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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혁 칼럼] ‘땅투기’ LH가 A등급…공직 통제시스템 수술하라

by | 2021년 3월 18일 | 정책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앞. (사진=연합뉴스)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LH직원들의 ‘땅투기’ 뉴스를 보고 처음에는 잘 믿기지 않았다. 그동안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부정청탁 금지법을 비롯한 각종 ‘윤리’ 법안을 쏟아낸 적이 숱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런 제도의 실효성이 없었다는 방증이었던가? 아니면 제도는 도입되었지만 그것이 유명무실한 채 존속되고 있었다는 의미일까 혼란스러웠다.

이번 사건이 확산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정부 차원의 ‘투기와의 전쟁’과 정당들간의 ‘정쟁’도 반복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이달 말까지 투기 근절 및 재발 방지와 LH 환골탈태에 관한 대책안을 확정·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검토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당도 LH임직원을 비롯한 모든 공직자들이 땅투기를 막겠다며 ‘땅투기 방지 5법’을 발의했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모든 공직자 전수조사, LH직원 20여 명에 대해 특검법도 발의할 예정이다.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이 LH 땅투기 소식과 함께 떨어진 탓이다. 야당 역시 이에 질세라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 후 머물 경남 양산 사저가 농지법을 위반했다며 대통령을 땅투기꾼으로 몰아가고 있다.

LH직원들의 땅투기 관련 시흥과 광명의 사례로만 한정했을 때 내부의 정보를 사전에 취득해 이루어진 것인지는 여러 정황상 일정 지점에서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LH에 따르면 택지지구를 지정하는 업무를 다루는 직원의 경우, 대책 발표 전일까지 별도의 장소에서 합숙하는 등으로 비밀을 유지한다. 시흥과 광명 등 3기 신도시 땅투기에 연루된 직원들은 모두 이러한 지구지정업무를 수행한 직원은 아니었다고 한다.

LH직원 땅투기 사건의 발단이 된 수도권의 광명, 시흥 지역은 3기 신도시 지정에 앞서 이미 부동산 개발압력이 높았던 지역으로 손꼽혔다. 공공개발이든 민간개발이든 부동산 개발압력이 있는 지역이라면, 언젠가는 개발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투자가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엄밀히 보면 이번에 적발된 LH직원들이 오직 LH직원들만 알 수 있는 기밀정보에 접근해 투기를 했다고만 보기에는 애매한 지점이 있다.

따라서 이번 LH직원 땅투기 사건에서 먼저 제기하고 해결해야 할 핵심적인 질문은 ‘정부의 택지조성과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이 걸려 있는 LH의 조직 기강이 얼마나 무너졌기에 자사 직원의 편법적인 부동산 투기를 내부감사에서 왜 적발하지 못했는가’이다. 이는 결국 공직사회의 통제시스템 작동과도 직결된 사항이기 때문이다.

망가진 공직사회 내외부의 통제시스템

LH뿐만 아니라 정부나 공공기관은 민간보다는 여러 층의 통제를 받는다고 하지만 내막을 보면 형식적인 경우가 많다. 특히 조성행정(토지조성, 금융기관 설립 인허가 등)과 규제행정이 뒤섞인 업무를 하는 기관들의 경우,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전문적인 영역이 상당히 많아 일반인들이 조직 내부의 구조를 알기란 거의 어렵다. 특히 정부의 경제관련부처, 산하기관, 공공기관 등이 그렇다. 이들이 가진 정보는 잘 공개되는 법도 없고 일반에게 제공하는 일도 드물다. 이런 폐단을 없애고자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지만 법원에서의 소송에서조차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정보유통의 폐쇄성은 오랜 뿌리 깊은 관행과 관습이다. 공조직 관점에서는 일반인들이 알아서는 안 되는 정보들이다. 정보는 곧 돈이고 권력이기에 정보유통을 통제할수록 공조직 내부의 임직원들은 편하다.

공공조직의 이런 관행과 관습은 누가 개선하고 통제할 수 있는가? 결국 정부와 공공기관의 장(長)이 해야 하지만 공공기관의 장은 대부분 낙하산이다. 특정한 전문성을 가지고 승진하는 경우보다는 대선캠프의 보은인사, 정부기관의 1급 실장급 이상들이 노후대책으로 받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렇다 보면 실제 디테일한 업무들은 내부의 임직원들이 담당하고 공공기관의 사장이나 감사는 2~3년간 적당히 자기의 공적을 내세울 거리를 만들고 월급과 두둑한 상여금을 받고 나가는 구조로 고착화되었다. 이런 인사들이 내부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겠는가. 민주화 이후 문재인 정부까지도 바뀐 것은 별로 없다.

