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들어서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확산세로 돌아섰다. 특히 지난 12월 1일부터는 하루 5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해 정부는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로 사회적거리두기를 격상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3차 대유행은 피해가기 어려운 현실로 점차 다가오고 있다.
양승훈 필자는 현재 방식의 K방역이 한계에 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와 방역 두 개의 줄타기를 하고 있지만 두 개를 다 잡고 있다가 두 개 모두 놓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따라서 정부가 이런 상황을 솔직하게 공개하고 국민들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아울러 백신이 나올 때까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게 정부의  급선무라고 강조한다.[편집자]

#의료계 헌신에 기대온 방역 정책
  정쟁서 벗어난 '방역 정치' 절실
#영세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방안
  임대인 세액 공제, 임대료 감액 필요
#특고노동자 위한 '전국민 고용보험'
  다양한 노동자에 실업급여 강화
#연대기금으로 '뉴딜 사회계약' 달성
  사회 체계 전환할 실험이 될 수도

펜데믹 상황에서 주목을 받았던 한국의 방역시스템, 소위 K방역이 점차 한계에 달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2월 1일을 기점으로 일 500명을 넘어선 뒤 열흘 내내  확진자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눈앞에 닥친 코로나19 확진자 폭증

특히 수도권에선 확진자 수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해 3차 대유행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일부터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로 사회적거리두기를 각각 격상했지만 코로나19 확진자는 날마다 늘어나고 있다. 10일 현재 확진자수는 4만 명을 넘어섰다.

앞서 대규모 감염이 신천지 집회, 이태원 집단감염, 8·15 집회, 핼러윈 파티 등으로 인한 집단 감염(클러스터 감염)이었다면, 11월 이후 발생하는 감염 중 많은 숫자는 가족·지인 간 일상생활을 영위하다 옮게 된 소규모 감염이 훨씬 많다.

지난 7일 기준 PCR 검사 시 양성 판정 비율은 대유행 이전의 1% 대보다 3배 이상 높은 4.39%나 된다. 감염자 한 명이 감염시킬 수 있는 사람의 숫자를 말하는 재생산지수는 1.4에 이른다. 이런 현상은 방역의 그물망에 포착되지 않은 무증상 감염자가 상당할 거란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즉 1)1만 명 이상의 대규모 검사 2) 네트워크 분석 등을 통한 역학적 추적 3) 치료/격리/차단으로 이어지는 후속 조치라는 질병관리청의 성공 방식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조만간 신규 확진자가 하루 1000명에 이를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야구로 비유하자면 한때 한국 프로야구를 장악했던 '벌떼 야구'의 투수 운용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백신이라는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나오기에는 이르고 게다가 그 투수는 아직 몸도 안 풀린 상황이다. 한국의 경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화이자-모더나 안센 백신은 내년 하반기가 되어야 접종이 가능해서다. 투수를 계속 바꿔도 안타를 계속 허용하며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과연 정부라는 감독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방역 대책 변화, 결국은 정치적 선택

방역 정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지금까지 수행해온 K방역의 방식을 유지하면서 요행을 바라며 버티든지, 급진적으로 다른 조치를 취해야 할지 선택해야 할 상황으로 보인다. 이 부분에 대해 “전문가들이 하자는 대로 안 해서 문제다”라는 지적들이 많다. 역학자들과 감염내과 등 의료진의 목소리를 받아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대한의사협회의 말을 따라 의사결정을 하라는 압박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방역은 그 자체로 정치적인 선택이다. 거리 두기 단계의 가장 높은 단계, 즉 락다운(lockdown, 봉쇄)을 선택하는 것이 당장의 확산 사태를 잠재울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봉쇄를 강행할 때 아파서 죽는 사람만큼, 굶어 죽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가능한 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거리두기를 수행하고, 위험성이 높은 곳에 대해 집합 금지나 제한을 명령하는 이유는 그 경제적 여파에 대한 책임이 엄중하기 때문이다. 정책학의 개념으로 말해보자면 상충성(trade-off)이 명확한 것이 봉쇄와 경제회생의 문제다. 결국 방역 단계의 결정은 고도의 정치적 선택일 수밖에 없다.

