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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누리 칼럼] 쿠팡이 불 지핀 차등의결권 논란, ‘주주 평등’은 무엇인가

by | 2021년 2월 18일 | 정책

(사진=셔터스톡)

2010년 전자 상거래 업체로 문을 연 쿠팡은 어느덧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한국인들의 생활에 밀접하게 스며든 기업이 됐다. 쿠팡에서 택배 물품을 배달하는 ‘쿠팡맨’은 이제 하나의 보통명사처럼 쓰일 정도로 일상에 자리를 잡았다.
이런 이유로 지난 설 연휴 쿠팡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은 한국에서 큰 뉴스가 될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는 미국 증시를 통해 투자금을 유치, 한국을 벗어나 더 큰 시장으로 나가겠다는 선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쿠팡의 상장을 놓고 정작 ‘차등의결권’이 쟁점으로 부상했다. 쿠팡 상장의 전후 맥락 등을 무시하고 쿠팡이 단순하게 차등의결권을 허용하지 않는 한국 때문에 미국에 상장을 했다는 보도와 분석이 뒤따랐던 탓이다.
박누리 필자는 미국 아이비리그의 브라운대학교를 졸업한 뒤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LINE의 미·일 동시 상장 업무를 진행했었다. 박 필자는 본인의 실무 경험에 근거해 쿠팡 상장 과정에서 불거진 한국의 차등의결권 논란의 허와 실, 그리고 주식시장의 본질적인 운영 철학을 되짚어본다.[편집자]

#차등의결권, 경영권 방어 효과
  합당한 논리 없을 땐 기업 가치 잠식
#미국의 소수 IT 기업만 적극 활용
  유럽 일부,일본 허용하지만 제약 많아
#쿠팡 지주법인 美 델라웨어 주에 위치
  애초에 국내 상장 가능성 적어
#주주 자본주의는 주주평등 원칙이 기본
  기업 경영에 필수 불가결한 제도 아냐

“국내에서는 차등의결권이 허용되지 않아 미국 증시를 선택했다.”

지난 1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공시가 국내 증권가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2010년 창업 후 10여년 만에 연간 매출액 13조원을 돌파한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위해 신고서를 제출한 사실이 처음 공개됐기 때문이다.

쿠팡은 공시를 통해 “클래스A 보통주 상장을 위해 S-1 양식에 따라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소식은 엉뚱하게 국내에서 차등의결권 허용 문제로 불거졌다. 국내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쿠팡이 수십조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이유가 바로 ‘차등의결권’(Dual Class Stock Structure)에 있다는 분석과 주장들이 줄기차게 이어지면서 정치권까지 논란이 확산됐다.

쿠팡의 S-1(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 공시하는 상장 신청서. 한국의 상장예비심사신청서와 증권 신고서의 기능을 한다)에 따르면 상장 뒤 쿠팡 주식은 클래스 A, B 두 종류로 나뉜다. 클래스 A 주식은 1주 당 1의결권, 클래스 B 주식은 1주 당 29의결권이다. 그리고 미국 국적의 김범석 쿠팡 의장이 소유하는 지분은 전량 클래스B 주식이다. 즉 김범석 의장에게는 일반 주주 대비 29배의 의결권이 주어지는 것이다.

김범석 쿠팡 의사회 의장. (사진=쿠팡)

차등의결권, 창업자의 경영권 방어에 유리

차등의결권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의결권 숫자에 차등을 두는 것이다. 현대의 주주 자본주의는 1주 당 1의결권을 가지는 것이 기본이다. 이것을 주주 평등의 원칙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법 369조에서 “의결권은 1주마다 1개로 한다” 정하고 있다. 다만 예외조항으로 이익배당에 우선을 두는 주식에 대해서는 무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는 있다.

그런데 회사를 창업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추가 자금이 필요하고, 증자를 거듭하다 보면 창업자의 지분은 계속 희석(dilution)된다. 지분 희석이 계속 일어나서 창업자의 지분율이 대략 35% 미만으로 떨어지게 되면, 그때부터는 본격적으로 경영권 방어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35%가 기준인 이유는 역시 상법이 정한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이 전체 의결권 수의 3분의 2이기 때문이다. 이를 저지하려면 최소 33.3%의 지분을 필요로 한다.

예를 들면 내가 A라는 회사를 창업해서 유니콘으로 키웠다고 가정해보자. 그 과정에서 여러 번 투자를 유치하면서 내 지분은 20% 안팎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A사의 가장 큰 경쟁사는 B이고, 그 B사의 대주주는 수십조 원의 자산을 지닌 펀드회사인 C이다. C가 보기에 A를 인수해서 B와 합병하면 라이벌을 제거하는 동시에 시장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

창업자인 내가 반대해도 A사 지분을 가지고 있고 적당한 가격에 엑싯(exit)을 원하는 주주 몇 명으로부터 구주를 사들일 경우 C 또는 B는 아무 문제없이 A를 인수할 수 있다. 정관 변경, 주요 사업 양수도를 결의하는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저지하기에 내 지분은 까마득하게 부족하다.

물론 국내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러한 인수합병이 독과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사한다. 만약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딜(deal)은 없던 일이 된다. 문제는 과거 제조업 시대와는 달리 IT서비스의 경우 독과점을 판단하는 기준이 매우 모호하며, 심사를 하는 공정거래위원회도 여러모로 어려움과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독일의 딜리버리 히어로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한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차등의결권은 이러한 딜레마를 풀어준다. 내가 만약 1주당 1의결권이 아닌, 1주당 10의결권을 가진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지분을 20%밖에 안 되더라도 내가 가진 의결권은 20%가 아닌  70%대로 올라간다.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 시 넉넉하게 승리할 수 있다. 대개 이런 경우 애당초 C는 아예 인수 시도조차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긴 하다.

