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가 이겼지만 미중 무역·기술전쟁, 특히 반도체전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반도체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등 거의 모든 첨단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요소다. 미국 정부는 이미 국가전략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은 미국 경제 번영과 국가안보의 원동력”이라고 규정했다. 바이든은 36년간 상원의원을 하면서 외교·국방 분야에서 주로 활약해왔다.
세계 반도체시장의 70%는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우위를 차지한 메모리 반도체는 30%에 그친다. 시스템 반도체업체는 다시 팹리스(fab-less)인 설계 전문기업과 그것을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foundry)로 분류된다. 삼성은 반도체의 설계, 제조, 판매를 모두 하는 IDM(종합반도체기업)이다.
반도체전쟁에서 주목받는 업체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1, 2위를 차지하는 TSMC(대만)와 삼성전자다. 하지만 기술 수준이나 인력 양성, 투자 규모로 볼 때 TSMC는 삼성전자를 압도한다. 파운드리 시장점유율만 봐도 세 배가량 높다. 삼성전자에게 TSMC는 과연 ‘넘사벽’일까?
<피렌체의 식탁>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권석준 책임연구원(공학박사)의 글을 싣는다. 권석준 필자는 이 글에서 삼성이 취해야 할 전략 가운데 최우선 과제로 파운드리 부문의 분사(分社)와 독립법인화를 손꼽는다. [편집자]

#1위 TSMC 아성에 도전하는 삼성
  초미세 공정 로드맵 놓고 경쟁 치열
#파운드리, 삼성전자와 팹 라인 공유
  수주 물량의 다양성·확장성에 한계
  분사하여 새로운 생태계 형성해야
#투자·인력·거래선에서 대부분 열세
  기술수준도 여전히 반 발짝 뒤져
  EUV 장비 보유로 보면 격차 더 확대
#TSMC는 기존의 3나노 공정에 집중
  新시장과 極초미세 공정 선점해야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앞으로도 업계 1, 2위인 TSMC와 삼성전자가 양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지만 TSMC가 50% 이상의 시장점유율과 팹리스-파운드리 생태계를 굳건하게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삼성전자가 IDM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당분간 파운드리를 분사하지 않는 상황에서, 삼성의 파운드리 부문은 과연 TSMC에 맞설 만한 길이 있을까?

TSMC의 굳건한 아성, 삼성의 도전

기본적으로 파운드리 사업은 삼성이 지금까지 메모리 사업 분야에서 큰 효과를 봤던 선행 기술 개발 및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치킨게임이 잘 통하지 않는 영역이다. 파운드리는 철저하게 B2B 사업이다. 그래서 사업전략상 팹리스 고객사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장기간 이어나가는 게 매우 중요하다. TSMC는 애플 같은 거대한 회사 외에도, AMD와 퀄컴의 최신 세대 칩의 위탁생산 물량을 선점해왔다. 여기에서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면서, 고객사들과 기술 로드맵을 공유하며 경쟁관계가 아닌 공생관계를 분명히 하고 있다. 후발 주자인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은 이런 측면에서 크게 불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나노(10억분의 1m) 이하의 공정에서 TSMC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함으로써 삼성전자도 나름의 고객 생태계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인텔이 IDM으로서의 정체성을 사실상 포기하고 TSMC에 6나노 공정 기반 CPU를 위탁 생산하기로 결정한 것과 별개로, 인텔은 삼성 파운드리와의 협력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열렸던 삼성의 SAFE (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 포럼에는 인텔의 수석 부사장이 ‘2025년까지 AI를 위한 100배 더 많은 컴퓨팅’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이는 인텔이 삼성 파운드리의 10나노 이하 공정 (주로 5나노 공정 타겟)을 기반으로 향후 수요가 폭증할 AI 프로세서 위탁 생산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럴 생각이 없었다면 애초 삼성이 주최하는 포럼에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엔비디아(NVIDIA, 비주얼 컴퓨팅 기술 분야의 세계적인 선도기업)가 최신 GPU인 RTX 30 시리즈에서 TSMC의 7나노 공정이 아니라 삼성의 8나노 공정을 선택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삼성의 8나노 공정의 트랜지스터 밀도가 1.5배 높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가격 경쟁력은 충분하다. 12인치 웨이퍼 기준으로 삼성은 TSMC보다 최소 30% 이상 저렴한 공정 단가를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엔비디아는 GPU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삼성의 8나노 공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의 첫 주문 물량은 최소 10억 달러를 넘었다. 구글 역시 삼성 파운드리에 스마트폰 센서용 복합 반도체 칩의 시험 생산을 맡겼다. 이를 통해 삼성은 거래 고객의 다양화와 더불어 CPU, GPU, AP, AI 칩(chip) 등 위탁 생산품의 다양화도 시도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삼성 파운드리가 고객사의 생태계 다양화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전략이 계속 유효할 경우, 삼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TSMC의 점유율을 조금씩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TSMC 고객사의 물량 수주라는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신규 시장 및 신규 제품, 그리고 품질/원가 경쟁력 확보라는 방식을 취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행보이다.