공공기관을 통제하는 방법에는 공공기관의 경영평가가 있고, 내부의 감사와 감사원에 의한 감사가 있다. 하지만 전자는 공공기관 내부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기는 어렵다. 공공기관의 경영평가는 각 기관이 제출한 전년도 경영실적 자료를 바탕으로 4~5월까지의 짧은 2개월의 기간 안에 경영실적을 (S-E까지의 6개 등급) 평가한다. 하지만, 이 또한 기관이 ‘제공해준 자료’를 바탕으로 평가한다. 평가자들도 전문성은 드물다. 통상 10개 이상의 기관을 평가하는데, 이 기관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속속들이 알 수 있을까? 적당히 자료를 보고 끝낼 수밖에 없다. 지난해 LH는 어떠한 평가를 받았을까? A등급이다.

내부의 감사는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 모두 거의 유명무실하다. 조직을 폐지하지 않음만 못하다. 통상의 내부 감사실이라는 조직은 팔이 안으로 굽는다. 감사실에 이른바 조직의 에이스가 갔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대부분, 말년 차의 소위 ‘뒷방 늙은이’에 대한 보은성 인사로 단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사전 감사를 강화해 의사결정 전에 통제를 세게 할 경우에는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불러온다.

감사원의 감사는 이와는 차원이 다르고 강도도 세다. 그렇지만 매번 감사원 감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기감사, 공익감사에 의한 제보의 경우도 제한적이다. 조직 내부를 투명하게 하고, 문제점을 밝혀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감사원도 감사원 조직의 한계상 일정 시한을 그어놓고 감사를 하기도 하고 감사관의 전문성이 도마에 오르기도 한다. 또 감사가 강해지는 경우에는 마찬가지로 공무원들이 ‘소극행정’으로 일관한다. 오죽하면 ‘적극행정 면책제도’라는 것까지 도입한 게 한국 공조직의 현실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마치고 ‘부동산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기 전 관계 장관들과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대지 국세청장,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홍남기 부총리,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이재영 행정안전부 차관. (사진=기획재정부)

정보의 독점 하에 부패는 필연

업무 분야에서 우연한 계기로 말도 안 되는 일을 확인한 적이 있었다. 결국 언론에 기사화된 바도 있다. 당시 사건의 흐름은 이러했다. 국민의 수탁고를 다루는 기금 기관에서 ①조직의 상급자가 본인의 친구가 속한 특정 회사에 용역을 맡기면서 웃돈을 주고 ②본인 친인척의 취업을 청탁 ③A투자회사에 전화를 걸어 본인의 친구가 근무하는 회사에 뒷돈(kick-back)을 적립해두라고 한 뒤 ④모 대학의 교수가 본인이 소속된 기관을 연구에서 비판하자, B투자회사를 시켜 그 교수에게 용역과 해외출장 등 향응을 베풀어 입막음을 시켰다.

문제가 되어 상급 기관에서 감사를 하여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으나, 어떠한 영문인지 전부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당시에 조직의 문제점을 용감하게 진술한 내부 직원이 있었지만 정작 그는 무고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그 조직의 상급자가 고소인이었다. 결론이 왜 그렇게 났는지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변호사를 잘 썼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무고혐의로 고소당한 직원의 잘못은 상급기관의 감사에 사실대로 진술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조직의 상급자에 눈 밖에 나 밉보인 것일까? 아마도 그 조직에서는 후자로 봤고, 자신들의 잘못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조직의 생리를 모르는 시끄러운 외부 전문가 출신이 들어와서 자신들의 조직을 힘들게 하는 고자질쟁이로만 여겼을 것이다. 당시 상황을 보면서 마치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보는 느낌이었다. 부패한 작은 소권력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공공기관의 철옹성. 엄석대가 공공기관에 적지 않았다.

하나의 사례를 들었지만, 생각해 보면 해결책은 명확하다. ▲정보의 독점 ▲독점을 조장하는 경직된 조직체계 ▲조직체계를 바로잡으려는 정치권력과 정부의 의지 등 세 가지를 바로잡으면 된다.

