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종욱(1945~2006년) 전 WHO 사무총장을 기리는 <제2회 이종욱 기념 포럼>이 지난 19일 오후 열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연대와 협력’을 주제로 개최한 이날 포럼에서 보건복지부 산하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의 성백린 단장(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은 ‘COVID-19 vaccine: 개발현황과 미래전망’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성 단장은 보건복지부 지정 백신개발센터인 면역백신기반기술개발센터장 등을 역임한 백신 개발 전문가다.
<피렌체의 식탁>은 백신 개발·생산이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이날 성 단장의 강연 내용을 요약 정리했다. 성 단장은 김염병으로 불리는 바이러스 질환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백신임을 강조한 뒤 백신 개발의 역사와 함께 최근 시판을 앞둔 코로나19 백신의 현황 등을 소개했다. 성 단장은 백신 개발의 역사가 서구에 비해 오래지 않은 국내 상황에서 외국 제약사와 비교했을 때 한국 단독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쉽지 않겠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비교우위에 있는 백신 생산시설 덕에 향후 백신 확보 경쟁에선 유리한 위치에 설 것으로 기대했다. [편집자]

#백신, 바이러스 질환 예방
  18세기 천연두 백신이 시초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관건
  백신 개발 통상 10~15년 걸려
#백신 개발 역사 새로 쓰는 중
  제약사들, 면책조항 요구
#한국, 서구 비해 개발 취약하나
   생산시설 우위 덕에 만회 가능

오늘 <제2회 이종욱 기념 포럼>에 강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관계자 여러분께 큰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코로나19 백신의 국내외 개발 현황과 수입 전략을 비롯해 전반적인 코로나19 백신 상황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백신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21세기 첫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백신을 어떻게 개발을 해야 될 것인지, 나아가 현재 한국은 어떤 상황에 있는지,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의 상황은 어떻게 될 것인지 간략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치사율 약 30% 천연두, 백신이 잡았다

먼저 백신(vaccine)은 인류를 감염성 질환, 즉 바이러스 질환으로부터 보호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인류가 개발한 백신 가운데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은 천연두 백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천연두는 역사적으로 이집트의 파라오 람세스 5세 시대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에서 수차례 반복한 바이러스 질환이었습니다. 치사율이 약 30%에 달했는데 한국에서는 ‘마마’나 ‘수두병’으로 불렸습니다.

인류에게 고통을 안겨줬던 천연두는 영국의 의사 에드워드 제너(1749~1823년) 덕에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제너는 소젖을 짜는 소녀들이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에 착안해 1796년 종두법이라는 천연두 예방법을 만들어냈습니다. 소젖을 짜는 소녀들이 소가 걸리는 우두라는 병에 걸리곤 하는데 그 병을 앓았던 소녀들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 것을 보고 이를 연구한 끝에 우두 발진에서 나온 물질이 천연두에 면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우두바이러스는 천연두 바이러스와 같은 과에 속하는 '두'바이러스였고 에드워드 제너는 라틴어로 암소를 뜻하는 ‘vacca’라는 어근을 따와 백신이라고 이를 명명합니다.

천연두 백신은 이후 의료계와 과학계에서 연구와 개발을 거듭했고 이런 노력 끝에 천연두는 북아메리카에서 1952년, 유럽에서 1953년, 아시아에서 1975년에 박멸되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천연두가 남아있던 아프리카에서도 1977년에 박멸되어 전 세계에서 천연두의 자연적인 발생이 종식됐습니다. WHO에서는 1977년도에 천연두 종식을 선언했습니다. 제너가 천연두 백신을 만든 때로부터 약 200년 만에 천연두 바이러스 질환은 사라지게 된 것이죠.

천연두에 이어 전 세계적으로 박멸을 앞두고 있는 바이러스 질환으로는 회백척수염(polio)이라 불리는 소아마비가 있습니다. 20세기 들어 알버트 사빈(1906~1993년), 조나스 소크(1914~1995년) 같은 유명한 백신 과학자들이 만든 백신에 의해서 소아마비 예방접종이 실시되고 있고 현재 근절을 앞두고 있습니다.

