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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희 칼럼] 대만의 방역 성공 비결…“시민들이여, 정부를 해킹하라”

by | 2021년 2월 22일 | 국제, 정책

오드리 탕(Audrey Tang) 대만 디지털부 장관. (사진=TEDxVitoriaGasteiz)

코로나19 방역조치의 일환으로 식당이나 카페 등 영업시설 방문 시 QR코드를 확인하거나 수기명부에 개인정보를 적어왔다. 하지만  수기명부에 개인정보를 적는 과정에서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19일 개인안심번호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인안심번호는 휴대전화 번호를 암호화해 한글·숫자 조합으로 구성된 6자리 문자열을 만드는 방식이다. 덕분에 사생활 침해의 우려를 덜고 역학조사 정확성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개인안심번호 도입은 국내 시빅해커(Civic Hacker)조직인 ‘코드포코리아’가 큰 기여를 했다. 또한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 진영에서 시빅해킹(Civic Hacking)을 토대로 한 디지털 조직의 운영을 공약으로 걸고 있다. 필자인 홍윤희 이베이코리아 이사는 시빅해커 출신으로 대만의 디지털총무정무위원(장관)에 재직중인 오드리 탕이 지난해 12월 한 콘퍼런스에서 진행한 웨비나 연설을 번역해 <피렌체의 식탁>에 기고를 해왔다. 시빅해킹과 시빅해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홍윤희 필자의 글을 게재한다.[편집자]

#‘시빅해킹’ 적극 활용한 오드리 탕 장관
  시민 개발자의 마스크맵, 공공에 결합
#디지털 취약계층도 이용하도록 쉽게
  지역별 편차 줄이고 빠른 마스크 배포
#캠페인 원칙은 ‘루머를 덮는 유머’
  “엉덩이는 하나… 휴지 사재기 말라”
#핵심은 극단적 투명성과 유연한 대처
  시민과 함께하는 디지털 혁신이 목표

시빅해커는 시빅해킹을 하는 이들을 뜻한다. 시빅해킹이란 코딩과 데이터 공개, 데이터 시각화(Data VIsualization) 등 IT 기술을 통해 정부 시스템을 개선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 운동의 하나로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특히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국내 시빅해커 조직인 ‘코드포코리아’는 지난 3월 마스크 대란 당시에도 공공마스크앱 개발을 주도해 시빅해커들의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국내에도 시빅해킹과 시빅해커가 디지털·빅데이터 시대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방법과 집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가장 앞선 국가는 바로 대만이다. 대만의 각료 중 한 명이 시빅해커 출신인 오드리 탕이기 때문이다.

대만은 세계에서 코로나19 방역을 가장 잘한 나라로 꼽힌다. 특히 방역에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했다. 이런 정부 주도 노력의 중심에 오드리 탕 디지털부 장관이 있다. 시민 집단지성으로 마스크 앱을 만들고 시민과 소통하기 위해 남다른 ‘공공정책 사용경험’을 도입한 주인공이다.

탕 장관의 링크드인 프로필을 보면 “14세에 정규 교육을 그만두고 독학”했다고 나온다. 8살 때 소프트웨어 개발을 시작했고 16세에 프로그래밍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애플 등 IT 기업 자문역으로 일하다가 시민들이 디지털 등을 활용해 정부 시스템을 변화시켜가는 시빅해킹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2016년 내각에 입성한 오드리 탕 당관은 시민사회가 정부를 변화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논의하는 커뮤니티인 g0v (Gov zero)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수요가 높아지자 탕 장관은 디지털 마스크 배급 시스템을 만들었다. 탕 장관은 이 시스템에 시민 개발자가 만든 ‘마스크맵’을 결합시켰다. 시민의 혁신 아이디어를 정부에 적용하자는 ‘Fork the government’라는 슬로건은 단지 구호에서 머물지 않고 실제 국가 운영에 적용해 성과를 내고 있다.

