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9일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고 예고한 뒤 야당 내부가 찬반양론으로 들끓고 있다. 9일은 박근혜 탄핵소추안을 4년 전 국회에서 가결한 날이다.  당내 반발에 부닥친 김 위원장은 8일 오후 3선 의원들과 면담한 뒤 결국 대국민 사과의 수위와 내용, 시기를 조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피렌체의 식탁>은 김 위원장의 행보가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을 앞둔 중도층 공략의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다섯 명의 참여자들이 급히 ‘정치 집담회’를 가진 이유다. 그런 가운데 서울시장 후보감을 묻는 여론조사에선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3강 구도를 보였다.
집담회 참석자들은 국민의힘 내부 갈등과 함께 윤석열 현상, 반문(反文) 결집, 제3지대론 등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특히 ‘윤석열 현상’에 대해선 야당에 양날의 칼이라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야당발 제3지대론에 대해선 ‘대선주자급’이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야 외연 확장도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장 보선을 둘러싼 야권 잠룡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편집자]

1. 대국민 사과와 야당 갈등 증폭

김종인·윤석열의 '겹' 딜레마
온건 보수야당으로 변신은 험난

▲가오리

국민의힘이 어려운 국면에 직면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여당도 잇단 악재와 지지율 하락으로 곤혹스러운 처지이나 국민의힘은 어쩌면 더할지 모른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딜레마(dilemma)와 윤석열 딜레마, 두 가지 딜레마에 처해 있다.
딜레마의 사전적 정의는 ‘두 가지 선택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바람직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는 곤란한 상황’을 말한다. 차기 대선을 15개월 앞둔 국민의힘에게 김종인 위원장은 과도기적 선택이다. 빠른 시일내에 정상체제로 복귀해야 하는데 김종인 이후 리더십의 구축이 쉽지 않다. 김 위원장은 당 체질 개선을 자기 임기 동안 해내려 한다. 5.18 광주에 대한 사과에 이어 이명박·박근혜 시절에 대한 사과가 그것이다.
온건보수 야당으로의 변모해 나가겠다는 것인데 일단 당내의 주류 세력은 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일종의 자기부정이기 때문이다. 절대 권력을 가진 당대표가 추진해도 어려울 일을 비대위원장이라는 시한부 권력이 추진하는 게 간단할 리 없다.

▲피터팬
국민의힘이 부활하려면 ‘탄핵의 강’을 넘어야 한다. 이른바 ‘과거사’를 딛고 과연 단일 대오를 갖출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제안한 이명박·박근혜 관련 사과를 당 차원에서 수용할 수 있을까? 김 위원장은 8일 오후 "두 전직 대통령을 대신해 사과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한걸음 물러섰다.  '탄핵의 강'을 건너지 않고도 중도층의 민심을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코스모스
비유가 틀렸다. ‘탄핵의 강을 건넌다’는 것은 유승민 전 의원의 수사(修辭)에 불과하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127시간>이라는 영화가 있다. 주인공은 홀로 등반하다가 암벽에 팔이 끼어 빠지지 않게 되자 칼로 자신의 팔을 자르고 127시간 만에 탈출해서 목숨을 건진다. 목숨이 달린 위기 땐 목숨을 걸어야 목숨을 건질 수 있다. 국민의힘이 박근혜를 잘라내지 못하면 ‘TK 자민련’처럼 고립되어 정치적으로 서서히 사망에 이를 것이다.
국민의힘은 박근혜를 잘라낼 수 있을까?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세 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엉거주춤하다 모두 실패했다. 박근혜 탄핵은 보수 세력과 국민의힘에서 영원히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처로 남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피터팬
최근 보수야당이 처한 현실을 가치상실, 세대고립, 지역고립, 인재고립, 계급고립이라고 지적한 언론 보도가 있었다. (중앙일보, 11월 7일자) 이런 분석에 얼마나 동의하는가? 경제·사회·복지 분야에서도 김종인 위원장과 국힘당 주류 사이엔 차이가 많은 것 같다. 어떤 부분이 핵심인가? 이 때문에 당내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코스모스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유럽식이나 미국식 정당 정치가 제대로 작동한 적이 없다. 정당 효능감이 매우 낮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유권자는 인물, 특히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정치를 분석하고 전망한다. 따라서 ‘인재 고립’과 ‘지역 고립’ 정도만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나머지는 학자나 언론에서 기계적으로 하는 얘기다. 정치현실은 많이 다르다.
가장 터무니없는 기준은 ‘가치 상실’이다. 우리나라 유권자는 가치에 따라 투표하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보수의 가치를 상실해서 몰락했다는 분석은 완전히 틀린 얘기다. 보수 신문, 보수 논객들의 공허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산돌
국민의힘이 엘리트정당이라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가장 큰 문제는 가치상실, 즉 방향성 부재다. 인물중심 정당의 고질적인 한계다. 보수야당의 최우선 과제는 강바닥 준설이다. 아무리 강물을 새로 갈아넣어도 강바닥이 썩은 상태면 소용이 없다. 물갈이는 가치-세대-계급의 문제다. 물이 바뀌면 물고기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코스모스
경제민주화가 핵심이다.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를 명분으로 평생 정치를 해 온 사람이다. 그런데 당내 국회의원과 주류 중에는 이에 반대하는 기득권 세력들이 많다. 양자 사이엔 타협이 불가능하다. 끊임없이 두고두고 갈등할 것이다.