3차 대유행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정부는 그동안 K방역의 성과로 수면 밑에 있었던 방역 정치의 문제를 의제화 해 정면에서 돌파해야 한다. 위기라고 느낀다면 정례 브리핑이 되어버린 ‘11시 브리핑’ 말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관계부처 장관, 청와대 비서진과 함께 진솔한 위기극복의 메시지를 주었으면 한다. 우선순위가 무엇에 있는지 밝혔으면 한다.

더불어 예전 5.18 기념식에서 그랬듯이 거리두기 강화와 집합 금지 명령으로 인해 생계에 직격탄을 맞게 되는 자영업자, 알바 노동자, 소상공인 등과 감염 위험 속에서도 시민들에게 물자를 나르고 있는 쿠팡맨과 배민라이더 등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직접 호명하며 전향적인 지원으로 기본 생계가 파탄 나지 않게 하겠다는 다짐을 해야 한다. 사실 정부가 방역 외에 할 일은 서민경제의 파탄을 막는 일이다. ‘유흥업소는 망해도 된다’는 식의 태도 역시 곤란하다. 국민들 모두를 아우르는 각각의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

예컨대 독일은 1조 유로(약 1300조 원)가 넘는 재원을 투입했는데 그중 8570억 유로를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기업들에 대한 금융 지원금으로 썼다. 소상공인들에게는 1560억 유로만큼의 현금성 지원을 했다.

무너지는 사람들직접적 지원 서둘러야

자영업자가 전체 일하는 사람의 30%를 차지하는 한국에서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비중이 더 늘어나야 한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지난 봄 1차 재난지원금 논의 당시 중앙정부는 보편적인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지방 정부는 선별적인 지원을 하자는 방식을 제기했다. 그러나 당시 국민 모두에게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보편 지급방식으로 진행 됐다.

이제 백신이 나오기 전 마지막 방역의 한계 앞에서 긴급지원 조치는 ‘무너지는 사람들’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노래방이나 주점 등 집합 금지가 가장 낮은 단계부터 운영되고 ‘도덕적 단죄’로 금융 지원이나 현금 지원 모두에서 사각지대가 되었던 사업장들을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

더불어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임대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보다 좀 더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을 하며 임대인인 건물주들이 욕심을 버리고 잠시 양보하면 될 것이라는 여론이 있지만, 많은 건물주들이 대출을 일으켜 건물을 소유하고 있고 이들의 금융비용이라는 문제가 또한 잠복해 있기 때문에 건물주의 선의에 기대거나 그들에게 비용을 떠넘기는 방식의 조치는 작동할 수가 없다. 이게 작동하려면 이미 많은 건물주들의 자기 자본 비율이 높아야 하지만, 아직 한국의 자본주의는 완숙 단계가 아니라 팽창 단계의 일정한 국면이라 가능하지 않다.

호주의 사례처럼 임차인들이 매출액을 증빙해 임대료 감액 청구를 할 수 있게 하되, 임대인은 감액해준 만큼 세액을 공제받을 수 있게 한다면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도 해결할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영세 소상공인들에 대한 직접적인 조치가 우선이고 다른 조치는 지금 국면에서 배제해야 한다. 백신이 나오고 접종할 때까지 경제적 파국을 막기 위해선 소상공인 우선, 사각지대 없는 금융 및 현금 지원이 필수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기존 택배기사 등의 특수고용노동자, 쿠팡맨이나 배민라이더 등의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지원방안이 한참 논의 중이다. 기본소득을 통해 사각지대를 해소하자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장기적 대안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고용보험의 대상자를 확대하는 방향, 즉 ‘전 국민 고용보험제’와 이에 대한 사회적 연대기금 확충이 기본소득보다 더 나은 안이다.

