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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정 칼럼] 한계 닿은 결혼 기반 ‘다문화정책’, 이민수용 결단하라

by | 2021년 4월 11일 | 정책

1900년대 초반 멕시코 이민 1세대로 멕시코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김동순 선생의 후손들이 지난 3월 메리다 한인이민박물관에서 열린 건국포장 전수식에서 애국가에 맞춰 가슴에 손을 올리고 있다. 멕시코에는 한인 이민자 후손이 약 3만명 가량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사진=연합뉴스)

이민정책(immigration policy)은 자국의 국경을 넘나드는 이민자를 관리하는 국가의 정책을 말한다. 여기에는 어떤 외국인을 받아들이고 어떤 외국인은 통제 혹은 추방할 것인지 규칙을 정하는 일도 포함한다.

한국은 외국인을 받아들인 경험보다는 자국민을 내보내 그들로부터 송금을 받아 발전의 기틀을 잡고자 했던 나라다. 구한말 하와이와 멕시코 이민부터 시작해 1970년대 독일의 광부와 간호사 송출이나 원양어선의 선원, 중동 건설노동자 송출 등이 그 예다. 하지만 한국은 경제발전 덕에 송출이 아니라 이민 유입국으로 전환된 지 어느덧 30년이 넘어서고 있다. 유입의 주요 요인은 국제결혼과 이주노동이다.

1997년 윤인호 감독의 영화 <바리케이트>는 외국인이주노동자 문제를 다룬 최초의 장편영화다. 영화의 카피는 ‘내가 그들과 다를까’다. 영화에는 미국에서 불법체류 노동자로 일을 하던 아버지가 몸만 다쳐 돌아와 어쩔 수 없이 방글라데시 출신 노동자 칸, 자키, 필리핀 여성노동자 부토와 함께 일하는 ‘한식(김의성)’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여권을 빼앗고 구타와 욕설을 일삼는 악덕 사장은 무슬림인 방글라데시 노동자를 길들이려고 삼겹살을 먹으라 강요한다. 영화에 나온 이주노동자들은 1994년 산업연수생 제도로 들어왔을 수도 있고 ‘불법체류자’라 부르는 미등록노동자였을 수도 있다. 정작 영화는 ‘바리케이드’를 세우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위기에 처한 공장을 모두 힘 합쳐 구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우리 안의 바리케이드를 치우자는 다소 착해빠진 결론을 맺은 셈이다. 지금의 영화 작법으로는 도식적이지만 ‘내가 그들과 다를까’ 나아가 ‘우리가 그들과 다를까’라는 영화의 주제 의식만은 여전히 유용하다.

한국, 이주노동 송출국에서 유입국으로 

영화 <바리케이트>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10년 가량 흐른 90년대 후반이 배경이다. 여기서 1988년 서울올림픽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림픽 준비과정을 통해 세계화 체제에 편입하기 시작한 한국은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이후 북방외교와 중국과의 수교 등을 거치며 인력 송출국에서 인력 유입국으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이와 맞물려 한국 농촌은 수입개방으로 인한 농산물값의 폭락과 경쟁력 하락으로 70년대 이후 또 한 번의 이촌향도가 일어난다. 농사짓고 먹고살기가 어려워 농촌을 떠나 도시로의 국내 이주가 두드러졌는데 80년대 후반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폭등과 노태우 정부의 200만 호 공급도 이런 흐름에서 나왔다.

때문에 당시 농촌에는 노인들과 개만 남은 곳이 되었노라 자조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1990년대 들어서면서 농촌 인구의 고령화 문제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기 시작했다. 현재 농민들의 평균 나이는 2020년 기준, 68.8세로 90년대 40대의 농민들이 이제 일흔을 넘기고 있다. 당시 드라마 <전원일기>의 ‘응삼이’로 대표되는 농촌의 미혼남성들, ‘농촌 노총각’ 문제가  농촌의 재생산 단절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장가를 가지 못해 절망하고 자살한 농촌 총각의 문제를 언론에서 대서특필하기도 하고 방송사들은 농촌 남성과 도시 여성의 맞선을 주선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편성하기도 했다. 농민운동 진영에서조차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을 펼칠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였다. 하지만 돌파구는 국제결혼에서 찾아야만 했다. 이는 일본 농촌이 먼저 겪은 일이다. 1970년대 80년대 한국의 여성들과 그다음 동남아시아 여성들이 일본 농촌으로 결혼이주를 했다.

