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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준 칼럼] 삼성전자 ‘반도체 전략’ 텍사스 한파로 바뀔 수 있다

by | 2021년 3월 3일 | 국제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차량용 반도체 엑시노스(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팹) 셧다운 상태가 2주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중순 미국에 몰아닥친 한파로 텍사스주 전체가 대규모 정전이 일어나면서 공장 가동을 멈춘 이후 3월 초순이 되었지만 아직 가동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피렌체의 식탁>에 ‘권석준의 반도체 전쟁’을 연재 중인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화공과 교수는 이번 사태로 특히 자동차 반도체 공급에 차질이 생길것으로 전망한다. 권 교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삼성전자를 필두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및 사업 전략이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 텍사스 대정전 같은 사태는 기후위기 시대에 충분히 재발할 수 있는 일이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권 교수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특정 지역에 집중 투자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최대한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방식으로 전략을 다시 짤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편집자]

#美 텍사스 한파로 대규모 정전 사태
  삼성 반도체 공장 2주 넘게 올스톱
#전력 공급돼도 재가동까지 시간 소요
  열흘 중단만으로도 1억 달러 손실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에도 차질
  가격 오르고 자동차 생산 감축될듯
#기후위기 대처에 추가비용 증가
  반도체 업체들 전략 수정 불가피

미국 텍사스주의 주도인 오스틴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제2의 실리콘밸리를 연상케 할 정도로 글로벌 IT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회사 중 하나인 AMD의 본사도 오스틴에 있다. 오스틴을 중심으로 한 중부 텍사스 지역에만 약 1700개가 넘는 반도체 관련 업체 및 IT 업체들이 공장을 가동하고 있을 정도다

한국의 삼성전자는 지난 1996년,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했다. 또한 앞으로도 오스틴 공장을 거점으로 삼아 북미는 물론 글로벌 파운드리 생산 대응을 위한 사업의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05년 이후 본격적으로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하면서 파운드리 위탁 생산라인을 계속 늘려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한국에 6개 라인 (기흥팹 2개 (S1, 6 라인), 화성 팹 3개 (S3, S4, V1 라인), 평택팹 1개 (테스트 중)), 그리고 오스틴에 1개 라인 (S2 라인), 총 7개 라인을 가동 중이다. 특히 삼성은 2020년 1월부터 오스틴 라인을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공정 자원 순환율을 자랑하는 대표 라인으로 내세울 정도로 오스틴 라인에 신경을 쓰고 있기도 하다. 또한 170억 달러의 추가 투자를 일으켜 오스틴팹을 더 확장할 계획이다.

미 남부 텍사스 한파로 대규모 정전, 반도체 공장 올스톱 

삼성이 오스틴에 투자하는 라인은 자체 생산용보다는, 주로 미국의 반도체 팹리스 업체들을 겨냥한 것이다. 이미 올해 1월 말, 삼성은 최대 글로벌 반도체 업체인 인텔과 파운드리 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했다. 정상적인 일정대로라면 올해 하반기부터 인텔의 반도체 프로세서 칩이 삼성의 오스틴팹에서 위탁 생산되기 시작할 것이다. 다만 삼성의 오스틴팹은 주로 11 nm급, 14 nm급 노드에 기술 수준이 맞춰져 있어, 한국에 신규 건설된 평택 팹의 8 nm, 7 nm급 노드와는 다소 기술 격차가 있다. 즉, 고성능 칩에 대응하기 위한 라인은 아니라는 의미다. 따라서 인텔이 위탁 생산하기로 한 프로세서는 GPU 같은 7 nm, 8 nm 노드급 초미세 패터닝이 필요한 칩보다는, 전력 소모량이 상대적으로 덜한 PCH (Platform Controller Hub) , 통신용 칩셋 (주로 LTE급 네트워크 모뎀을 포함), 센서, MRAM(Magnetic Random Access Memory) 혹은 차량용 AP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로는 인텔이 삼성전자의 오스틴팹에 위탁 생산을 맡긴 주요 제품은 자사의 메인보드 용 반도체 칩셋인 사우스브리지 (Southbridge) 칩셋으로 알려졌다. 대략적인 생산 규모는 웨이퍼 생산량 기준으로, 월 약 1만 5000 장 정도로서, 이는 삼성전자가 가동 중인 도합 7개 팹을 놓고 볼 때, 전체 파운드리 생산 용량의 2~5% 정도다.

