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역사상 찾아보기 힘든 격돌과 혼전 끝에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했다. CNN이 8일 잠정 집계한 개표 현황에 따르면 바이든은 전국 득표율 50.5%(7535만 표), 트럼프는 47.7%(7110만 표)를 얻었다. 투표율도 120년 만에 최고인 66.8%였다.
미국 대선과 상·하원 중간선거에서 우리는 무엇을 주목해봐야 할까? 미국 정치를 오랫동안 관찰해온 유정훈 변호사는 민주당이 상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하지 못해 바이든 집권 이후 정책 어젠다 추진과 각료 인선에서 한계를 느끼게 될 거라고 내다봤다. 당내 급진 성향의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의 입각은 어려울 거라는 얘기다. 민주당 내부적으론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OC”)를 비롯한 젊은 세대, 진보세력과의 갈등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공화 양당의 지지층은 극명하게 갈렸다. ‘도시=민주당, 농촌=공화당’ 구도 속에서 민주당은 백인과 히스패닉, 저학력·남성 노동자들을 효율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78세 최고령 대통령이 된 바이든에게 재선 도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럴 경우 미국 정치의 지형을 가르는 큰 싸움은 2024년 대선, 늦으면 2028년 대선 때 벌어질 것 같다. [편집자]

#법안 통과 힘들어 '약체 정부' 예상 
  대통령 '행정명령'만으로는 한계
#샌더스, 워런 등 입각 거론되지만
  현역 상원의원 발탁은 무리일 듯
#공화당 인사 기용으로 초당적 협력?
  협상력 약화, 진보층 반발 리스크
#당내 주류-진보 힘겨루기 벌써 시작
  개혁 요구 얼마나 포용할지가 관건
#'도시=민주당, 농촌=공화당' 심화
  큰 싸움은 4년 후 대선 때 벌어질 것

미국 정치에 ‘trifecta(트라이펙터)’라는 용어가 있다. 사전적 의미는 ‘3연승 단식’인데, 정치적으로는 행정부와 상원 다수당, 하원 다수당의 3가지를 같은 정당이 차지하는 경우를 말한다.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모두 대통령 취임 땐 ‘trifecta’로 시작해 자기 정책 어젠다(agend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다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잃으며 급격히 정치적 동력을 상실하는 일을 겪었다.

이번 선거에서 기대와 달리 민주당은 ‘상원 다수당’ 확보에 실패하며 trifecta 달성이 어려워졌다. 선거 승패를 가리지 못한 조지아 주(州)의 경우 내년 1월 5일 상원 의석 2개 모두에 대해 결선투표를 하게 되는데, 보수 성향의 지역에서 민주당이 2석을 모두 가져와야 50대50이 된다.
미국의 법안은 상·하원을 모두 통과해야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세금, 이민, 총기규제, 기후변화 등 모든 면에서 이전 행정부와 정반대의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조 바이든 당선자에게는,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하지 못한 게 치명적인 제약이다. 더욱이 공화당의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맥코넬은 민주당 행정부에 일절 협조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가진 인물이다. 고위공직자 인준 권한이 상원에 있기 때문에 행정부 구성부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바이든은 이번 대선에서 최초로 7500만 표 이상을 얻으며 경합주였던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을 탈환하고 공화당의 아성인 애리조나에서 신승을 거두었지만, 거꾸로 이 지역에서 공화당과 트럼프의 득표력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 국민의 위임(mandate)의 크기 내지 강도를 고려하면,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공화당의 역대 정권 가운데 ‘약체’로 출발하는 게 엄연한 정치 현실이다.

'깃발' 없는 바이든, 내각 구성이 관건 

미국 정치에선 대선 후보를 소속 정당의 ‘기수’(standard-bearer 혹은 flag-bearer)라고 부른다. ‘기수’가 어떤 ‘깃발’을 들고 나가는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오바마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역사적 의미 때문에 기수 본인이 깃발이었다. 이번 대선을 앞둔 민주당 경선에서 바이든의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버몬트 주 상원의원)는 당과 상관없이 깃발을 정해 놓은 사람이다.

