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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석 강연] ‘화성 이주’ 꿈꾸는 테슬라·아마존의 천재들이 꼭 알아야 할 문제들은?

By | 2021년 4월 14일 | 국제, 기획 · 연재

(사진=셔터스톡)

1961년 4월 소련 공군 출신의 유리 가가린은 인공 위성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우주권에 돌입해 인류 최초로 우주비행에 성공했다. 이후 인류는 우주로 눈길을 돌려 화성에 탐사선을 착륙시키는 단계까지 왔다. 그리고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창업자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같은 미국의 억만장자들은 금세기 내 화성이주를 제시하며 우주탐험 경쟁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 10일 강원도 화천군 화천조경철천문대에서는 ‘유리스 나잇 2021’ 행사가 열렸다. ‘유리스 나잇’은 유리 가가린의 첫 우주 비행일인 1961년 4월 12일과 NASA 우주 왕복선 콜롬비아호의 최초 발사일인 1981년 4월 12일을 기념해 세계 각국에서 동시에 열리는 우주과학 이벤트다. 올해는 ‘화성탐사의 시작’이라는 주제로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서 ‘화성 탐사의 시작과 미래’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펼친 고현석 과학저술가의 강연을 소개한다. 고현석 필자는 최근 인간의 화성 여행을 위한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문제를 유쾌한 필치로 다룬 <스페이스 러시>를 번역해 화성탐사에 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편집자]

#화성까지 여행기간은 6~9개월
  우주선 속 건강 유지가 첫 난관
#속도 올리면 우주 파편과 부딪혀
  광속의 10% 속도면 찢어질 수도
#살아서 착륙해도 귀환은 어려워
  중력·온도 외에도 건축 신경써야
#지구화하는 ‘테라포밍’엔 수백년
  2050년까지 다국적 기지 세워질까

“충분히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명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로 잘 알려진 영국의 SF 작가이자 미래학자 아서 클라크의 이른바 ‘클라크의 3법칙’ 중 세 번째 법칙이다. 기술과 구분할 수 마법 같은 일이 우리 눈앞에 곧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인류의 화성 이주다.

지난 2월 18일에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선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화성의 고대 삼각주로 추정되는 지역의 착륙에 성공했다. 퍼버시어런스호는 화성의 생명체 흔적을 찾기 위해 보낸 로버(로봇 탐사차량)이다. 퍼서비어런스는 지금까지 NASA 화성 탐사 장비 가운데 가장 규모도 크고 정교하다. 이런 상황에서 스페이스X 창업주이자 대표이사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2030년 훨씬 이전에 우주선을 화성에 착륙시킬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을 밟은 뒤 인간은 달을 벗어나 화성을 제 2의 우주탐험 목표로 삼았다. 실제로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은 우리가 화성에 대해 “인류에게는 진화 과정에 의해 몸속 깊숙한 곳에 유목 충동이 형성돼 있다. 인류가 지금까지 지구에서 보낸 시간의 99.9%는 이런 유목 충동에 따라 움직이면서 보낸 시간이었다. 우리가 이제 이동할 곳은 바로 화성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러나 인류는 과연 가까운 미래에 화성으로 이주할 수 있을까? 영화 <마션>처럼 화성에서 우주인들이 감자를 키우며 살 수 있을 것일까?

화성까지 죽지 않고 갈 수 있을까?

크리스토퍼 완제크의 <스페이스 러시>(메디치미디어·사진)에서는 ‘화성에서 산다는 것’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저자는 “이 세기 안에 지구 외의 행성에 영구적인 정착이 가능해진다면 그건 화성일 것”이라고 말했다. 왜 하필 화성일까? 화성이 다른 천체들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답은 태양계 천체 중에서 화성을 제외하면 인간이 살기에 적당한 중력과 온도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은 없다는 사실에 있다. 즉 화성만이 태양계에서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지구 외 행성이란 과학적 연구 결과가 근거다.

하지만 화성에 정착지를 세우기 전에 먼저 해결해야 문제가 있다. 일단 인간을 화성에 보내야 한다. 현재의 무인 탐사선 수준을 넘어 일단 인간이 화성 표면에 발을 딛는 것이 관건이다. 유인 우주선은 나사나 민간 기업이 조만간 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다음 문제는 화성까지 인간이 무사히 건강을 유지한 상태에서 도착할 수 있을지에 관한 것이다. 화성까지의 추정 여행 기간은 6~9개월이다. 그 긴 시간을 우주선 안 미세중력 환경에서 보낸다면 인간의 뼈와 근육이 점점 약해질 것이 분명하다.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6개월을 지내는 우주인들은 하루에 2시간씩 운동을 해도 지구에 귀환했을 때 신체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미세중력 환경에서 오래 지내면 뼈와 근육 외에도 시력이 손상될 가능성도 크다. 최대 9개월을 우주에서 지내고 화성에 착륙했을 때 중력이 지구 중력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0.38G이기 때문에 건강이 그렇게 극단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낙관론이 존재하긴 한다.

