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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의 ‘미래대담’⑥ 김흥규 교수] 단 한 번 실수로 ‘나라 흔들릴 위기’ 맞을 수도

by | 2021년 4월 15일 | 위크엔드 컬처, 이광재의 미래 대담

김흥규(왼쪽) 아주대 교수 겸 미중정책연구소 소장과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김용훈)

한반도 역사에서 중국 대륙은 늘 국운을 좌우하는 변수였다. 한국전쟁, 청일전쟁, 병자호란만 되돌아봐도 그렇다. 21세기 들어 중국이 전례 없이 빠르게 또 거칠게 부상함에 따라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각국에서 ‘차이나 리스크’는 발등의 불이 됐다. 향후 20~30년간 ‘미국+중국’은 한반도 정세를 흔들 복합변수가 될 것 같다.
한국의 국가 역량으로 미중 패권경쟁이란 태풍지대를 무사히 항해할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이광재의 ‘미래 대담’⑥에선 국제정치 전문가인 김흥규 아주대 교수 겸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을 만났다. 김 교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 근거로는 코로나19,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 사드 업그레이드 가능성 등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또한 “우리나라 외교안보 분야의 생태계는 거의 다 파괴됐다”며 “ 단 한 번의 실수로 나라가 흔들릴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광재 의원은 정권 교체에 관계없이 청와대에 ‘외교안보 자문회의’를 설치하고 국가 차원의 싱크탱크로 ‘외교안보 연구처’나 ‘국제전략 연구처’를 운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몽골, 일본, 러시아와의 협력 증진 방안을 통해 한국 외교의 합종연횡을 확대하자는 구상을 내놓았다. 대담은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두 시간 남짓 진행됐다. [편집자]

▲이광재 의원(이하 이 의원)= 국제사회는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의 경쟁, 협력, 대결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냉전 시대를 방불케 하는 요즘, 한국은 어떤 선택과 전략을 취해야 할까요? 바둑으로 말하면 ‘축(軸)에 몰리지 않고’ 살아남을 미래전략에 관해 논의해볼까 합니다. 미중관계가 핵전쟁 수준으로까지 악화되진 않겠지만, 최소한 심리전이나 냉전체제에 준하는 다툼으로 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는 전문가가 많습니다. 외교안보 전문가인 그레이엄 엘리슨 하버드대학 교수는 일찍이 ‘투키디데스의 함정’ 개념을 내놓았는데, 기존 패권국과 빠르게 부상하는 신흥 강대국이 결국 충돌하게 된다는 주장입니다. 미중관계의 장래를 김 교수님께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김흥규 교수(이하 김 교수)= 미중관계를 볼 때 이미 두 나라가 전쟁에 준하는 심리 상태로 임하고 있다고 봐야 합당합니다. 이는 리더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는 훨씬 더 구조적인 측면에서의 패권 경쟁, 국제정치학에서 말하는 ‘세력전이’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엘리슨 교수에 의하면 역사적으로 이런 세력전이 사례는 16번 정도 있었는데, 그중 12번은 전쟁으로 귀결됐고 4번이 그나마 평화적인 방식으로 해결됐다고 합니다.
중국에선 이미 2019년 공산당 중앙당교(黨校) 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미중 경쟁을 ‘장기전’, 즉 오랜 시간 벌일 전쟁 상태에 들어섰다고 규정한 바 있습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미중관계의 큰 방향을 ‘전략적 협력 관계’에서 ‘전략적 경쟁 관계’로 완전히 패러다임 시프트를 했죠. 그리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어떤 외교적 입장을 취하든 미중 전략 경쟁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 의원= 미국이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일본을 견제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일본의 경제규모가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었습니다. 병법에서 말하길 자기 병력이 상대의 세 배는 넘어야 군사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 중국의 GDP는 미국의 70% 수준까지 올라왔잖아요. 일부 국제정치학자들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기회를 2001년 9·11 테러 사태 후 한 번 놓쳤고, 2008년 리만 브러더스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져서 두 번째 기회를 놓쳤다고 합니다. 그 사이에 중국이 너무 커졌고, 이제는 견제할 시기를 놓쳤다고 말합니다. 미중 관계가 역전될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궁금합니다.

