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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진 칼럼] 바이든 시대에 내수 확대와 기업투자 활성화가 필요한 이유

by | 2020년 12월 2일 | 국제, 정책

미국 대선 이후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바이드노믹스(Bidenomics)에 대한 기대감에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가시화됨에 따라 세계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작용한 것이다.
바이드노믹스의 주요 골자는 재정지출 확대, 저금리 기조 유지, 중산층 지원 강화 등으로 압축된다. 바이든 당선자는 조만간 파월 연준(Fed) 의장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신정부 출범 전까지 해결해야 할 현안이 많기 때문이다. 1992년 말 빌 클린턴 당선자도 경제계 주요 인사 중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을 맨 먼저 만났다. 2000년 말 조지 W. 부시 당선자도 그랬다.
다만 2008년 말에는 버락 오바마 당선자가 벤 버냉키 의장을 만나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연준 책임론’이 컸기 때문이다. 2016년 말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도 자신의 당선 직후 금리를 인상한 자넷 옐렌 의장을 부르지 않았다.
차현진 필자는 이 글에서 바이든 시대에 미 연준이 좀 더 시장친화적인 통화정책을 내놓는 한편 금융규제는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분간 달러화 약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미중 대결은 무역-기술 분쟁에 이어 금융 분쟁의 형태로 옮겨갈 것으로 내다봤다. [편집자]

#임기 만료 다가온 파웰 연준 의장
  차기 의장감으로 ‘여성 의장’ 유력
#최대 관심사는 양적완화 연장
  국채 매입 대폭 확대할 가능성
  금융감독규제는 강화될 전망
#對中 견제는 기술분쟁+금융분쟁
  환율, 디지털화폐, 회계투명성 대상
#한은도 대출업무 활성화 검토 필요
  중국식 디지털화페 모델은 위험

미국 연준(Fed)은 7인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2017년 11월부터 지금까지 3년째 2명이 공석이다. 그중 임명절차가 진행돼온 주디 셸턴(Judy Shelton)은 자격미달 시비 끝에 며칠 전 사전투표에서 임명안이 부결되었다. 다른 후보의 장래도 불투명하다.
따라서 바이든은 2021년에 현재 공석인 2명, 2022년에는 임기가 끝나는 3명의 위원을 각각 임명해야 한다. 어떤 사람으로 채울지는 불확실하지만, 양적 완화를 적극 지지하는 현대화폐이론(MMT)의 추종자가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내 진보세력의 협조를 얻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스테파니 켈튼(Stephanie Kelton) 교수(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가 상당히 유력한 후보다. 2017년 스텐리 피셔 부의장이 퇴임한 이후 연준 위원 중에는 뉴욕 출신이 없다. 연준 위원을 지명할 때는 지역 대표성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파웰 의장이 물러나면 ‘여성 의장’ 유력

가장 큰 관심은 2022년 2월 임기가 끝나는 파웰 의장의 거취다.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돼 연임 가능성은 낮지만 코로나19 위기를 돌파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는 게 또 다른 변수다. 내년 1월 대통령 취임식 전에 파월 의장이 바이든에게 어떤 경기부양 아이디어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파월이 물러날 경우 가장 강력한 차기 의장 감으로는 레이얼 브레이나드(Lael Brainard, 여성, 58세·사진)가 손꼽힌다. 재무부 관료 출신인 그는 2014년부터 연준 평위원으로 근무해 조직에 대한 이해와 장악력이 높다. 역대 의장 가운데 버냉키, 옐렌, 파월 등도 평위원으로 활동하며 ‘의장 수업’을 한 적이 있다.

브레이나드가 연준 의장에 발탁되면, 부통령(카멀라 해리스)에 이어 재무장관(재닛 옐런),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세실리아 라우스 프린스턴대 교수)과 함께 바이든 행정부의 여성 파워를 상징할 것이다. 브레이나드는 오바마 대통령 때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을 지냈고, 연준에서도 국제협력 분야를 맡아왔다. 그래서 미국에 파견된 각국 외교사절이나 중앙은행 인사들과 교분이 두텁다. 그녀의 남편 커트 켐벨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동아태 담당 국무부 차관보를 역임한 바 있다.