삼성 파운드리 分社가 필요한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 파운드리는 삼성전자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지 않는 한, 시장 점유율에서 유리천장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삼성 파운드리는 기본적으로 삼성전자의 팹 라인 일부를 공유하고 있으며, 설비뿐만 아니라 인력 재배치, 사업-사업 사이에 불명확한 구분선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많은 고객사들에게 100% 신뢰할 수 있는 비즈니스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또한 파운드리 부문이 삼성전자의 그늘 아래 계속 머물러 있을 경우, 수주 가능 물량의 다양성/확장성에도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로직이나 메모리 반도체 말고도, 전력 반도체나 IoT용 반도체, 그리고 아날로그 반도체의 파운드리는 당분간 진입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한 과거 인텔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던 CPU 위주의 SW 시장이나 컴퓨팅 시장 역시, 고객 니즈가 AI, 클라우드 컴퓨팅, 대용량 데이터 서버, 자율주행차용 마이크로 콘트롤러 등으로 다양화됨에 따라 고객사가 원하는 기능에 1대1로 직접 대응할 수 있는 특화된 프로세서 제작의 수요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자사의 대용량 데이터센터에 특화된 CPU를 제작하기 위해 이미 ARM ISA 기반으로 CPU나 AI 프로세서를 설계하고 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차 성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더 많은 이미지 센서와 레이더를 장착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이에 맞춰 AI 프로세서를 설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 대형 업체들이 각자 용도에 맞는 특화된 프로세서를 설계까지 한다면, 당연히 다품종 소량 생산을 고품질로 해줄 수 있는 믿을만한 파운드리 업체가 필요하다.

물론 TSMC도 이런 수요에 대응하겠지만, 이미 기존 고객들의 생태계가 강고하기 때문에 캐파(capacity)의 한계는 명확히 존재한다. 역으로 아직 고객 생태계가 강건하게 형성되지 않은 삼성 파운드리 입장에서는 더 유연성 있게 대응할 소지가 충분하다. 이 분야, 즉 고객사들 입맛을 정확히 타겟팅하는 커스터마이징 프로세서 제조에 대한 파운드리 시장은 이제 본격적으로 문이 열리고 있다. 삼성의 풍부한 자금력과 그간의 공정 노하우가 뒷받침된다면 신규 시장에 대한 진입 그리고 확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파운드리 분사는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파운드리 독립법인을 세우면 고객사들은 물론, 고객사-파운드리를 이어주는 가교(架橋) 업체들과의 생태계 형성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커스터마이징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마블(Marvell, 미국 반도체기업) 등이 그런 업체에 해당된다. ARM의 RISC ISA core 설계 라이센싱 비용에 점차 질려가고 있는 고객사들을 타겟으로, 오픈소스인 RISC-V 기반으로 설계된 5나노급 초미세 공정을 개발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투자, 인력, 거래선에서 대부분 열세

넉 달 전인 지난 7월, 일본 경제매체인 ‘닛케이 아시안 리뷰’는 대만 TSMC의 창업주이자 전직 회장인 모리스 창 (Morris Chang, 중국 이름 張忠謀) 과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다. 올해 89세인 모리스 창은 미국 MIT에서 학사·석사 학위 취득 후, 스탠포드대학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TSMC 창업 전에는, 미국 반도체업체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Texas Instruments, TI)의 기술개발 부서에서 1958년부터 25년간 근무하며 부사장까지 승진했다. 1987년 대만에 돌아와 TMSC를 설립한 후, 모리스 창은 2018년까지 31년간 회장으로 일하며 TSMC를 세계 최대, 세계 최고의 파운드리 업체로 키워냈다. 가히 대만 재계의 신화적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모리스 창이 TSMC의 기술력에 자신감을 보이며 “삼성전자가 TSMC의 파운드리 아성을 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TSMC는 2018년 대만 남부 타이난시 사이언스파크에 약 400억 달러 규모의 신규 생산라인 건설에 착수해 2020년 현재, 애플의 신형 아이폰에 장착될 AP칩을 위한 5나노급 반도체 칩을 독점적으로 양산하고 있다.

TSMC는 타이난 공장의 양산을 통해, 2022년까지 3나노급 차세대 아이폰용 AP칩을 양산하여 초미세 패터닝 공정에서의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TSMC는 글로벌 1위라는 명성에 걸맞게 R&D 투자 비중을 높이면서 고객 맞춤형 서비스 능력을 확대해왔다.

