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사진=연합뉴스)

3월에 접어들면서 오는 4월 열리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열기가 차츰 뜨거워지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는 단순히 광역자치단체의 수장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800만명이 넘는 유권자가 있는 서울의 정치적 풍향을 나타내는 선거이며 차기 대선까지 영향을 미치는 선거다. 특히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고 박원순 시장의 부고로 인해 갑작스럽게 열리는 선거로 여당과 야당 모두에게 내년 대선의 전초전 성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장경상 필자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야당의 관점으로 전망한다. 특히 보수·우파 정당에서는 유례를 찾기 어려운 후보 단일화에 중점을 맞춰 야당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포인트를 짚는다. 장 필자의 바람대로 야권은 한국 정치의 견제와 균형을 위해 과연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펀집자]

#18일 서울시장 보선 후보자 등록  야권 승리 위해서 후보 단일화는 필수#여론조사선 안철수가 박영선 대항마  4050세대, 국민의힘에 호감도 낮아#이기면 영광, 져도 야권 재편 중심축  국민의당 지지층, 중도 유권자 모아야#국민의힘 단일화 앞장서야 승리 가능  견제와 균형 되찾고 대선까지 가는 길

야권의 운명을 건 2주가 시작되었다. 오는 18일은 후보자 등록일이다. 앞으로 2주 내에 야권은 후보단일화를 성사시켜야 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야권단일화는 대한민국 선거 사상 가장 큰 판돈이 걸린 게임이다. 단일화 결과가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와 6월 지방선거까지 좌우하기 때문이다. 명분과 근거는 차고 넘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야권단일화는 성공할까? 단일후보로 누가 뽑힐까? 단일화만 하면, 선거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일까?

야권단일화 응원하지만 가능성은 낮게 보는 서울시민

여론조사를 보면, 서울시민 다수가 단일화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그 가능성은 낮게 본다. 야권, 특히 국민의힘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도 하거니와 100석의 기득권도 쉽게 버리지 못하리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다음 몇 가지 이유 때문에 가능성을 크게 점친다.

첫째, 국민의힘은 스스로 정권을 창출할 수 없는 불임정당이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국민의힘’ 소속 대선주자군 중 대선후보 지지율 5%를 넘는 사람은 없다. 대선을 1년 가량 앞둔 시점임을 감안할 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다. 제3지대와의 연대를 통해 발전적 해체라는 우아한 경로를 밟지 않는 한, 극복하기 어려운 내재적 한계에 봉착해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단일화는 사면초가에 몰린 국민의힘에 단비 같은 돌파구다. 단일화에 성공해서 승리마저 이룬다면, 인생역전이다. 서울시장 당선자는 곧 야권 대선후보 0순위다. 당장 두 자릿수 지지율을 거머쥔다. 불임정당에서 수권정당으로 그렇게 마법이 펼쳐진다.

둘째,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는 국민의힘에게 곧 내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패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여권은 비록 서울시장 선거를 잃는다 해도 여전히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현재 여론조사 1위 후보가 정부여당 집권세력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어서다. 야권은 다르다. 야권은 서울시장 선거를 지는 순간부터 또다시 언제 끝날지 모를 절망의 터널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책임론과 각자도생은 더욱 추한 꼴불견을 연출하리라. 질서 정연한 후퇴는 기대난망이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 문제는 단일화 외에 승리의 길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 자명한 진리를 외면할 후보가 있을까?

지난 2월 5일 국민의힘에서 4명의 본경선 진출자를 발표한 이래, 3자 구도에서 야권 후보가 이긴다는 조사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서울시민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7차례 3자 대결구도의 평균을 보면 ▲박영선 36.04% : 나경원 20.87% : 안철수 27.10% ▲박영선 36.14% : 오세훈 18.80% : 안철수 28.90% 등으로 나타난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2018년 제7회 지방선거 3자 구도에서 ▲박원순 52.79% : 김문수 23.34% : 안철수 19.55%라는 성적을 거둔 바 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은 이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민의힘 내에서 독자 승리를 외치는 사람은 적이거나 자폭 테러리스트다.

세 번째 이유는 바로 안철수의 간절함이다. 안철수 후보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서울시장에 당선되거나 정계를 은퇴하거나 둘 중 하나다. 안철수에게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2012년 대선에서와 같은 양보는 두 번 다시 없다. 안철수는 이겨야 정치를 계속할 수 있다. 그에게 단일화는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숙명이다. 안철수가 간절한 만큼, 국민의힘 최종후보도 외면하기 어렵다. 단일화에 응한 국민의힘 후보는 비록 단일후보가 되지 못한다고 해도 서울시장 선거 승패에 관계없이 훈장을 얻는다. 단일후보가 승리하면 함께 영광을 나누면서 국민의힘 당권과 야권통합의 중심에 설 수 있다. 단일후보가 진다 해도 희생의 이미지를 가지고 자연스럽게 야권 재편의 중심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단일화로 ‘국민의힘’ 후보가 손해 볼 일은 거의 없다.

