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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의 ‘미래 대담’③ 차형준 교수]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 해양의 강자가 될 길을 묻다

By | 2021년 3월 26일 | 위크엔드 컬처, 이광재의 미래 대담

차형준 포스텍 교수와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 (사진=김용훈)

“하루라도 더 빨리 바다에 관심을 쏟는다면, 해양바이오 시대를 주도할 새로운 원천소재, 원천기술을 확보할 가능성도 훨씬 더 커진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대한민국은 70여 년 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박정희 시대 이후 국가전략 차원에서 제조업과 지식정보산업을 육성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이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나아가면서 새로운 문제와 마주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제조업 부가가치의 핵심인 원천소재와 원천기술의 확보다.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56세, 3선)이 세 번째 ‘미래 대담’을 위해 차형준 포스텍 교수와 만났다. 차 교수는 원천소재와 원천기술의 아이디어를 자신이 근무하는 지역의 포항 앞바다에서 찾았다. 차 교수는 바닷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홍합에서 세계 최초로 생체접착소재를 개발해냈다. 이 의원은 차 박사와의 대담에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의 특성상 바다가 신소재의 보고가 될 수 있음에 주목한다. 차 교수 역시 선진국 역시 해양 생물종에 대한 연구는 초기 단계임을 강조하며 “제대로 앞서고 제대로 특화할 수 있는 대상이 해양이다”고 역설한다.
이 의원과 차 교수는 환경 및 기후위기 문제와 관련해 바다가 지닌 중요성에도 공감했다. BTS(방탄소년단)를 비롯한 한류 스타들이 병역 의무 대신, 글로벌 환경위기와 해양오염을 막자는 캠페인을 주도하는 방안도 제기했다. 인류에게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바다와 미생물의 세계를 국가핵심과제로 놓고 도전한다면, 인류 역사에 새로운 기여를 할 수 있다는 데 두 사람은 의견을 같이 했다. 대담은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필운동 메디치미디어 본사에서 두 시간 가량 진행했다. [편집자]

▲이광재 의원(이하 이 의원)= 차 교수님께서는 포스텍(포항공대)에서 홍합을 이용한 바이오소재 연구를 해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이스라엘에 가서 들은 말인데요, 앞으로 인류가 개척해야 될 신대륙이 네 개가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우주, 하나는 바다, 하나는 우리 몸 속의 미생물 세계, 또 하나는 가상세계, 이렇게 네 곳이  미래 인류의 신대륙이라는 말을 하던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하는지 궁금합니다.

▲차형준 교수(이하 차 교수)= 홍합이라 하면 우리가 바닷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흔한 해산물로 생각하겠지만, 이 홍합에는 굉장히 특별한 능력이 있습니다. 홍합이 생존과 번식을 위해 ‘족사’라는 접착제 성분의 단백질을 내뿜어서 바위 같은 데 딱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 접착제가 아주 강력해서 사람이 손으로 떼려고 아무리 힘을 써도 쉽게 못 떼요. 그 대단한 능력을 잘 모방해서 우리 몸을 치료하는 의학기술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접착 소재를 개발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 의원= 우리 몸에 어디다가 접착을 하는 건가요? 현재 어느 정도까지 진척됐는지요?

▲차 교수= 우리 몸에 뭔가 접착할 곳은 굉장히 많습니다. 피부가 찢어졌거나 외과 치료 시 절개 수술을 하면 반드시 봉합해야 합니다. 특히 우리 몸에는 연약한 조직이 많고, 실로 꿰맸다가 잘못 찢어져서 체액 등이 빠져나오면 세균 감염이 되거나 패혈증 같은 걸로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몸에 부작용 없이 사용할 만한 접착제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방광 누공’이라고 방광에 구멍이 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소변이 무조건 샙니다. 이런 분들은 밖에 나가지 못 하니까 사회, 심지어 가족과도 격리돼야 하는데, 아주 좋지 않은 병이죠. 하지만 개발도상국의 여성에게서는 굉장히 많이 발병합니다. 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이 없는 곳도 많아요. 이런 것들을 해결하는 방법이 이 접착제로 그 구멍을 메우는 방법이 되겠죠. 이 외에도 부러진 뼈를 붙이거나 항암제, 면역치료제, 세포치료제 등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 제품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이 의원= 사실 바닷가에 널린 게 홍합인데, 홍합의 족사에 그런 성분이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언제쯤 연구에 착수했는지요? 이런 사례가 원래 학술논문에 많이 나와 있나요?