통화정책은 완화, 금융규제는 강화

바이든 시대의 최대 관심사는 코로나19 이후 실시된 임시 프로그램들이 연장되느냐 여부다. 지난 3월 국가비상사태 선포 직후 연준은 CPFF, PMCCF, SMCCF, TALF, MSLP, PPPLF, MLF 등 영리기업에 대한 다양한 자금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했는데, 이중 CPFF(내년 3월 만료)를 제외한 나머지는 올 연말에 종료된다.
2010년 개정된 연준법에 따라 연준은 영리기업 여신을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다. 반드시 재무장관과 협의해야 한다. (연준법 제13조(3) (B))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 프로그램의 재연장 중지와 미집행 자금의 회수까지 이미 발표했다. 따라서 여신 절벽(lending cliff) 사태는 불가피하다. 2012년 말의 재정 절벽(fiscal cliff) 때처럼 경제가 냉각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묘수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파월 의장은 변호사 출신인 만큼 법률을 활용해 모험을 할 수 있다. 즉 연준이 일단 상업은행들에게 90일 만기로 신용대출을 하고, 상업은행들이 영리기업에 대출하는 전대(轉貸)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연준법상 신용대출 최장 만기는 90일이다) 90일 이내에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고 그 뒤 연준이 전대를 회수하면 그만이다. 그러면 파월의 연임 가능성은 높아진다.

다만 연임의 걸림돌도 있다. 금융감독정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제정된 도드-프랭크법의 상당부분은 연준 규정(법 시행령)을 통해 집행되는데, 파월 의장 주도 아래 관련 규정이 계속 완화되어 왔다. 바이든과 협력관계에 있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그 점을 지속적으로 비판해왔고,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월가에 대한 금융감독규제를 계속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차기 연준 의장감으로 손꼽히는 브레이나드는 파월과 달리 그동안 규제완화에 반대해왔다.

양적완화, 국채 매입 확대 방식이 될 듯

바이든 시대에도 금리조절 등 통화정책은 외견상 큰 변화를 꾀하기 어렵다. 그러나 현재 교착상태에 있는 ‘코로나 부양안’이 타결되고 내년 7월까지 국가부채한도가 증액되면 국채 수익률 안정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내릴 수도 있다.

가장 유력한 것은 양적완화다. 제1차(2009년 3월~2010년 3월), 제2차(2010년 11월~2011년 6월) 양적완화 당시엔 연준이 국채의 매입총액을 선언했다. (fixed-size program)
그에 비해 제3차(2012년 9월~2014년 10월) 시기에는 종료시점을 정해 놓지 않고 국채를 매월 지속적으로 사들였다. (open-ended program)  연준 내부에서는 제3차 때의 경기부양 효과가 더 컸다고 평가한다. 그러므로 미국에서 제4차 양적완화가 시작된다면, 일본은행처럼 국채를 매월 꾸준히 사들이는 방식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만기별 금리 목표를 미리 밝히는 방법도 가능하다. 연준은 과거 1942~1951년(10년물, 연2.5%), 1942~1947년(3개월물, 연 0.375%)에도 만기별 금리목표를 밝히고 무제한 매입했다. 그때는 재무부의 압력에 따라 억지로 그랬는데, 금년 초 연준이 은밀하게 그때의 불유쾌한 경험을 짚었다. 중국이 만약 미중 분쟁의 대결수단으로 미국 국채를 투매하고, 국채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연준은 ‘수익률 곡선 정책’ (yield curve policy) 이라는 이름까지 벌써 준비해 놨다. 벤 버냉키 시절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에 비해 훨씬 더 과감하게 국채를 사들일 수 있다는 뜻이다.

미중 간 기술분쟁 이어 금융분쟁 본격화

장차 미국이 국가채무를 얼마까지 늘리든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은 하락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MMT의 핵심 가정이다) 2011년 8월 국가채무 증가를 이유로 S&P사가 미국 국채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조정했다가 된서리를 맞고 사장이 경질된 바 있다. 그 후 미국의 국가채무비율은 훨씬 더 뜀박질했지만,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은 미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 경제에 대한 국제금융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이미 달러화 약세가 서서히 진행 중이다. 그런 만큼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여름처럼 중국을 또 다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기는 어렵다. 금년 1월 환율조작국 해제 이후 위안화 가치는 꾸준히 상승해 왔다.
미국으로선 외환보유고가 3조 달러를 넘는 중국의 동향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미국 국채의 4분의 1은 연준, 3분의 1은 외국이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외국인 투자자 1위 자리가 2019년 6월 중국에서 일본으로 바뀌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자 중국이 눈에 띄지 않게 미국 국채매입 속도를 늦춘 결과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추세의 가속화까지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대중국 견제가 환율조작국 지정, 무역분쟁, 기술분쟁으로 전개되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중 갈등은 불가피하겠지만, 그 양상은 달라질 것이다. 환율조작국 지정과 무역분쟁은 주춤하고 기술분쟁은 계속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거기에 금융분쟁이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기업들의 회계투명성 부족 등을 이유로 미국 증시에서 중국계 기업들을 퇴출시키는 방안이 본격화될 수 있다.