‘Savvy UX Summit’은 UXTesting이 개최한 UX(사용자 경험) 관련 민간/공공 부문의 인사이트를 다루는 국제 콘퍼런스다. 지난 2020년 12월 7일부터 나흘간 웨비나로 진행됐던 이 행사에서는 70개국 1000여 명의 참석자들이 참석했다. 이베이코리아를 비롯해 드롭박스, 쇼피파이, 세일즈포스 등 전 세계 UX 전문가 10여 명이 웨비나 형식을 통해 전 세계 CX(고객 경험), UX(사용자 경험) 인사이트를 나눴다. UX와 CX에서의 다양성&포용, 정부의 사용자 경험 구축 사례, UX 커리어 쌓기, 기업의 UX전략, 코로나19 시대의 UX 트렌드 등 5가지 주제로 진행됐다.

아래의 글은 지난 당시 행사에서 오드리 탕 장관이 ‘디지털 소셜 이노베이션 #타이완캔헬프’라는 주제로 강연했던 내용을 번역한 글이다. 당시 오드리 탕 장관은 시빅해킹을 활용한 대만 정부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3개월 정도 지난 시점이지만 시빅해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한국에서도 오드리 탕의 강연과 질의응답 내용은 적지 않은 시사점을 안겨 줄 것으로 기대한다. 번역 내용은 코드포코리아 측에서 감수를 했다.

지난해 12월 7~10일 UXTesting이 개최한 ‘Savvy UX Summit’. UX(사용자경험) 관련 민간·공공 부문의 인사이트를 다루는 국제 컨퍼런스다. (사진=Savvy UX Summit 제공)

오드리 탕 “디지털 소셜 이노베이션은 어떻게 타이완에 도움을 주었는가?”

대만은 정부 차원의 디지털 혁신과 공공소통에 있어 3가지 원칙(Fast· Fair·Fun)을 갖고 있다. 오늘은 그 원칙이 어떻게 코로나19 대응에 도움이 되었는지 말씀드리겠다.

먼저 패스트(Fast) 즉 ‘빠르게 시민의 집단지성과 협업한다’이다.

무언가 국가적인 중대 사안이 발생하면 빠르게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의 힘을 빌어 시민의 아이디어를 구한다. 대만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 소식이 퍼지기 시작한 곳은, 대만판 레딧과 같은 한 커뮤니티 게시판이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스와 비슷한 바이러스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많은 수의 추천을 받았다. 이를 정부에서 눈여겨봤고 빠르게 역학조사를 시작해서 조기에 코로나 확산을 방지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는 정부가 시민을 먼저 믿고, 시민도 정부를 믿게 하겠다는 신념이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정부가 개설한 수신자부담 전화(1922)를 개설하여 국민 누구나 코로나 극복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게 했는데 4월 한 남자아이의 전화가 걸려왔다.

“정부에서 배급하는 마스크 색상이 핑크색이라 학교에서 놀림받으면 어떡해요?”

다음 날 코로나19 브리핑에 중앙유행전염병지휘센터 장관을 비롯해 모든 공무원들이 핑크색 마스크를 쓰고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모두 남성들이었다. 이들 공무원들은 ‘핑크 팬더는 내 어릴 적 히어로였다’는 발언도 남겼다. 이 남자아이에게 핑크와 영웅을 연결할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핑크 마스크가 부끄럽다는 소년을 위해 핑크마스크를 쓰고 코로나 브리핑에 등장한 장관들. (사진=Savvy UX Summit 제공)

두 번째는 페어(Fair), 즉 공정함이다. 국민건강보험증을 사용해 인근 약국에서 마스크를 구입 가능하도록 앱을 개발했다. 약국 재고량이 3분마다 업데이트된다. 이렇게 공정한 마스크 시스템을 만들었다.

또한 시민 개발자들이 모인 g0v라는 시스템을 통해 정부에 개발자가 직접 원하는 기능을 제안하게 만들었다. 대만 정부는 모든 웹사이트가 gov.tw로 끝나는데, 이 링크의 철자를 gov에서 g0v로 바꾸면 마치 그림자 정부처럼 대안적인 비전을 시민 개발자가 직접 제안 가능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이 방식으로 마스크 배포 프로그램이 제안됐다.

한 개발자가 구글 API를 통해 ‘마스크 구매 채팅방’을 만들었는데, 이 사이트 접속이 폭주하면서 구글로부터 2만 달러의 청구서를 받게 됐다. 이 사연이 시빅해커 온라인 커뮤니티에 알려졌는데, 내가 마침 커뮤니티 멤버로 들어가 있었다.