▲차 교수= 포스텍이란 대학이 포항에서 연구중심대학으로 시작한 학교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저는 원래 바이오테크놀로지를 공부했던 사람이고, 인간에게 필요한 치료제 만드는 연구를 많이 했는데 그 과정에서 바다랑 연결된 연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접착제를 만드는 생명체 중에 가장 오래된 연구 히스토리를 갖고 있는 게 사실 홍합이에요. 한 40년 전부터 생화학적 연구가 시작됐습니다. 저희가 찾아보니까 생체모사, 자연모사, 자연모방 등을 연구할 때 대표적으로 나오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홍합이었어요. 공과대학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생활에 적용하는 연구를 집중하는 곳입니다. 일단 홍합 소재에 대한 관심이 높고 사람들에게 유용할 거 같다는 생각을 많이했지만 소재를 대량 확보하는 기술이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이걸 해보자, 홍합이 우리 바닷가에도 많으니까. 그렇게 해서 시작했습니다.

▲이 의원= 인간이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자연에서 뭔가 배운다는 생각 자체는 굉장히 위대한 일인 듯합니다. 최근 카이스트 총장에 취임한 이광형 교수님을 뵈었는데, “전 세계 공장에서 여러 가지 물질을 만들어내듯 앞으로 바이오 분야도 그렇게 될 것이다. 그래서 결국 이 분야가 가장 강력한 미래산업이 될 것이다”고 강조하시더군요. 차 교수님은 요즘 홍합 연구 성과를 제약 분야에까지 확대시킨다고 했는데 교수님이 구상하는 원대한 꿈은 무엇인가요?

▲차 교수= 사실 이공계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이 각자 꿈꾸는 소망이 뭐냐면, 자기가 연구했던 아이템 중에 조그만 거라도 실생활에 적용되는 걸 보는 겁니다. 그게 기술이든 소재든 자기가 하는 연구가, 저 같은 경우에는 홍합 접착제 또는 홍합 치료제를 환자들이 마음껏 사용해 ‘삶의 질’이 더 좋아지는 모습을 보는 게 가장 큰 낙이죠. 제가 만든 제품을 의사 선생님들이 환자들에게 사용하겠다, 또는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굉장히 기쁠 것 같습니다.

▲이 의원= 정치인도 뭔가 연구하고 성과를 내서 국민에게 도움 되는 그런 걸 할 수 있다면 진짜 좋겠네요.