2020년 2분기 기준,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1.5%, 한국의 삼성전자가 18.8%, 미국의 글로벌 파운드리(Global Foundry)가 7.4%, 대만의 UMC가 7.3%를 차지하고 있다. 3분기에는 TSMC 53.9%, 삼성전자 17.3%로 차이가 더 벌어졌다. 두 회사가 대략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해 글로벌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첨단 모바일 AP 칩, 시스템 로직 반도체 등에 필요한 10나노 이하급 초미세 패터닝 공정을 가동할 수 있는 회사는 TSMC, 삼성전자 밖에 없다. 즉, 두 회사는 차세대 반도체 칩 분야에서 앞으로 숙명의 라이벌이 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요즘 TSMC가 압도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위 그림 참조)
애플 같은 독점적 생태계를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 업체와의 오랜 파트너십은 물론,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쪽 파운드리 물량을 대부분 소화해왔다. 또한 초미세 패터닝 기술의 로드맵 상에서도 TSMC는 삼성전자에 반 발짝씩 앞서왔다.

현재는 5나노급 반도체 칩 양산이 최신 공정 기술이지만, 그 이후 3나노급, 2나노급에 대해서도 TSMC는 2~3년 안에 양산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에 대응해 삼성전자는 향후 10년간 (2020년대 내내) 매년 100억 달러 이상, 총 1160억 달러(약 129조원) 규모의 투자를 일으킬 계획이다. 그 중 800억 달러 이상을 차세대 반도체 공정 연구 개발에, 110억 달러 이상을 설비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동시에 총 1만5000명 이상의 반도체 설계·제조 엔지니어를 고용한다는 구상과 함께 거래선 다변화 계획도 세우고 있다. 특히, 선행 공정 기술과 관련해선 EUV (extreme ultraviolet, 극자외선) 리소그래피 공정에 투자를 집중한다는 복안을 밝혔다.

결국 2020년대 이후의 차세대 초미세 공정 기반의 반도체 제조업, 특히 파운드리 산업은 TSMC와 삼성전자의 경쟁 구도로 짜여질 것으로 보인다. 고성능, 저전력, 고(高)신뢰도, 다기능을 갖는 첨단 시스템 반도체 칩의 생산 역시 두 회사에 점차 의존하게 될 것이어서 글로벌 시장 역시 양사의 파운드리 기술력에 따라 판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 글에서는 TSMC와 삼성전자 사이의 초미세 파운드리 제조 공정 기술 경쟁, 향후 반도체 제조 공정 기술의 로드맵과 산업 재편 구도, 그리고 차세대 파운드리 기술력의 승패를 가늠할 핵심 기술을 살펴볼 것이다.

초미세 공정 로드맵 놓고 경쟁 치열

#TSMC: 연간 투자 150억 달러, 채용 4000명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 TSMC의 사훈이다. 즉, 철저하게 파운드리에만 집중해 팹리스(fabless, 설계·개발 전문업체) 고객사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이른바 ‘슈퍼 을(乙)’ 포지션을 지향하며 1987년 창업 이래 사업을 영위해 오고 있다. TSMC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41조5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3.7% 증가) 그런데 영업이익률은 무려 34.8%나 돼 반도체 업계에서도 최상위 수준을 자랑한다. TSMC의 영업이익률은 앞으로도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한 자릿수 나노 공정 (7나노 공정 제품)의 판매 비중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TSMC의 전체 파운드리 공정 중, 7나노 공정 출하 비중은 2019년 기준으로 1분기 22%, 2분기 21%, 3분기 27%, 4분기 35%로 높아졌다.
TSMC는 현재 양산 중인 EUV 기반 7나노 공정을 통해 애플, 화웨이, AMD 등 다양한 글로벌 반도체 회사의 제품을 위탁 생산하고 있다. 이로부터 창출되는 엄청난 이익을 다시 차세대 공정인 5나노 공정 양산, 3나노 공정 개발, 2나노 공정 기술 탐색 등에 투자하는데 그 금액이 연간 150억 달러를 넘는다. 특히, 3나노 공정 제조 노드 개발을 위해 연간 4000명이 넘는 설계 및 공정 엔지니어를 추가로 고용할 계획이다.

