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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가 바라는 세상③] “선민의식 사라지고 각각의 정체성 인정받기를”

By | 2020년 12월 17일 | 2030세대가 바라는 세상, 기획 · 연재, 위크엔드 컬처

류영재 대구지방법원 판사

<피렌체의 식탁>은 2021년 새해를 앞두고 기획인터뷰 ‘2030세대가 바라는 세상’을 연재한다. 세 번째 만난 이는 류영재 대구지방법원 판사다. 류 판사는 27세였던 2011년 판사로 임관했다. 류 판사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이력 덕에 당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류 판사는 보수적인 법원 분위기 내에서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판사로도 주목을 받았다. 특히 2017년 사법농단 당시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법원과 사회와의 소통에도 앞장섰다.  내년 1월 출산휴가를 앞둔 류 판사를 이달 중순 대구지법 사무실에서 만났다. 류 판사는 법조일원화를 통해 다양성이 강화되고 있는 법원 분위기를 설명하며 앞으로 지향해야 할 법원의 모습을 제시했다. 한국사회가 달라져야 할 지점으로 이른바 엘리트 조직의 ‘선민의식’을 꼽으며 전문성은 존중을 하되 직종 자체를 신성화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법원의 판결이 날로 달라지는 사회 현실과 괴리되지 않도록 하급심부터 기존의 법리에 안주하는 현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뷰는 방역수칙에 따라 마스크를 쓰고 진행했으며 류 판사는 사진 촬영 시에만 마스크를 벗었다.      

◇서른 후반, 10년 간 본 법원의 변화
-다양한 경험의 법조인 늘어
 법조일원화 따른 조직 변화 가속
-법관들 맞벌이도 일반적 
 개인 생활 존중 분위기로     

법원도 이제 새로운 세대들이 들어오고 있다. 30대 후반인 입장에서 후배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이제는 낀 세대라는 생각이 든다. 제가 10년 전 법원에 들어왔을 때는 20대 후반이었다. 그때도 초임 판사 중에서는 어린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사법고시 때와 달리 대학 졸업 후 로스쿨 다닌 다음 법조경력 쌓아서 들어오니까 초임 판사 중 서른 초중반이 많아졌다.      

저를 2030세대라고는 하지만 30대의 끝자락이다. 제 나이 때는 중고등학교 때를 비롯해 학창 시절에 자기의 존재를 압도하는 시대의 경험이 거의 없는 편이다. 하지만 지금 젊은 친구들은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강남역 20대 여성 살인사건 등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고 저보다 윗세대들은 이른바 운동권의 끝자락 세대들도 있다. 그래서 저 스스로는 세대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다.     

법원 분위기로만 보면 지난 10년간 사회 경험을 해보신 분들이 법원에 들어오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전반적으로 판사들의 생각이 유연해지는 데 보탬이 되고 있다. 특히 2017년 사법농단 사태 이후에는 평판사들이 목소리를 많이 내고 있다.      

그전까지는 법원에서 이어져 오던 관행이 굉장히 공고했다. 판사는 법원 바깥에서 말하면 안 된다던가, 법원 테두리를 벗어난 사생활은 없어야 한다던가 등등 굉장히 꽉 짜인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이전에도 전통적이고 폐쇄적인 문화를 바꾸자고 법원 내에서 소위 투사처럼 투쟁하는 분들도 계셨다. 그런데 저나 저보다 어린 세대들은 조직 문화도 이상하고 투쟁하는 것도 이상하다고 느꼈다. 이미 있는 제도를 활용해 문제제기를 하거나 조직문화를 바꿀 수 있는 제도를 만들겠다는 쪽에 힘을 더 기울이게 됐다.      

사실 법원은 보수적인 조직이고 재판부 내에서 기수 차이와 부장판사와 배석판사 간의 보이지 않는 위계질서가 있다. 그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대안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법조일원화가 진행되면서 법원의 오랜 전통이나 관습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이 들어오시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듯싶다. 특히 여성 판사들이 성차별에 대항하며 어떻게 조직문화를 평등하게 할 것인가 등의 논의가 활발해졌다. 법조일원화란  법관을 일정 경력의 변호사 자격자 중에서 선발하는 제도다. 대법원은 2006년부터 단계적 법조일원화 계획에 따라 5년 이상의 법조경력자를 법관으로 일부 임관해 왔고, 2011년 법원조직법 개정으로 2013년부터는 법조일원화가 전면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특히 법조계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문화가 강했을 듯싶다     

