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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의 미래 대담① 김태유 교수] 북극성 시대에서 은하수 시대로 가야 할 때

by | 2021년 3월 13일 | 이광재의 미래 대담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왼쪽)과 김태유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사진=김용훈 작가)

코로나19, 기후위기, 미중 패권경쟁, 4차산업혁명, 양극화 심화…
인류문명이 대전환의 시대를 맞았다는 데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 대한민국은 혁신과 통합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변곡점을 만들 수 있을까. <피렌체의 식탁>은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56세, 3선)과 함께 새 시대를 선도하는 ‘신문명 CEO’들을 다양하게 만나 그들의 방략(方略)과 실천방안을 들어본다. 대담 주제로는 4차산업혁명, 플랫폼 경제, 교육개혁, 바다-우주, 기후위기, 젠더 문제, 문명전환 등을 다룰 계획이다.
이광재 의원이 첫 번째 대담 상대로 만난 이는 김태유 서울대 교수(산업공학과)다. 올해 70세인 김 교수는 자원경제학과 에너지 관련 분야를 연구하다 10여 년부터 전공을 바꿔 경제학, 역사학, 과학기술을 아우르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발전전략을 고민해왔다. 2018년 3월에 올린 유튜브 동영상 ‘패권의 비밀: 4차산업혁명시대 부국의 길’은 3년간 조회 수가 400만 회에 육박하고 있다.
이광재 의원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K-뉴딜위원회 총괄본부장을 맡아 디지털·그린·사회적·지역균형 분야의 발전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편집자]

◇국가발전의 핵심 원리

산업혁명의 성공은 발전전략 핵심
  기업·기술 선진화돼야 국력 신장
기업과 소비자에 의한 ‘내생적 혁신’
  정부 주도 ‘외생적 혁신’과 맞물려야

▲이광재 의원(이하 이 의원)= 교수님께서는 평생 국가발전전략에 관해 연구해왔는데, 동서양 역사를 꿰뚫은 핵심 원리는 무엇입니까?

▲김태유 교수(이하 김 교수)= 단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산업혁명’입니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약 300~400년 사이에 인구는 10배 이상, 소득도 10배 이상, 총생산량은 100~200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사람들의 평균수명도 30세 전후였던 게 두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영양 상태도 좋아져서 인종과 국적을 불문하고 산업혁명 전후로 키 차이가 10cm 이상 벌어집니다.
또 하나, 산업혁명 이전에는 지배국가와 노예국가를 나누는 기준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산업혁명에 성공한 나라는 전부 지배국가에, 실패한 나라는 예외 없이 식민지에 편입됐습니다. 정치적 식민지를 면한 몇몇 나라는 있었지만, 경제적 식민지를 면한 나라는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 의원= 산업혁명에 성공하려면 여러 핵심 요소가 필요합니다. 새로운 기술과 이를 실행할 기업이 있어야 하죠. 기술은 어떤 식으로 진화하는지, 기술의 획기적인 진화를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한지 궁금합니다.

▲김 교수= 기업과 기술이 함께 발전해야 합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자유경쟁시장에서 만나 물건을 사고팔고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을 ‘확대재생산’이라고 합니다. 확대재생산에 의한 국가 발전을 ‘내생적 혁신’이라고 하는데, 경제범위 내에서 국가가 발전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지만 선진국은 빨리 발전하고, 후진국은 늦게 발전하므로 후발국이 선진국을 추격하려면 자유경쟁만으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정부가 개입해 기업과 기술이 빨리 발전하도록 체제를 갖춰주는 것을 ‘외생적 혁신’이라고 부릅니다. 국가 경제는 크게 봐서 이 두 가지 혁신을 축으로 발전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주 극적으로 선진국을 추격해 앞선 사례도 있습니다. 최초 사례는 영국이 네덜란드를 앞선 것이었고, 미국이 영국을 극복한 사례, 독일·일본의 사례 등이 있죠. 이들 국가는 적극적인 ‘외생적 혁신’으로 선진국을 추격하고 또 추월했습니다. 한국·대만의 ‘절반의 성공’, 중국의 약진 등에도 정부 역할이 들어가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이 의원= 국가 발전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산업혁명에 성공하는 것이고, 그러려면 기술과 기업이 함께 진화해야 하며, 그 방법에는 내생적 혁신과 외생적 혁신이 있다는 말씀이신 거죠. 제가 알기로, 영국의 산업혁명이 성공한 배경에는 특허제도도 있습니다. 누구든 아이디어만 있으면 특허를 얻었죠. 미국도 마찬가지인데,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특허제도를 헌법에 명시한 나라입니다. 특허를 보호하고 특허 기업들을 육성한 게 산업혁명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김 교수=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개발해 매튜 볼튼이란 사업가와 함께 ‘볼튼 앤드 와트’ 사(社)를 차렸을 때는 특허 기간이 이미 반이나 지났습니다. 당시 특허 기간은 14년이었는데, 남은 6~7년 동안 제품을 만들어도 다른 사람들이 똑같이 복제하면 큰돈을 못 벌 게 뻔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이 대영제국 의회에 특허기간 연장 청원을 넣습니다. 의회에서 치열한 토론 끝에 30년까지, 그러니까 그때부터 20년 이상 특허 기간을 연장해줍니다. 어떻게 보면 원칙과 형평성을 위반한 결정이었지만, 이것이 영국을 세계적인 제국으로 만들고 산업혁명을 성공시키는 데 기여하죠. 한 사회와 정치 리더들의 가치판단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볼 부분입니다.