1990년대 초반, 한국 농촌의 결혼이주는 중국 여성들이 다수였다. 특히 한국말과 풍습에 익숙한 ‘조선족’ 여성들을 선호했지만, 여의치가 않을 경우 중국 여성들을 신부로 맞으려 했다. 이유는 자녀의 피부색, 즉 ‘혼혈아’에 대한 낙인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2000년대 초반에 들어서면서 결혼이주의 지역은 베트남과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몽골 등 권역이 넓어졌고, 현재는 베트남 여성들이 결혼이주의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맥락 탓에 그동안의 이민정책은 결혼이주를 통한 다문화가족정책에 집중되어 있었다. 가족을 이루고 한국의 국적을 취득하여 한국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에게 여력을 집중해 왔다. 하지만 남녀 모두 비혼 의사가 높아지고 농촌에 한정 지어 보면 결혼 적령기의 남성들도 존재하지 않아 전반적으로 농촌의 다문화자녀들의 출생과 입학도 줄어드는 추세이다.

반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그 수요가 느는 것은 바로 이주노동이다. 농어업과 제조업에서는 외국인 인력 배치를 좀 더 늘려 달라며 요구하고 있고, 올해 택배업계도 분류업무에 외국인노동자를 배치해 달라 요구할 정도다. 이에 노동운동 진영은 노동 현장의 질을 높이고 임금을 보장하는 방식이 아닌 손쉽게 값싼 외국인 노동자들을 가져다 쓰겠다는 행태에 대해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기본적으로 이주 노동은 국가 간 임금 격차에 기인하며 지난 30여 년 ‘험한 일’은 이주노동자가 감당해 왔다.

사실 코로나19 사태는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외국인노동자의 지분이 얼마나 큰지 증명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국경이 닫히면서 외국인노동자들의 원활한 유입이 어려워졌고 중소제조업과 농어업분야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농촌에 한정해서 코로나19 탓에 작년부터 외국인 인력 공급이 막히자 계절 노동에 의존하는 작물재배업은 큰 타격을 받았다. 조사에 따르면 노동력 문제로 30% 정도 파종이나 수확을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고 한다.

한국은 결혼이주에 대해서는 다문화정책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이주노동정책은 합법적으로 주어진 시간만큼만 일을 하고 난 뒤 다시 본국으로 내보내는(추방) 정책을 써왔고 현실에서는 미등록 외국인, 즉 불법체류자만 더 양산하고 있다. 유사한 사례를 먼저 겪은 캐나다나 프랑스와 같은 국가들이 자국국민을 송출하는 국가들과 협의를 통해 외교적으로 대응하는 것과는 다른 상황이다.

결혼이주, 다문화정책만으로는 한계 봉착

이에 이주문제를 연구해온 전문가들은 ‘이민청’ 설치를 통한 통합적인 이민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통합적인 이민정책을 수행할 조직을 구성하고 선주민들과 이주민들의 갈등을 조율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왔지만 여론의 압박으로 제도적 입안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이민정책과 관련해 법무부, 외교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농식품부는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까지 뒤엉켜 있는 상황까지 한 몫을 하고 있다.

다문화 가족지원 포털 다누리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언어들(이미지=다누리 홈페이지 캡처)

현재 한국에는 미등록 외국인까지 합치면 약 250만 명의 외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문화사회의 사전적 정의로는 서로 다른 인종·문화를 지닌 사람들이 한 국가나 사회에 함께 사는 사회다. 구체적으로 전체 인구 중에서 외국인 비율이 5%를 넘어서면 다문화사회로 분류하는데 한국은 공식적인 체류 외국인 비율로만 따져도 2019년에 4.9%의 비율을 넘어섰다.

여기에 더해 2018년 기준 전체 출생아 중에서 다문화가정 내 출생아가 5.5%로 이미 다문화사회라 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큰 폭으로 늘어났던 결혼이주로 형성된 다문화가족의 2세들은 현재 성인시기에 진입하기 시작했고 비공식적으로 현재 한국의 군대에 다문화 배경을 가진 병사들은 3000명이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한국 국적을 취득하여 살아가는 합법적 한국인인 다문화가족은 시민으로 받아들이고 있을까. 여성가족부가 2018년 실시한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에서 보면 다문화수용성 점수가 2015년보다 오히려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고령층의 이주민에 대한 반감은 일정 정도 경향성을 띠지만 여기에 주목할 것은 가족을 구성하기 전의 20,30대의 성인층에서 다문화 수용성 점수가 하락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청소년들의 다문화수용성 점수는 2015년보다 더 높아졌다는 결과다.