[caption id="attachment_12387" align="aligncenter" width="342"] 성백린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장[/caption]

문제는 아직도 많은 바이러스들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데 백신은 개발 과정에서 인원과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많이 든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가장 최근에 개발된 로타바이러스(Rotavirus) 장염을 예방했던 백신은 임상시험 과정에서 전 세계적으로 7만5000명이 참여했습니다. 로타바이러스 장염은 영유아 설사병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21세기 초반 최대 위협으로 꼽히는 코로나19는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가 원인입니다. 이는 RNA바이러스에 속합니다. RNA는 리보핵산(RiboNucleic Acid, RNA)을 뜻하며 흔히 유행성 독감으로 불리는 인플루엔자(influenza)와는 대비되는 새로운 유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코로나19의 원조는 2002년도에 유행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이라 불렸던 사스(SARS)입니다.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유행했던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사촌 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장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문제지만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는 '메르스 코로나2'가 생길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해도 다른 바이러스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합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원칙과 충돌하는 상황

지금 현재 코로나19의 경우는 최소 3만 명 내지 4만 명에 대해 임상 결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난 10여 년 동안 코로나 외에도 굉장히 다양한 바이러스들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WHO는 향후 10년, 20년 동안 우리 인류을 위협할 수 있는 바이러스 10개를 선정했습니다. 이와 같은 바이러스에 대해서 백신을 쉽게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을 독려해왔습니다. 그래서 WHO가 3년 전 소위 '블루프린트 리스트'라고 하는 10개의 질병 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그 3년 사이에 질병 리스트 10개 중의 하나인 코로나바이러스가 지금 인류 전체에 퍼지게 된 상황입니다.

기본적인 백신을 개발하는 과정에는 다음과 같은 프로토콜이 있습니다. 이 프로토콜을 간단히 말씀 드리자면 3i원칙(three ‘i’ principle)이라는 게 있습니다. 먼저 바이러스를 분리(isolation) 하고 그것을 불활성화(inactivation) 한 뒤 주사(inject)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모든 백신을 개발하는 기본적인 패러다임(paradigm)입니다. 문제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를 다루는 동안에 사람이 감염되면 안 되니까 우주선 같은 밀폐 성능을 구현한 차단 시설과 방역복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코로나19 같은 상황에서 이런 방법의 백신 개발을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전 세계 유행병이라는 팬데믹에 맞서 좀 더 빠르고 신속하게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 가능한 백신을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이슈가 되었습니다. 특히 현재 코로나 백신 개발의 최우선 목표 순위는 '최단기간 내 개발'입니다. 코로나19의 확산 속도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백신은 신체에 안전해야 됩니다. 신체에 무해하고 바이러스 면역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굉장히 까다로운 인허가 과정을 거칩니다. 백신 개발에 최소 10~15년이 걸리는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코로나19의 경우에서는 각국에서 신속하게 개발하라는 모순된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백신의 안정성을 위해 까다로운 인허가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너무나 당연한데 신속성을 강조하는 건  자기모순적(self-contradictory)인 요구입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를 잘 모릅니다. 백신으로 만들어지는 항체라고 하는 것이 정말 우리를 보호해줄지, 이것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개발하고 있습니다. 즉 많은 불확실성 속에서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접종해야 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이 백신은 무조건 안전해야 된다는 가이드라인만 있습니다.

즉 안전한 백신을 신속하게 개발해야 됩니다. 그래서인지 백신 개발 플랫폼 가운데 가장 안전하다고 알려진 플랫폼을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 백신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는 ‘mRNA백신’, ‘벡터형 백신’ 이런 것들입니다. ‘mRNA’백신은 전체 균주를 주입하는 기존 백신과 달리 유전물질인 리보핵산 중 하나인 mRNA를 활용해 만드는 백신입니다. ‘벡터형 백신’은 바이러스와 균을 실어 나르는 안전한 용기(容器)인 ‘벡터’에 인체에 유효한 유전자만 담아 인체에 투여하는 원리로 만드는 백신입니다. 백신 개발의 '3i 원칙'은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문제는 아무리 안전한 방법을 쓴다 하더라도 바이러스가 가지는 특성 탓에 안전성을 100%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점입니다. 백신을 만들면 항체가 중요합니다. 항체가 바이러스를 죽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항체에 따라서는 바이러스를 죽이지 못하는 항체도 있습니다. 오히려 바이러스를 죽이지 못하고 바이러스가 우리 몸속에 들어오는 것을 도와줘서 감염을 촉진시키는 아주 나쁜 선례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2002년도에 사스가 유행하던 당시 백신 개발을 위해 동물 실험을 했을 때 얻었던 결과 중 하나인데, 이상하게도 사스 백신을 맞고서 오히려 중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아직까지 사스의 사촌 격인 코로나19의 경우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그와 같은 부작용은 발견되진 않았습니다. 무척 다행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것은 임상 실험 중에 계속 모니터링을 해야 될 부분입니다.