바이든은 30세부터 오랜 기간 정치를 했지만, ‘바이든’ 하면 딱히 떠오르는 깃발이 없다. 36년간의 상원의원 경험, 중도 성향을 기초로 합의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해왔던 반면, 자기만의 의제를 확고하게 추진하는 리더는 아니었다. 열성 지지자 확보가 어려운 단점이 있지만, 지지층의 요구나 사회 변화에 따라 다른 깃발을 들고 나갈 수 있는 유연성이 장점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의 향후 성과는 실제로 정책 집행을 하는 내각에 누가 들어가는지, 민주당 내부 세력이 어떻게 움직이고 협조할지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고위직에 거론되는 후보군은 인종, 성별 측면에서 공화당보다 다양성이 두드러진다. 이미 최초의 여성, 최초의 흑인 부통령이 탄생했다.
재무장관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총재 라이엘 브레너드(Lael Brainard), 국방장관에 오바마 행정부에서 차관을 지낸 미셸 플러노이(Michele Flournoy)가 최초의 여성 장관으로 기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백악관 비서실장으로는 바이든의 최측근 론 클라인(Ron Klain)이 유력하지만, 최초의 흑인 비서실장으로 세드릭 리치먼드(Cedric Richmond, 하원의원)가 기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초강대국 미국의 내각에서 가장 주목받는 자리는 역시 국무장관이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동맹국 경시로 인해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은 전통적 외교관계 회복을 위해 할 일이 많다. 후보감으로는 일단 수전 라이스가 거론된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유엔대사,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고, 부통령 후보로도 고려될 만큼 바이든의 신임이 두텁다.
다만, 상원 인준 과정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라이스는 2012년 벵가지 미국대사관 피습 사건 당시 '상황 판단 잘못' 발언으로 공화당의 집중공격을 받았고, 이는 오바마 2기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었으나 끝내 지명을 못 받는 이유가 됐다.
그밖에 부통령 외교안보보좌관을 지낸 토니 블링컨(Tony Blinken), 바이든의 후임 델라웨어 연방상원의원 크리스 쿤스(Chris Coons) 등 바이든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경선의 경쟁자였던 샌더스가 노동장관, 엘리자베스 워런이 재무장관을 희망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와 한때 화제가 된 바 있다. 본인들도 ‘만약 내각에 들어간다면’ 해당 자리에 관심이 있다는 식으로 언급했지만, 바이든 인수위는 ‘확정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만약 샌더스의 입각이 현실화되면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당시 12년간 장관을 지낸 프랜시스 퍼킨스 이후 가장 힘 있는 노동장관이 될 수 있다. 연방 최저임금, 테크기업 및 플랫폼 기업의 노동문제에서 실질적 개혁을 시도할 것이다.
워런 또한 대학교수 시절 금융소비자 보호 및 파산법 연구에 주력했고 금융소비자보호청(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 창설에 관여하며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았기 때문에 재무장관 지명 자체가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진보진영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샌더스와 워런의 입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진보 성향으로 인한 정치권 및 업계의 반대 때문만은 아니다. 샌더스, 워런은 현직 상원의원이라서 그 공석이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상원의원의 사망 또는 사임 등으로 공석이 생기면 주에서 바로 후임자를 지명하여 보궐선거 때까지 이를 채우는데, 샌더스의 버몬트, 워런의 매사추세츠 모두 주지사가 공화당 소속이다. 더욱이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차지하지 못해 현직 상원의원을 내각에 기용하는데 상당히  큰 리스크를 각오해야 된다.


첫 번째 법무장관이 직면할 난제들

바이든 행정부의 첫 번째 법무장관은 가장 어려운 자리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재임 중 여러 불법행위를 했고 가족 내지 측근도 당연히 관여돼 있어 전직 대통령의 사법처리 문제가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선 전직 대통령을 사법처리한 사례가 없고,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약체 정부'로 출발하는 바이든이 공격적으로 전례를 깰 가능성은 낮다. 반면 위법행위를 했는데 전직 대통령 혹은 그 가족·측근이라 하여 그냥 넘어가면 나쁜 선례가 된다는 의견도 강하다. '전직 대통령 처벌'이라는 부담스런 선례와 '위법행위를 눈감아준다'는 나쁜 선례 사이에서 바이든은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다.