위 그림에서 보듯, TSMC가 추진해온 파운드리 사업 부문의 주요 로드맵과 이벤트는 다음과 같다.
2020년 1월, TSMC는 미국 CPU 업체인 AMD Zen3 코어에 대해 EUV 기반 7나노 공정 생산 방식으로 모든 주문을 따냈다. 이어 2020년 1분기에는 6나노 공정 제품의 시험 생산을 완료했으며, 2020년 2~3분기에는 5나노 공정 제품의 시험 생산도 마쳤다.
2020년 5월에는 세계 최초로 7나노 공정 기반 AI 추론 엔진을 탑재한 자동차 설계 지원 플랫폼 (ADEP)을 고객사에 제공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2019년 10월, 삼성전자가 8나노 공정 기반 차량용 파운드리 플랫폼을 공개한 것보다 한 발 앞선 것이다.
2020년 6월, 네덜란드의 차량용 반도체 업체 NXP (필립스로부터 분사된 회사)는 차세대 고성능 자동차 플랫폼용 시스템-온-칩 (SoC) 제조에 TSMC의 5나노 공정 기술을 적용해 2021년 시험 생산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NXP의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는 자율주행, 첨단 네트워킹, 하이브리드 추진 제어, 차내 데이터 제어 등 다방면에서의 성능 개선을 목표로 한다.
2020년 2월, TSMC는 ST 마이크로와 협력하여 질화갈륨(GaN) 기반의 차세대 반도체 양산 기술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GaN은 차세대 반도체 신소재 중 하나로서, 특히 고열 안정성과 빠른 신호처리 속도의 특성을 갖고 있어 전력 반도체, 전기 자동차용 MCU 등 다양한 산업용 반도체로 각광받고 있다. 다만 실리콘에 비해 제작 공정의 난이도가 높으며, 양산 공정 비용이 높다.


#애플, TSMC 단골 고객이 된 이유는?

2020년 TSMC는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EUV 리소그래피 장비 독점 공급업체인 네덜란드의 ASML로부터 연간 20대 이상의 장비를 구매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TSMC의 오랜 파트너 회사인 애플은 자사의 아이폰12에 들어가는 모바일 AP칩인 A14를 TSMC의 5나노 공정으로 제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참고로 애플의 아이폰11에 들어갔던 모바일 AP인 AP13 칩은 TSMC의 7나노 공정으로 제조됐다. 애플의 A14에 들어갈 TSMC의 5나노 공정은 A13의 7나노 공정에 비해 전력소비를 30% 줄이고, 성능은 15% 향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의 요구 조건은 전력소비 감축보다 성능 향상이 우선순위이기 때문에, TSMC는 5나노 공정의 수율 확보에 주안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애플은 TSMC의 업그레이드된 5나노 공정인 N5P 공정으로 2021년 3분기에 차세대 아이폰 (아이폰13 시리즈)에 들어갈 A15 바이오닉 AP를 생산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2022년 이후, 아이폰 14, 15 시리즈에 투입될 AP용으로 TSMC의 2나노 공정 기술이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TSMC는 2021년 하반기에 3나노 공정 기반 제품의 시험 생산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TSMC는 3나노 공정 기술 개발에 총 61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9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미국 주도의 대중국 (특히 화웨이 생태계) 기술·무역 제재로 인해, TSMC는 그간 거래해왔던 화웨이의 CPU와 AP 칩 등을 제조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그럼에도 매출이나 시장 지배력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TSMC는 미국 정부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화웨이와의 거래 관계를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그와 동시에 지난해 5월, 미국 애리조나 주에 2021년부터 9년간 총 120억 달러 규모를 투자해 5나노 공정 파운드리 라인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애리조나 공장은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2만장 생산 능력을 갖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곳에서 생산될 제품의 주요 고객은 엔비디아(NVIDIA)와 애플이다. 신규 고용 창출은 1600명을 넘을 것이다.

TSMC는 2021년 3나노 공정 시험 생산 준비를 완료하고, 타이난시 근교에 총 28조원을 투자해 3나노 전용 라인을 신설하고, 2022년 하반기부터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2020년 한 해에만 설비 투자에 150억~160억 달러 규모를 투자한다.
2022년 하반기, TSMC는 3나노 공정 제품을 양산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주요 고객은 애플이다. 아이폰14에 들어갈 A16 AP칩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3나노 공정은 5나노 공정에 비해 30% 전력 소비 감축이 가능하며 성능은 10~15%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TSMC는 2024년까지 차세대인 2나노 공정 기술의 양산 단계로 들어간다는 계획이며, 이 역시 애플의 차세대 AP 칩 생산을 타겟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

주목할 부분은 애플이 맥 PC용 반도체 (즉, ARM 설계 기반으로 개발된 애플실리콘)를 지금까지 인텔에서 생산하던 구조를 탈피해, TSMC 5나노 공정에서 원가 100달러 이하로 양산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실제로 애플과 TSMC는 2021년 상반기에 애플실리콘 양산에 돌입해 2021년 하반기에 차세대 맥을 출시할 계획이다.
TSMC 측은 파운드리 시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2020년 8월, 8000명 규모의 신규 채용 계획을 밝혔다. TSMC의 임직원 규모는 현재 5만1000명인데 향후 6만 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TSMC의 핵심 공정 인력이 꾸준히 중국 파운드리 업체로 유출되고 있는 게 큰 고민거리다.
(※애플은 11일 새벽 ARM기반 M1칩을 탑재한 차세대 맥을 11월 17일부터 출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 파운드리 부문 인력은 1만4000명