▲김 교수= 9·11 당시 첫 번째 기회는 사실 미국이 전략적 선택을 한 겁니다. 당시 미국의 입장에서 중국은 아직 취약한 국가였고, 오히려 세계무대로 끌어들여 일정한 역할을 맡기는 게 미국 국익에 합당하다고 판단을 내린 거죠.
더 큰 문제는 2008~2009년에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였습니다. 바로 그 시점 전후로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게 패권전쟁 측면에서는 대단히 중요했는데, 오히려 미국이 스스로 자초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국제무대에서의 리더십마저 상실하게 됐죠. 상대적으로 중국에 대한 우위도 급속도로 약화됐고요. 당시 미국은 충격과 당혹감, 좌절, 분노 등이 축적되는 국면을 맞았는데, 그런 것들이 뭉쳤다가 한꺼번에 폭발한 게 바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구호를 앞세운 ‘트럼프 현상’입니다.

▲이 의원= 중국이 이렇게 거침없이 질주하면서 대국굴기를 하는 가장 큰 요인은 뭘까요? 그것을 제대로 알고 분석해야 과연 미국이 추월당할 시간을 늦춘 데 불과한 것인지, 앞으로 미중 갈등 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해볼 수 있겠죠. 그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과연 중국식 발전모델이라는 게 존재할까요? 중국의 저력을 알고 우리도 배울 건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김 교수= 중국은 역사상 전 세계라고 할 순 없어도 나름대로 세계의 절반을 지배했던 강대국의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다양한 형태의 국제관계를 관리하고 주변국에 대해 우위를 점하고 군림했던 역사적 경험이 있죠. 중국 입장에서는 오히려 지금 이렇게 미국의 주도하에 있는 게 비정상적이고 일탈적인 상황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중국은 14억의 인구를 갖고 있습니다. 그 인구 중 90% 이상이 한족(漢族)이고요. 중국은 소위 말하는 민족국가의 형태가 진즉부터 갖춰졌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로는 중국의 차별화된 정책결정과정입니다. 제가 연구해본 바로는, 중국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차원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그 과정이 대단히 잘 돼있습니다. 우리가 그런 강점을 종종 폄훼하거나 저평가하기 때문에 오늘날 중국의 발전상을 ‘놀라움’으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사실 미국식 사회과학의 관점을 갖고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죠.

#외교안보체계, 초당파적으로 정비해야

-외교안보 생태계 거의 다 파괴 수준
 4강 대사로 최적 인재 보냈나 반성해야
-국가적 싱크탱크, 대통령에 상시 자문
 관료·전문가·학자 간 상호작용이 중요

▲이 의원=
향후 20~30년간 미중 간에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텐데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처럼 우리 입장에선 두 나라를 집중 탐구해야 할 거 같습니다. 미국만 하더라도 의회 내에 중국을 연구하는 곳이 두 군데나 있습니다. 제가 중국에 가서 사회과학을 공부해보니까 미국사(美國史)만 연구한 게 100권짜리가 있더라고요. 결국은 상대를 정확하게 알고 이 질서와 변화의 원리를 꿰뚫어봐야 국가생존전략을 만들고 실천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의 외교안보 분야는 얼마나 잘 준비돼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 교수님께서는 학계에서 싱크탱크를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의 역량을 어떻게 평가하는가요?