#바다에서 미래산업 가능성을 찾다

– 바다는 1%밖에 개발 안 된 신대륙
  새로운 소재와 원천기술의 보고
-해양자원 산업, 부가가치 어마어마
  국가적인 투자와 연구로 선점해야

▲이 의원= 차 교수님, 삼면이 바다가 둘러싸여 있는 우리나라 환경에선 바다의 개척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동해, 서해, 남해는 바다의 깊이나 속성이 다 다르다고 합니다. 해양산업의 발전 가능성이 다른 나라에 결코 뒤지지 않는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차 교수= 그렇죠. 바다라고 하면 해수면 위만 피상적으로 생각하지, 그 아래에 대해 사실 잘 상상도 못 합니다.  바다는 아직도 미개척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류는 태양계 바깥도 탐사하는 항공우주기술을 갖고 있지만, 바다는 눈 앞에 있는 심해조차 제대로 탐색을 못 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바다는 지구 표면의 71%를 차지하고 있고, 부피로 따지면 90% 가량이 바다입니다. 그리고 생물 전체 중의 80% 이상이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생명체가 바다에서 계속 발견되고 있어요. 반면, 육상에선 잘 모르는 생명체가 별로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바다를 더 알면 알수록 거기서 새로운 것들, 우리 인류에 필요한 것들을 더 많이 찾아낼 가능성이 굉장히 큽니다.
게다가 우리 몸 속은 거의 70% 넘게 혈액이라든가 체액 같은 물로 차 있는 환경입니다. 수중 환경이에요. 우리 생명체가 바다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도 거의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고요. 그래서 해양 환경에서 작동하는 것들이 우리 몸 안에서 그대로 작동할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여러 가지 차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해볼 여지가 많습니다

▲이 의원: 인류가 바다로부터 시작됐다면 결국 거대한 보물창고가 바다 속에 있다고 해야겠네요. 더군다나 모르는 것도 아직 많고요. 제가 찾아보니 동해의 수심이 2500~3000m 된다고 합니다. 근데 우리는 지금 기껏 해봐야 얼마 내려가지 못하잖아요. 심해 탐험 장비도 굉장히 부족하고요. 바다를 탐구하면 탐구할수록 더 많은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차 교수= 네, 맞습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원천소재, 원천기술인데, 우리는 생각보다 이 원천소재,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게 굉장히 적습니다. 그렇기에 새로운 소재를 찾아내고 새로운 기술 확보를 해야 되는데, 결국 그걸 어디서 찾을 수 있느냐, 저는 바다라는 거죠. 바다 전체 생물종 가운데 인류가 제대로 알고 그걸 잘 활용하는 것은 한 1% 이하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 말은 결국 다른 선진국들도 아직 해양 분야에서 생각보다 많이 앞선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우리나라가 하루빨리 바다에 관심을 갖고 그 안으로 파고들면 새로운 원천소재, 원천기술을 확보할 가능성이 더 커집니다.

▲이 의원= 교수님 말씀에 동감하는 게, 지금 우리가 수산물 수출을 연간 2조5000억원 가량 하는데 1위 품목이 김(약 7000억 원)이라고 합니다. 원래 김을 먹었던 사람은 한국인, 일본인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전 세계의 건강한 먹거리로 자리잡게 된 거죠. 앞으로는 이런 식의 접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세계화, 고부가치화(化)의 시작은 기능성 식품이겠지만, 그것이 다양한 연구를 통해 원천소재나 원천기술로 발전하게 되면 결국 우리의 바다는 거대한 보물창고가 되지 않을까요.

▲차 교수= 물론입니다. 그리고 이 소재라는 것도 잘 접근해야 되는 게 만약에 해양생물자원을 직접 이용할 경우 그 가치를 1이라 한다면, 이걸 약간 더 가공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품을 만들면 부가가치가 10 정도로 올라가죠. 더 나아가 기능성 식품, 화장품으로 가면 수십 배, 수백 배까지 갈 수 있고요. 신약이라든가 의약품처럼 인체에 직접 쓰는 쪽으로 가면 수백만, 수천만 배 이런 식으로 부가가치가 확 올라갑니다. 같은 소재라 하더라도 그걸 어떤 식으로 적용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그런 쪽을 선점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기본을 잘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김을 제대로 양식하는 기술, 이런 거 굉장히 중요해요. 그래서 우리나라 김이 세계 최고 자리를 차지하는 것 아닐까요.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김을 만들지만, 양식 기술에서 따라오지 못하고 있거든요. 일단 좋은 양식 김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다면 거기서 더 좋은 성분을 뽑아내고 훨씬 더 부가가치 높은 산업으로 갈 수 있다는 뜻이에요. 이런 강점을 우리가 계속 가져갈 수 있도록 국가적으로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연구자들도 계속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집중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의원= 이런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달을 탐사해보겠다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원대한 꿈이 결국 NASA 프로젝트로 이어져 과학기술의 새로운 미래를 확 열었잖아요. 우리도 삼면이 바다라는 점을 고려하면 바다 쪽으로 깊이 파고들어 해양과학기술의 새로운 세상을 여는 것도 국가전략의 하나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기후·환경 위기, 바다가 핵심 변수