삼성전자는 기본적으로 TSMC와는 달리, 반도체 제조와 설계를 모두 하는 종합반도체 기업(IDM)이다. 즉, 삼성의 경쟁 업체인 미국의 AMD, 인텔, 퀄컴, 애플 등은 다른 한편으로는 삼성의 고객사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부문을 분사시켜 고객사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주된 관측이었다.
그러나 지난 2월, 삼성의 DS (디지털솔루션) 부문장인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당분간 파운드리 사업 부문의 분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요컨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조직은 독립 법인이 아니지만, 지난 2017년 시스템반도체 사업부로부터 분리된 상태다. (참고로 SK하이닉스는 그해 5월, 100% 자회사 형태로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리 독립시켰다)

현재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인력 규모는 1만4000명 수준, 신규 채용 규모는 연간 수백 명에 달한다. 인력 규모를 놓고 보면, 삼성전자와 TSMC의 격차는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다. TSMC는 매년 수천 명의 인력을 채용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향후 4~5년 간 최대 5000명 안팎을 새로 채용할 가능성이 높다.

#기술수준에서 반 발짝 뒤쳐진 게 현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이 본격화된 것은 2010년경이다. 그렇지만 2010년대 중반까지 삼성의 파운드리는 대부분 자사의 ‘갤럭시’ 시리즈에 들어가는 모바일 AP 칩인 엑시노스를 생산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그나마도 DRAM 생산라인과 대부분의 설비를 공유했다. 그러나 2017년 시스템반도체 부문으로부터 독립된 이후,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은 세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2018년 2월, 삼성전자는 화성캠퍼스에 7조원을 투자하여 EUV 전용 파운드리 라인 건설에 착수했다. 곧이어 3나노 공정 기술을 공개했으며, 같은 해 10월, 7나노 EUV 제품 공정 개발을 발표하였다. 2019년 상반기에는 고객사를 위해 3나노 공정 설계 도구를 제공한다고 발표했으며, 같은 시기, 화성팹 S3라인에서 업계 최초로 EUV 기반 7나노 공정 기반 제품의 양산을 시작했다.

2019년 4월, 삼성전자는 5나노 제품 공정 개발, 7나노 공정 기반 제품의 출하를 발표했는데, 참고로 5나노 공정으로 제곱밀리미터 당 탑재할 수 있는 트랜지스터 밀도는 TSMC가 1억8500만개. 삼성전자는 그보다 뒤떨어진 1억3300만개 수준이었다.

2019년 12월, 삼성전자는 화성캠퍼스 S3라인에서 EUV 기반의 6나노 제품 (퀄컴 위탁) 양산에 돌입했다. 2020년 2월, 삼성전자는 미국 EUV PR 업체인 인프리아에 3300만 달러를 투자해 차세대 EUV 리소그래피 공정 기술의 포석을 깔았다.

2020년 2월, 화성팹의 EUV 전용 라인(V1)이 가동을 시작했고, 2020년 1분기에는 미국 통신장비업체인 시스코의 차세대 통신용 칩셋 위탁 생산 물량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2020년 1분기에는 구글로부터 인체 움직임을 측정하는 첨단 센서용 AP칩 위탁 생산을 수주했으며, 일부 설계까지 위탁받았다.

2020년 1월, 삼성전자는 FinFET 이후의 차세대 FET인 GAA FET (Gate-all-around field-effect transistor) 기반 3나노 공정 기술 개발을 공식화했다. 3나노 공정 제품은 5나노 제품 대비, 칩 면적이 35% 줄어들고, 소비전력은 50% 절감되는 동시에 처리속도는 30% 향상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2020년 5월, 삼성전자는 8조~9조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평택캠퍼스에 EUV 기반 파운드리 라인을 신설하여 (평택팹 V2 라인), 2021년 하반기 본격 양산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삼성의 파운드리 생산라인은 기흥팹 (2개), 화성팹 (3개), 오스틴팹 (1개) 등 6개이며, 2021년부터 평택팹이 추가됨으로써 7개의 라인을 보유하게 된다.

2020년 7월, 삼성전자는 퀄컴의 차세대 모바일 칩셋 스냅드래곤 875G를 삼성의 EUV 기반 5나노 공정으로 위탁 생산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는데, 퀄컴의 차세대 칩은 2021년 1분기부터 양산에 돌입한다.