▲이 의원= 특허제도가 산업 발전을 위해 굉장히 중요하고, 특허와 자본이 만나야 ‘기술 신화’가 일어난다는 점 역시 중요한 시사점이네요. 여기서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가 쓴 《강대국의 흥망》의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국력은 경제력에서 나오고 경제력은 기술과 기업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4차산업혁명과 교육혁신

-‘북극성’ 하나만 뒤쫓는 시대는 끝나
  지금은 ‘은하수’처럼 할 종목들 많아 
-한국, 제도 못 갖춰 절반의 4차산업혁명
  올인해야 글로벌 선진국들 추격 가능

▲이 의원=
4차산업혁명 시대에 기술 발전과 교육 혁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요. 지금 대한민국이 두 가지를 제대로 잘해나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 교수= 과거에는 특정 분야나 기간산업 분야를 열심히 공부하고 선진국을 뒤쫓아 흉내 내는 벤치마킹의 시대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과거의 산업사회를 ‘북극성의 시대’라고 부릅니다. 모든 뱃사람들이 똑같이 북극성을 보고 방향을 잡았거든요. 그런데 지식산업시대는 ‘은하수의 시대’입니다. 기간산업과 관계없이 할 수 있는 종목이 너무 많습니다. 앞으로는 아주 다양한 교육제도를 자유롭게 실시하고, 뭐든 좋으니 어떤 것을 잘할 수 있고 뭘 하면 재미있고 유익하느냐에 따라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획일화된 교육을 끌고 가고 있죠. 이것이 4차산업혁명에 엄청난 지장을 초래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의원= 교수님께서 ‘북극성의 시대’와 ‘은하수의 시대’를 언급하셨는데,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4차산업혁명이 진행되면 과거와 달리 우주나 바다, 생명이라든지 게임, 사이버 세계 역시 무한정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내다봤습니다. 반면 인공지능(AI)과 로봇이 보편화되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주장도 팽팽합니다.

▲김 교수= 저는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봅니다. 생산이나 제조업 분야의 일자리는 줄어들 게 틀림없어요. 가령 옛날에는 흙을 팔 때 사람 100명이 삽질을 했다면, 지금은 포크레인 몇 대가 합니다.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장착된 포크레인 한 대로도 충분해요. 대신, 가치 창출은 훨씬 늘어납니다. 삽질에 비해 포크레인이 파는 흙의 양이 10배 더 많고, AI 로봇으로는 100배 더 많아지죠. 한번 창출된 가치는 어딘가에서 소비되기 마련입니다. 즉 소비 쪽에서 엄청나게 많은 새 직업들이 창출된다는 뜻입니다.