-이산화탄소 많아져 산성화된 바다
  탄소 사이클의 자정작용 무너져
-지구온난화는 균형-조화의 실패
  밸런스 유지하는 ‘탄소 중립’ 필요

▲이 의원: 바다와 지구 온난화 간의 관계에 대해서 얘기해볼까요. 바다에는 이산화탄소(CO2)를 저 밑바닥까지 데려가는 생물도 많다고 그럽니다. 바다와 기후 위기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차 교수= 바다와 기후 변화는 거의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보면 됩니다. 지금 같이 지구온난화 문제가 생기면 일단 바다 수온(水溫)에 변화가 생겨서 어종 분포에도 변화가 많이 생기고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고 생각하는 CO2가 대기에 많아지면 CO2가 바닷물에 녹아들어가면서 바다를 약간 산성화시켜요.
사실 지구는 탄소 사이클이라고 해서 CO2 조절 작용을 스스로 합니다. 이 사이클에서 커다란 역할을 하는 게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식물이 하는 광합성으로 CO2를 포도당으로 바꾸고 산소를 만들어요. 또 하나는 바다가 자체적으로 CO2를 보관하는 역할을 하거든요. 단순히 포집만 하는 게 아니고 그 안에 있는 많은 생명체가 CO2를 이용합니다. 조개라든가 산호라든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조류(類) 같은 것들도요. 이런 것들은 CO2를 탄산칼슘이라는 석회 비슷한 성분으로 미네랄화(化) 해서 껍데기를 만들어 사용하죠. 그런데 바다의 ph가 낮아져 산성화되면 껍데기가 다시 녹아요. 결국 대기에 이산화탄소가 많아지면 조개가 조개껍질을 만들지 못하고 민조개처럼 생활하는 세상이 올 수 있는 거죠. 그러니까 지구온난화는 사실 바다 생물들에게 굉장히 안 좋고 위험한 일입니다.

▲이 의원= 결국 이 탄소 사이클이란 것이 중요하군요. CO2가 발생하면 식물에서 광합성을 통해 포도당과 산소를 내는 것처럼, 바다 역시 CO2의 거대한 창고 역할을 하는데, 조개껍질 같은 걸 만드는 데도 쓰인다는 거죠. 이건 마치 산소 공장과 같은 거대한 하나의 시스템이네요.

▲차 교수= 맞습니다. 그리고 그런 생물들이 죽으면 다 밑으로 가라앉는데요. 그게 나중에 우리가 광물로 회수해서 쓸 수 있는 단괴가 됩니다. 만약 거기에 망간이 많이 섞여 있으면 망간 단괴가 되는 거죠. 그러니까 전부 다 광물이고 자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몸도 탄소로 되어 있는 유기체잖아요. 이 탄소도 대기에 있는 이산화탄소로부터 옵니다. 중간에서 먼저 식물이 CO2를 이용해서 광합성으로 포도당을 만들면, 우리는 그 식물을 먹고, 또는 초식동물이 식물을 먹은 뒤 우리가 초식동물을 먹어서 그게 사람한테까지 오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 사람도 자연의 탄소 사이클 중 한 부분을 구성하게 되는 겁니다.

▲이 의원= 참 중요한 말씀 같아요. 인간이 영장류라고 주장하고, 환경운동이라고 하면 인간과 환경을 분리해서 서양의 인식론적 주체-객체처럼 생각하는데, 이제는 불교의 연기론처럼 우주 속의 일원으로써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야 기후변화 위기를 넘어서는 온전한 사상을 가질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바다가 좀 더 CO2를 저장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방법은 없습니까? 예를 들어 조개를 아주 많이 키운다든지 하는 방식 같은 거요.