▲김 교수= 솔직히 말씀드리면 현재 우리나라 외교안보 분야의 생태계는 거의 다 파괴됐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어렵습니다. 외교안보 분야가 건강하려면, 관료 집단, 전문가 집단, 학자 집단이 다 같이 살아 움직이면서 서로 각자의 역할을 하고 국가지도자들에게 영향력을 일정 정도 행사하면서 상호 순환이 돼야 됩니다. 그런데 현재 관료들은 거의 무기력해져 있고, 실제 전문 분야에선 제 역할을 거의 못 하는 상황입니다. 전문가 집단들은 (정부에 대한) 예속관계가 너무 심화돼 제 목소리를 전혀 못 내고 있습니다. 학자들의 경우에는 정부 부처라든가 정부출연기관에서 주요 프로젝트를 줘서 국가적 어젠다를 계속 연구할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되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하고 있죠.
그리고 이 정부는 의외로 ‘중국을 잘 안다거나 한중관계를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너무 팽배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새로운 주요 프로젝트도 거의 없습니다. 지금 상황으로 봐선 국제관계가 훨씬 더 험악해질 텐데, 이것을 다들 알고 있다고 어설프게 착각하고 있는 거 같아요. 이렇게 안이하게 대응했다가는 정말 단 한 번의 실수로 나라가 흔들릴 위기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이 의원= 어떻게 보면 보수·진보 정권이 서로 왔다 갔다 해도 크게 변하지 않아야 될 게 이 외교안보의 기본정책일 겁니다. 한반도에선 외교안보 문제가 향후 20~30년 사이에 가장 중요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국민경제 자문회의’처럼 ‘외교안보 자문회의’를 만들어 좀 정파를 초월한 생태계도 만들고, 전직 외교부 장관들과 수석비서관들이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끝없이 자문하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김 교수= 전 세계 모든 강대국은 아주 강력한, 소위 말하는 전문가 집단 및 싱크탱크들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 싱크탱크들이 했던 역할보다도, 시진핑 휘하의 중국 싱크탱크 역할이 제가 보기에 더 다양하고 더 원활하다고 개인적으로 판단합니다. 한국이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으로 최대한 아이디어를 끌어내고 취합해나갈 구조와 제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대통령께서 이런 싱크탱크 그룹들을 정기적으로 만나고 점검해야 합니다. 또한 중국은 한국의 바로 옆에 붙어있고 우리의 외교, 안보, 경제 등 모든 운명이 좌지우지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나라입니다. 그래서 한국에 세계적인 중국연구소가 최소한 하나쯤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 의원= 동감입니다. 그리고 일본의 역대 총리들을 보면 주미 대사와 정기 미팅을 합니다. 우리도 미·중·일·러 4강 대사 정도는 청와대에서 주기적으로 대통령을 만나고 각국별 모니터링을 하면서 끊임없이 팔로우 업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김 교수= 우리 역대 정권을 보면, 4강 외교를 중시한다고 그렇게 말들을 하면서도 전문적인 지식과 식견을 갖고, 4강 국가 사람들과 제대로 외교 업무를 펼칠 인물들을 4강 주재 대사로 보냈는지 한번 반성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말로 4강 외교가 중요하다면, 그들과 전략적인 게임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인재들을 보내야 합니다. 그분들로 하여금 현지에서 정보도 얻고, 우리 의견도 피력하고, 상대방을 설득하고 그렇게 해서 거둔 성과를 갖고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만나 외교전략을 조율하는 그런 구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 의원= 미·중·일·러 대사는 국가적인 명운을 지켜낼 수 있는 능력자들이 가야 합니다. 또 이를 지렛대 삼아 한국에 오는 4강의 대사도 급(級)과 수준을 높이면 양자 대화의 수준도 올라가고 좀 더 실질적인 외교가 펼쳐지겠죠.
저는 이런 문제도 고민해 봅니다. 미국의 CIA가 놀라운 게, 어떤 주요한 이슈가 생기면 전직 CIA 요원들이 가서 다시 활동하더라고요. 퇴직 요원들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상당수가 싱크탱크에서 활동하고, 유사시에는 일정한 역할을 받아서 직접 활동합니다. 이런 인력 활용 시스템을 갖고 있는 게 미국의 굉장한 강점 같아요. 우리도 국가정보원이라는 곳에서 언젠가 CIA 정도의 정보 생산·분석 능력을 갖춰야 하고, 유능한 인력을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 교수= 중국엔 14억 인구, 미국은 3억 넘는 인구가 있는데, 그중에서 적임자를 뽑아 외교안보 역량을 높이려고 총력을 기울이지 않습니까? 우리는 인구 5000만밖에 없지만, 그 5000만이라도 어떻게든 최대한 활용해 이 난국을 타개할 핵심전략을 찾아내는 게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 의원님께서도 강조했지만, 우리가 외교무대에서 교육훈련을 받았던 경험의 축적이란 게 상당히 중요합니다. 또한 그런 사람들을 최대한 활용할 시스템을 지금부터라도 만들어야 됩니다.