‘디지털 뉴딜’이라는 기술혁신을 말하는 동안 병행적으로 고용안정도 없이, 노동시간 제약도 없이 유연화 된 형태로 노동하는 사람들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정책효과 측면에서 국민 모두에게 주는 기본소득보다 다양한 형태의 노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실업급여 강화가 더 효과적이다.

요컨대 단기적으로는 일시적 위기 극복을 위한 재난지원금 지급은 가능하되, 중기적으로는 경사노위의 합의 아래 일정 부분 기존 노동형태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연대기금을 조성하자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뉴딜의 사회계약’을 달성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정책 용어로 표현하자면 위기를 통해 주어지는 ‘기회의 창’을 통해 어떠한 모습으로 사회 체계가 전환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K방역 힐난 일러, 정부의 능력 입증해야

사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K방역을 힐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기생충 학자 서민 단국대 교수는 “K방역은 유리할 때만 입 터는 정권과 문재인 정부의 극렬 지지층의 합작품”이라고 평가 절하하기도 한다. 틀린 말이다. 비슷한 인구의 서구 유럽 국가들이 하루에 적게는 1만 명, 많게는 2만 명씩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고, 한국보다 인구가 2.5배 되는 일본도 5배인 2500명 내외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일각에선 의료 체계를 감염 대비에 맞춰 정비하지 않고 의료 인력을 갈아 넣어 해결하는 방식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전쟁, 재난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거기에 맞춰 우수한 인력의 헌신에 기대어 문제를 해결해온 것은 이 정부에서 처음 시작한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 사회의 익숙한 방식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방식이 ‘지긋지긋하다’는 말을 할 수야 있겠지만 그 자체가 누군가의 패착이라고 지적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하려면 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 아니 근대 형성 이전까지 돌아가 한국의 ‘일하는 방식’ 자체에 대해 성찰해 볼 일들이 수없이 많다.

또한 공공의료기관이 부족한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감염병 유행의 상황을 맞이해 단숨에 개선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현시점에서 의료체계를 정상적인 방식으로 움직이기 위해 검사 숫자를 제한하고 중증 환자만 병원에 입원시키는 일본식 대응을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방식으로 다스리는 일본에서도 결국 5배 이상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의 상황을 상호 비교적 관점에서 손쉽게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라 하겠다.

의료 인프라의 한계도 보인다. 중환자실의 수용 한도까지 환자 숫자가 늘었다. 더 이상 중증환자가 늘어나면 “누구를 먼저 죽게 내버려 둘 것인지”의 질문을 던지는 상황, 즉 유럽이나 미국에서 벌어진 팬데믹 상황에서 벌어진 잔인한 질문에 한국 의료진이 놓이게 된다는 말이다. 일단 파국을 막기 위해 경증 환자는 집에서 격리 치료하게 하고, 중증 환자들만 수용하자는 방안도 나온다. 그렇게 할 경우 의료기관에 약간의 여지를 줄 수 있겠지만 역시 미봉책일 뿐이다.

결국 코로나19 극복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내년 하반기, 백신이 정착되면 전염병의 공포는 사라지거나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 시간을 어떻게 쓸 지에 대한 정부의 일정표가 무척이나 중요하다. 민주당 정부에 대한 일반적 평가 중 하나가 “정무에 능하고 정책이 아쉽다”는 것이다. 그런데 방역상황과 경제상황의 위중함이 함께 몰려오는 것을 보자면, 이제는 단순히 정책적 선택뿐만 아니라 정치적 선택에도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다시 야구로 비유하자면 정부라는 감독은 코로나19를 상대로 한 승부의 고비처에 마주친 셈이다. 야구에서 선수를 교체하거나 전술을 바꿀 권한은 오로지 감독에게 주어졌다. 감독의 진정한 능력은 그런 승부처에서 증명이 된다.


양승훈 필자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산업사회학과 과학기술학을 공부하고 연구한다. 학부에서 정치학을, 대학원에서 인류학을 공부하고 대우조선해양에서 5년간 근무했다. 2019년 산업도시 거제와 조선업을 다룬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