▲차 교수= 자연이 하는 일은 그 규모가 너무 커서 인간의 단순한 대안으로는 힘들고요. 우선 CO2를 저감해야 합니다. 사실 자연에는 정화 메커니즘이 있기 때문에 대기오염이나 지구온난화나 어느 정도까진 그냥 놔두어도 자연이 원래 알아서 다 합니다. 지금의 환경 문제는 자연이 처리할 능력을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탄소 중립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무엇을 하든지 탄소는 당연히 나오죠. 우리 인간도 (호흡 등을 통해서) 탄소를 만들어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탄소가 너무 많이 나오는 활동이나 생산방식 자체를 줄여서 자연의 사이클 범위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드는 게 진짜 필요합니다.

▲이 의원= 참 중요한 말씀을 해주셨는데, 결국 코로나19나 기후 위기가 인류에게 주는 교훈은 ‘공존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아닐까요. 그리고 너무 많아도 안 되고 너무 적어도 안 되고, 이게 동양사상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조화와 균형인 것 같아요. 인간이 뒤늦게 방역을 열심히 하고 환경을 보호하고 이산화탄소를 저감한다고 해봐야 홀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거죠. 지구 공동체에 대한 인식과 발전 방식에 새로운 인식 변화가 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담을 계기로 생명체가 공존하려면 균형이라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차 교수= 그렇죠. 접착제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접착제라는 것도 균형, 밸런스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두 개의 물체를 붙일 때 접착제가 일단 물체의 표면에 붙는 게 필요하고요. 접착제들끼리 그 안에서 또 결합을 해야 돼요. 이 표면에서의 접착과 접착제 안에서 자기들끼리의 접착 사이에 밸런스가 안 맞으면 접착하는데 실패합니다. 무슨 말이냐면 두 가지 밸런스가 다 같이 맞아야 하는데, 자연에서는 그걸 엄청 잘 맞춰요. 그런데 우리 인간은 아직도 그 밸런스를 못 맞추고 있어요. 저 역시 못 맞추고 있고요. 우리가 해결해야 될 과제는 바로 이런 것입니다.

▲이 의원= 밸런스 말씀을 하시니까 생각났는데, <히포크라테스 의학서>와 <황제내경>을 보고 굉장히 깜짝 놀랐어요. 각각 서양과 동양을 대표하는 고전 의학서인데 공통점이 뭐냐면, 사람이 건강하게 살려면 인간과 자연 사이에 조화가 유지돼야 하고, 또한 인간과 사회의 조화, 인체 내의 장기(臟器) 간 조화 등을 역설하고 있더라고요. 몇천 년 전에도 그런 생각을 했다는데 새삼 놀랐죠. 우리 사회가 앞으로 진화하려면 그런 조화, 균형이 절실한 것 같습니다.

#해양오염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

-인간이 만든 플라스틱의 미세입자
  해양생물 거쳐 우리에게 되돌아와
-생분해 기술 연구와 대량생산 시급
  해양그린수비대 등 캠페인도 필요

▲이 의원= 이제는 조금 더 실질적인 얘기를 해 보죠. 얼마 전에 수산물시장에 갔더니 물건 파는 분들이 생선 내장 같은 건 가급적 먹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바다 밑이 많이 오염돼 자기들도 어떤 어종의 경우에는 생선살 위주로 먹는다는 거예요. 그리고 최근 TV 뉴스를 통해 상위 포식자인 고래나 상어 같은 어류의 몸 속에서 비닐이나 플라스틱이 나오는 영상을 자주 보게 되잖아요. 요즘 해양오염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 현안이 됐는데, 인류는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요?