-법원 역사를 보면 판사들 중에 여성이 드물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법원은 남성 중심의 문화가 있었다. 그리고 남성 판사들의 배우자는 대개 전업주부였다. 남성 판사들은 오직 법원의 업무와 법원에서 만나는 법관들과의 관계에만 신경 써도 가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법관들 중에는 자식들이 자라는 모습을 제대로 못 본 경우가 흔했다. 하지만 법원에도 여성 판사들이 늘어나고 남성 판사들의 배우자 역시 전업주부보다는 자기 일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즉 법원 내에도 맞벌이 부부들이 증가한 것이다. 이런 변화 덕에 남자 판사들도 육아를 해야 하고 가사를 분담해야 한다. 이런 변화로 남자 판사들도 회식을 부담스러워하고 자신의 일상 전부를 법원에 올인하는 것을 저어하게 된다. 결국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보수적인 법원의 문화들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법원 문화의 보수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면?     

-법원은 재판부의 단합과 소통을 위해 같이 식사를 하는 암묵적인 전통이 있다. 초임 판사 시절,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점심을 따로 먹자고 의견을 냈다가 법원 내에서 일종의 하극상처럼 받아들여졌다. 사시를 치기 전에는 비정규직으로 아르바이트를 했었고 로펌 같은 데서도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점심을 꼭 같은 팀에서 먹는 경우가 없었던 터라 당혹스러웠다.      

점심시간에 개인적인 일을 볼 수도 있고 병원을 갈 수도 있다. 또 운동을 하고 싶은 사람도 있는데 점심은 거의 무조건 재판부 판사들끼리 밥을 먹는다는 게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2015년까지만 해도 주 1회는 재판부 내에서 점심을 따로 먹네 마네로 논쟁이었지만 지금은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는 점심을 따로 먹는 것으로 정착이 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로 같이 점심을 먹어야 한다는 분위기와 퇴근 후 회식도 사라지고 있다.     

 
법원의 다양성 기여에 판사님 역할도 컸다고 본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판사가 저 말고 또 있나 모르겠다. 사법고시 합격생을 많이 배출한 대학도 아니었다. 임관했을 때부터 법원 내부에서 좋은 의미로는 주목을 받았고 그만큼 지켜보시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지금도 판사 사회에서 제가 튀는 판사로 보인다는 것을 안다.      

평소 다른 인터뷰에서도 많이 언급했지만 법을 공부하면서 정말 세상이 달리 보이는 경험을 했다. 사회의 룰을 알게 된 것이었다. 그전까지는 법을 거의 몰랐다. 민법과 형법의 체계가 이렇게 되어 있고 법은 누구를 벌하기보다 오히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사법시험공부가 너무 흥미로웠다. 그런 측면에서 판사로서 전문성에 대한 자부심과 소명의식이 있다.      

문제는 그걸 넘어서 선민의식을 가지는 것이다. 법을 집행하거나 법으로 누군가를 판결하는 이들은 그래서는 안 된다. 사실 판사나 검사, 변호사가 될 정도면 기본적으로 학습능력이 있고 논리적이고 수학적인 사고능력을 갖춘 사람들이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면 형식논리에 입각해 재판이나 수사를 수학 문제 풀 듯이 접근해 누군가의 삶을 다루는 일이란 것을 잊어버린다.      

때문에 법조인은 사람에 대한 관심, 사회에 대한 관심이 많아야 한다. 그런 게 적성에 맞아야 한다. 다양성을 수용하고 스스로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인정하고 이를 조정하고 깎아내려는 노력을 해야 법해석을 할 때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사법개혁은 아직 진행 중
-법원행정처 위압감 약화
 사법행정 효율은 고민
-판결문 공개 합의 이뤄져야
 판사 임관 확대 결국 예산 문제     

최근 정치권에서는 검찰개혁이 화두다법원은 2017년 사법농단 이후 사법개혁 목소리가 높았다달라진 점이 있다면.     

-법원행정처가 전처럼 위압적인 존재로 작용하지 않는다. 2017년 사법농단을 간략하게 정의하면 법원행정처의 잘못이 드러난 사건이었다. 그리고 이는 대법원장이 판사들을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이 강했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 판사들을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행정 권력과 일종의 딜을 시도했던 것이다. 현재로서는 그런 시도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왔다고 본다.      