2020년 8월, 삼성전자는 7나노 EUV 시스템 반도체에 3차원 적층 패키지 기술인 X-cube (eXtended-Cube) 기술을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X-cube 기술은 전-공정 (pre-process)을 마친 웨이퍼 상태의 칩을 여러 개 모아 수직 방향으로 적층하여 하나의 칩으로 패키징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또한 그간 EUV 공정에는 거의 적용되지 않던 TSV (Through Silicon Via) 기술을 적용하여 성능 향상과 소비 전력 절감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는 EUV 리소그래피 전-공정뿐만 아니라, 패키징 같은 후-공정 (post-process)에서도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음을 뜻한다.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AP칩 핵심 기술로도 활용 가능하다.

2020년 하반기, 미국 GPU 업체인 엔비디아의 RTX30 시리즈 GPU를 삼성의 8나노 공정으로 생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참고로 엔비디아의 이전 세대 GPU인 RTX20 시리즈는 TSMC의 12나노 공정으로 생산됐다. 데이터센터용 그래픽칩인 GA100은 TSMC의 7나노 공정으로 생산했다. 엔비디아는 향후 2~3년 동안 자사의 차세대 GPU 칩의 삼성전자 파운드리 양산 비중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0년 2분기, 삼성은 5나노 공정 기반 제품의 양산을 시작했다. 2020년 8월, 미국의 IBM은 차세대 기업형 클라우드 서버용 CPU ‘파워10’을 공개했는데, 서버용 CPU 중에서는 최초로 삼성전자의 EUV 기반 7나노 공정을 통해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자사의 기존 제품인 ‘파워9’에 비해 7나노 공정 기반의 차세대 제품은 그 성능이 최대 3배가량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 상반기 사이에, 삼성은 3나노 공정 제품의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EUV 장비 보유로 보면 격차 더 확대

TSMC는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EUV 장비 독점 공급업체인 ASML(네덜란드)에 2021년까지 EUV 장비 40대의 판매를 요청했다. 참고로 TSMC는 현재 30~35대 규모의 EUV 장비를 갖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 EUV 장비의 60%를 넘는 보유 규모다.

이에 맞서 삼성은 2018년, 업계 최초로 EUV를 10나노 이하급 양산 공정에 도입했지만, 현재 보유한 EUV 장비는 15대 안팎이다, 그나마 2021년에 발주할 물량도 10대 안팎이다. 향후 5나노 이하 파운드리 공정에서, 단순하게 EUV 수치만 따져도 70대25 비율이 돼 양사의 시장점유율 차이가 지금보다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ASML의 EUV 생산 규모는 연간 40~50대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실제 생산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2020년 생산 규모는 20대를 조금 넘고, 2021년에도 30대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TSMC가 이미 주문해놓은 40대에도 한참 못 미치는 규모다. 결국 2021년 이후의 5나노급 공정에서 파운드리 점유율은 양사가 ASML로부터 얼마나 더 많은 EUV를 공급받느냐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2020년 이후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경쟁력과 지배력은 확고할 것이다. TSMC의 강점은 오로지 반도체 파운드리에 특화되어 고객사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고객사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사훈에서 볼 수 있듯, 한 번 파트너십을 맺은 고객사와는 신뢰 관계를 끝까지 유지하며, 고객사의 비즈니스 영역을 건드리지 않는다. 미중 무역·기술전쟁 국면에서도 TSMC는 화웨이, 그리고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과의 관계를 끝까지 유지했는데, 그 배경에는 이런 기업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파운드리 업계에서는 기술력 못지않게 기술 유출 염려를 하지 않게 만드는 신뢰감도 매우 중요하다. 팹리스 파트너사가 자사의 신제품을 생산 위탁할 경우, 설계의 대부분을 파운드리 업체와 수개월 이상 공유해야 한다. 충분히 기술 유출이 가능한 환경과 시간이지만, TSMC는 설계 기술을 유출해 독자적으로 생산하려는 시도를 한 적이 거의 없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성능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 시스템 반도체 칩 생산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고객사의 설계 오류를 미리 잡아 주거나, 더 좋은 성능의 설계로 개선하는 제안을 해주기도 한다. 또한 고객사의 차세대 제품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하며, 공생관계를 이어간다.