▲차 교수= 참 어려운 질문인데요. 일단 미세 플라스틱 문제는 플라스틱 자체를 인류가 만들었기 때문에 나온 재앙이라 더 어렵습니다. 게다가 바다에 흘러간 플라스틱은 다 바닷속으로 내려가서 없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없어지지 않고 미세한 입자(particle)로 만들어지면서 전부 해양 생명체로 들어가고 결국은 그게 사람한테도 오기 때문에 더 위험하거든요. 그런 부분 때문에 최근 그쪽 분야를 많은 연구자들이 관심을 갖고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새로운 플라스틱 기술을 개발하려 시도하고, 어떤 분들은 이미 버려져 있는 플라스틱을 처리하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저희가 최근에 연구했던 부분 중 하나는 애벌레를 이용하는 방법이었어요. 곤충류 중에서 플라스틱을 먹어서 분해하는 생명체들이 있더라고요. 물론 곤충이 먹어봤자 그것들이 먹는 양에는 한계가 있겠죠. 그래서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곤충의 몸 안에서 그런 작용을 하는 미생물을 찾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효소를 찾아내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 실생활에 활용해야 하는 거죠. 최근에는 그런 방법을 전 세계적으로 많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의원= 미세 플라스틱 문제는 결국 덜 쓰는 것도 중요하고, 생분해성 기술을 얼마만큼 빠른 속도로 발전시키느냐가 중요한 듯합니다. 제가 이 부분은 K-뉴딜위원회에서 기술 체크를 해본 적 있었는데요. 우리나라 생분해 기술이 세계적으로 상당히 앞서가고는 있는데, 아직 대량생산체제까지는 못 가고 있더라고요. 애벌레 말씀도 하셨는데, 그런 물질을 찾아내면 빨리 대량생산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결국은 이 지구가 우리 생명의 일부라는 생각을 갖고 모든 생존방식과 발전방식을 다시 짜나가야 될 때인 것 같습니다. 더불어서 이런 생각이 좀 들더라고요. 환경 위기 시대에 방탄소년단(BTS) 등 세계적 명성을 갖고 있는 한류 스타들이 그린(green) 해양수비대 같은 걸 만들어서 환경운동을 주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차 교수= 방탄소년단이 군 복무 기간에 그런 활동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안 그래도 남태평양에 지금 한반도 넓이만한 쓰레기더미가 떠다니고 있잖아요. 그런 플라스틱 쓰레기더미에 가서 영상을 찍어 적나라한 해양오염 현장을 보여주고, 여러 채널을 통해 환경보호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벌인다면 지구촌의 젊은 친구들은 더욱더 관심을 갖겠죠.

▲이 의원= 그리고 지금 북극의 얼음이 녹고 있잖아요. 이것이 인류의 불행으로 다가올지 또 어떤 새로운 문명으로 다가올지 여러 가지 학설이 있는데, 교수님이 보기에 극지방 빙하가 녹게 되면 지구에는 어떤 변화가 올까요?

▲차 교수= 일단 이 현상 자체는 지구온난화니까요. 뭐 크게 보면, 옛날에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했던 영화 <워터월드>처럼 북극 얼음이 다 녹아가지고 육지가 없어지고 망망대해만 남아있는 세상이 될 수도 있겠고요. 그 영화도 나온지 오래 됐는데, 더 끔찍한 시나리오도 있습니다. 얼음이 다 녹으면 해수면도 올라가지만, 해류 흐름을 급격히 바꾸게 됩니다. 바다 해류는 또 지구의 온도랑 연결되거든요. 그래서 도리어 빙하기 시대로 갈 수 있다는 거예요. <투모로우>라는 영화의 내용입니다. 어쨌든 둘 다 암울하죠. 결국은 지구온난화를 막아야 해요. 기후 위기의 정확한 미래 시나리오는 학자들도 아직 잘 모른다고 그럽니다. 사실 해양 환경이라는 게 굉장히 복잡하거든요. 북극에도 어느 정도 따뜻한 데가 있지만, 굉장히 추운 데도 있고, 압력도 엄청 차이가 나고, 빛 같은 것도 다 다르고요.