즉각 총리에게 보고하고, 이 청구 금액을 면제받을 수 있도록 조처를 취했다. 총리에게 마스크 재고량 파악을 위해 역조달(Reverse procurement: 민간의 정보를 역으로 이용)방식을 제안하고, 이 채팅방을 마스크맵 형태로 진화시켰다. 민간 개발자들이 참여하여 사이트를 개선할 수 있게끔 했다. 국민이 마스크를 몇 매 사고 정부에서 발급한 카드로 긁으면 해당 약국의 재고량에서 자동 차감되도록 시스템을 바꾸었다. 또한 앱 사용 중 오류나 개선 제안을 할 수 있도록 정부 수신자부담 전화도 열었다. G0V를 통해 시빅해커들이 참여해 만든 툴은 오픈 1주일 만에 무려 140개에 이르렀다. 장애인들도 사용 가능하도록 챗봇이나 음성인식으로 마스크 재고를 파악 가능하게 만든 것도 시민 개발자들의 공이다.

3월에 전국 70% 마스크 배포가 됐다는 정부 발표를 보고 국회의원 중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이의를 제기했다. 폭스콘의 데이터 과학자 출신인 이 의원은, “마스크를 현재 약국에서만 배포하는데 시골은 마스크 사러 일찍 닫는 약국까지 5시간이나 걸리기도 한다. 지역별로 공정(Fair) 하지 않다. 시골은 기회비용이 더 크기 때문에 지역별 차이도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이의에 정부의 반응은? “의원님 가르쳐 주십시오”였다. 바로 그다음 날부터 마스크 맵을 개발하던 개발자 커뮤니티와 정부가 함께 프로그램을 짜기 시작했다. 해법은 약국 외에도 편의점에서도 ‘사전주문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편의점들도 마스크를 사러 오는 고객들 수가 늘어나니, 마스크 사전주문을 하면 커피 한 잔을 주는 등 자발적으로 판촉비용을 썼다. 이렇게 4월까지 마스크 배포가 다 끝나고 대만의 코로나 감염은 사실상 제로가 됐다.

심지어 나중에는 남는 마스크를 국제적으로 기부할 수 있는 기능도 내가 주도하여 개발했다. 700만 장의 마스크를 대만 외교부를 통해 해외에 기부했다.

대만 정부가 시민 개발자들에게 소스를 공개하여 만들어진 마스크맵. 장애인 시민을 위한 챗봇과 음성비서까지 일주일 만에 100개 이상의 툴이 쏟아졌다. (사진=Savvy UX Summit 제공)

마지막으로 펀(fun), 즉 유머다. 대만 정부의 코로나 캠페인 원칙은 ‘루머를 덮는 유머(Humor over rumor)’이다.  대만 정부 페이스북에 가면 쑤전창 행정원장이 엉덩이를 흔드는 이미지가 보인다.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우리 모두 엉덩이는 하나다. 휴지 사재기하지 맙시다.’ 휴지 종이 원료가 마스크 원료와 같다는 루머 때문에 휴지 사재기가 횡행하자 정부가 내놓은 유머 캠페인이다. 휴지 원료와 마스크에 쓰이는 원료의 원산지 자체가 다른데도 퍼진 루머였다. 나중에 이 루머는 휴지 재판매업자가 처음 퍼뜨렸다는 게 밝혀졌다.

그 이외에도 ‘거리두기’를 표현하기 위해 친근한 시바견을 이용해서 한다던지. 이런 캠페인이 시민들의 인기를 끌었다. 루머에 대응하기 위해 대만 정부는 유머를 활용한 ‘대응 메시지 작성팀’을 운영한다. 이 대응 메시지는 가짜 정보가 트렌딩 되면 2시간 이내에 제작하고, 이 메시지 안에 2개 이상의 그림을 포함하고, 메시지는 200자 이내로 작성한다는 원칙이 있다. 스마트폰에서 쉽게 볼 수 있고 국민들이 이 메시지를 자유롭게 리믹스할 수 있도록 한다. 국가의 저작권을 포기하는 셈이다.

