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5가 동대문시장 인근에 주차된 배달오토바이들(사진=김용운)

언론사 기자에서 플랫폼 노동자로 변신한 김하영 필자. 쿠팡 맨, 배민 커넥터, 카카오 대리기사 등으로 200일 넘게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뭐든 다 배달합니다>를 출간했다. 자유롭게 일하고 고소득을 보장해준다고 유혹하지만 그 이면에서 펼쳐지는 어두운 현실을 고발한 책이다.
김하영 필자는 이번에 쓴 두 번째 칼럼에서 220만 플랫폼 노동자를 위해 세 가지 개선 방안을 제안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일하다가 다친 이들을 위해 산재보험 확대와 의무가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엄청난 보험료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공공부문이 개입해 배달운송수단 공공보험을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플랫폼 기업들이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게 법으로 강제하거나,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플랫폼 노동자 고용안정기금을 만들자는 거다. [편집자] 
[김하영 칼럼] 고소득 가능하다고? ‘플랫폼 노동’ 200일, 무엇이 남았나 <11월 27일>

#코로나19 사회안전망 플랫폼 노동
  노동자에겐 불안전한 '밤 그림자'
①배달 중 사고, 산업재해 인식 부족
  산재보험 확대 및 의무가입 필요
②비싼 보험료로 노동자 부담 막대
  배달 공공보험 설계하여 완화해야
③심화된 기업-노동자 불평등 구조
  플랫폼 고용안정기금 조성해 해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의 ‘평생직장’ 신화가 깨졌다.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비정규직 갈등이 갈수록 확대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플랫폼 노동’이 화두로 떠올랐다.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 민족 등 이른바 플랫폼 기업들이 성장하면서 우리가 미처 눈치 채지 못하는 노동자 보호의 ‘사각지대’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사각지대는 언제나 사고를 유발하기 마련이다. 220만 명의 플랫폼 노동자들이 부닥치고 있는 난제들은 무엇이고 우리 사회는 어떤 해법을 마련해야 할 것인가?

산재보험 확대 및 의무가입

산업재해 중 가장 많은 사고가 일어나는 곳이 건설업이고, 가장 많은 재해의 유형은 ‘떨어짐’, ‘끼임’, ‘부딪힘’ 등이다. 요즘 코로나19 시대에 급증하고 있는 음식배달 중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고는 어느 유형에 속할까?

유감스럽게도 ‘사업장 외 교통사고’로 분류된다. 여기에는 화물차·택시 같은 전통적인 운송업 사고, 또는 출퇴근 시 교통사고가 있는데, 최근 들어 배달 중 교통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일반 교통사고는 꾸준히 줄고 있으나 오토바이 같은 이륜차 사고는 매년 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사고들이 ‘산업재해’가 아니라 ‘교통사고’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거다. 교통사고는 사고 당사자끼리 ‘과실’을 따지게 돼 있다. 일하다 생긴 사고라기보다는 본인이든 상대방이든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를 따지고, 자동차(이륜차 포함) 보험으로 사고 처리를 하는 걸 우선으로 한다. ‘산업재해’라는 인식이 별로 없다.

정치권과 재계, 노동계는 최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둘러싸고 논쟁이 한창이다. 이 법은 사고가 일어난 사업장의 사용자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어 ‘안전 문제’, 즉 산업재해 방지에 더욱 신경을 쓰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그런데 최근 음식배달의 주력이 된 ‘배달대행’ 라이더들에게 ‘사업장’은 어디이고 ‘사용자’는 누구인가? 하루에도 수십 곳의 음식점을 들르고 계약서조차 제대로 쓰지 않고 일하는 라이더들에게 사용자는 음식점 사장님인가, 플랫폼인가, 지역 대리점인가?

그나마 한 플랫폼에 소속돼 운행하는 음식배달이나 택배기사들은 산재보험에 가입은 할 수 있다. 특수고용노동자는 사업자가 절반, 노동자가 절반씩 산재보험료를 낸다. 반면 전국에 16만 명의 대리운전기사가 있다고 하는데 산재보험에 가입된 대리운전기사는 10여 명에 불과하다. ‘전속성’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에서 콜을 받아 움직이는 대리운전 기사에게 ‘전속성’은 아예 성립이 안 되는 전제조건이다. 다행히 정부에서는 ‘전속성’ 조항 폐지를 검토하겠다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사용자 몫 산재보험료 절반을 누가 내느냐이다.