▲이 의원= 또 하나 생각나는 부분이 있습니다.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가 일관성 없는 전략을 택할 경우 국가적 위기를 부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예컨대 현대식 무기체계 같은 것을 모르고 외교 전략을 구상한다는 것도 그렇고, 이제는 통일-외교가 따로 노는 것도 비효율적입니다. 뭔가 대(大)부처주의를 채택해 전체 그림을 갖고 외교안보 부처들이 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중국의 경우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 교수= 각 부처의 전문성과 역량을 최대한 살려 나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 같은 경우에는 국가안전위원회 같은 데서 외교안보 관련 정보를 종합 판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미국도 NSC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고요. 우리 NSC도 각종 정보를 조정, 분석하고 부처 간의 소통을 주도하고, 거기서 나름대로 결론을 뽑아내는 기능을 해줘야 됩니다. 그렇게 한다면 대부처주의가 아니라도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의원= 요컨대 NSC가 조정 기능을 총괄하되, 외교-국방-통일은 각자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갖고 일해 나가는 게 좋겠다. 이렇게 보는 거네요. 조선시대에 병자호란으로 청나라 침략을 받았을 때, 주화파 최명길도 있었고 주전파 김상헌도 있었죠. 나라 입장에선 두 사람 다 애국자라고 봐야 되잖아요. 양쪽의 주장을 잘 절충해 함께 애국하는 길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한 듯합니다.

#시진핑 방한과 한중관계가 어려운 이유  

-코로나19, 文 정권 말기 등 부정적 변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배치 막으려 필사적
-올 가을 미국發 외교적 난국 가능성
 한중관계 파국, 대선 판세에 영향 예상

▲이 의원= 한중관계와 관련해 지난해 봄부터 꾸준히 거론돼온 게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입니다. 실무 차원에선 원칙적으로 합의를 한 것 같은데 계속 방한 시기가 미뤄지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중국 지도부가 그리고 있을 한중관계의 청사진이 궁금합니다.

▲김 교수= 문재인 정부 집권 기간 시진핑의 방한이 성사될 개연성은 극히 적다는 게 제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시진핑이 한국에 오기까지에는 몇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거든요.
첫째로 중국 쪽에서는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방한할 것’이라고 했는데, 코로나19 상황이 금년 내에 좋아질 가능성이 별로 없습니다. 시 주석이 올 경우 1000명에 가까운 인원이 왕래해야 되는데 중국의 어느 누구도 그런 리스크를 짊어지고 일을 추진하진 못할 겁니다.
둘째로는 지금 문재인 정부 임기가 1년밖에 안 남은 막바지입니다. 더군다나 4·7 재보선에서도 집권 여당의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현 시점의 방한은 정치적으로 상당히 무리일 겁니다. 문재인 정부와 너무 잘 지내도 차기 정권이 다른 당으로 넘어가면 오히려 부담이 될 거고요. 합리적인 사고로는 중국 측은 새로운 정부와 이야기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볼 겁니다.
셋째로는 과거에 시진핑이 두 차례나 한국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계속 강조했던 게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도입 반대였지만, 시 주석이 한국을 다녀오자마자 우리 측에서 사드 배치를 발표해버렸거든요. 그래서 시진핑으로선 완전히 체면이 깎였다고 느꼈을 겁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최고지도자의 권위와 체면은 대단히 중요하지 않습니까? 올해 하반기에도 그와 비슷한 일이 벌어질 조짐이 있습니다. 만약 시 주석이 방한했다가 그런 사태가 또 발생하면 그건 모조리 문책감입니다. 중국의 어느 전략가나 관료도 그런 골치 아픈 문제를 책임지려 하지 않을 겁니다.
다만, 이를 뒤집을 변수는 미국의 한국 국내정치 개입에 대한 중국 측의 판단 여부입니다. 미중 간 전략경쟁상황에서 중국은 아마 과거 어느 때보다 한국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게 필요한 상황입니다. 반도체의 안정적인 공급이 중요하고요. 중국에 적대적인 정권이 한국에 들어설 개연성에 대해 대단히 민감한 상황입니다. 미중 전략경쟁 덕택에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크게 제고된 셈이죠. 한국의 향배를 놓고 현재 미중이 치열하게 외교전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미 앞에서 언급했듯이, 미국이 만일 금년 하반기에 과거처럼 사드 업그레이드 문제 등을 활용해 한국 정치에 깊이 관여하면서 보수 진영을 지원할 수 있다고 중국은 우려할 것입니다. 미중 전략경쟁의 특성상 중국은 그 대응 차원에서 시 주석의 한국 방문을 무리해서라도 추진할 개연성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제가 판단하는 것보다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를 훨씬 더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이렇게 되면 국내정치를 놓고 미중 간의 후견전쟁이 본격화되는 것입니다.