▲이 의원= 현재 우리나라는 어떤 상태에 있고, 어떤 전략을 써야 한다고 보십니까? 4차산업혁명 경쟁에서 앞서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 교수= 아직 선진국 그룹에는 못 들어갔고, 예비 선진국 그룹으로서 바싹 뒤쫓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앞서가야죠. 우리가 갈 길과 미국, 중국, 영국이 갈 길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똑같은 길을 누가 먼저 가느냐입니다.
과거에 산업혁명의 물결이 동북아시아로 들어올 때, 중국은 서양을 따라잡기 위해 양무운동을 했습니다. 그런데 청불전쟁을 해보니까 프랑스에도 형편없이 졌고, 중국보다 7년 늦게 메이지유신을 한 일본한테도 졌어요. 그래서 양무운동이 왜 실패했는지 살펴보니까 ‘중체서용’(中體西用)이라 해서 체제는 그냥 두고 기술만 배우려고 했던 거예요. 그런데 일본은 ‘화혼양재’(和魂洋才) 구호 아래 기술도 배웠지만 제도도 다 바꿨습니다. 그래서 일본은 산업혁명에 성공해 영국, 프랑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대국이 됐죠.
우리 조선은 어쨌느냐? 위정척사라고 해서 주자학으로 나라를 지키자며 산업혁명을 거부해버리고 결국 나라를 잃었습니다. 절반을 성공한 청나라, 완전히 성공한 일본, 완전히 거부한 조선, 이렇게 세 나라의 근대사가 완전히 갈라졌죠. 그래서 저는 우리가 4차산업혁명에 올인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금 우리가 왜 4차산업혁명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가. 우리나라에 이것을 소개하거나 도입하는 분들이 대부분 과학기술자입니다. 그러니까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로봇, 빅데이터를 하는 분들의 말씀이 각자 다 맞기는 한데, 대부분 현미경으로 본 세상이에요. 제도라는 숲을 본 게 아니라 나무만 들여다본 거예요. 4차산업혁명 위원회라는 게 대통령 직속으로 있기는 한데, 기술 분과만 있지, 제도 분과 같은 게 없습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지금 추진하는 4차산업혁명이 중국의 양무운동처럼 절반만 하고 있으니 나머지 제도 분야를 성공시켜야 한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의원= 부모의 재산이 자녀 사이의 교육 격차를 만들고, 그 격차는 직업이나 소득 격차로 이어져 전 세계적으로 계급이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계층 변동성이 컸던 과거와 달리 계층 사다리가 사라져 전 세계 젊은이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월가를 점령하라’는 전대미문의 시위가 발생했던 것도 1%만을 위한 세상이라는 분노 때문이었죠. 계층 상승의 사다리를 살리고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회 시스템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김 교수= 산업사회 말기에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가 작용해 승자독식 세상이 되고 계층 이동 사다리가 없어지거나 무너졌습니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의 새로운 시대가 오면 엄청나게 많은 벤처기업이 생겨나게 되죠. 과거에 무너진 사다리가 복원될 수 있는 시대가 왔고, 이는 지식산업사회, 4차산업혁명이 만들어나갈 사회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정부가 잘 도와만 주면 우리나라에도 소위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가 다시 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 가지 혁신: 정부혁신, 사회혁신, 대외혁신

-창의·혁신적 일자리엔 젊은 인재 배치
 퇴직자들, 복지 분야서 ‘이모작 사회’를
-대한해협 거치는 북극항로 활성화될 것
 러시아와 손 잡고 도약의 기회로 삼자

▲이 의원= 교수님께서는 그간 한국 사회가 세 가지 혁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은하수의 시대를 열고,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려면 정부혁신, 사회혁신, 대외관계혁신이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정부혁신을 추진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김 교수= 은하수의 시대가 되면 꼭 해야 하는 것도 없고 뭐를 꼭 해야 되지도 않고 그래요. 무엇보다 탈(脫)규제를 해야 되는 시대입니다. 기업가들이 좋은 환경에서 기업 활동을 마음대로 하게 해줘야 해요. 어떤 종목을 선택할 지는 기업가한테 맡기고, 기업하기에 나쁜 환경을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주면 됩니다.

▲이 의원= 현재는 9급 공무원 시험에도 대졸자들이 앞다퉈 지원하고 공무원 선호 현상이 팽배합니다. 공직에서 1만 명을 뽑으면 경쟁률이 30대1 정도 되니까 우수한 젊은이 30만 명이 노량진 같은 고시촌에 몰려있는 셈이죠. 이렇게 해서 우리나라가 4차산업혁명 쪽으로 갈 수 있을까요?

▲김 교수= 절대로 갈 수 없죠. 우수한 젊은이들이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려고 그 획일화된 지식을 암기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일입니다. 공직사회에 대한 선호 풍조를 빨리 없애고, 복지 분야에서 일하는 행정공무원들의 상당수를 베이비부머라든가 조기 퇴직자라든가 경력단절 여성 등으로 채워서 젊고 유능한 사람들을 4차산업혁명 쪽으로 유도해야 합니다.