4년 전 디지털 장관에 취임했을 때, 지향하는 바, 하는 일이 뭐냐는 질문을 들었다. 내 일은 국가 사회혁신의 허브와 같은 역할인데, 설명하기가 좀 애매했다.

유엔 지속가능 발전 목표(UN SDG)를 인용해서 “아, UN SDG 17조에 해당해요. ‘믿을 수 있는 데이터가 더 잘 이용될 수 있도록 하고, 효과적인 파트너십을 독려하며 과학-기술-혁신에 접근하기 위한 지식공유와 협력’이요.라고 했다. 그랬더니 “일반 국민들이 알아듣게 바꿔 달라”라고 하더라.

그래서 시로 표현을 해봤다.

IoT(사물인터넷)이 IoB(인간 존재를 잇는 인터넷)이 되게 만들자.
(When we see internet of things, let’s make it an internet of beings.)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 공유현실(shared reality)이 될 수 있게 하자.
(When we say virtual reality, make it a shared reality.)

머신러닝을 협력러닝(cooperative learning)으로 만들자.
(When we see machine learning, let’s make it collaborative learning.)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은 인간다운 경험(human experience)이 될 수 있게 하자.
(When we see user experience, make it human experience.)

특이점(singularity)이 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미 우리 옆에는 다양성(plurality)이 존재함을 기억하자.
(Whenever we hear the singularity is near, let us always remember the plurality is here.)

휴지 사재기를 방지하기 위해 대만 정부가 고위공직자의 뒷모습을 넣어 제작한 공익 캠페인. 이외에도 ‘거리두기’를 표현하기 위해 친근한 시바견을 이용해서 하는 등의 캠페인이 시민들의 인기를 끌었다. (사진=Savvy UX Summit 제공)

 

*이하는 강연 후 이어진 오드리 탕과의 Q&A 세션

▲정부는 매우 복잡한 구조일 텐데 어떻게 그 안에서 협조를 이끌어내고 변화를 만들어내는가?

-처음 장관에 취임할 때 3가지 조건을 내건 게 있다. 대만은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가 기본권 수준으로 잘 되어 있다. 그러므로 내가 있는 곳 어디든 나의 집무실이라는 점을 인정해 달라는 것. 두 번째는 모든 정부부처에 나와 자발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을 배치해 달라는 것. 세 번째는 극단적인 투명성이다. 내가 참석하는 모든 회의의 의사록이나 동영상을 반드시 공개한다. 데이터로 다 누적되어 있는데 지금 보니까 취임 후 30만 4314번의 연설을 했다고 나온다.
이렇게 외부에 다른 부처와 함께 한 회의 내용 등을 기록으로 남기고 데이터화하는 데 장점이 있다. 다른 부서 공무원들은 나와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무엇보다 리스크가 줄어든다. 크라우드 소싱 형태로 협업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 책임을 함께 나눌 수 있고 신뢰가 높아진다. 혼자 책임과 위험을 감당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통의 질문이 여러 번 다른 회의에서 나와도 반복 답변해서 시간을 소모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예를 들어 마스크 맵의 경우 오픈 API로 만들자고 보건복지부를 설득했다. 왜냐면 그러면 빠르게 다른 언어로 만들 수도 있는 등 국민들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 가능하다.

▲변화에 보수적인 정부 내에서 시민 주도로 공공정책에 실험을 도입하고 혁신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했는가?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2014년 ‘국회를 점령하라(Occupy the Parliament)’라는 시민운동의 결과다. 당시 대만이 중국과 서비스 무역협정 내용에 반발한 학생들과 시민단체들이 시위 끝에 국회를 점령했고 50만 명에 이르는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이후 정부는 시민들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50만 명의 시위자들 사이에서도 서로 의견을 투명하게 공유해 결정을 내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유용하다는 합의점이 있었다.
이후 2014년 말 대만 총리가 ‘오픈 데이터, 크라우드 소싱을 국가 방향으로 잡자’고 했다. 이후 이 방향을 표방한 시장 후보들이 모두 당선됨으로써 국가 방향이 확정되었다. 대만 정부는 35세 이하 청년들이 정부 장관들에게 멘토링을 하는, 일종의 ‘리버스 멘토링’을 도입했다. 그때 나도 멘토가 되었고 이후 장관이 되었다. 이 콘퍼런스를 주최한 UX Testing의 알드리치 황(Aldrich Huang) 또한 이런 리버스 멘토로 활약했다.