지난달 중순, 영하의 기온이나 폭설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오스틴에 최저 영하 17도의 북극 한파와 최고 12 cm 적설량의 폭설이 한꺼번에 찾아왔다. 미국 중서부였다면 이 정도 기후는 평범한 기후였겠지만, 미국 남부 텍사스 주에서 이러한 기후가 들이닥친 것은 마치 북극 지방에 이상 고온과 장마가 찾아온 것과 다름없다. 이러한 기상 이변에 미처 대비하지 못했던 텍사스 각 도시들은 풍력 발전기의 블레이드가 혹한의 날씨에 얼어붙어 가동이 중단됐다. 설상가상으로 급작스런 단전에 대비해 준비되었던 비상용 화석연료 기반 예비 전력 역시, 기록적인 혹한으로 인한 텍사스주 가스전 생산 차질, 배관 및 설비의 노후화로 인해 제때 공급되지 못하면서, 시스템 전체가 거의 다운되다시피 했다. 보고에 따르면 텍사스에서 가동이 멈춘 발전소의 전략 공급량은 34 기가와트 (GW)로, 텍사스 전체 전력 공급량의 약 4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로 인해 주 전역에서 전력 공급이 일주일 넘게 중단되었거나 간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민간 전력공급 업체들의 위기 대응력 부실 탓에 시스템 복구가 늦어지면서 주민과 산업체들은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특히, 텍사스 주는 이전부터 에너지 자립도가 미 전역에서도 가장 높은 주 중 하나였기 때문에, 다른 주와 분리된 전력망 (grid)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 화근이기도 했다. 이번 사태와 같이 비상 상황에 처했을 경우, 그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가 바로 전국 단위의 전력망에서 전력을 끌어오는 것이다. 그러나 텍사스 주는 분리된 망으로 인해 그럴 수 없었던 것이 피해의 규모를 더 키웠다.

당연히 이러한 피해는 주민들은 물론, 텍사스 주 오스틴에 위치한 다수의 IT 기업들, 특히 반도체 제조 업체들에게는 더욱 크게 가중되고 있다. 급기야 미국 중부 시간 기준 지난 2월 17일 4시를 기해, 오스틴 시의 전력 공급을 담당하는 민간 전력회사인 오스틴 에너지 (Austin Energy)와 오스틴 시 정부는 오스틴 지역에 위치한 삼성전자를 비롯, 네덜란드의 전장 반도체 업체 NXP, 역시 차량용 반도체 업체이자 DRAM 메모리 반도체 업체 인피니온, 그리고 테슬라의 공장들을 전면 가동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 산업 생산에 필요한 전력보다 주민의 안위를 위한 전력 확보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삼성전자, 텍사스 오스틴팹 2주 넘도록 운영 재개 못해

오스틴에 위치한 여러 IT 혹은 반도체 업체들 중에서도, 단위 공장으로는 가장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 곳은 삼성전자 오스틴팹이다. 따라서 이러한 시 정부, 그리고 전력회사의 결정은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큰 손실을 감내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조치였다. 더구나 차량용 반도체 세계 시장 1위 (점유율 21%), 2위 (점유율 19%)인 NXP와 인피니온의 공장 역시 오스틴에 있었던 관계로, 두 회사 모두 이번 단전 사태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되었다는 것도 주의 깊게 살펴볼 부분이다.

그렇지 않아도 전 세계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생산 차질은 이번 대형 단전 사태로 인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참고로 NXP와 인피니온은 2019년 매출액 기준, 전 세계 반도체 업체 순위 14, 13위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차량용 반도체는 물론 각종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대형 반도체 업체이기도 하다.

반도체 공장의 특성, 특히 수백 개의 단위 공정으로 이어져서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생산되어야 하는 종합 공정의 특성을 고려할 때,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품질 및 수율, 그리고 계획된 생산량 유지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대부분의 반도체 회사들은 예비 전력 공급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이 전력 시스템으로 적어도 몇 시간 이상은 버틸 수 있는 ESS(Energy storage system)를 가동한다. 문제는 이번 텍사스 주의 대규모 단전 사태가 몇 시간 만에 복구되는 수준을 한참 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공장은 지난달 16일 전력 공급이 끊기고 현재까지 3월 첫 주가 넘도록 가동이 멈춘 상태다.