▲이 의원= 크게 보면 복지 영역에서 이런 정책도 활용해볼 만하겠군요. 그다음에는 사회혁신과 관련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김 교수=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는데요. 하나는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어떤 외국 학자는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할 나라가 한국이라고 발표했어요. 지난 수년간 우리나라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투입했는데도 합계출산율은 0.92(2019년)로 떨어졌죠. 저는 앞으로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고는 생각을 안 합니다. 산업혁명 전후의 세계 인구를 5억~7억 정도로 보는데 지금 거의 80억이 됐거든요. 이게 머지않아 100억, 200억으로 가면 지구는 무너져버립니다. 그래서 경제발전에 따른 출산율 저하는 어쩌면 지구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인류가 오랫동안 번영할 수 있는 놀라운 적응력인지도 모릅니다.
또 하나는 평균수명이 길어졌습니다. 1990년까지 평균수명 70세였을 땐 60세부터 10년간 부양하면 됐어요. 지금은 80세로 늘어났거든요. 부양 기간도 20년으로 두 배 늘어나 이들을 부양하려면 인구를 두 배로 늘려야 해요. 평균수명이 90세가 되면 세 배 늘어야 되는데 우리 인구가 1억5000만으로 되면 나라 전체가 인구폭탄 때문에 망하게 되죠. 애를 많이 낳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런 식의 해법은 올바른 방향이 아닙니다.

▲이 의원=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20명을 부양했는데 앞으로 10년 뒤면 100명이 40명을 부양하게 된답니다. 10년 만에 딱 두 배가 되는데 지속가능한 사회가 되려면 그만큼 사회적 부를 증대시키면서, 동시에 75세까지 일하는 사회를 만드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활로가 열리겠죠. 이제 대외관계 혁신 쪽으로 화제를 돌려보겠습니다. 우리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사이에 산다는 것은 큰 위험이자 기회잖아요. 대외관계에서는 무엇을 혁신해야 대한민국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까요?

▲김 교수= 저는 ‘길이 열리면 시대가 열린다’라는 표어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만큼 길은 중요합니다. 생산의 부가가치보다 유통, 상업, 물류의 부가가치가 훨씬 크기 때문에 길이 열려야 부(富)가 엄청나게 창출되고 새로운 시대가 열려요. 지금까지 한민족에겐 인류문명의 중심에 설 기회가 한 번도 없었는데, 지구온난화 때문에 북극항로가 녹기 시작했어요. 이 항로는 대한해협을 꼭 지나가야 합니다. 지난 5000년 동안 우리 선조들이 갖지 못한 기회가 지금 생긴 거죠.
저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물류가 북극항로를 중심으로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는 가설과 함께 우리가 그에 맞춰 국가전략을 세워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북극항로가 대한해협에서 베링 해까지 올라간다면 동서로 갈라집니다. 북동항로와 북서항로인데, 우리에겐 특히 북동항로가 중요합니다. 러시아 영해로 가야 얼음이 얕거든요. 그래서 북극항로와 러시아를 중심으로 우리가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꼭 잡아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혁신 목표

-기업의 최대 공헌은 중산층 형성
  脫규제로 좋은 환경 조성해줘야
-한미러 합종, 한중일 연횡 살릴 방안
  러시아 끌어들여 동북아 운전자로

▲이 의원= 한국이 정말 세계적인 나라가 되려면, 우리 사회가 한층 더 진화하려면 우리 기업가들이 어떤 정신을 갖고 사회에 기여하면 좋을까요?

▲김 교수= 모든 기업가가 자기 기업을 최대한도로 키우려 노력하면 전체적으로 발전합니다. 우리나라 기업가들에게 자유를 줘야 합니다. 그것이 제일 중요하죠.
고용을 많이 하고 중소기업들과 동반성장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짜로 좋은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고 자본을 축적하고 고용규모를 키워 중산층을 형성하는 기업입니다. 기업이 있기 전에는 특권층과 빈민층만 있었는데, 기업이 안정적인 고용을 창출함으로써 중산층이 형성됐죠. 이거야말로 기업의 최대 공헌입니다.

▲이 의원= 4차산업혁명 시대의 기업들은 상업시대의 기업, 산업혁명시대의 기업과 어떻게 달라야 할까요? 새로운 문명의 주도권은 과연 누가 쥐게 될까요?