환자가 적을수록 백신 개발에 불리

이런 일에 대비하기 위해서 정부는 지난 4월부터 소위 범정부 지원단을 조직해서 거의 한 달에 두 번씩 정기적으로 전문가 회의를 거쳐서 지금까지 백신 개발 대책을 마련해오고 있습니다. 신속한 백신 개발에 필요한 여러 가지 법적 근거도 마련하고 있고, 그래서 범정부 지원단 말고 또 아래쪽에 총괄위원회가 있고 그 아래 단계에 백신 위원회, 치료제 위원회가 있습니다. 거의 일주일에 2~3번 이상 관련 회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백신 실험과 개발에 있어서 가장 걸림돌이 되는 건 역설적으로 환자가 적다는 지점입니다. 한국의 K방역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성공적이다 보니 환자가 적습니다. 환자가 충분해야지 백신 개발을 위한 의미 있는 데이터를 구할 수가 있는데 오히려 방역을 너무 잘하다 보니 백신 실험-개발의 걸림돌이 되어 버렸습니다. 거기다가 우리나라에서 지금 연구지원 인프라도 굉장히 부족합니다. 전문 의료진이 부족하고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 수탁기관도 경험이 부족합니다. 이와 같은 다양한 문제점들을 안고 있습니다.

그리고 병원 현장에서 인식과 경험도 부족해서 백신 실험-개발 참여에 소극적입니다. 결국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을 하려면 다른 나라와 공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국내에서 개발 중인 백신도 있지만 이와 같은 어려움 때문에 세계 최초의 코로나19 백신은 국내에서 나오진 않을 확률이 아직은 높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해외에 있는 백신을 우리가 우선적으로 구매해 확보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백신의 경우에는 전 세계가 공공재라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모든 나라가 감염성 질환에 대해 동등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의 경우에도 백신 공동구매 배분을 위한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라는 국제 협력체가 가동되고 있습니다.

코백스 퍼실리티통해 코로나19 백신 구매

19일 현재 전 세계 87개국이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백신을 구매하기로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한국도 지난 10월 초에 선구매를 위해서 수백 억원에 해당되는 선금을 이미 납부한 상황입니다.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서는 인구의 20%까지 접종할 수 있는 접종 물량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 명이라고 하면 1000만 명에 해당되는 백신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 근데 20%만 가지고는 부족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접종하기 위해 추가적인 백신이 필요한데 약 2000만 명에 해당하는 물량의 백신을 정부가 직접 협상을 통해 구매하려는 과정이 진행 중입니다.

‘코백스 퍼실리티’의 대상이 되는 백신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특히 임상 3상에 들어가있는 백신이 다섯 종류가 포함되어 있는데 어느 백신이 가장 효과적일지 현시점에서는 아직 잘 모릅니다. 따라서 위험 분산을 위해서 하나의 백신만을 수입하는 것보다는 가능한 한 플랫폼이 다른 두세 가지 이상에 해당되는 기업과 종류 별로 획득하자는 것이 정부의 기본 정책입니다.

우리나라는 즉시 접종보다는 우선 비축을 먼저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물론 신속한 접종도 필요하겠지만 어느 누구도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가 너무 섣불리 접종을 했다가 실제적으로 낭패를 당할 수도 있어서입니다. 다른 나라의 상황을 빨리빨리 확인해서 가장 안전한 방법이 무엇이냐를 신중히 판단한 다음 접종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다양한 백신을 수입할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떤 백신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냐?’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무조건 백신의 안전성이 최우선입니다. 그다음이 효과입니다. 거기다가 백신을 한번 맞고도 항체가 형성될 수가 있냐? 아니면 두 번 접종이 필요한가? 이런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가격도 중요합니다. 어떤 것은 도스 하나 당 3달러이고, 어떤 것은 30달러짜리도 있습니다. 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예산 규모도 중요합니다. 백신 플랫폼마다 공급이 가능한 시기도 다릅니다. 시기도 결정해야 될 것이고 구매조건 이런 것들이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한국은 백신 생산 우위, 물량 확보 유리

여기에다 백신 구매를 한 다음, 혹시 백신에 의해서 사고가 난 경우, 백신을 공급하는 모든 회사들은 면책조항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단 유사시 비용이나 법적인 문제,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구매를 한 정부가 책임을 지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에게뿐만 아니라 모든 회사가 지금 구매를 원하는 국가들에게 이 같은 면책 조항을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모든 것을 고려해서 ‘어떤 백신을 가지고 우리가 접종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굉장히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고 전문가 회의가 지금 이런 부분에 대해서 일주일에 두 번, 세 번씩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우리 전체 인구의 60%를 커버 할 수 있는 백신을 원하고 있지만 사실 전문가들은 그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접종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최소 70%는 돼야 합니다. 왜 100%가 아니냐 하면 아직 전 세계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백신들은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임상 실험을 했습니다.