시 단위보다는 읍면부(농촌)에 거주하고 있는 청소년의 경우 다문화수용성이 높은 편인데 농어촌 지역의 학생들이 다문화학생들과 자연스럽게 만날 일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청소년층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다문화수용성이 높은 이유 중 하나가 학교에서 다문화교육을 받은 경험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한다. 이는 다문화와 이주민 정책은 여론에 편승하는 것이 아닌 정부가 ‘옳은 방향’을 잡고 어린이·청소년을 비롯해 성인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향후 몇 년 동안 다문화 2세들의 입대는 더욱 늘어날 전망인데, 한국인의 절대 자격으로 요구받는 병역의 의무까지 마친 이들에게 당신은 진짜 한국인지를 증명해 보라는 것도 매우 치사한 일이지 않겠는가. 그동안 다문화사회로의 전환도 준비만 하다 이미 다문화 2세들은 성인에 진입한 상태다. 김소라의 <생애발달 주기에 따른 다문화 청소년 진로문제 인식의 차이 연구(2020)>에 따르면 다문화 학생들은 비(非)다문화 학생들보다 진로교육 기회 확대와 취업 지원에 대한 절실함을 피력하고 있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성년기에 접어든 다문화 2세들이 어떻게 이 사회에 자리를 잡도록 할 것인지를 논의해 보기도 전에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21년 일명 인구 데드크로스 상황을 맞닥뜨렸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만 많고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제로성장을 지향하며 사회의 전체 시스템의 생태적 전환을 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이 문제를 정치 의제화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재생산의 고리를 이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의 유지와 성장 차원에서 ‘이민정책’ 고려해야할 시점

출산정책으로 대응하자는 것도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물어야 한다. 그간 역대 정부가 추진해 왔던 출산장려정책은 실패 선언만 남겨 뒀을 뿐이다. 매번 경고성 발언처럼 들리는 지역의 ‘소멸위험지수’ 에 대한 경고도 이제는 무기력하게 들릴 뿐이며, 실제로 UN에서는 한국이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지금 수준의 성장규모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 진단하고 있다.

연도별 장단기 체류외국인 현황(’15~’19년) : 2019년 말 기준 국내 체류외국인은 252만4656명으로 전년 대비 32.9% 증가했다(자료=법무부)

그럼에도 코로나19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이주민과 외국인에 대한 반감은 점점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민국가이자 다문화사회에 오래전부터 진입했던 독일, 영국, 프랑스를 비롯해 미국과 호주에서도 경기가 침체되거나 지금과 같은 전염병의 위기가 발생하면 외국인에 대한 혐오가 두드러진다는 것이 공통된 연구 결과다.

한국에서 수행된 다문화와 이주민 연구의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저학력, 저소득층의 경우 이민에 대한 반감이 높거나 이민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는 반응이 많다. 그 이유로는 일자리 경쟁, 복지경쟁, 범죄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한정된 자원에서 내국인 취약계층이 나눠 가져야 하는 복지를 ‘저들이’ 뺏어간다고 규정하고 대체로 보수 정치인이 이런 여론에 편승하여 이민 문제를 정치화시키기도 한다. 그럼 정부는 압박에 못 이겨 불법체류자들을 단속하고 추방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사회 전반에 걸쳐 적극적인 이민정책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사회의 유지와 성장동력 자체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절박한 우리 사회의 현실을 드러내고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데이터에 기반해 이주노동자들과의 일자리 경쟁이나 복지경쟁에 대한 우려가 기우임을 차분하게 설명하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일례로 외국인의 ‘의료비 먹튀’ 논쟁도 건강보험공단의 발표에 따르면 외국인의 건강보험 가입자의 재정수지는 9417억 원의 흑자라고 밝혔다. 이주노동자들은 20대에서 40대 사이의 젊은 인력으로 가장 생산성이 높은 연령대로 복지를 낚아채는 존재가 아니다.

이주는 국가 간 경제적, 정치적 민주주의의 차이에서 일어난다. 부자 나라인 한국에 와서 성실하게 일하고, 경제적인 자립을 이루어 자신의 나라를 조금이라도 풍요롭게 하는 일, 그렇게라도 전 세계가 경제적 격차가 줄어든다면 세계시민으로서도 좋은 일이다. 그들은 우리의 몫을 빼앗으러 온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삶을 진취적으로 꾸려나가고 있는 중이다.


정은정 필자 

농촌사회학 연구자. <대한민국치킨展>, <아스팔트 위에 씨앗을뿌리다 – 백남기 농민 투쟁 기록>을 썼다. 농업과 먹거리, 자영업 문제를 주제로 일간지에 칼럼을 연재 중이며 국방일보에서 20대 청년에게 음식과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KBS1라디오와 CBS라디오,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에 나가 농촌이야기를 전하는 일도 겸하고 있다. 그림책 <그렇게 치킨이 된다>와 공저로 <질적연구자 좌충우돌기>, <팬데믹시대, 한국의 길>이 있고 <한국농업기술사전>에 ‘양돈’과 ‘양계’편의 편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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