▲김 교수= 문명의 주도권은 4차산업혁명에 먼저 성공한 나라가 갖게 되겠죠. 지금 제일 앞서가는 나라는 미국입니다. 애플, 구글, 아마존 같은 기업들이 있으니까요. 과거의 전통적인 대기업은 여전히 존재할 테고요. 새로 출현할 은하수의 시대에는 큰 별도, 작은 별도 공존할 수 있어 벤처기업 같은 중소기업도 존재하고, 여러 개의 벤처기업을 거느리는 기업집단도 존재할 것입니다.

▲이 의원= 우리나라가 문명국가로서 존경받고, 정말 전 세계가 부러워하고 사람들이 행복한 나라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만약 교수님께서 미래의 대통령이 돼서 그동안 연구해온 국가발전전략 가운데 딱 세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면 무엇을 해보고 싶은가요?

▲김 교수= 제가 대통령이 될 리도 없고 꿈꿔본 일도 없습니다. 제가 쓴 책에도 이렇게 적었습니다,
“나는 명검을 만드는 도공이다. 내가 지금 하는 연구는 진짜 무사를 만나서 그 무사가 명검을 휘두르면서 세상을 평정해 주기를 기대한다”고요.
그런데 그 무사가 휘두를 명검 세 자루 중 하나가 바로 정부혁신입니다. 크게 어려운 것이 아니에요. 하드웨어의 변경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변경이기 때문에 저한테 기회를 주면 먼저 6개월간 준비를 마친 다음, 1년 이내에 착수해 이르면 2년, 늦어도 3년 이내에 확실히 효과를 낼 것입니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아주 우수하기 때문에 직무군 제도를 만들어서 ‘너는 평생 어떤 직무의 일을 할 것’이라고 알려 주면 그 순간부터 이 사람은 혼자 공부를 해가지고 전문가가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정부혁신은 적어도 3년 이내에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두 번째로는 대외관계에서 러시아와 좀 특별한 관계를 맺게 되면 지금 우리나라가 못하고 있는 동북아 운전자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일본도 중국도 움직일 수 없고, 그런 사실을 북한 김정은이 잘 알기 때문에 우리를 상대하지 않는 겁니다. 우리에게 운전자 역할을 할 능력이 없다고 본 거예요. 왜 그러냐면 한반도에 붙어 있는 3강(强)이 미국, 일본, 중국인데 셋 중에 한 나라와 아주 가까운 혈맹이 되든지, 두 나라와 느슨한 혈맹이 되든지 우리가 선택 가능한 전략이 6개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 러시아가 들어가서 네 나라 중에서 선택을 한다면 우리의 선택이 24개로 늘어납니다. 그러면 6개 중에는 정답이 없어도 24개 중에서는 정답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러시아를 끌어들여 전략적으로 판을 흔들면 동북아시아의 운전자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약간 장기적이겠지만 퇴직 후에도 일할 수 있는 ‘이모작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4차산업혁명, 창의적이고 개념 설계적인 분야, 예컨대 패션, 디자인, 디지털, 바이오 같은 쪽으로 유도하는 한편으로, 중장년 인력을 다시 활용하는 체제를 만들면 적은 인구로도 선진국과 경쟁해 4차산업혁명을 성공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정부혁신, 대외관계혁신, 사회혁신, 이 세 가지를 강력하게 추구하면 5년 이내에 50% 이상 성과를 낼 수 있고, 장기적으로 새로운 국가발전의 변곡점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의원= 마지막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우리가 오랜 역사에서 주변 국가로부터 어려움을 많이 당했습니다. 그런데 1985년 플라자 합의를 보면 일본 경제가 미국의 3분의 1에 육박했을 때 미국이 일본을 깼던 것 같습니다. 작년에 일본이 한국의 반도체산업을 공격했던 것도 약간 그런 맥락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과연 국부 총량과 산업발전 측면에서 일본을 넘어설 수 있을까요?

