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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칼럼] 팬데믹과 만난 IT, ‘메타버스’ 시대 온다

by | 2020년 12월 28일 | 정책

정보통신기술을 지칭하는 IT는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앞서가고 있는 산업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스마트폰 제조기술과 인터넷 보급률 등은 세계 정상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최고의 IT융합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정지훈 모두의연구소 최고비전책임자는 2020년 연말을 맞아 한국의 선도 산업이자 인류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는 IT산업의 역사와 현주소를 통해 미래를 전망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산업 구도 및 비즈니스 형태가 달라지는 시점에서 ‘메타버스’를 비롯한 우리가 유념해야 할 포인트와 지향해야 할 목적지를 IT산업의 관점에서 제시한다. [편집자]

#코로나19, 산업 전반 변화 촉진
  회사에서 개인으로 중심 이동
#IT기술, 기업 생존의 핵심
  전통기업의 IT 접목 가속할 듯
#가상 및 증강현실 기술 도약
  메타버스(Metaverse) 시대 열려
#한국 IT기업 제조 경쟁력 있어
  패러다임 바꿀 수 있는 철학 중요

독일의 레오폴트 폰 랑케(1795~1886)와 이탈리아의 베네데토 크로체(1866~1952)는 역사를 기술하는 방법론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석학들이다. 랑케는 객관적 사실에 의거, 역사를 있는 그대로 검증해 기술하는 것을 중시했다. 그에 비해 크로체는 ‘모든 역사는 오늘의 역사’라는 주장을 하며 지금 당대의 시각으로 과거를 해석하는 방법을 강조했다. 이들의 시각을 종합한 역사가는 1961년 <역사란 무엇인가>를 출간한 E. H. 카(1892~1982)였다. 그는 역사를 과거의 사실과 역사가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으로 인식하고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정의 내렸다.

미래의 기업과 산업에 대한 전망에 앞서 역사 기술론을 언급하는 이유는 ‘IT’(Information Technology)의 역사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사피엔스>를 쓴 유발 하라리는 ‘미래는 역사의 연장’이라는 시각에서 앞날을 전망했다. IT 자체가 최근대사 또는 초현대사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런 경향성이 매우 강하다. IT의 역사를 기술하려면 1980년대의 PC혁명, 1990년대의 인터넷 혁명, 2007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 모바일 혁명, 그리고 2016년 이후의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해야 한다.

여기에 코로나19에 따른 팬데믹으로 새로운 미래에 대한 전망들은 더 앞당겨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월스트리트 저널에서는 올해 크리스마스 직후 ‘코로나19가 준비가 되었든 안되었든 비즈니스를 미래를 끌고 가버렸다 (Covid-19 Propelled Businesses Into the Future. Ready or Not)’는 기사를 통해 “코로나19가 마치 타임머신 같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과 코로나19, 모바일 혁명 등의 키워드가 하나로 뒤섞인 ‘IT 역사의 연장으로서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최근 급부상한 몇몇 기업들의 역사와 사례를 종합해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IT의 간략한 역사와 비즈니스 변동의 흐름

20세기 중반,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주로 국방과 학술, 금융 같은 산업 분야에 초고가의 대형 컴퓨터가 도입되면서 과거에는 수천 명, 수만 명을 동원해야 풀 수 있었던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며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 들어서는 애플의 애플Ⅱ를 시작으로 개인용 컴퓨터 시장이 열리면서 사무자동화라는 용어가 유행했고, 컴퓨터를 적용한 산업 영역이 중소기업까지 확대하면서 정보화 사회가 보편적인 시대인식으로 자리 잡았다.
계산기에서 출발한 컴퓨터는 결국 기존 산업의 생명주기 전반에 걸쳐 적용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산업 자체를 바꾸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생산성의 차이를 가져왔기에 정보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생산성 혁신을 이룬 곳은 고속성장했고, 과거 방식으로 혁신하지 못하고 생산성에서 밀린 기업은 경쟁력을 잃고 사라져 갔다.

과거보다 영속하는 기업은 줄어들었고 글로벌 산업화까지 진행되면서 훨씬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지식경영까지 도입되면서 각 개인의 지식으로 남아있었던 암묵지를 기업이 좀 더 쉽게 이용하도록 형식지로 전환시키고, 이러한 막강한 경영정보 시스템의 활용으로 내부 모순이 감소했기에  ‘규모의 경제’로 부를 획득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워졌다.

