이 두루 모이는 진관사의 계호 스님께 좋은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우리 삶에 보탬이 될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두 손 모아 감사드립니다.

대담 정리=이형진 작가
사진=김용훈 사진작가
편집=한은지 기자


계호 스님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전국비구니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강원도 묵호포교당 학생법회에서 당시 주지였던 혜거 스님(훗날 동국대 불교학술원 동국역경원장)에게 《초발심자경문》, 《반야심경》 등을 배우고 참선 수행을 지도받았다. 1968년 탄허 스님의 권유로 진관사로 출가해 진관 스님을 스승으로 모셨다. 운문승가대학, 중앙승가대학을 졸업했으며 1983년부터 13년간 경상북도 청도 운문사에서 후학을 가르치는 강사 소임을 맡았다. 1993~2006년 강원도 횡성 보광사 주지에 이어 2006년 5월부터 진관사 주지 소임을 맡고 있다. 진관사 수륙재보존회 회장, 산사음식연구소 대표를 겸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찰음식 명장으로서 전 세계에 건강하고 행복한 사찰음식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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