‘기업 때리기’ 정서가 차등의결권 막는다?

미국에서 차등의결권이 처음 도입된 시기는 1950년대지만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1990년대 1세대 닷컴 기업들이 등장하면서부터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구글(현 알파벳)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후 옐프, 그루폰, 페이스북, 트위터 등 미국 인터넷 업계를 대표하는 쟁쟁한 기업들이 모두 차등의결권 제도를 활용해서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

그렇다면 과연 쿠팡은 차등의결권 때문에 미국 증시를 선택한 것일까?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대로, 차등의결권은 ‘글로벌 스탠더드’이고 따라서 차등의결권 불가는 ‘기업 때리기’ 정서가 충만한 한국이 고집하고 있는 핵심적인 규제인 것일까?

2018년 기준으로 차등의결권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17개국이 도입했다. 이를 근거로 한국은 차등의결권도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차등의결권은 전 세계에서 미국만, 그것도 IT업계 등 일부 기업들만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스웨덴과 프랑스 등 몇몇 국가들이 허용은 하고 있지만 실제로 도입한 회사들은 많지 않고, 구조상 수많은 제약이 있다.

일본의 경우 회사법으로는 허용하고 있지만,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회사들이 증시에 상장하기는 매우 어렵다. “국가 기간 사업체 또는 국가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금융 당국이 인정한 기업”에 한해서만 상장을 승인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차등의결권의 적정한 시효 기간(선셋)을 반드시 설정해야만 한다. 유럽, 특히 주식시장이 일찍부터 발달했던 영국이나 독일에서는 ‘1share 1 vote 원칙’을 주주 자본주의의 초석이자 신성불가침 영역으로 사수하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입회장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부여할 합당한 논리 없으면 기업 가치 잠식

차등의결권은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투자자들의 견제에 직면해 있다. 최근 글로벌 자본시장은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가 주류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주주의 경영 참여 권리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차등의결권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기본적으로 차등의결권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창업자가 회사의 존망을 결정할 정도로 중요한 경험이나 지식, 경영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그의 경영권을 절대적으로 보장해주어야 할 만한 합당한 논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차등의결권은 오히려 회사의 기업 가치를 잠식하는 독이 될 수 있다.

특히 미국 증시는 세계 최고 기관 투자자들의 치열한 전쟁터다. 이들이 과연 그만한 가치도 없는 창업자가 차등의결권으로 경영권을 독식하는 회사의 밸류에이션을 고분고분하게 인정해줄까? 스티브 잡스도 자기가 세운 애플에서 쫓겨나는 곳이 바로 미국 기업이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세계 최대의 모빌리티 기업으로 성장한 우버 역시 2017년 IPO를 앞두고 사내 성차별 등 창업자의 자질 논란이 불거지자 창업자인 트래비스 캘러닉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차등의결권 주식을 포기하고 전부 단일의결권으로 전환했다.

주주 자본주의 뿌리와 연관, 자본시장 단순하게 보기 어려워

쿠팡의 경우, 처음부터 미국 델라웨어 주에 지주회사 격인 ‘Coupang LLC’를 설립하여 그 자회사인 한국의 사업법인이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해온 구조이다. 미국 동부의 작은 주 델라웨어는 주의 법상 다양한 경영권 방어 설계와 세제 혜택, 유연한 지배구조를 허용하고 있어 수많은 기업들이 델라웨어 주에 법인 등록을 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을 통칭 “델라웨어 코퍼레이션(Delaware Corporation)”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김범석 쿠팡 의장은 델라웨어에 Coupang LLC 를 설립한 초창기부터 “성공할 경우 미국 증시에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미국 증시와 한국 증시는 움직이는 자금의 규모나 투자자 베이스부터 하늘과 땅 차이다. 기업가치 수십 조 원을 꿈꾸는 미국 법인이, 차등의결권의 허용 여부와는 관계없이 한국 증시에 상장할 이유가 있을까? 한국에서 차등의결권 허용해주었다고 한들 쿠팡이 ‘델라웨어 코퍼레이션’을 한국 증시에 상장했을 가능성은 극히 적다. 혹은 사실상 지주회사인 Coupang LLC를 소멸시키고 지배구조를 전부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해서 한국으로 법인을 이전했을까?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은 논쟁적인 사안이고 어느 제도나 마찬가지로 장단점이 있다. 복잡하고 고도화된 현대 자본 시장에서 경영권 보호 장치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것도 인정한다. 다만,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차등의결권이 안정적인 창업 환경 조성 및 기업 경영에 필수 불가결하다는 의견에는 섣불리 동의하기 어렵다. 또한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을 차등의결권 문제로 단순화하는 것도 주식시장에 대한 생산적인 담론을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등의결권은 결국 특정 기업의 가치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수단이기 전에 주주 자본주의의 뿌리부터 다시 생각해야 하는 제도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한 유동자금으로 주식 시장이 달아오르는 지금, 한국 금융 당국으로서는 소액 주주 보호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을 차등의결권 이슈로 단순화 하는 것은 너무 단편적인 시각이다. 끊임없는 공부와 통찰로도 따라가기 어려운,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현대 자본시장에서 왜 대중의 시선을 자꾸 한 곳만 바라보게 하려는가.


박누리 필자

미국 브라운대학에서 인문학을 공부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테크업계에서 자본시장 밥을 먹으며 살게 될 줄은 꿈도 꾸지 않았다.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LINE의 미·일 동시 상장을 리드하며 전세계 회사법과 차등의결권 제도를 검토한 바 있다. 또 다른 한국 유니콘들의 IPO를 꿈꾸며 현재는 스마트스터디의 IR&기업 전략 헤드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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