지금도 ‘산재보험 적용 예외 신청’이 횡행한다. “사고 나면 어차피 자동차보험 처리가 되는데, 굳이 산재보험료를 더 낼 필요가 있느냐”며 회유한다. 그러나 사고는 ‘운행 중’에만 일어나지 않는다. 콜을 받고 손님에게 가는 동안 계단에서 넘어져 다칠 수도 있고, 음식배달을 갔다가 개에 물려 다칠 수도 있다. 배달이나 택배, 대리운전 사고가 ‘교통사고’에만 머무르면 안 되는 이유다. 산재보험 예외 조건을 매우 엄격하게 정해야 한다.

배달운송수단 공공보험을 만들자

배달이나 대리운전을 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보험료다. 이륜차 유상운송종합보험은 보험료가 연간 400만원을 넘는다. 나이가 어린 20대의 경우에는 1000만원 안팎까지 치솟는다. 너무 비싸 개인용 보험을 들고 배달을 하다 사고가 나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비싼 보험료는 고스란히 기사들의 부담이고, 무리해서 일하다 사고를 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대리운전기사들이 가입하는 대리운전 보험도 마찬가지다. 단체보험 형태로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대리운전기사들은 특정 대리운전 중개업체에 등록해야만 한다. 그런데 보험료가 어떻게 책정되는지, 보장이 어느 정도 되는지도 모르고 따박따박 매월 보험료를 낸다. 경력에 상관없이 나이가 들수록 보험료도 올라간다. 그래도 일을 하려면 보험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군소리 없이 낸다. 몇몇 대형 대리운전 중개업체들은 100명 분을 가입해 보험사로부터 20명 분 보험료를 돌려받는 ‘백 마진’이 횡행한다는 소문도 돈다. 그래서 대리운전업을 ‘기사 장사’라고도 한다.

경기도는 최근 자영업자들을 위해 ‘특급배달’이라는 음식배달 플랫폼을 내놓았다. 공공부문이 개입해 민간 플랫폼 업체들의 수수료를 낮추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런데 배달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배려는 보이지 않는다. 이 참에 정부나 지자체가 음식배달 라이더나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들을 위한 공공 자동차보험을 만들면 어떨까. 이륜차 보험업계 관계자에게 이륜차 유상운송보험이 왜 이렇게 비싸냐고 물어봤더니 “사고율이 100%가 넘어 우리도 팔면 손해”라고 앓는 소리를 했다. 그렇다면 이것이야 말로 공공부문이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 아닌가.

정부나 지자체가 공공보험을 직접 운영할 필요도 없다. 배민이나 카카오는 보험사들과 협약을 통해 ‘일한 시간, 번 금액’ 만큼만 내도록 하는 운전자보험을 설계해 자사 플랫폼 참여자들에게 적용하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의지만 있다면 우월한 협상력을 통해 보험사들과 공동 상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불평등 구조플랫폼 기금으로 해결하자

2020년 기준으로 법정 최저임금은 시급 8590원이다. 그렇다면 음식배달을 하고 대리운전을 해서 시간당 8590원 안팎을 벌어들인다면 최저임금 정도를 벌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일단 유류비와 보험료, 수리비 등 오토바이나 자동차 유지비(배달/택배), 이동 간 교통요금(대리운전) 등 각종 ‘비용’을 빼고도 8590원 이상을 벌어야 한다. 대부분 프리랜서 형태여서 플랫폼 노동자는 주휴수당도, 연월차수당도, 퇴직금도 없다.

국민연금·건강보험도 본인이 전액을 내야하고, 고용보험은 내지 않기 때문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일을 그만 둬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산재보험은 자기가 절반을 내야 한다. 따라서 프리랜서 형태의 플랫폼 노동자는 최소 시간당 1만3000원은 벌어야 회사에 다니는 임금 노동자의 최저임금만큼 번다고 말할 수 있다.

반면 플랫폼 기업들은 그만큼 인건비 절감 이익을 얻는다. 4대 보험, 즉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의 비용 부담이 아예 없거나 절반(산재보험)으로 인력을 유지할 수 있다. 연공서열식 임금 체계에 의해 해마다 인건비가 증가할 염려가 없고, 개별 참여자의 숙련도는 개인 기술로 커버하기 때문에 숙련도 향상에 따른 추가 비용도 들지 않는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대부분 개별적으로 활동하고 ‘일감’을 두고 경쟁하는 사이이기 때문에 플랫폼 기업(사용자)과 결코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을 할 수도 없다.

이와 같은 불평등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해결책은 두 가지 경로가 있다.