그러다가 모바일과 소셜 미디어 혁신이 일어나면서 또다시 판도가 바뀌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라는 기본 인프라가 바뀌지는 않았지만, 정보화가 회사 단위나 비즈니스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 개개인의 네트워크와 관계 그리고 관심사 등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경계를 넘어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튜브 등은 이런 네트워크를 전 세계 수준에서 완전히 개방된 형태로 만들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했고, 스마트폰은 컴퓨팅 환경을 개인화시키며 이를 가속화했다. 그 뒤를 이어 등장한 인스타그램은 스마트폰이 가진 사진이라는 강력한 개인 미디어를 소셜 네트워크화 하는 데 성공하면서 10~20대 젊은이들의 강력한 지지 속에 스마트폰과 소셜 웹이라는 두 개의 분리되었던 거대한 흐름을 하나로 결속시켰다.

이어서 바이트댄스에서 출시한 틱톡은 사진이 중심이 되었던 스마트폰 미디어를 동영상 중심으로 이동시키고, 동시에 편집과 생산도구 자체를 스마트폰만으로 가능하게 하면서 Z세대들 최고의 소셜 미디어 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변화는 결국 회사와 집단의 지배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고 개인 네트워크를 통한 혁신사례가 많이 나오면서 회사가 가지고 있는 내부 모순이 부각되는 형태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이런 변화는 산업혁명 이후 소위 말하는  ‘회사’  중심의 이데올로기가  ‘개인’으로 넘어오는 초석이 되고 있다. 이것은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고 표현할 만한 사회 전체의 중대한 변화다. 그렇다고 개인의 힘이 집단의 힘보다 강한 것은 아니다. 다만 ‘회사’로 표현되는 폐쇄형 집단보다는 개인이 휴먼 에너지를 바탕으로 동적으로 결합하는 개방형 집단의 힘이 더욱 강하게 발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개방형 집단의 힘은 결국 개개인의 힘에서 나오며 각 개인이 역량을 강화하고 창의적인 혁신을 많이 일으키는 집단이 훨씬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것이다.

최근의 변화가 과거의 정보화 사회 패러다임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바로 이런 것이다. 기존 회사들도 이러한 변화를 인지하고 각 조직원이 창의력과 혁신성을 최대한 발휘하는 열린 집단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다른 혁신 조직에 의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코로나19는 이런 변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실리콘 밸리의 모습도 바꾼다

코로나19는 정말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글로벌 정치 역학이나 경제 패러다임과 바꾸고 있고, 도시의 흥망성쇠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대비해 2021년 말까지 재택근무를 연장한 구글 등과 같이 재택근무를 기본으로 하는 실리콘 밸리 기업들이 크게 늘었고, 이에 따라 임대료가 비싼 실리콘 밸리를 떠나 이동하는 소위 ‘실리콘 밸리 엑소더스’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의 경영환경도 크게 바뀌어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의 시대에 잘 대응하는 것이 앞으로의 기업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당수의 선두기업들은 선제적으로 기업경영의 체질을 바꾸어가고 있다. 이런 변화의 대부분은 IT기술을 토대로 한다. IT와 관련이 없어 보였던 많은 수의 전통기업들도 IT기술을 잘 도입하고 활용하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세계적인 투자자 사이먼 돌란(Simon E. Dolan) 등이 올해 4월 ‘유로피언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코로나19 이후의 기회와 가치, 리더십 등’은 이런 변화를 가장 잘 정리한 글이다. 이들은 개인과 조직 수준에서 일곱 가지 주요 전망과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중에서 다섯 가지가 IT와 관련된 것들이다.

간략하게 요약하면 비즈니스와 교육은 디지털 기술로 대폭 이동하고 집에서 일할 수 있는 홈오피스, 재택 교육과 버추얼 컨퍼런싱/워크숍(virtual conferenceing / workshop)등에 대비하라는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을 도입해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협업구조를 만드는 것, 직접적인 대면접촉보다 디지털 채널을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 등을 강조하고 있다.