2. 서울시장 補選 후보 선출

유승민·오세훈 등 거물급 데스매치
보선 승리 땐 강력한 차기 후보 부상

▲피터팬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대선주자급인 유승민, 오세훈이 과연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있는가? 안철수 영입론도 아직 식지 않고 있다.

▲코스모스
유승민은 본인이 불출마 의사를 뚜렷이 한 만큼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그는 언행이 일치하는, 보기 드문 정치인이다. 오세훈은 여론조사 가상대결에서 압도적 우위로 나오고 거당적으로 출마 권유 분위기가 형성되면 슬며시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선거는 현실’이라거나, 결자해지론 같은 걸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 ‘안철수 영입론’은 국민의힘 안에서 정치인 몇몇이 말하는 가설에 불과하다.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차기 대선에서 자신이 반(反)문재인 단일 후보로 나서면 당선된다고 확신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점점 더 확실히 밝히고 있다.

▲산돌
윤석열 현상으로 인해 보궐선거 판이 커지고 있다. 야당에나 여당에나 그렇게 작용하고 있다. 판이 커질수록 등장인물도 커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스컬리
유승민, 오세훈의 출마 가능성이 꽤 높다고 본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경선 방식 때문이다. 100% 여론조사 + 오픈프라이머리를 하게 되면, ‘본선 경쟁력’이 가장 중요하게 작동한다.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대선 후보급일수록 여론조사에서 유리하다. 둘째, 국민의힘과 보수 쪽에 유력 대선후보가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장 보선에서 승리하는 사람은 국민의힘 진영을 대표하는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피터팬
그래서인지 야당 일각에선 서울시장 보선 후보와 차기 대선 후보를 연계하자는 의견도 있다. 서울시장 보선에서 일종의 데스 매치(death match)를 벌이자는 것인데 대선주자급인 유승민, 오세훈, 나경원 등이 모두 등판하는 대신, 여기서 살아남은 사람에게 힘을 몰아주자는 구상이다.

▲산돌
보선 승리 가능성을 가장 높일 수 있는 방식이라고 본다. 어차피 지게 되면 야당에게 차기 대선의 승리 기회는 사라진다. 보선에서 확실한 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면, 아무리 좋은 새 인물일망정 후보로 선택하기 어려울 거다.

▲코스모스
허구의 가설일 뿐이다. 유승민, 오세훈, 나경원은 스스로를 ‘스타’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은 결코 다른 사람과 손잡지 않는다. 그동안 ‘협력의 정치’를 해본 경험도 거의 없다. 쉽게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2021년 4월 7일, 2022년 3월 9일 사이에는 거의 1년이라는 시차가 있다. 우리나라 정치에서 1년은 판이 두세 번 뒤집힐, 긴 시간이다.

▲피터팬
국민의힘 내부에선 여성후보론도 강한 편이다. 서울·부산시장 보선이 성추문 의혹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나경원 전 의원을 비롯해 조은희 서초구청장, 이혜훈 전 의원,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 등이 자천타천으로 나서고 있다. 여성 후보를 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스컬리
여야 모두 별로 없다고 본다. 여성후보론은 다분히 당위론적인 주장이다.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것’이다. 여야 모두 본선 경쟁력이 있는 후보를 내려 할 것이다. 이번 보선에서 최종 승리하는 여성 정치인이 나온다면, 그 이유는 여성이어서가 아니라 경쟁력을 갖춘 사람이기 때문일 거다.