미세 중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는 않다. 최대한 빨리 화성에 도착하면 된다.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의 ‘오리온 프로젝트’ 구상이 대표적인 예다. 약 1주일에 화성에 도착할 수 있게 해주는 핵추진 로켓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여러 가지 이유로 폐기됐다. 핵폭발을 이용하는 구상이었기 때문에 안전 문제가 가장 컸지만, 개념 자체는 자금도 유효하다.

빨리 가는 것의 또 다른 문제는 우주선에 부딪히는 우주 파편들이다. 우주 파편은 광속의 10%를 넘는 빠른 속도로 행성 간 여행을 하게 될 때도 문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 광속의 10% 속도 정도 되면 미세한 우주 먼지 입자들이 종이를 뚫는 총알처럼 우주선을 찢어놓을 것이다. 아직까지 이 우주 파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없다. 사실 광속의 10%까지 속도를 내는 것은 먼 훗날의 일이 될 테니 지금 걱정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스페이스X의 설립자이자 수석 엔지니어인 일론 머스크(Elon Musk).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살아서 착륙해도 귀환은 장담 못해

그다음 문제는 ‘살아서 착륙하기’다. 일론 머스크는 언젠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화성에서 살다 죽을 것이다. 화성에 충돌해 죽고 싶은 생각은 없다.” 실제로 현재까지 전 세계의 우주 당국 중 많은 질량을 화성에 착륙시키는 법을 알고 있는 곳은 없다. 지금까지 화성에 (거의) 착륙시킨 가장 무거운 물체는 소련의 마스 2호와 마스 3호다. 둘 다 무게가 1톤이 조금 넘는다. 마스 2호는 화성 표면에 충돌했고, 마스 3호는 착륙 당시에 모래 촉풍에 휩쓸려 몇 초 만에 교신이 끊겼다. 그 후 계속 탐사선의 무게가 줄어들기는 했다. 게다가 화성에는 지구에서처럼 대기권에 진입한 후 떨어질 바다도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강 속도를 줄여주는 역추진 장치가 개발됐다.

2018년 나사의 인사이트 탐사선은 이 장치를 이용해 완벽하게 착륙했다.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됐을 때 남는 문제는 정착의 문제, 즉 많은 사람이 화성에 한꺼번에 착륙할 수 있는지의 문제다. 일론 머스크는 대형 우주선에 사람 100명과 화물을 실어 화성에 보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달 31일 일론 머스크의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화성 이주용 우주선 스타십이 네 번째로 폭발하긴 했지만, 머스크는 우주선 생산을 통해 또 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며 착륙 실험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머스크는 현재 재사용이 가능한 150톤짜리 로켓을 개발하고 있다. 이 로켓은 인간을 달로 데려간 새턴 5호보다 최소 10톤은 더 무거운 로켓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사람 100명은 고사하고 2명을 태워 화성으로 보낼 수 있는 로켓도 없다. 게다가 한 번에 100명을 화성에 보낼 수 있는 로켓이 개발된다고 해도 100만 명이 화성에 정착하려면 27년이 넘게 걸린다.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화성 여행의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꼽히는 부분은 지구로의 귀환이다. 따라서 화성 편도 여행을 제안하는 사람들도 많다. 두 번째로 달에서 걸었던 버즈 올드린, 이론물리학자 로런스 크라우스 같은 사람들이다. 크라우스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나이 든 사람을 보내 죽을 때까지 화성에서 살게 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하지만 《스페이스 러시》의 저자 완제크는 이 제안이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까지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완제크는 화성으로 가는 안전한 방법을 알게 된 후에 사람들을 보내도 늦지 않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500년 후의 사람들에게는 화성에 최초로 착륙한 시점이 2020년이든 2080년이든 상관이 없을 거라는 설명이다.