빌 게이츠가 과거 <생각의 속도>라는 저서를 통해 기업경영에 PC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남다른 경쟁력을 갖추어야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코로나19 시대는 이것을 넘어서 IT기술의 도입과 활용이 야말로 기업 생존에 직결된 단계로 바꾸어 놓고 있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그리고 메타버스

또 한 가지 미래가 기대되는 것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기술이다. 이 분야는 페이스북이 가장 적극적이다. 페이스북은 2014년 당시 가장 앞선 가상현실 헤드셋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었던 오큘러스(Oculus)를 20억 달러라는 거액에 인수하며 가상현실과 소셜 네트워크와의 결합을 사실상 미래의 가장 중요한 전략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지난 수년간 가상현실 기기와 산업이 생각보다 크게 성장하지 못하면서, 다소 부정적인 전망이 나왔다. 실제로 HTC와 삼성전자는 가상현실 산업에 뛰어들었지만 최근 사업을 포기하거나 잠정적으로 개발을 중단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꾸준한 기술개발을 통해 우수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코로나19와 함께 비대면 소셜 플랫폼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시점에서는 사실 상 오큘러스 퀘스트 제품군을 통해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이미 수십억 명이 사용하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 서비스를 가지고 있고 여기에 아바타를 적용하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결국 가상현실과 소셜 네트워크의 결합이라는 큰 그림을 차근차근 그려나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기술적인 부분의 난제 때문에, 미래의 인터넷 인터페이스 중 안경처럼 쓰는 형태로 스마트폰과 같은 커다란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기술로 기대를 모은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기술의 경우도 이제 머지않아 꽃을 피울 것으로 기대가 된다. 포켓몬 고(Pockemon Go) 등의 게임을 통해 스마트폰을 이용한 재미있는 킬러 콘텐츠들이 속속 등장하고,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2015년 안경형의 증강현실 HMD(Head Mount Display) 기기인 홀로렌즈(Hololens)를 발표하고, 2019년에는 홀로렌즈 2를 개발하면서 비록 3500달러에 달하는 고가이기는 하지만 일반에도 판매하면서 증강현실 기술의 일반화에 많이 근접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또한, 완전한 증강현실 기술은 아니지만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퀘스트 시리즈의 경우에는 기기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가상현실 기기를 쓴 사용자들이 외부를 마치 안경을 쓴 것처럼 볼 수 있도록 하는 패스쓰루(Pass-Through) 모드를 지원하고 있기에 증강현실 기기 보급의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가격 부분의 장애물도 무너뜨리고 있다. (2020년 발매된 오큘러스 퀘스트 2의 경우 299달러의 가격으로 판매된다).

이런 기기들의 판매가 늘어나면서 동시에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웹브라우저를 간단히 연결해서 협업할 수 있는 스페이셜(Spaital) 같은 회사의 플랫폼도 개발되면서 앞으로 미래의 초연결사회는 PC와 스마트폰을 넘어 웨어러블 컴퓨터의 시대, 그리고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혼합현실(Mixed Reality)이 중요한 소위 ‘메타버스'(Metaverse)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메타버스는 1992년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처음 언급된 개념이지만, 최근 현실과 비현실 모두 공존할 수 있는 가상세계라는 의미로 널리 언급되기 시작했다. 게임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가장 먼저 성장했으며, 최근 코로나19의 여파로 업무와 일상생활, 파티 등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메타버스가 확산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기에 향후 가장 주목해야 할 키워드가 되고 있다.

사회의 발전방향이나 미래로의 변화 양상은 비교적 명확하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 10년 정도 뒤에는 우리나라 기업 중에서 역사의 주인공은 되지 못하더라도 자기 영토를 굳건히 지킬 정도의 문화와 철학을 보여주는 곳이 나왔으면 한다. 그러려면 제조업 기반의 따라잡기와 원가절감 패러다임으로는 어렵다.

이런 분야에 있어 한국은 어느 정도 세계 최고 수준에 와 있지 않은가? 우리도 새로운 철학과 패러다임을 만들고 이를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꾸준히 쌓아왔다. 국내 기업의 매출이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넘어섰다는 소식보다는 세상을 바꿀 만한 패러다임을 내놓았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를 고대한다. IT를 통한 역사 연장의 현장에서 한 획을 긋고 영속할 수 있는 기업들이 한국에서도 등장하기를 소망한다.


정지훈 필자

모두의연구소 최고비전책임자. 정부 기관과 수많은 기업체에서 미래 트렌드와 전략에 대해 자문하고 있다. 한양대 의대를 졸업한 후 서울대 보건정책관리학 석사, 미국 남가주대학(USC)에서 의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어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 《미래자동차 모빌리티 혁명》 《거의 모든 IT의 역사》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내 아이가 만날 미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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