그렇다고 사법개혁이 가시적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하기는 조심스럽다. 법원행정처의 권한이 약해지면서 사법행정의 효율이 낮아진 부분도 있다. 결국 대안적인 시스템이 나와야 하는 데 그 지점에서 속도가 나지 않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그 시스템의 구축 여부가 제2의 사법농단을 막느냐 마느냐와 연결된다.

시민사회의 사법개혁 요구안 중에는 판결문 공개도 있었다     

-판결문 공개는 법치사회를 만드는 데 중요하다. 법 자체는 추상적인 문구들이 대부분이다. 대법원의 판결문을 보면 얼핏 십계명처럼 원론적인 말이다. 따라서 법의 적용 등을 예측하려면 하급심의 판결문을 봐야 한다. 법이 어떻게 해석되는지 알아야 법을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법의 구체적 적용과 해석사례를 자세하게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강조하는 게 다소 논리적 모순이다. 이는 시민을 법의 수동적 존재로 국한시키는 일이다.      

판결문 공개를 반대하는 논리도 나름의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판결문 속에 나오는 개인정보 악용에 대한 우려다. 사생활 보호 문제도 있다. 판사들에 대한 신변 위협도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판결문을 다 공개한다. 미국 클린턴 대통령의 르윈스키 스캔들 당시 판결만 보더라도 정말 적나라하다. 그래서 무엇이 위법사항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법치주의 구현 관점에서 보면 국민은 법에 의해 다스려지는 존재가 아니라 법에 의해 존재를 보장받고 능동적으로 이 법을 지키겠다고 결심할 수 있는 주체로 설정해야 한다. 판결문 공개는 그런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판결문 공개에 따른 문제점을 보완하는 쪽으로 논의를 진전해야 한다. 또 하나 사법부를 견제할 수 있는 게 판결문 공개이기도 하다. 판사의 판결문이 실명 공개되어야 이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판사들의 신분과 독립성은 어떻게 더 보장해야 하는지도 논의해야 한다.

재판도 국가가 세금을 받아 국민들의 법적인 문제를 판단해주는 서비스로도 볼 수 있다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 중 하나가 재판이 너무 오래 걸리고 정작 판결은 너무 빨리 끝난다는 것이다그러나 판사들은 늘 격무를 호소하고 있다판사의 인원을 늘리면 되는 문제 아닐까?     

-예전에는 법원 내부에서 판사 증원을 반기지 않았다. 법관의 희소성이 법관의 힘을 나타낸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법관 증원을 반대하는 분들은 본 적이 없다. 저만 해도 한 달 평균적으로 한 달에 100건, 많게는 200건 선고를 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비판이 ‘5분 재판’이다. 이런 상황이지만 또 그런 과도한 업무와 비교해서는 이른바 사고도 잘 나지 않는 편이다. 대량 신속처리가 한국 사법시스템의 특징인데 여기에 재판의 질을 높이라는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또 가족과의 생활을 포기하고 오직 재판에만 몰두하라는 법관 사회 분위기도 이제는 서서히 종말을 고하고 있다. 때문에 법관 충원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풀어야 할 과제들이 있다. 먼저 법관을 많이 선발하려면 어떤 방식으로 뽑을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법조일원화로 변호사나 검사 등 법조실무를 하시던 분들이 판사가 될 수 있는데 일정 부분 법관 선발 시험을 쳐야 한다. 그 시험의 난이도를 어떻게 설정하는지부터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판사들에 대한 사회의 기대치가 꽤 높다. 그래서 판사 임용 과정에서의 어떻게 검증할지에 대한 합의들이 진전되어야 한다.     

예산 문제도 있다. 판사 1명이 늘어나면 그만큼 법정도 늘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 공간적인 설비와 판사 1명 임용에 따른 인적 지원도 늘어나야 한다. 전국 각 법원들의 공사가 불가피하다. 그 예산 규모가 만만치 않다.       