중국식 디지털화폐에 대한 압박도

또 다른 가능성은 중국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온 중국인민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불법화다. 잘 알려진 것처럼 중국인민은행은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맞추어 디지털화폐(CBDC)를 상용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 발권비용을 절감하는 목적 이외에 민간 지급수단인 알리페이를 국가 차원으로 흡수해 개인정보를 상세하게 파악하겠다는 의도를 깔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2018년 왕롄청산공사(網聯清算有限公司, NUCC)를 설립하고 개인들의 신용카드 사용 정보를 집중시켰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에서 볼 때, 이런 식의 정부개입은 자유민주주의의 중대한 위협 요소다. 따라서 미국 재무부와 연준이 나서서 BIS(국제결제은행) 등 국제금융기구를 설득한 뒤 디지털화폐나 전자지급수단에 관한 국제기준을 제정할 가능성이 있다. 즉 개인정보에 관한 국가의 접근을 제한하고 그 기준을 충족하지 않을 경우 중국의 지급수단들을 국제사회에서 보이콧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금산분리 원칙의 확대다. 이미 미국 의회는 페이스북의 리브라 사업, 즉, 지급결제사업을 견제하고 있다. SNS나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금융업까지 진출하여 금융감독당국이 통제할 수 없는 금융독점기업으로 팽창하는데 대한 공포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계 핀테크들의 금융업 진출도 규제해야 한다. 주식소유 뿐만 아니라 사업영역에서도 금산분리 원칙을 적용해 가는 것이다. 그런 방향에 관해서는 유럽연합(EU) 국가들도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 패권을 지키려는 미국은 중국의 디지털화폐와 위안화 국제화를 집요하게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검토해야 할 세 가지 문제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 일본은행 등이 영리기업의 회사채도 매입하는 것에 비해 미 연준은 국채 중심의 공개시장조작만 고집해 왔다. 그런데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정책적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즉 상업은행들의 회사채·CP 매입이나 중소기업 여신실적에 비례해 연준이 은행에 직접 저금리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다. 다만 연준의 담보대출은 만기가 4개월로 제한돼 있어 이를 1년 이상으로 조정해야 한다.
국채 중심의 공개시장조작에 비해서 중앙은행 대출은 실물경제와 통화정책 간의 연계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한국은행의 여신이 그러하다. 이런 현상들은 우리에게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1 한은의 대출 활성화와 한은-산은 합병 검토
첫째, 한국은행의 대출업무 활성화다. 1970년대에 풍미했던 통화주의의 영향으로 공개시장 조작이 대출보다 우월한 정책수단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그런데 미 연준이 고용안정을 이유로 대출을 확대하면, 한은 역시 대출 규모나 대출 방식을 개선할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과 산업은행의 합병 가능성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한국은 미국의 영향으로 중앙은행의 여신만기가 1년 미만으로 엄격하게 제한돼왔다. 중앙은행과 개발기관의 업무영역을 구분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여신만기가 1년 이상으로 확장될 경우, 그 경계가 흐려지면서 중앙은행이 설비투자자금까지 공급할 수 있다는 논리가 제공된다.

#2 원화 강세와 내수 확대, 기업투자 활성화 
둘째, 미 달러화 약세에 따른 원화가치의 동향이다. 달러화에 비해 유로화가 강세일 경우 경기가 둔화되기 때문에 유럽중앙은행은 다각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결국 코로나19 위기를 상대적으로 잘 극복한 중국, 한국, 일본의 통화가치가 상당기간 고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상대적으로 경제가 견실했던 스위스와 일본이 그랬던 것과 비슷하다.
그러므로 2021년 우리 경제는 수출보다 내수를 진작하는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시장으로 돈이 쏠리는 것을 억제하되, 기업 투자의욕을 북돋아주는 것이 향후 1~2년간 최대 경제현안이 될 것이다.

한국은행과 한국투자공사(KIC)의 해외투자는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일본의 중앙은행은 이미 자국 국채의 4분의 1, 2분의 1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양적완화가 계속되면 그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중앙은행 때문에 시장금리(채권가격)가 사실상 ‘관제 금리’로 변질되고 국채 거래량도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미·일 국채에 투자할 유인이 낮다. 다른 나라 채권을 매입하거나 유로화 지역 등으로 투자처를 다변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3 사모펀드, 디지털금융은 규제 수위 다르게
셋째, 미국이 금융규제를 다시 강화할 경우 그에 맞춰 국내의 감독정책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사모펀드 규제완화에 그 원인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금융규제가 강화되었듯이 사모펀드 부도사태가 터진 마당에 금융규제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금융에 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는 요즘 중국의 왕롄청산공사를 모델로 삼아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해 디지털금융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려고 한다. 우리나라가 세계 유일의 중국식 모델을 좇아가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차현진 필자

금융전문가. 서울대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유펜) 와튼스쿨에서 공부했다. 대통령비서실, 미주개발은행(IDB)에서 일했으며 한국은행 워싱턴사무소장, 기획협력국장, 금융결제국장, 부산본부장을 거쳤다. 저서로는 <애고니스트의 중앙은행론>, <숫자 없는 경제학>, <금융오디세이>, <중앙은행 별곡>, <법으로 본 한국은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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