바이든 당선자와 법무부는 직전 행정부의 정책을 정반대로 돌려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예컨대 Black Lives Matter 운동 및 시위에 대해 트럼프는 ‘법과 질서’를 내세우며 강경 대응했고 연방검찰이 시위 관련자들을 기소한 사례도 있는데, 이런 기조를 바꾸어야 한다. 법무부에는 연방대법원 소송에서 연방정부를 대표하는 담당 차관을 따로 두고 있을 정도로 중요한 업무다. 법무부는 지난 4년간 오바마케어의 위헌성을 주장해왔지만 지금부터는 이를 수호해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유력한 법무장관 후보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몇몇 이름이 거론되나 정가나 언론의 추측 수준으로 보인다.

공화당 인사 기용, 초당적 협력 가능할까

전통적으로 민주·공화 양당은 상대 당 인사를 각료로 기용하는 것 자체를 주저하지 않았다.
우선 정치와 연관이 없고 우선순위가 낮은 부처를 맡긴 사례가 있다. 조지 W. 부시가 클린턴 행정부에서 상무장관을 지낸 노먼 미네타(Norman Mineta)를, 오바마가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레이 라후드(Ray LaHood)를 교통장관으로 임명한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초당적 협력을 요구하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상대 진영 인사를 기용하는 경우다. 빌 클린턴은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윌리엄 코헨을 국방장관으로 기용했다. 오바마는 직전 행정부의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를 2년 넘게 유임시키다 재선 임기 때는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척 헤이글을 국방장관으로 임명했다.

트럼프 시대의 분열을 치유하는 차원에서 바이든이 공화당 인사에게 입각을 제안할 거라는 관측도 많고, 존 케이식 전 오하이오 주지사 등 공개적으로 바이든을 지지한 공화당 인사도 많다. 오바마 대통령, 바이든 부통령 시절엔 여야 협치를 위해 애썼으나 공화당이 2016년 메릭 갈랜드 연방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 자체를 거부하는 바람에 공화당의 협상력만 키워주었던 경험을 갖고 있다. 진보 성향 지지층의 거부감도 적잖이 장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주류와 진보진영의 힘겨루기

민주당 진보진영 연합체인 ‘Justice Democrats’이 “제2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OC”)’<사진>로 만들자”며 이번에 지원했던 상·하원의원 후보들은 대부분 당선되었다. AOC와 함께 ‘스쿼드’(the Squad)로 불린 일한 오마(미네소타), 라시다 탈립(미시간), 아이아나 프레슬리(매사추세츠)가 하원의원 재선에 성공했다. AOC를 모델로 한 선거운동으로 당내 경선에서 거물을 꺾었던 자말 보우만(NY-16 선거구), 코리 부시(미주리1 선거구)도 하원에 입성했다.

아직 초·재선이고 당내 소수파인 이들이 바로 큰 역할을 맡기는 어렵겠지만, 젊은 세대와 진보 성향의 유권자를 동원하고 힘을 키워 진보 진영은 바이든 행정부에 영향을 미치려 할 것이다.
선거 유세 과정에서 바이든이 그린 뉴딜을 지지하지 않고 ‘fracking’(가스·석유 채굴을 위한 수압파쇄법)을 금지하지 않겠다고 한 데 대해, AOC는 ‘바이든과 환경 문제에 대한 의견이 다르다’고 하면서도 대통령이 된 바이든을 상대로 기꺼이 로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10월 25일 CNN 인터뷰 영상>