첫째, 플랫폼 기업들이 플랫폼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다. 4대 보험을 적용하고 주휴수당과 연월차, 퇴직금까지 보장하게 한다. 이게 가능할까? 불가능할 것이다. 플랫폼 기업들은 아예 사업을 청산하는 것이 낫겠다며 철수할 것이다. 실제로 ‘배달의 민족’을 인수하기로 한 독일의 ‘딜리버리 히어로’가 캐나다·호주에서 ‘노동자성(性) 인정’ 판결이 나오자 아예 철수해버렸다. 정부도 달갑지 않을 것이다. 현재 플랫폼 노동자가 22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들이 일시에 ‘비정규직’이 되기 때문이다.

둘째, 플랫폼 기업들이 직접고용을 회피해 절감하는 비용을 기금으로 내서 플랫폼 노동자 고용안정기금을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타다’의 경우 4대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드라이버들을 위해 자체 사회보험제도를 시도한 바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전 국민 고용보험 확대’ 정책과 병행할 수도 있다. 고용보험 확대를 위해서는 명확한 소득 파악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플랫폼 노동은 플랫폼에서 모든 일이 이뤄지기 때문에 얼마든지 소득 파악과 추적이 가능하다. 플랫폼 기업들이 참여해야 고용보험료를 플랫폼 기업-노동자가 각기 절반씩 부담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것은 기본소득 실시라고 생각한다. 지난 여름 정부는 긴급고용지원금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득이 감소한 특수고용노동자와 프리랜서에게 50만~150만 원을 지원했다. 그런데 선별지원을 하면서 그 안에서 또 선별을 했다. 전체 플랫폼 노동자가 220만 명 수준인데, 지원을 받은 사람은 50만~70만 명에 불과했다. 현장에서 지켜보니 지원을 받은 사람도, 지원을 받지 못한 사람들도 울화통을 터뜨렸다.

‘소득 감소’를 증명하려면 회사에서 서류를 떼야 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등록돼 있는 대리운전 중개업체에 과일 바구니를 사갔다는 사람도 있고, 50만원 받으려고 꼬박 사흘을 서류 떼러 다니느라 월수입이 30만원 감소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코로나19로 줄어든 수입을 벌충하기 위해 쿠팡 물류센터에 나가 며칠 일했더니 고용보험료 낸 이력이 남아 특수고용노동자 인정이 안 돼 지원금을 못 받았다는 사람도 있다. 대리운전 수입이 대부분 현금인데, 현금 수입은 감추고 가끔 하는 카카오 대리운전 수입만 제출해 지원금을 받았다며 멋쩍어 하는 분도 있었다. 어떤 배달 라이더는 평소 월 150만원 정도 벌다가 170만원을 벌어 지원금을 못 받았는데, 어떤 대리운전 기사는 한 달에 300만원을 벌다가 수입이 200만원으로 줄어 지원금을 받기도 했다.

1차 지원금을 기본소득 형태로 지급했을 때는 “이거라도 어디냐” 소리를 들었는데, 선별 지원을 했던 2차 지원금은 예산을 쓰고도 불만만 키우고 말았다.

코로나19 이후 관광객의 감소로 불황에 빠진 서울 명동 중심가(사진=김용운)

사회안전망 된 플랫폼 노동방치하면 안 된다

1997년 겨울 외환위기로 1998년 대량 실업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대리운전이 고용보험 못지않은 사회안전망 역할을 했다고 한다. 마침 1995년 도입된 고용보험 덕에 직장인들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었지만, 자영업을 하다 망한 이들은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그들에게 돌파구가 된 것이 대리운전이었다. 자격을 따지지도 않고 운전면허만 있으면 그날 밤부터 일을 할 수 있었다. 신용 불량에다 가압류가 들어와도 대리기사 요금을 현찰로 받아 쌀도 사고 아이들 운동화도 사주고 당장 급한 생계비를 쓸 수 있었다고 한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졌다. 쿠팡, 배민, 카카오가 또 다른 사회안전망이 됐다. 쿠팡은 삼성전자·현대차에 이어 고용 규모로 따져 3위 기업이 됐다. 누구나 자유롭게 등록하고 일할 수 있는 배민커넥트와 카카오 대리운전에도 당장 생계의 위협을 받는 이들이 몰려들었다. 대부분이 실업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거나 피트니스·학원 강사, 여행 가이드 등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외환위기 극복의 주역 중 하나였던 대리운전에 대해 여태껏 관련 법령 하나 못 만들고 그들을 ‘밤 그림자’로 취급하고 있다. 부디 똑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김하영 필자

연세대 사회학과 졸업. 프레시안에서 13년간 기자로 일하다 “21세기 ‘열하일기’를 쓰겠다”며 1년 2개월 동안 세계일주를 했다. <피렌체의 식탁〉 편집장으로 일하다가 2020년부터 ‘플랫폼 노동’에 뛰어들어 노동시장의 사각지대에서 생생한 삶의 현장을 기록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