즉 18세 미만의 청소년이나 아이들에 대해서는 혹시라도 사고가 나면 안 되기 때문에 제외가 됐습니다. 따라서 현재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에서 나온 임상 데이터는 어린아이들에게는 적용될 수 없습니다. 우선적으로 18세 이상에 해당하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접종할 경우에 최대로 70% 접종이 가능하기 때문에 최소 70% 이상의 백신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백신 전문가들의 일반적 의견입니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것 말고도 해외에 있는 외국회사들이 자기들 백신을 우리나라에서 생산해 달라는 요청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임상이 진행 중인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해 달라는 위탁 생산 요청을 받아서 현재 진행 중입니다. 아래 그림은 각종 백신의 개발 타임라인 현황입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업체들의 백신 생산시설 퀄리티는 국제적으로 굉장히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미국의 노바백스라는 회사에서 진행된 단백질 백신의 경우는 그냥 위탁 생산뿐만 아니라 아예 공동 개발까지 같이 하자는 말을 들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위탁생산(CMO), 위탁개발(CDO)을 합친 의약품위탁개발생산(CDMO)까지 지금 국내에서 진행 중입니다. 외국에서 개발한 백신을 국내에서 생산할 경우 아무래도 그 생산을 맡긴 회사와 우리나라 정부가 협상할 때, 가격경쟁력이나 구매조건에서 좀 더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회사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백신 수입이 쉬워질 것이라 예상합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판도 바꿔

코로나19 이후의 백신의 개발 전략은 굉장히 달라질 전망입니다. 일단 생산 속도가 빨라야 합니다. 현재 독감으로 불리는 인플루엔자의 백신을 생산할 때 유정란을 생산하면 6개월이 걸리고 세포 배양을 하면 4개월이 걸립니다.
이와 같은 기존의 백신 개발 패러다임을 넘어서 좀 더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는 DNA백신, RNA백신 등이 있습니다. 최근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는 모더나, 화이자 같은 외국 제약사가 RNA백신을 만드는 것입니다

또 벡터형 백신은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가 하는 것입니다. VLP백신은 바이러스와 똑같지만 그 속에 유전자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 자체는 우리 몸에 주사해도 감염되지 않는 데에 비해 이 모양 자체는 바이러스와 똑같이 생겼기 때문에 우리 몸에 주입했을 때에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항체 생성이 유도될 수 있습니다.

지금 코로나19의 변종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변종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 개발하는 백신으로 예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조금 더 지나면 지금 있는 백신이 소용없는 또 다른 바이러스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그때 변종 바이러스에 대해 또 백신을 개발하고 접종해야 합니다. 그것보다는 아예 하나의 백신으로 전에 있었던 변종, 앞으로 나올 변종은 모두 다 커버할 수 있는 소위 '유니버설 백신'을 만들자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실제로 인플루엔자 독감은 지난 10여 년 동안 이 같은 접근을 통해 유니버설 백신을 개발해왔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상시화되어 독감과 함께 동시에 유행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요즘에 거론되는 트윈데믹, 즉 두 개의 팬데믹에 동시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해야 되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그래서 WHO가 얘기하는 대로 향후 10~20년 동안 올 수 있는 굉장히 다양한 질병에 대해서 한국도 하루빨리 대처해야 되는 상황입니다.

영국은 백신 개발의 역사가 200년이나 됩니다. 제너가 200년 전에 천연두 백신을 개발했습니다. 이를 기리고자 영국 옥스퍼드대학에 제너연구소가 있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제너연구소를 중심으로 해서 만들어진 게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이고, 이것의 예상 가격은 약 4달러 정도로 다른 제약사의 백신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백신을 개발하려면 200년의 기술 축적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한국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200년 백신 개발의 역사를 20년으로 축약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바이러스 질환이 퍼질 때 우리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백신 개발 기술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영국에 에드워드 제너가 있었다면 우리에게는 고 이종욱 박사님이 계십니다. 우리의 대선배가 쌓아놓은 업적을 이어가며 향후 감염병과 싸울 수 있는 이와 같은 플랫폼을 이제라도 늦지 않게 구축해가는 것이 우리의 책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짧지 않은 강연을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성백린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장

1977년 서울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생물공학 석사를 마친 뒤 미국 MIT에서 생물학 박사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 생명시스템대학 생명공학과 교수이며 국제백신연구소 자문위원을 겸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면역백신기반기술개발센터 센터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