▲이 의원= 맞아요. 그 얼어붙은 땅덩어리 밑에 있는 CO2가 폭발적으로 올라올 거라는 이야기도 있고요. 성경에 보면 과거에는 물로 심판했지만, 이제는 불로 심판할 거라는 말이 있는데, 저는 그 불이 핵전쟁일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게 핵전쟁이 아니라 지구온난화일 수 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 우리 인류가 각성하고 새로운 자세로 대응할 필요가 있는 거 같습니다.

#해양의 미래산업화, 과감한 투자 필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대한민국
  해양바이오 인력·인프라 턱없이 부족
-산업화센터 세우고 부가가치 높여야
  해양 산업화로 새 이정표 세우자

▲이 의원= 교수님,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금은 포스텍에 계시지만, 만약 ‘내가 국가를 설계하는 설계자가 됐다, 내가 바다 전체에 대해서 의사결정을 하는 책임자가 됐다’고 가정하면, 인류에 기여하고 한반도가 뭔가 크게 도약하게 만들기 위해선 무슨 일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차 교수= 일단 바다를 활용하는 어떤 산업이든 그 영역이 사실 굉장히 넓습니다. 꼭 바이오만 있는 것도 아니고, 해양 산업이라는 것이 조선 같은 분야부터 양식업, 수산업까지도 다 포함됩니다. 제가 하고 있는 해양바이오 이런 쪽은 사실 굉장히 작은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일단 이 분야로만 좁혀서 얘기를 한다면, 우리가 해양에 대해서는 많이 모르고 있고 아직은 개척해야 될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소재, 새로운 기술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좀 더 빨리, 좀 더 과감하게 연구개발을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해양 관련 연구자의 풀(pool)이 너무 작습니다. 육지에 비해 해양이 훨씬 더 넓은 공간인데도 불구하고 해양 연구자가 너무 적기 때문에 관련 분야에서 아직 많이 못 치고 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양 연구를 단순히 해양과, 해양학과를 나온 분들만 할 게 아니라, 해양에 관심 있는 사람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관련 부처와 국가 차원에서 바다에 자꾸 관심을 쏟아주어야 돼요. 그리고 산업계에서도 ‘아, 진짜 제대로 돈 벌 수 있는 대상이구나’라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해양산업 분야에서 뭔가 성공 사례를 보여주는 게 굉장히 필요합니다. 그런 케이스가 자꾸 나오면 사람들이 더 큰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하게 되겠죠.
저도 그동안 20년쯤 연구해왔는데 요즘은 단순 기초연구뿐만 아니라 해양 관련 기술들을 실제 산업화 과정으로 연결할 중계센터 같은 거를 세우려 하고 있습니다. 그중 바이오메디컬, 헬스케어 분야를 대상으로 특화된 구심점을 만들어보려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국가 전체적인 경쟁력에 이바지해야 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이 의원=인류의 네 가지 미지 영역 중에서 우주 영역은 미국, 중국이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가상세계, 특히 게임의 영역에서는 한국이 앞서나가는 편입니다. 앞으로 바다라는 영역에서 한국이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도전해 본다면 언젠가 새로운 이정표를 쓸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대담 정리=이형진 작가
사진=김용훈 사진작가
편집=한은지 기자


차형준 교수 

1968년생으로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매릴랜드대학 생명공학연구소에서 일했으며, 1999년에 포스텍(포항공대) 교수로 부임한 이후 단백질 연구를 주로 해왔다. 세계 최초로 실제 상황에 활용 가능한 홍합유래 생체접착소재를 개발하는 등 해양 신소재 개발에 기여한 연구 업적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한국공학한림원이 뽑는 ‘대한민국의 산업 발전을 이끌 주역’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는 ‘2017년 우수과학자포상 통합시상식’에서 한국공학상(대통령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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