야권단일화가 곧 승리의 치트키일까?

단일화는 야권 승리의 필요조건이다. 충분조건도 될까? 여론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2월 5일 이후 조사된 9차례 양자대결 조사 결과를 평균하면 ▲박영선 41.7% : 나경원 34.19%▲박영선 41.32% : 오세훈 33.86% ▲ 박영선 38.73% : 안철수 41.87% 등으로 나타난다. 단일화의 충분조건은 반드시 그 ‘누구’여야 한다. 안타깝지만, 그 ‘누구’에 국민의힘의 자리는 없다. 이와 같은 현상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유권자 지형과 성향에 기인한다.

우선, 4050세대가 선거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2021년 1월 말 기준으로 서울시 만 18세 이상 인구수는 843만5823명이다. 이 중 40대와 50대는 각각 18.07%와 18.05%를 차지한다. 여기에 30대 17.44%를 더하면, 30세 이상 60세 미만 인구수가 53.37%가 된다. 이에 비해 60대 이상은 27.10%(60대 14.82%)다. 60대 이상이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최근 선거에서 4050세대는 투표율을 높이면서 60대와의 간격을 좁히고 있다.

지방선거를 예로 들면, 2014년 5회 지방선거에서 60대와 50대의 투표율 차이는 12.3%p였으나, 2018년 6회 지방선거에서는 9.6%p로 좁혀진다. 60대와 40대의 투표율 차이는 19.4%p에서 10.4%p로, 60대와 30대의 격차는 20.8%p에서 12.6%p로 각각 줄어든다. 총선도 마찬가지 추세를 보인다. 2016년 16대 총선에서 60대와 50대의 투표율 격차는 11.8%p였으나, 2020년 총선에서는 8.3%p로 좁혀진다. 40대와 30대와의 투표율 격차도 각각 16.2%p와 17.4%p에서 13.2%p와 16.9%p로 줄어든다. 이 4050세대가 여권 지지층의 핵이다. 야권 단일후보는 무엇보다 이 여권 중핵 세대에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앞서 살펴본 9차례 양자대결 조사 결과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먼저 30대는 그 평균에서 ▲박영선 45.22% : 나경원 28.27%▲박영선 43.60% : 오세훈 32.59% ▲박영선 40.40% : 안철수 41.28% 등으로 나온다. 40대는 ▲박영선 55.22% : 나경원 25.30%▲박영선 55.39% : 오세훈 25.10%▲박영선 51.11% : 안철수 35.77% 등이다. 50대는 ▲박영선 46.80% : 나경원 34.10%▲박영선 46.39% : 오세훈 32.63%▲박영선 44.89% : 안철수 40.23% 순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후보자 개인보다는 4050세대의 국민의힘에 대한 비호감도가 원인이다.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4050세대의 호감도는 각각 46.2%와 40% 나빠졌다. 반면, ‘국민의힘’ 호감도는 변화가 없거나 더 나빠졌다는 비율이 각각 85.6%와 77.5%가 된다. 4050세대는 여당에 관계없이 야당인 국민의힘 그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국민의힘 간판으로는 어떤 후보도 어려운 근거가 된다.

두 번째는 여권의 숨어있는 표다. 2월 5일 이후 11차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지역 정당지지도 평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 국민의힘은 각각 33.61%와 27.42%로 약 6.19%p차이를 보인다. 이를 우호 정당으로까지 확대하면 정의당과 열린민주당을 포함한 여권 성향은 42.39%, 국민의당을 포함한 야권성향은 34.63%가 된다. 7.76%p로 격차가 커진다. 정의당의 정당 지지율 4.56%와 열린민주당 4.22%는 여권의 숨어있는 표다. 이 득표력을 약화시켜야 승리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 9차례 양자 대결 조사에서 열린민주당 지지층에 대한 경쟁력 차이는 별로 나타나지 않지만, 정의당의 경우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정의당 지지층의 양자대결 지지율 평균을 살펴보면 ▲박영선 55.30% : 나경원 15.96%▲박영선 57.47% : 오세훈 18.12%▲박영선 50.17% : 안철수 29.48% 등으로 나타난다.

세 번째는 중도성향 유권자 견인이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야권은 중도성향 유권자의 도움이 절실하다. 이 부분에서도 양자대결은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다. 무당층 지지율 평균은▲박영선 23.52% : 나경원 26.54%▲박영선 21.28% : 오세훈 29.40%▲박영선 18.50% : 안철수 44.43% 등으로 나타난다. 정치성향 중 중도층의 지지율 평균도 ▲박영선 36.60% : 나경원 38.55%▲박영선 36.33% : 오세훈 37.27% ▲박영선 32.52% : 안철수 47.85% 등으로 나온다. 중도정당을 표방하는 국민의당 지지층은 국민의힘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지지강도가 약화된다.▲박영선 13.04% : 나경원 49.13%▲박영선 13.86% : 오세훈 51.54%▲박영선 6.12% : 안철수 83.24% 등이다. 국민의힘 지지층이 ‘나경원 77.3%, 오세훈 65.1%, 안철수 69.5%’ 등으로 단일후보를 지지하는 것과 큰 격차가 난다. 유권자 분포와 투표 성향과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의힘’ 후보로의 단일화는 피해야 한다고 소리 없이 아우성친다.