애플과의 협업을 보면, 차세대 반도체 칩의 성능 개선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갑’ 애플에 대해, TSMC는 ‘을’ 파운드리 업체로 자리매김했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애플의 요구를 잘 맞춰 줄 수 있는 회사는 TSMC밖에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애플이 자사의 모바일 AP칩인 A12에서 A13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TSMC의 노하우에 많이 의존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를 기반으로, 애플도 자사의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모바일 기기는 물론, 차세대 맥 PC의 애플실리콘 같은 CPU 생산을 기존 거래업체(인텔)로부터 TSMC로 옮겨 위탁생산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업계의 후발주자로서 10여 년이란 짧은 시간에 세계 2위로 올라섰다. 이러한 성공 배경에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에만 국한된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데다 DRAM 등 메모리 반도체 미세 공정의 원가 절감과 성능 개선에서 오랫동안 노하우를 쌓아온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매출에서 메모리 반도체 비중은 여전히 막중하지만, 점차 적용 분야가 다양해질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은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은 곧 단점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파운드리 사업 부문이 삼성전자로부터 독립법인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팹리스 업체들의 신뢰를 더욱 강건하게 만들기 어렵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자사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시리즈,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되는 AP인 엑시노스를 생산한다. 이는 애플의 AP인 A시리즈, 퀄컴의 모바일 AP인 스냅드래곤 시리즈와 그 시장이 정확히 겹친다. 모바일 AP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업체 입장에선 하위 사업 부문에 자사의 설계 기술이 그대로 노출될 수 있고, 특히 초미세 공정 부분에서, 특허로는 공개되지 않는 기술적 성능 개선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넘어갈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미국 퀄컴의 경우, 최신 세대가 아닌 구세대 혹은 상대적으로 낮은 성능 스펙의 AP를 간혹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위탁하지만, 그것은 이미 스펙이 충분히 알려진 상태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일 뿐이었다. 삼성전자라는 모기업에서 분사되지 않는 한, 파운드리 사업의 성장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사례다.

#고객 맞춤형으로 新시장 영역 개발해야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부문을 독립시키지 않고 TSMC와 경쟁하려면 무엇보다 기술력 확보가 뒷받침되어야 하다. 또한 고객사 영업을 맞춤형으로 특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최근 IBM의 기업용 클라우드 서버 컴퓨터용 CPU 생산을 자사의 EUV 기반 7나노 공정 파운드리로 수주한 것은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앞으로 그 시장이 확대될 자율주행차를 타겟으로 한 MCU나 차량 제어용 AP를 타겟으로 한 파운드리, 증강현실 기반 엔터테인먼트 고성능 정보처리 반도체 칩을 타겟으로 한 파운드리 등도 새롭게 창출되고 있는 시장이다. 지금까지 TSMC가 주목하지 않았고, 삼성전자가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으로 확대하는데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양사의 기술 전쟁은 향후 7나노, 5나노, 3나노, 그리고 2나노 이하급으로 계속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초미세 공정 기반의 반도체칩으로 갈수록 원가 상승 폭이 매우 커져서, 시장에서의 부가가치가 훨씬 더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DUV 등의 범용 리소그래피 기술에 기반한 반도체 칩에 비해, EUV 리소그래피 기반의 7나노 공정 이하의 기술에 기반한 반도체 칩은 생산단가가 10배를 넘는다.

기술전쟁 핵심은 GAA FET 개발

삼성전자는 그동안 5나노 공정까지 양산 돌입 단계에서 TSMC보다 뒤쳐지는 양상을 보여 왔다. 그런 삼성전자가 시장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차세대 트랜지스터 집적 공정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gate all around (GAA) FET이다. GAA FET 개념은 1986년 처음 보고되었으며, 실제로 시연된 것은 2006년이다. 2021년 3나노 공정부터 삼성전자가 자사의 파운드리에 적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GAA는 그 구조상 글자 그대로 전자가 흐를 공간을 3차원 정도가 아니라 360도로 만들어 FinFET보다 더 작은 공간에서도 전자가 지날 공간을 확보하는 첨단기술이다. 오래 전부터 FinFET 다음의 미세 공정 기술로 연구되어 왔다.


위 그림에서 보는 것 같이, GAA FET에서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의 4면을 게이트가 둘러싼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전류 흐름을 FinFET에 비해 더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동시에 더 적은 전력을 사용할 수 있으므로 소비 전력 효율이 높아진다. 다만, GAA FET의 경우, 예전 공정 기술 수준으로는 10나노 이하급의 GAA 제조 난이도가 너무 높아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러나 5나노 이하급 EUV 리소그래피 기술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나노와이어 (nanowire)나 나노쉬트 (nanosheets)를 기반으로 하는 GAA 기술의 구현 가능성, 나아가 양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초기 GAA FET 형태인 나노와이어 기반 형태의 채널을 채용한 GAA FET의 경우, 전류 흐름 제어 정밀도는 높아지나, 개별 채널에서의 충분한 전류 밀도가 확보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2019년에 공개한 나노쉬트 형태의 채널을 채용한 GAA FET 기술을 공개하였는데, 이를 multi bridge channel FET (MBC FET)라고 명명하였다.