▲이 의원= 올해 하반기에 사드 업그레이드를 놓고 2016년 사드 배치 당시보다 더 큰 갈등이 있을 거라는 얘기인데, 우리가 주의 깊게 지켜보고 대비할 대목이라 생각됩니다. 한미, 한중 관계를 잘 챙기려면 어떤 부분에 주목해야 할까요?

▲김 교수= 그 갈등의 출처는 미국입니다. 최근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미 의회청문회에서 했던 말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한국에 배치된 사드를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미 1단계는 했고 2·3단계를 금년 6월까지 하게 돼 있습니다. 이는 예산안 승인 내역을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것이 구체화된다면, 중국이 그렇게 반대한 ‘3불(不)’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 됩니다. (3不은 사드 추가배치 반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 가입 반대, 한·미·일 군사협력 반대)
하지만 미국으로선 그럴 이유가 충분합니다. 북한이 핵·미사일 역량을 대폭 강화시켰기 때문에 그것을 방어하기 위해 사드를 업그레이드시킬 수밖에 없다는 거죠. 물론 사드 시스템 자체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을 막는 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결국 그것은 대중국 용도가 될 가능성이 크고요. 그것을 미국의 인도태평양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과 우주전략방어체계와도 연동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미국과 일본, 한국 간의 데이터가 다 연결됩니다. 따라서 사드 때보다 더 큰 폭풍을 한중 사이에 불러올 수 있죠.
이것을 언제 노출시켜 한국의 보수 혹은 한미동맹을 주장하는 분들에게 정치적 동기를 제공할지는 미국 쪽에서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근데 저는 이번 가을이 제일 좋은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정권을 바꿀 쟁점이 될 수도 있고, 문재인 정부가 정면으로 저항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한중관계는 파탄을 맞습니다. 중국의 외교안보 전략가들은 이런 흐름을 읽고 있을 겁니다. 다만, 미중 전략경쟁의 특성상 중국은 미국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시 주석의 한국 방문을 무리해서라도 추진할 개연성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국내정치를 놓고 미중의 후견 다툼이 벌어지는 것이라 볼 수 있죠.

▲이 의원= 상황이 그렇다면 우리 한국은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을까요? 바이든 시대가 정착되면서 미중 갈등도 심화될 것 같은데, 우리가 미국이나 중국에 제안할 수 있는 사항이나 외교력을 발휘할 부분은 없을까요? 바이든 정부가 미묘한 시기에 과연 동맹국인 한국을 궁지로 몰면서 사드 업그레이드를 강행할까 싶습니다.

▲김 교수= 중국은 물론 한국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한중관계를 잘 가져가겠다는 게 지금 구상일 겁니다. 한국을 잘 붙잡는 게 중국의 쌍순환(수출+내수) 발전전략에서도 중요하고요. 미국과의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으려면 한국에서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미국이 군사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법이 또 하나 더 있습니다. 한국에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배치하는 방안이죠. 중국의 입장에서는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사드를 업그레이드할 때 한국을 세게 때릴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면 일본이나 다른 국가들이 중거리 탄도미사일 배치를 아예 포기하도록 판을 흔들어야 되거든요. 그러려면 한국을 세게 때릴수록 더 좋아요. 중국으로서도 딜레마에 빠지겠지만, 그런 상황에 몰리게 되면 어쩔 수 없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한국이 가장 큰 희생자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로선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중국과는 정말 최대한 성의 있게 외교를 해야 됩니다. 결코 중국을 겨냥하려는 의도가 없다고 설득하면서 딜(deal)을 해야 됩니다. 북한의 핵 위협은 우리에게 실존적인 위협임을 상기시키고, 그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현실을 잘 설명해야 하고요. 어찌됐던 중국은 한국을 때리겠지만, 과거 사드 보복 때처럼 정말 아픈 부분은 맞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미국도 설득해야 합니다. 사실 이게 당장 미국에게 시급한 사안은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우리는 정확하고 전문적인 지식-논리를 갖고 북한의 공격을 어떻게 방어할지 점검하고 협의하면서 미국에게 얻을 수 있는 걸 얻어내야 됩니다. 그 핵심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을 받을 경우 우리가 반격할 수 있는 역량, 즉 무기체제인데 미국과의 딜에서 그걸 얻어내야 돼요.