화성 초기 정착: 중력, 온도, 건축

역사상 지금처럼 많은 정부, 기업, 민간 재단이 달이나 화성에서 살기 위해 거주구, 우주복, 온실, 우주선 등의 기반구조 개발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적은 없다. 중국도 화성에 인간을 착륙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2020년대 초반까지 궤도 우주선 7대와 탐사선 6대를 거의 한꺼번에 보낸다는 매우 야심 찬 계획이다. 일본도 2024년까지 화성의 위성들에 로봇 미션을 보낸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나사는 장기적이면서 점진적인 화성 경로를 추구하고 있다. 화성 착륙은 한 번에 성공해야 한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실패해도 다시 시도할 수는 있지만, 나중에 사용하기 위해 화성에 장비를 남겨두는 일은 고려의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해도, 화성 계획 자체가 주기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계획이 성공한다고 가정하고, 실제로 화성에서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자. 우주과학자들은 계획만 잘 세우면 단기적으로 화성에 사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일단 중력 문제는 2순위로 돌려놓자. 화성의 중력 0.38G가 미칠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우주인들이 지구 중력을 시뮬레이션한 1G 환경을 갖춘 우주선을 타고 화성에 도착한다면 슈퍼맨 같은 힘을 가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화성의 온도는 큰 문제가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춥기는 하겠지만, 화성의 온도는 인간의 이해와 경험 안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화성의 적도에서는 낮 기온이 20℃까지 올라간다. 이 정도면 쾌적한 날씨다. 밤에는 열을 가두는 두꺼운 대기가 없기 때문에 영하 100℃까지 떨어진다. 지구의 남극보다 더 추운 정도지만, 이 정도면 견딜만할 것이다. 다행히 화성의 낮은 그냥 12시간 동안 지속되는 밤이다. 화성의 하루 길이는 지구와 거의 비슷한 24시간 37분이기 때문이다.

화성에 일단 초기 정착이 가능해진다면 건축의 문제도 신경 써야 한다. 처음 화성에 정착한 사람들을 위한 피난처는 지구에서 만들어 먼저 화성으로 보낸 것이거나 화성 행 유인 우주선에 싣고 간 시설일 것이다. 거주구를 세울 수 있는 땅은 충분하기 때문에 곧 남극 과학기지 수준을 넘어서는 마을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나사는 ‘아이스 홈’이라는 프로토타입을 가지고 있다. 도서실, 식물 재배실 같은 호화로운 시설을 갖춘 초대형 돔 형태의 팽창식 거주구로, 4명이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프로토타입이다. 화성 정착 초기 단계에서 우주인들이 화성에 머무는 기간은 1년 정도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장기적인 방사선 차폐가 크게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장기적인 거주를 하려면 지하나 용암 동굴에서 살아야 할 것이다.

NASA가 내놓은 화성 우주기지 개념도. 얇은 벽 안쪽으로 물을 채워 우주 방사선을 막고, 천장에는 두꺼운 얼음을 올릴 공간을 만들었다. (사진=NASA 제공)

수백년 걸리는 테라포밍, 핵심은 압력

마지막으로, 화성 정착보다 더 큰 스케일로 생각을 키워보자. 화성의 ‘테라포밍’, 즉 화성을 아예 지구처럼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가능하다고 가정해도, 테라포밍은 적어도 몇 백 년이 걸리는 과정이다. 화성을 인간이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에는 대기압, 산소, 열, 중력을 추가하는 작업이 포함된다. 이 요소들 중에서 가장 급한 것은 압력이다. 추위는 감당할 수 있고, 산소통을 메고 다니는 것도 별로 끔찍한 일은 아니다. 정말 끔찍한 것은 가압 처리된 우주복을 입고 다닐 때 우주복에서 압력이 빠져나가 사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혜성이나 소행성의 대기권 상층부 전체를 걷어내 물, 암모니아, 산소 같은 휘발성 물질을 적절하게 연소시켜 제거한 다음 쓸 만한 기체를 화성에 주입하는 방법도 가능성의 하나로 생각되고 있다. 이 아이디어는 우주선으로 기체를 화성에 실어오는 것보다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은 방법이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제안되고 있다.

《스페이스 러시》의 저자 완제크는 2040년대까지는 중국이나 미국이 주도하는 화성 미션이 이뤄질 것이며, 2050년까지는 관광 목적 기지를 비롯한 다국적 영구 기지가 세워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또한 완제크는 23세기까지는 아이슬란드 수준의 온도와 인간이 살 수 있는 대기압이 구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숱한 난제들이 있지만 화성 이주가 결코 꿈만 같은 이야기는 아니란 의미다. 그런데 정작 사람들은 달도 아닌 화성에 관심을 가지는 것일까? 이에 대한 정해진 답은 없을 것이다. 다만 일론 머스크의 라이벌이자 일론 머스크 못지 않게 화성이주에 관심이 많은 아마존 창업주 제프 베이조스가 화성에 대해 한 말이 있다.

“사람들은 화성에 가고, 화성에 정착할 것이다. 그래야 한다. 왜냐하면 화성은 ‘쿨’(cool)하니까.”


고현석 필자

연세대학교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신문·경향신문·뉴시스·뉴스1 등 여러 언론사에서 과학 및 외신 담당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과학 책 전문 번역가 및 저술가로서 우주물리학, 생명과학, 과학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번역하고 관련 내용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옮긴 책으로 <로봇과 일자리: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인종주의에 물든 과학> 및 <스페이스 러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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