MBC FET의 경우, 7나노 공정 FinFET 대비해 물리적 공간을 45% 이상 절감하고, 소비전력도 50% 절감하지만, 성능은 35%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된다. 삼성전자는 MBC FET을 기반으로 3나노 이하급 차세대 공정에서 AI, 자율주행, IOT 분야로의 고객사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TSMC는 기존 방식의 3나노 공정에 집중

이에 반해 지난 8월, 차세대 3나노 공정 계획 (3N process)을 발표한 TSMC는 3나노 공정에서도 종전 방식의 FinFET 기술을 그대로 채용하기로 했다.
3나노 공정에서는 5나노 공정 대비, 30% 이상의 소비 전력 절감, 10~15%의 성능 향상이 예상되는데, 트랜지스터의 아키텍처 자체는 FinFET를 사용하므로, 결국 이 공정의 양산 가능성은 이전에 비해 30% 이상 줄어든 선폭(linewidth)을 갖는 FinFET, 특히 Fin 형태의 매우 얇은 채널 (channel)을 어떻게 제조하는지에 달려 있다. 이 역시 EUV 리소그래피 기술이 점차 안정화됨에 따라 양산 가능성이 충분히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그에 비례해 공정 비용과 선행 R&D 비용이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는 단점이 따른다. 또 한 가지 FinFET 기반의 초미세 공정이 갖는 단점은 4나노 이하 공정에서는 더 이상 동적 전압을 줄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는 한계 선폭 이하로 갈 경우, 지나치게 낮은 동적 전압이 반도체 회로의 동작 오류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만약 일부 부분에 결함이 생기면 전압 버스트 (burst) 오류가 발생하여 회로 전체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전압을 한계치 이하로 낮추는 것이 불가능하다.

또한 FinFET 기반의 패터닝은 10나노 이하로 갈수록, 클럭(clock) 마진이 감소한다. 배선이 지나치게 오밀조밀해지면 배선 저항이 증가하고, 따라서 클럭을 너무 높이면 과전압이 걸려 동작 오류 확률이 높아진다. 높은 주파수의 클럭이 필요 없는 모바일 AP에서는 고밀도 HD 셀 (6.0T)이 적용되고, 높은 주파수의 클럭이 필요한 PC용 CPU나 GPU에서는 고성능 HP셀 (7.5T)이 적용되는 이유다.

FinFET의 구조적인 한계에 대응하기 위해 TSMC는 2022년 이후, 2나노공정 이후부터는 GAA FET 기술을 채용할 계획을 밝혔는데, 3나노 공정부터 기술을 축적할 삼성전자에 비해, 과연 얼마나 비용 절감과 성능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개념 아키텍처, 極초미세 공정을 선점해야

2020년대 이후의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팹리스/파운드리 형태로 분업 구조가 고착화될 것이다. 특히, 10나노미터 이하의 초미세 공정을 필요로 하는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 칩의 수요가 다각화되면서 맞춤형/지능형 반도체 생산, 인공지능 스마트 칩 생산, 각종 센서 정보가 통합된 SoC 칩 등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70%를 양분하고 있는 양사의 점유율에는 당분간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현재 2위 자리를 놓고도 후발주자인 SK하이닉스, UMC, SMIC, 글로벌 파운드리, 인텔 등에게 추격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후발주자보다 1~2세대 이상 앞서 있는 공정 기술을 보유하고 로드맵 상에서 계속 R&D 시험에 성공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인 기술 경쟁력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 부문이 만약 독립법인으로 바뀔 경우 TSMC 같은 파운드리 전문 기업이 출범해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한 축이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대 중반 이후 파운드리 산업의 핵심 경쟁력은 FinFET 이후에 실현될 GAA FET 같은 신형 트랜지스터 아키텍처와 EUV 리소그래피 기술과의 결합이 될 것이다. 2030년대가 가까워질수록, GAA FET 이후의 신개념 아키텍처와 극(極)초미세 공정 기술에 대한 요구가 강력해질 것이다.

삼성 파운드리가 TSMC의 아성에 도전하려면 TSMC와 중복되는 주요 고객 생태계를 잠식하려는 경쟁 전략보다, 기존 고객사들이 새로 개발하기를 원하는 프로세서에 대한 맞춤형 제작을 지원해 나가야 한다. 새로운 개념의 파운드리 공정 기술 개발, 오픈소스와 다양한 설계 아키텍처를 지원하는 초미세 파운드리 공정 개발, 자율주행차나 IoT, 클라우드 서버 혹은 컴퓨팅 등 다양한 데이터 처리 및 해석용 프로세서에 더 특화된, 정교하면서 원가 경쟁력이 있는 파운드리 공정을 제시하는 식으로 발전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권석준 KIST 책임연구원/ 공학박사

서울대 공대 화학생물공학부에서 학사, 석사 과정을 공부한 뒤 MIT 화학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첨단소재기술연구본부 책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차세대 반도체 소재 및 광(光) 컴퓨터, 양자 컴퓨터 등의 차세대 IT소자 원천 기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60여 편의 논문을 해외 저명 학술지에 게재했으며 올 하반기에 교양과학서 <빛의 과학>을 출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