▲산돌
현재 정국 흐름상 성추문 선거로 흘러갈 가능성은 낮다. 게다가 젠더 이슈는 진보 진영의 강점이다. 성추문 이슈화는 자칫 젠더 문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여성 후보들도 결국 ‘반문’의 상징이란 걸 승부처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경원은 이미지 측면에서, 조은희 구청장은 정책 측면에서 어느 정도 자원을 갖추고 있다. 그런 측면을 잘 살린다면, 당내 경선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3. 보수세력에게 ‘윤석열 현상’이란?

어제는 '적'이고, 오늘은 '적의 적'
10%대 지지율 유지 땐 정계개편 중심 

▲피터팬

국민의힘과 보수세력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과연 ‘한 배’를 탈 정치적 동지로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윤석열이 정치를 한다 해도 ‘검찰주의자’란 프레임과 한계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가오리
윤석열의 딜레마는 그가 이명박·박근혜 시절의 비리 수사를 전담해왔는데, 이런 경력의 소유자가 야권의 대선 후보로 1등을 달리는 점에서 출발한다. 윤 총장은 국민의힘에 어제의 ‘적’이었고, 오늘은 ‘적의 적’이다. 윤석열을 지지하는 에너지와 정치적 공간이 탐나겠지만, 윤석열에게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맡기는 것은 야당 의원들에게 별개의 문제일 거다.

▲코스모스
윤석열은 정치를 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그의 언행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지키기 위한 ‘성전’을 치르는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주의자는 영원한 검사로 남아야 진정한 검찰주의자인 것이다. 만에 하나 정치를 할 경우 국민의힘에 입당해 경선을 치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선에서 승리해 대선 후보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민의힘 당원들에게는 '황교안의 실패'라는 반면교사가 생생하기 때문이다.

▲산돌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차기 대선으로 향하는 최대 분수령이다. 만약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한다면, 서울시장 당선자는 곧 야당 대선후보 1순위다. 현재 윤석열에게 투영한 반문(反文)의 상징성도 당연히 옮겨갈 거다. 만약 국민의힘이나 야권 단일후보가 패배한다면, 당 간판을 내릴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다시 ‘박근혜’를 사이에 두고 ‘찬탄(贊彈)’과 ‘반탄(反彈)’으로, TK와 수도권으로 갈라서지 않을까 싶다. 윤석열이 그 때까지 10%대 지지율을 유지한다면, 야권발 정계개편의 중심이 될 수도 있을 거다.
윤석열이 만일 정치를 할 경우 그 명분은 기성정치권 전체와의 전쟁이라는 게 가장 잘 어울리지 않을까? “진영을 가리지 않고 최고 권력을 단죄하는 검사! 기득권 정치세력을 향해 개혁의 칼을 들다!” 검찰주의자라는 한계도 이렇게 포장하면 왠지 그럴듯하다. 한국인은 기성 정치권력을 일단 나쁘게 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윤석열이 국민의힘에 합류할 명분도 실리도 없다. 윤석열은 ‘박근혜 탄핵’을 화해의 대상이 아니라, 정치 명분의 원천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그래야 ‘반문’의 대의명분을 잡을 수 있다.

4. 야당發 제3지대론은 가능할까?

제3지대론, 尹과 안철수·금태섭 포함
야권후보 단일화는 ‘반문 결집’에 필수
 
▲피터팬

국민의힘은 김종인, 윤석열 두 변수를 제대로 정리해야 2022년 대선체제의 출발이 가능할 것 같다. 이는 제3지대의 중도세력을 포용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스컬리
민주당의 세력 확장 역사를 되돌아보면 ‘통일전선’의 역사였다. 한국의 민주화운동 자체가 ‘반독재 통일전선’의 역사다. 198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의 득표력은 30%가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꾸준히 통합-합당-연대를 반복한 결과, 오늘날 민주당의 득표력을 갖게 됐다. 국민의힘도 문재인 정부에 맞서는 ‘통일전선’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필요해서 해야 하는 거다.
국민의힘이 서울시장 보선에서 승리하려면 당 바깥에 있는 ‘제3지대’가 필요한데 인물로 말하자면 윤석열, 안철수, 금태섭 정도가 될 것이다. 서울시장 보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할 경우 ‘국민의힘’의 구심력이 제3지대의 원심력을 압도하게 될 것이다.