반도체 공정에서 전력이 끊기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단 기본적으로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가장 신경 쓰는 것 중 하나는, 팹 라인의 먼지나 불순물 오염 수준을 항상 class 400-600의 고청정 수준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를 위해서는 팹 라인에 안정적인 공조 시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 공조 시설 특성상, 이는 대규모 전력이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생산 라인에서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는 공정 장비의 셧다운 영향 최소화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열흘 중단만으로도 1억 달러 손실

24시간 내내 가동되어야 하는 에칭 (etching) 장비, 노광 (lithography) 장비, 도포 (deposition or coating) 장비 등, 각종 공정 장비들은 안정적인 전력이 공급되는 상황에서 체계적으로 순차적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기준 수치를 유지하며 연속적으로 작동하게끔 설계되었다. 그런데 단전 등으로 장비가 셧다운이 되면, 수 시간 내로 다시 전력이 공급된다고 해도 재가동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전된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이 요구된다. 원래의 장비 성능이 다시 잘 나오는지 사전 테스트해야 하고 전 공정 라인에 걸쳐 오류가 없는지 등의 점검을 철저히 해야 하는데 적어도 2~3일 넘게 필요하다. 일부 장비는 안정적 전력 공급이 끊기면 장비의 일부 부품에 에러가 생겨 부품을 바로 교체해야 할 수도 있다.

이는 생산 공정의 복귀 시점을 늦추는 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생산 비용의 증가를 야기하는 요소가 되기도 하다. 또한 건식 에칭 (dry etching) 공정의 경우, 장비의 에러도 문제지만, 부식성이 매우 높은 에칭 가스를 보관하는 것도 중요한 작업 중 하나다. 이 역시 전력 공급이 불안정해지는 상황에서는 보관된 상태의 위험도 증가한다. 즉, 가스 누출 등의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연속 공정이 단전 등의 사태로 중단되었을 경우, 무엇보다 반도체 공정의 배치 (batch) 시스템에 큰 피해가 생긴다. 마치 오븐에 피자를 한 판씩 구워 낼 때, 오븐 바로 옆에서는 이미 반죽이 이루어지고 있고 오븐에서 나온 피자는 포장되는 과정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처럼 반도체 공정도 각 단계마다 그 전 단계를 거친 웨이퍼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만약 오븐이 고장 났다면 오븐 속의 피자는 물론, 반죽된 상태 도우까지도 망가질 것이다. 반도체 공정 역시 마찬가지다. 실리콘 웨이퍼 하나가 칩으로 완성되어 나오는 한 배치의 공정 사이클이 보통 1~2달 정도 걸린다. 공정 중이었던 한 배치뿐만 아니라, 완성 단계 직전의 배치, 공정에 막 들어간 배치까지 모두 폐기될 수밖에 없으므로 이는 전부 손실이 된다. 월 1만 5000장의 규모를 생각한다면, 최대 3만 장 규모의 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규모 단전 사태가 일어날 경우, 피해는 막심해질 수 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일주일 이상의 시간적 손실은 전 세계 12인치 (300 mm) 웨이퍼 파운드리 생산 용량의 1~2%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을 정도다. 단전부터 시스템 완전 복귀까지 대략 10일 정도를 잡는다고 가정할 때, 그 기간 동안의 삼성전자의 생산 중단으로 인한 손실은 얼마나 될까? 2020년 기준, 삼성전자 오스틴 팹의 매출액은 35억 4000만 달러다. 하루 기준 대략 970만 달러 수준이다. 따라서, 10일의 손실을 가정한다면, 대략적인 손실액은 최소 9700만 달러, 그리고 그 외 재고 물량 소진, 공급망 지연으로 인한 금융 비용 등 간접적인 손실을 합치면 1억 달러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반도체  생산 및 공급, 직격탄 맞아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은 다방면에 걸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오스틴팹은 인텔의 머더보드 칩이나 통신용 칩셋 생산뿐만 아니라 14 nm, 11 nm급 노드 기준, 퀄컴의 5G 이동통신용 RFIC(RadioFrequency IC)도 생산하고 있다. 그보다 이전 세대 패터닝 공정인 14 nm 노드, 40 nm 노드급 패터닝 공정 기반 생산 라인에서는 삼성전자의 낸드 플래시 (NAND Flash) 및 삼성 LSI의 SSD 컨트롤러 칩셋을 생산하고 그보다 더 이전 세대 패터닝 공정인 28 nm 노드, 65 nm 노드급 패터닝 공정 기반 생산 라인에서는 삼성전자의 시스템 LSI, 그리고 테슬라와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가 위탁한 자동차용 MCU를 생산하기도 한다. 이를 고려하면 기본적으로 인텔의 위탁 생산 물량 차질과 컨트롤러 칩셋 공급 부족으로 인한 SSD의 가격 상승 역시 예상된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랠리에 돌입했다고 평가받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고려하면, 가격의 상승분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자동차용 반도체 칩 생산 역시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미 오스틴 지역에 공장 두 개를 가동 중인 차량용 MCU 업계 점유율 1위 NXP와 2위 인피니온의 공장 정상 가동도 지난달 25일 기준으로 아직 완전히 복구되지 않고 있어, MCU 공급망의 불안 요소 역시 지속적으로 누적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오스틴 공장도 14 nm 노드 공정 기반 차량 전장용 반도체인 엑시노스 오토 (Exynos Auto)를 직접 양산 중이었지만, 이 양산 공정 역시 멈춰 있는 상태다.