단일화를 넘어 야권 승리의 문을 열려면

선거는 여론조사가 아니다. 선거는 투표장으로 가는 싸움이다. 지지자를 투표장에 가게 만드는 일이다. 후보는 그 동기부여의 상징이다.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 단일후보의 핵심 역할이다. 괜찮은 단일후보는 투표장으로 가는 발걸음을 가볍게 만든다. 게으른 엉덩이도 들썩이게 만든다. 그래도 안심할 수 없다. 유권자가 투표장으로 가는 길이 그리 쉽지만은 않아서다. 야권 단일후보의 승리를 향한 마지막 고비이자 장애물은 투표장으로 가는 길에 있다. 정당 조직의 힘은 여기에서 빛을 발한다.

서울, 사실상 여당의 독무대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은 서울시 25개 구청장 중 24개를 석권한다. 지역구 서울시의원 100석 중 97석을 차지하고, 지역구 구의원은 369석 중 219석을 거머쥔다. 2020년 총선에서는 49석 중 41석을 따낸다. 이 막강 조직의 화력은 단일후보조차 위협한다. 단일후보 지지층은 연합군이다. 국민의힘은 과연 자신의 당소속이 아닌 단일후보에게도 최선을 다할까? 중도성향 유권자들은 야권 단일후보 승리를 위해 열렬히 손에 손 잡고 투표장으로 향할까? 야권 지지층은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높다. 코로나19도 뛰어넘을 열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2020년 4월 총선은 코로나19의 시작 지점에서 맞았다. 그래서 용감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2021년 4월, 숱한 어려움과 안타까운 희생을 경험한 뒤다. 어르신들 중에는 투표장으로 가는 길을 모험이라고 여기는 분도 계시리라. 단일화가 곧 승리가 될 수 없는 이유다. 단일화의 성공도 단일후보의 승리도 전적으로 ‘국민의힘’에 달려있는 이유다. ‘국민의힘’은 가능한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국민의힘’은 모든 것을 내놓을 각오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임해야 한다. 그래야 산다. 누구든지 제 한 몸 ‘보신’을 생각하는 순간, 4월 7일 국민의힘은 서울시민들이 내리는 파산선고를 면할 길이 없다.

정치는 선거를 통해서 시작되고, 선거는 투표를 통해 완성된다. 선거가 비록 투표장에 가는 싸움이 되었지만, ‘정치권력에 대한 평가이자 심판’이라는 본질은 언제나 유효하다. 야권 후보 단일화는 그 본질을 일깨우고 회복시키는 유력한 수단이라는 점에서도 큰 의의를 지닌다.

선거는 정치의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 정치의 목적지는 국민의 삶이다. 정치가 목적지를 잃고도 선거만 잘하면 괜찮다는 생각은 정치 본질을 해친다. 야권후보 단일화도 예외는 아니다. 선거 승리를 향한 수단이지만, 그 중심에는 정치 본질을 향한 뜨거운 열정이 자리 잡아야 한다. 그래야 진심이 생기고, 진정성이 보여야 유권자가 마음을 움직이고, 마음이 흔들려야 몸도 따라 움직인다. 정치권력의 일방독주는 민주주의의 적이다. 기울어진 정치 지형도 너무 오래되면 독이 된다. 야권후보단일화가 한국 정치에 다시 견제와 균형을 불어넣는 봄바람이 되기를 기대한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성패는 전적으로 야당의 몫이다.

* 본 칼럼에서 인용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여론조사현황’에 공표된 자료 중 서울시민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 11개를 참조하여 작성한 자료다. 해당 여론조사는 다음과 같다. 한국리서치 조사(2/4-2/6), 한국일보 보도 엠브레인리퍼블릭 조사(2/5-2/6), 문화일보 보도 리얼미터 조사(2/7-2/8), TBS와 YTN보도 엠브레인리퍼블릭 조사(2/8-2/9), 뉴스1 보도 코리아리서치 조사(2/8-2/9), MBC보도 입소스 조사(2/6-2/9), SBS 보도 리얼미터 조사(2/13-2/14), MBC 보도 한길리서치 조사(2/15-2/16), MBN보도 넥스트인터랙티브리서치 조사(2/16-2/17), UPI뉴스 보도 피플네트웍스 조사(2/18-2/19), 머니투데이 보도 리얼미터 조사(2/19-2/20), MBC 보도.


장경상 필자

국가경영연구원 사무국장. 문학박사(고전번역).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을 역임했다. 공저로 <새 정부에 바란다>가 있다. 현재는 국가경영연구원에서 리더십연구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