▲이 의원= 미국이 우리나라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하려 한다지만, 기본적으로 미국의 전략도 전쟁으로 갈 수 있는 위기를 최대한 피하자는 거잖아요. 미중 간에 굳이 군사적인 대결을 하겠다는 생각이 없다면 사드 업그레이드와 중거리 미사일 문제를 갖고 긴장의 파고를 높일 필요는 없겠죠.
아마도 미국이 우리한테 실질적으로 요구하는 분야는 과학기술 협력일 가능성이 높겠죠.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에 공격적 투자를 하면서 반도체 공급망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것도 그런 맥락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스스로 북한 위협에 대항할 방안을 강구하되 한미 간에 민감한 부분은 좀 뒤로 미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겁니다.

#러·일·몽골 등과 합종연횡 모색해야

외교 다각화 꾀할 지렛대 만들어야
 환경, 에너지, 물류가 연대의 軸 
-국회에 ‘국제전략 연구처’ 설치 필요
 디지털 외교로 소프트 파워 증진하자

▲이 의원= 미중 갈등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합종연횡 전략 부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런 차원에서 우리가 러시아하고 잘 지내야 되지 않겠습니까? 미중 사이에서 러시아의 몸값이 계속 올라갈 것 같습니다. 우리가 러시아와 협력할 유망 프로젝트는 뭐가 있을까요?

▲김 교수= 저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두 가지를 했다고 봅니다. 첫 번째가 러시아하고 가까워지는 것, 두 번째가 북한을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하는 것인데요. 큰 틀의 전략적 구도는 좋았는데 도저히 현실적으로 그것을 할 수 없었죠. 지금은 민주당의 전통적인 자유주의 국제주의자들이 득세하면서 더더욱 어려워졌습니다. 만약 그때 트럼프가 성공했다면 우리가 러시아와 협력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을 겁니다. 근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냉전 구도가 더 강해지고 러시아도 움직일 공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중요성을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 기후변화 대응이라든가 여러 상황이 달라지면 러시아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겁니다. 인류가 새로운 탄소제로의 세계로 가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광활한 땅과 교통운수, 에너지 등을 활용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러시아에 대한 이해가 훨씬 깊어져야 하고 인적 자원과 협력 틀을 강화시켜야 합니다.

▲이 의원= 또 하나는 몽골에 자원이 많잖아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같은 기업인은 거기다 풍력과 태양광으로 발전시설을 건설해 동북아시아 전체가 쓰는 아시아의 슈퍼브리드를 만들자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결국 손정의 재단에서 수백억 원을 들여 경제성이 좋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문제는 몽골로 들어가는 교통망이 중국 철도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몽골~러시아 철도에 투자해 에너지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기후변화 위기를 극복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해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제 생각엔 미국에도 중국에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 당장 성사되긴 어렵겠지만 여러 나라들이 그런 미래 어젠다를 충분히 공유할 수 있다고 봅니다.

▲김 교수= 지금으로선 그런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프로모션(promotion) 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고 또한 우리가 앞장서 해볼 만합니다. 향후 탄소제로의 세계를 만들고 거기서 우리 경제가 성장하려면, 한국의 국토만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습니다. 결국 몽골이라든가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수밖에 없는 거죠. 그 과정에서 냉전적인 사고의 영향으로 돈을 누가 낼 것인지, 주도권을 누가 가질 것인지 여러 가지 잡음과 다툼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난관들을 잘 헤쳐 나가면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더욱이 바이든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녹색성장과 탄소제로의 세계와도 연결되고요. 이것들은 전 세계적인 호응을 받을 수 있고 미국, 러시아, 중국 모두가 다 협력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미중 전략 경쟁 구도에서 한국, 일본, 러시아의 지역협력은 엄청난 함의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주장하는 ‘결미연중(結美聯中) 플러스’ 전략과 일치합니다. 만약 러시아, 일본과도 협력할 수 있다면 미국이나 중국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대단히 중요한 연대(連帶)가 됩니다.
21세기에 미중 전략 경쟁이라는 상수 속에서 세계 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우리에게 유리한 공간을 만들어나갈 레버리지(지렛대)를 가져야 합니다. 일본이나 호주, 인도, 독일 등을 끌어들여 전략적 연대, 축(軸)을 만들어내는 작업이 대단히 중요한 거죠.
사실 미국도 우리를 보고 린치핀(linchpin))이라 말하잖아요. 일본은 아시아태평양의 코너스톤(cornerstone)이라 하고요. 제가 보기에는 중국에게 태평양 지역의 코너스톤은 북한일 것이고 린치핀은 한국이 되길 희망할 겁니다. 그래서 미중 사이에 한국의 위상이 겹치고 있죠. 한국이 이런 지위를 잘 활용하려면 외교적인 다각화와 연대로 무장하는 것이 좋다고 여겨집니다.