▲대만은 자가격리 이탈하면 상당히 벌금이 세다. 이렇게 정부 주도로 코로나 대응을 하면서 시민들은 개인정보에 대한 우려가 있을 것 같은데?

-대만 정부는 코로나 대응을 하면서 기존 데이터를 활용하지, 새로운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대만의 경우 자가격리를 할 때 별도 앱을 설치하지 않는다. 2003년 사스(SARS)가 돌았을 때 전 국민 외출금지를 하는 대신 휴대폰 소지자의 위치 수집이 가능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이를 근거로 하여 이동통신사로부터 시그널 강도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자가격리자 모니터링을 하고 자가격리자가 격리된 곳에서 일정 거리의 바깥으로 이탈하면 자동으로 알림이 가게끔 해놓았다. 자가격리를 잘할 수 있도록 격리 장소에 대한 숙박비용을 국가가 일정 부분 보조하거나 집에서 자가격리하도록 한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국민들이 이런 디지털 툴을 이용하게 하는 방법은 뭔가?

-정부의 공익홍보 포스터는 국민들이 편집해서 쓸 수 있도록, 즉 ‘리믹스’가 가능하도록 만든다. 웹 포스터 내용을 다른 언어로 유저들이 번역하여 사용 가능하도록 그림과 글씨가 서로 겹치지 않게 디자인한다.
디지털 취약계층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UX에 신경을 썼다. 일례로 노인들의 경우 마스크 앱 사용이 서투를 수 있으므로 약국에서 마스크 주문서로 마스크를 살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마스크 주문서는 노인들이 약국에서 항상 처방받는 처방전과 동일하게 디자인했다. 노인들의 경우 약국에 가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에 나머지 가족의 마스크까지 사 올 수 있었다.

▲정부의 디지털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정부 웹페이지를 만드는 UX 가이드라인 같은 게 있는지?

-내 집무실은 일종의 국가 차원의 소셜 이노베이션 연구소 기능을 하고 있다. 시민과 함께 하는 혁신이 우리의 목표이다. 취임 첫 해에 30명의 인턴을 고용하여 정부의 모든 웹사이트를 개편했다. 두 번째 해에는 모바일 웹을 바꿨다. 3년 차에는 “바다에서 할 수 있는 액티비티” 포털 등 내가 평소 하고 싶던 작업을 했다. 4년째 접어든 해에는 지방정부의 디지털 서비스를 개편했다. 대만 정부 페이지를 만드는 웹 제작 가이드가 있다. 오픈 API, 리눅스 기반으로. 레고 블록처럼 만들 수 있다. 오픈 API는 정부 주도 페이지를 쉽고 빠르게 제작 가능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보자. 2017년에 젊은 디자이너가 국세청 세금신고 홈페이지에 쓰이는 단어들이 너무 어렵다며 온라인으로 청원을 제기했다. 그래서 해당 청장이 불만이 있는 시민들을 불러 모아 공무원들과 함께 워크숍을 열었다. 이들이 온라인에서 제기한 불만을 그대로 포스트잇에 붙였다. “단어가 너무 많다” “옛날식 표현이 많아서 이해가 어렵다” 이렇게 세금신고 웹사이트에서 어려운 표현을 죄다 모았고, 3일 만에 오픈 API를 통한 시민 참여 방식으로 웹사이트를 개발했다. 이 페이지의 사용자 만족도는 96%에 달했다. 마스크맵도 오픈 API로 개발됐고 동일한 방식으로 소비촉진 바우처 배분 웹페이지도 개발했다.


홍윤희 필자

장애인이동권증진 콘텐츠를 만드는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이자 이베이코리아 이사. 휠체어 탄 딸과 함께 하면 지하철 환승이 어려워진다는 것을 알고 시민들과 함께 ‘서울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를 만들었다. 이후 행정안전부를 설득해 국토교통부가 만든 전국 지하철 교통약자 이동정보가 카카오맵에 탑재됐다. 2021년에는 휠체어로 접근 가능한 곳의 데이터를 모아 맵으로 개발 가능하도록 오픈하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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