엑시노스 오토의 일부 제품은 테슬라의 자율주행차에 공급되고 있었다. 당연히 이러한 MCU 및 각종 차량용 반도체 칩 공급의 불안은 자동차용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며 그 영향은 적어도 이번 상반기 동안 계속될 것이다.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자동차 MCU 글로벌 공급 부족으로 인해 NXP는 10~20% 내외의 가격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전 세계 MCU 생산의 70%를 담당하고 있는 대만의 TSMC 또한 대만 정부의 명령에 따라 올해 1월 말, 원자재 비용 증가, 풀(full)가동 중인 생산 라인의 비용 증가를 이유로 공급 가격의 15% 인상을 예고했다.

자동차용 반도체인 ECU에 들어가는 MPU 부분 전 세계 제1위의 공급 업체이자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시장 3위권 업체 (점유율 15%)인 일본의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역시, 지난 2월 13일에 있었던 후쿠시마 현의 진도 7.3 강진의 영향으로 이바라키현에 위치한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차량용 반도체 공급에 차질을 빚은 바 있다. 이러한 공급량 부족 및 그로 인한 가격 인상 기조에 더해, 이번 오스틴 단전 사태로 인한 공급량 추가 감축은 자동차용 MCU 공급 가격의 추가 인상을 불러올 것이 거의 확실시되며 그 영향은 글로벌 자동차 생산량의 감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업계 전문가들이 많다.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한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로 대규모 정전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2월 18일(현지 시각) 전력 회사 기사들이 오데사 지역의 파손된 전신주 수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기후위기 대처 위한 추가비용 증가, 반도체값 상승 이어질 듯

이번 단전 사태는 비록 기상이변이라는 직접적인 원인이 있지만, 간접적으로는 텍사스 주의 전력 공급망 취약성, 그리고 민간 전력업체들의 대응 능력 부족 및 전력 비용 급상승 등의 불안요소가 내포되어 있다. 이는 삼성전자 같은 오스틴에 위치한 IT 업체들이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따라서 삼성이 오스틴에 17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팹을 추가로 증설하겠다는 계획에도 다소 수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삼성은 파운드리 생산능력 증대를 위해 오스틴 시와 10억 달러 수준의 법인세 혜택을 놓고 협상 중이었는데, 이번 단전 사태로 인한 1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예상하는 만큼 협상 조건에도 다소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 조건 중에는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전력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텍사스 주의 전력망과 미국 내셔널 전력망과의 연결 조건, 민간 전력공급업체와 단독 공급 계약을 맺는 등의 조건이 포함될 수 있다.

지구 온난화로 기후 위기가 해가 거듭될수록 격화되고, 이상 기후의 발생 빈도 역시 빈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높은 에너지 자립도를 자랑했던 텍사스에서도 이번 대형 단전 사태 같은 재앙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이는 텍사스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 그리고 전 세계 반도체 생산 기지의 핵심적인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한국과 대만, 중국과 일본이 포함된 동아시아 전역, 반도체 공정 및 부품 업체들이 분포한 서유럽 전역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대만과 일본은 언제든 대형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환태평양 조산대 위에 위치하고 있어 천재지변으로 인한 극심한 피해의 가능성이 상존한다.

이러한 환경과 기후의 변화 속에서, 각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은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은 물론,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최대한의 위험 분산 전략을 취할 것이다. 이는 최적의 부지를 한 군데 선정하여 집중적인 투자를 일으켜 물류와 에너지, 각종 생산 비용을 절감하려 했던 기존의 투자 방향에 대한 재고로도 이어질 확률이 높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 특히 초미세 패터닝이 가능한 극소수의 파운드리 업체들이 계속 시장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변수는 그동안 시장과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것이 주종이었다.

그러나 이제 지구 기후 위기가 본격화되면, 외생적인 변수가 본격적으로 대형 변수로 등장하는 시대가 도래 할 것이다. 향후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전략은 이러한 외생적인 변수에 대한 대응을 포함한 것으로 수정될 것이며, 그로 인한 추가 비용은 결국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전면적인 공급가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

서울대 공대 화학생물공학부에서 학사, 석사 과정을 공부한 뒤 MIT 화학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첨단소재기술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을 거치며 차세대 반도체 소재 및 광(光) 컴퓨터, 양자 컴퓨터 등의 차세대 IT소자 원천 기술 연구에 매진해왔다. 지금까지 60여 편의 논문을 해외 저명 학술지에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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