▲이 의원= 그런 면에서 저는 여의도에 ‘외교안보 연구처’ 또는 ‘미중일러 연구처’를 둬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이 다른 나라 장관이나 정치인들을 만날 때 사전에 잘 준비하고 사후에 결과물을 축적하게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국회 안의 외교 역량을 강화하는 시스템으로는 ‘국제전략 연구처’ 같은 걸 만들 필요도 있다고 봐요.
우리갸 노력해야 할 또 하나의 분야는 바로 디지털 시민의 힘과 디지털 외교입니다. 전 세계 정치인들의 e메일과 페이스북 같은 SNS 등은 다 노출되어 있잖아요. 여기에다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이나 프로젝트를 널리 알리고 홍보해 나간다면 우리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모을 수 있겠죠. 그들과 온라인 콘퍼런스도 할 수 있고요. 그것이 바로 소프트 파워로 축적되지 않을까요. 디지털 외교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추진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자, 이제 마지막으로 우리의 외교안보 전략에 꼭 필요하다 싶은 것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 교수= 대한민국처럼 역동적이고 강한 에너지를 가진 나라도 없는 거 같아요. 그런데 그 에너지를 어디에 어떻게 쏟아낼 것인지 누군가 그 목표와 지향점을 제시해줘야 되잖아요. 그것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지도자가 있다면 대한민국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질 겁니다. 희망이 없다고 분노하고 좌절하고 있어선 안 됩니다. 학자 입장에서 말하자면, 대한민국에 새로운 힘을 불러일으킬 뜨거운 에너지가 가장 후진적이라고 비판받아온 정치권에서 분출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 의원= 사실 우리 사회가 싱가포르처럼 혁신을 할 수 있다면 독일만한 나라가 될 겁니다. 네덜란드처럼 변화한다면 대한민국 농촌도 일어서겠죠. 실리콘밸리처럼 혁신한다면 명실상부한 세계 3위 국가가 되겠죠. 싱가포르, 네덜란드, 실리콘밸리가 이 세상에 없는 가상의 존재가 아니잖아요. 누군가 만들고 혁신하고 발전시켜온 모델이잖아요.
우리 모두가 꿈을 갖고 힘을 합쳐 그런 절박함을 갖고 국가적으로 역량·지혜의 총동원체제를 구축한다면 미중 전략 경쟁의 험난한 파고를 넘어설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런 훌륭한 리더십의 소유자가 정치권에서 나오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오랜 시간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대담 정리=이형진 작가
사진=김용훈 사진작가
편집=한은지 기자


김흥규 교수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시간대학교(Ann Arbor)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외교부 외교안보연구원(현 국립외교원) 교수를 거쳐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 겸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외교통상 小분과 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외교부 혁신위원회 위원장과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방부, 육군의 정책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국방개혁2.0 수립에도 깊이 관여하는 등 그간 청와대,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 국회 등 다양한 정부 기관을 상대로 정책자문 활동을 펼쳐왔다. 한·중 전략대화 및 한·중 전문가 공동위원회 참여 성원이기도 하다. 중국 전문가로 출발해 최근에는 동북아 안보 및 미중관계 전문가로도 널리 주목받고 있다. 니어재단이 선정한 2014년 외교안보 부문 학술상을 받았으며 중국 외교안보, 북핵문제, 동아시아 국제정치, 미중관계 등을 중심으로 300여 편의 글을 발표했다. 지난 3월 <신국제질서와 한국외교전략>을 공저로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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