지난 역대 정부에서 이러한 세 가지를 모두 바로잡으려는 시도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매번 요란한 정부조직법 개편과, 인수위 앞에 진을 치는 공무원들,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는 정부와 공공기관 개혁만을 보면서 공공기관의 직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런 차원에서 부패방지 5법이라는 것은 요란하기만 할 뿐 사실상 빈 깡통이다. LH직원들이 공무상 비밀 규정이나 미공개정보 이용한 투기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몰라서 땅투기를 했을까? 별 문제의식 없이 ‘이쯤이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듯 공공기관 조직 내부의 부패를 적발하는 시스템은 고장 난 장치들 투성이다. 현재 대한민국 공공기관 조직은 기능이나 구조면에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기획재정부는 매년 6월, 전년도 기준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발표한다. LH는 2018년과 2019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그래픽=연합뉴스)

어떻게 수술할 것인가

항상 문제가 되면 정부나 정치권이 대처하는 방식은 뻔하다. ①사건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고 ②사전적인 통제를 강화해서 의사 결정하기 전에 통제를 받도록 구조를 만들고(박근혜 정부 때에도 방위사업청 비리가 문제가 되자, 방위사업청에 검찰 파견 국장급 감독권을 두었더니, 정작 방위사업청장과 차장은 아무 일도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③감사조직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동원한다. 매번 문제가 터지면 요란하게 ‘투기와의 전쟁’, ‘범죄와의 전쟁’ 등을 앞세우지만 이런 슬로건은 전형적인 개발도상국가에서나 할 일들이다.

우선 권한과 책임에 맞게 조직 구조를 변경하는 작업부터 선행을 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지난 60년 가까이 공공행정의 영역이 지나치게 확대되다 보니 모든 영역을 공공에만 맡기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로 인해 여러 분야의 핵심 정보들이 일부의 공공영역에 축적된 상황이다. 정보독점을 통제할 장치들이 시급히 필요하다.

부패유발지수가 높은 인허가 업무나 조성 행정업무 관계자에 대해서는 체크리스트는 물론, 외부의 정기 감사를 진행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외부 정기감사 결과에 대해서 사후적으로 업무적정처리 피드백(feed-back)을 해주면 정보독점의 폐해를 예방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감사규정을 위반한 공무원에 대해서 징계의 양정 없이 전부 중징계(파면, 해임)처분을 내리면 된다.

제출한 자료의 진실성을 가지고 공무원, 공공기관의 임직원의 면책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감사원의 전문감사관 제도는 확대 개편해야 한다. 또한, 인허가 절차가 끝난 업무는 정보공개법을 바꾸어 원칙적으로 전부 일반에 공개하면 된다. 유명무실한 정보공개심의회제도를 개편해 외부의 정보공개위원회에서 판단을 거치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 현재 심의회는 외부위원 3분의 1만 참여하면 열린다.

독점을 조장하는 경직된 조직체계도 문제다. 조직의 상하부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면 정보는 자연스럽게 독점이 된다. 상하부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도록 내부에서의 상호 견제 유인을 설계해야 한다. 외부의 전문가 비율을 대폭 높여(예: 50%) 공무원, 공공기관 조직 내부를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급여체계도 바꿔야 한다. 현재처럼 결국 눈에 안 보이는 짬짜미를 유도하는 성과급 체계도 바꿔야 한다. 모든 사람이 동일한 급여를 같은 조직 내에서 받을 필요는 없다.

지속적인 전문성이 필요해 최소한의 담당 업무기간과 숙성을 수반하는 업무는 감사관의 통제를 상시화하고 프로젝트 단위별로 감사결과를 제출하게 해야 한다. 공직에 있다가 민간으로 나가는 일도 자유롭게 해야 한다. 한국사회가 묘한 ‘도덕성’을 강조하면서 쓸 데 없는 공직자의 행위제한을 규정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21세기에 맞게 전부 폐지해도 된다. 공직자윤리법을 강화하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다. 공직자윤리법이 실효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정치권력과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문제가 무엇인지를 더 정확하게 진단하고, 부패의 요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방안을 구상해야 한다. 지금은 이해충돌에 대한 문제(이미, 법률들이 작동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형사처벌 수위가 낮다는 문제를 가지고 법률을 만든다. 지엽말단적인 문제들만 가지고 변죽을 울리는 셈이다.

본질적인 해결방안은 유인(인센티브)의 설계이다. 조직에서 부패하지 않을 유인보다, 부패할 유인이 크면 결국은 어떠한 사람을 그 조직에 데려다 놔도 부패한다. 집단 무의식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인센티브의 제도를 다음 정부에서 설계하라. 어떤 정당이건 간에 청렴하지만, 효율적이고 능력 있는 공무원, 공공기관을 만드는 것이 민심을 얻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LH사태를 통해 뼈저리게 깨달아야 한다.


조혁 필자

전직 공무원. ‘조혁’은 필명(조세개혁의 약자)이며 현재 법률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 사회가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정책들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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