▲산돌
서울시장 보선에서 제3세력은 곧 야권 후보단일화를 의미한다. 국민의힘에는 선택지가 없다. 문제는 당 내부의 도토리 키 재기 싸움이다. 유승민, 오세훈, 안철수 등 야권 대선주자들에게 서울시장선거는 윈윈게임이 아니라 데스매치다. 대형 신인이 없는 상황에서 그들이 직접 나서지 않고 대리전을 펼칠 경우 반문 결집 열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죽기는 매한가지일 거다. 대선주자급 가운데 누군가 야권후보 단일화의 깃발을 들어야 한다.

▲피터팬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제3세력 태동 가능성의 시금석으로 볼 수 있다. 제3지대론은 가능할까? 예컨대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아지는 추세이지만 국민의힘이란 당 간판을 붙여 서울시장 후보군을 여론조사에 대입하면 파괴력이 더 약해진다고 한다. 이런 현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코스모스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 제3지대는 없다. 따라서 선거가 다가오면 중도층은 여야 후보 가운데 어느 한쪽을 선택하거나 투표를 포기할 것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지지층을 최대한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전술을 쓸 수밖에 없다. 선거가 다가오고 야당 후보가 결정되면 지지도 쏠림현상이 나타날 거다. 그런 상황에서 제3지대론은 힘을 잃지 않을까 싶다.

▲피터팬
추-윤 사태에도 불구하고 여야의 경직된 자세에 실망하는 민심도 만만치 않다. 안철수, 금태섭 등이 중도 결집을 꾀하고 있지만 국민의힘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꼭 이겨야 할 절박한 상황이다. 2011년 박원순 모델(‘민주당 박영선 vs. 시민후보 박원순)이 그랬던 것처럼 국민의힘이 중도세력에게 문호를 개방할 수 있을까?

▲코스모스
국민의힘은 문호를 개방하겠지만 아무도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산돌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지만, 열린민주당과 정의당을 감안하면 여전히 진보진영이 보수를 압도한다. 국민의 힘은 독자 승리를 꿈꾸지만, 여론은 반문의 승리를 희망한다. 서울시장 보선 승리는 선거판을 문재인 정권에게 회초리를 드는 ‘묻지마 반문 선거’로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야권후보 단일화는 ‘반문 결집’의 필수 코스다. 국민의 힘은 당의 간판으로 주도할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다. 오너십도 없고 후보단일화의 경험도 없다. 게다가 국민의힘이 나서면 나설수록 마이너스다. 문호 개방은 당의 몫이 아니라 후보의 몫이다. 경선 과정이든 경선 이후든 후보가 선언하고 결단할 일이다. 결단은 후보의 간절함이 좌우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대선주자급을 소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래서 나온다.

▲가오리
금태섭 전 의원의 행보가 주목된다. 2012년의 안철수 현상은 우리 정치권의 양당 체제에 대한 회의론을 반영하는 정서다. 민주 대 독재의 정서가 효력을 상실한 이후 우리 사회에는 반공-성장론에 입각한 냉전 보수세력. 민주-분배론에 입각한 진보세력 말고도 제3세력을 희망하는 정치정서가 분명히 존재한다. 덜 지역적이고, 덜 이념적인 실용론자들이다. 여야 양당이 이를 잘 주워 담지 못할 경우 언제든 이들의 세력화는 물위로 떠오를 수 있는데 이번에도 토양이 적당히 젖어 있다.
금태섭은 일단 제3세력을 주창하며 여야 주변의 소외세력들을 규합하려 할 것이다. 나아가 국민의힘과 후보단일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입당은 어려울 거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런 식으로 일정한 세력을 규합하면 차기 대선에서는 판을 더 키우려는 사람이 속출할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가 일종의 시범 케이스인 셈이다. 국민의힘과 제3지대 구축세력은 그런 점에서 공존과 경쟁을 해나가는 구도다.

▲산돌
국민의힘은 공수처법과 윤석열 정국을 ‘반문 결집’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제라도 반문 투쟁을 위한 범야권 연대기구 구성에 나서야 한다. 적어도 국민의당과 시대전환이 참여토록 하는 게 필요하다. 국민의힘 비대위도 그에 맞춰 제2기로 체질 개선을 해나가야 한다. 바야흐로 전쟁의 기운이 무르익는데, 비대위 분위기는 한가로운 편이다. 부동산대책이든 공수처 문제든 당 안팎 인사 중 ‘반문 투쟁’의 상징성을 가지는 인물을 앞장세워야 한다. 홍정욱 같은 당 바깥의 인사들에게도 테스트 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