▲김 교수= 제가 평생 연구하면서 가장 좋은 모델로 생각했던 나라는 네덜란드 같은 나라입니다. 기업하기에도 좋고, 대외적으로 열려 있고, 세계 최초로 국민 대중이 다 잘 사는 나라가 됐죠.
일본을 극복하는 건 우리가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장차 북극항로를 중심으로 미국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합종(合從)을 만들면 지금 무너져가는 한·중·일의 연횡(連橫)도 되살릴 수 있다고 봅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일본은 소재·부품·장비를 한국에 대량 공급하고, 한국은 그걸로 반제품을 만들어 중국에 대량 공급하고, 중국은 그걸 다시 제품으로 만들어서 전 세계에 공급했어요.
만약 한·중·일의 이런 협력체제가 계속 유지됐다면 미국을 앞서는 경제권에 도달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우리에겐 한·중·일의 연횡을 다시 만들 능력이 없어요. 우리 힘이 일본보다, 중국보다 작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한·미·러의 합종을 만들려고 시도하면 한·중·일의 연횡이 다시 살아날 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의원= 교수님의 결론을 정리하면, 한반도 전체를 바다-대륙을 연결하는 네덜란드 같은 개방형 통상국가, 기술기반 혁신경제로 발전시키자는 것으로 압축할 수 있겠습니다.
혁신성장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시대에는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해 공존의 가치도 중요합니다. 서로를 돕고 서로를 비추어 주는 ‘공동체 자본주의’로 ‘은하수 경제’를 열어 나가야 하겠습니다.
장시간 감사합니다.

대담 정리=이형진 작가
사진=김용훈 사진작가
편집=한은지 기자


김태유 교수
195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공대를 졸업했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학에서 경제학 석사학위, 콜로라도대학에서 자원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아이오나(IONA)대학 경영시스템학과 교수에 이어 서울대 자원공학과 교수,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등을 두루 역임하였다. 2003년 신설된 대통령 정보과학기술보좌관으로 처음 임명돼 신성장동력산업 육성, 이공계 공직 진출, 공직 및 고시제도 개편 등의 정책을 추진했다. 요즘에는 경제학, 역사학, 과학기술을 아우르며 국가 발전을 위한 정책연구와 강연·저술 활동에 몰입하고 있다. 저서로는 <패권의 비밀>, <은퇴가 없는 나라>, <국부의 조건>, <정부의 유전자를 변화시켜라> 등이 있다.

이광재 의원
1965년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나 원주에서 중·고등학교를 수학하고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23세에 ‘국회의원 노무현’의 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30대 후반에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40대에 국회의원(17·18대), 45세에 최연소 도지사(2010년)가 됐다. 2011년 정계를 떠나 칭화대에 적을 두고 2년간 중국 지도자들과 교류했다. 이후 민간 싱크탱크인 ‘여시재’(재단법인)의 출범을 주도했으며 제21대 총선(강원 원주갑)에서 당선됐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K-뉴딜 본부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 <중국에게 묻다>(공저), <대한민국 어디로 가야 하는가>, <노무현이 옳았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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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대담] 2030 남자들의 ‘아바타’ 출현? 불평등·불공평 은폐하는 ‘공정’은 경계해야

36세, 0선(選)인 제1야당 대표의 탄생은 돌풍이 아니라 현상, 현실이 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6·11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후에도 다양한 화제와 논란을 낳고 있다. <피렌체의 식탁>은 '이준석 돌풍'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고 한국 사회의 변화 흐름을 조망해왔다. <피렌탁>은 지난 17일 ‘이준석이라는 현실, 세대교체인가? 시대교체인가’를 주제로 긴급대담을 가졌다. 이날 출연한 네 명의 패널 가운데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26세)와 <K를...

[이하나 칼럼] 2학기 전면 등교에 앞서 너덜너덜해진 학교를 돌아보라

정부에서 오는 7월부터 고3 및 수능 수험생과 초중고 교사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다. 아울러 오는 가을 학기에는 전면 등교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3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학교는 파행을 거듭했다. 다행히 팬데믹 초기 우려했던 학교에서의 집단 감염 등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고 '온라인 비대면 수업'의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교사들의 행정업무 가중과 교육정책의 난맥은 코로나19 이후 학교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하나 지역교육네트워크...

[유정훈 칼럼] ‘묵은 생강’ 바이든, 오바마·트럼프보다 한 수 높은 외교 행보

조 바이든 대통령이 11~13일(현지 시간) 열린 G7 정상회의를 무대로 ‘미국의 귀환’을 각인시켰다. G7 정상들은 13일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중국의 아킬레스건들을 저격했다. 신장 위구르부터 홍콩 민주화 탄압, 대만 압박, 불공정 무역관행 등을 비판했다. 이에 앞서 미 백악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G7 정상의 만남을 소개하면서 ‘세계를 위한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for the World, 약칭 B3W)’을 강조했다. 중국의 패권 도전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