◇사법부 다양성, 시민사회가 관심 가져야
 -판사들 학습능력 뛰어난 편
  변화 더디지만 적응력 우수
 -사법 만능화 법관 사이서도 우려
  자유 제한 관점서 바람직하지 않아      

사법부 특유의 보수성 탓에 변화가 느릴 것만 같다     

-판사 임용 초기에 민사소송에서 전자소송을 반기는 판사들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형사도 전자소송으로 진행하자는 판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판사들은 기본적으로 사회 변화에 빨리 적응하고 트렌드에 민감할 수 있는 사람들은 아니다. IT 등 테크놀로지의 이용 측면에서는 더딘 사람들이다.      
저는 소셜미디어를 잘 활용하는 편이지만 판사들 중에 매우 예외적인 경우다. 업무에 소홀하다는 이야기를 들을까 봐 제 일을 더 열심히 하려고 애쓴다. 그리고 판사들의 장점이 있다. 어떤 것이 바뀌면 거기에 대한 학습능력은 탁월하다. 기본적으로 배우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전자소송도 바깥에서 보는 것보다 빨리 법원에 정착됐다.      

최근 사법부에 대한 비판 목소리 중에 하나가 차라리 인공지능이 판결하면 더 공정할 수 있겠다는 지적이다. 아마도 인공지능을 적용해 재판의 서류 작업 등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되면 판사들이 보다 재판 자체에 집중할 수 있고 그것이 재판의 공정성을 높이는 데 더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법원도 법조일원화 덕에 점차 판사들의 구성이 다양해지고 성비도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 물론 법원이 기업이나 대학처럼 조직의 생존 차원에서 구성원의 다양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가지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전제로 한다. 법원은  획일적이지 않은 구성원들의 개별 정체성과 권리를 인정해줘야 한다. 그래서 다시 강조하지만 시민사회가 법원의 다양성 강화를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최근 한국사회는 사법의 만능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집단 간의 갈등을 모두 법원으로 끌고 가 판결로 승패나 선악을 나누려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해결책이 있을까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 개인과 집단의 여러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 중에는 협상과 타협이 있다. 협상과 타협은 달리 보면 주체적인 행동이다. 그런데 정치와 경제 사회 영역 곳곳에서 법대로 하자는 목소리만 높아진다. 이는 형사처벌 만능주의가 무의식적으로 확대된 탓이다. 이건 자유의 축소와도 연관이 된다.      
판사들 모두가 우려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방역 수칙 중 마스크 착용이 있다.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으면 과태료 부가 등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건강한 사회는 무엇일까? 처벌 규정이 없더라도 구성원 내부에서 마스크 착용 미착용에 따른 위험성을 공유하고 마스크 착용을 착용하도록 시민들이 자율적이고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사회다. 그런 쪽으로 계속 유도를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심각한 방역 수칙을 어기는 정도가 아니라면 사회적 비판을 받든 그런 식으로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

사법 만능화에 대한 우려와 별개로 개인적으로는 하급심이 좀 더 유연하고 선진적인 법해석을 하면 좋겠다. 미국 사회의 진보적인 변화는 연방대법원이 이끄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반대다. 가령 연방대법원에서 동성혼 합헌이 나온 과정을 보면 주법원에서 하도 동성혼 합헌을 내리다 보니 이를 수용하지 않은 반대편에서 연방대법원으로 끌고 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시스템이 아니다. 하급심이 시대 변화의 가장 뒤에 있고 오히려 대법원이 시대 변화에 더 선진적인 대응을 하는 것 같다. 정작 국민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재판은 하급심이다.        

그래서 재판을 할 때 시대의 변화를 많이 적용하려고 한다. 실생활과 밀착한 판결을 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파기될 가능성이 적진 않다. 가령 형사재판에서 교통사고는 무죄 판결을 내리기도 한다. 운전자가 정말 불가피하게 피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법은 유무죄를 가리려고 한다. 사실 피고인들이 수긍하려면 현실적인 부분들을 고려해야 한다. 이 외에도 교제 폭력 사건 같은 경우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주려고 한다. 또 최근 보이스피싱 사기사건을 보면 대출상담에 속아 체크카드와 통장 등을 넘겨주었다가 본인도 모르게 전자금융거래법상 범죄에 가담하는 경우로 몰리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 놓인 분을 보이스피싱 공범으로 취급할 수는 없을 듯하다.   

글·사진=김용운 편집장


류영재 판사 

38세. 대원외고와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 졸업. 2009년 제50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제40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2011년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임관해 서울남부지법과 춘전지법을 거쳐 현재 대구지법에서 재직 중이다. 내년 초 출산휴가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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