하지만 이전 글에서 다룬 것처럼, 민주당 주류와 AOC를 앞세운 진보진영 사이의 골은 깊다.
<피렌체의 식탁> [유정훈 칼럼] 미국 정치의 지형이 흔들린다…‘민주당의 영혼’을 향한 진보진영의 주도권 싸움
https://firenzedt.com/?p=7840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하원 다수당을 유지했지만 예상 외로 의석을 다수 잃었다. 중도 진영에 속하지만 접전 끝에 낙선한 의원들은 “민주당=사회주의”라는 공격에 맞서 싸우느라 어려운 선거를 치러야 했다며 벌써부터 진보 진영을 탓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AOC는 그런 의원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소셜미디어 등 비대면으로 유권자를 접할 수 있는 방법에 투자하지 않은 채 과거 방식을 답습했고, 접전 지역구에서 진보진영의 대표적 공약인 전국민 메디케어(Medicare-for-All)를 지지했던 후보들은 모두 당선되었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트럼프라는 공동의 적 때문에 단합했지만, 선거가 끝나고 백악관을 탈환한 직후부터 다시 힘겨루기가 시작된 것이다.
<AOC 뉴욕타임스 인터뷰>

바이든은 스스로를 ‘과도기 후보’(transition candidate)라 했고 대선 캠프 정책위에 샌더스, AOC 등을 포용했다. 집권 후에 앞으로 어느 수준에서 진보 진영에 정책 공간을 열어줄지 관심거리다. 한편으로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진보 의제를 적절히 포용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경합 지역구에서 공화당과 어려운 싸움을 벌이는 중도 성향 의원들을 지키면서 의회 내 입법동력을 어떻게 확보해나갈지 주목된다.

바이든의 과제는 복원 넘어선 개혁

바이든은 대선승리 연설에서 ‘지금은 치유의 시간이고 민주·공화 양당의 분열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결정과 선택에 달린 문제’라며 단합과 협력을 호소했다.
미국인들이 노장 바이든에게 기대하는 것도 이런 부분일 것이다. 물론 지금은 바이든과 매케인이 소속 정당을 초월해 협상하던 상원, 긴즈버그와 스칼리아 대법관이 날선 반대의견을 주고받으면서도 함께 오페라를 즐기던 대법원이 아니다. 그러나 트럼프의 비정상적 행태를 중단하고 전통적 대통령상에 부합하는 모습으로 더 이상의 분열을 막는 것은 바이든이 바로 해야 하고,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과제이다.

하지만 ‘마이너스’를 ‘제로’로 되돌린다고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는 없다. 바이든 행정부는 당연히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트럼프 시대의 퇴행에 대한 반작용으로 당의 단합도 이루었고 근본적 개혁을 요구하는 열망 또한 어느 때보다 높다.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의 이상형은 프랭클린 D. 루즈벨트(“FDR”)와 존 F. 케네디(“JFK”)이다. 바이든은 물론 JFK 유형은 아니고 FDR을 꿈꿀 것이다. 특히 FDR은 대공황과 세계대전이라는 전례 없는 도전에 맞서 이전에 상상할 수 없던 ‘뉴딜’로 정부의 역할 확대를 보여주며 성공적으로 응전했다. 코로나19 시대에는 개인과 기업 차원에서만 위기에 대응하는 게 불가능하다. 마스크 착용을 개인의 자유 침해라 생각할 정도로 정부 규제에 대한 반감이 높은 미국이지만, 코로나19에 대응할 의료장비가 부족하고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며 다들 연방정부에 손을 벌리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렇게 잠재적 에너지가 큰 상황에서, 민주당이 상원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무척 아쉽다. 그래서 바이든 역시 조지 W. 부시가 2006년에, 오바마가 2010년에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후 취했던 고육책인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을 통한 정책 집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의회에서 의결한 법령과 같은 실효성을 가질 수 없고 미국이 직면한 개혁과제를 감당할 수도 없다. 2022년 중간선거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중간선거는 원래 집권당 심판의 성격이 강하고, 2년 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그 이유가 공화당의 발목잡기이든, 또 다른 이유이든 유권자는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유세 과정에서 “이번에 출마한 이유는 당면한 문제가 마침 제가 잘 해낼 수 있는 과제이기 때문입니다”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만만치 않은 제약조건을 안고 취임하는 바이든이 시대가 요구하는 도전에 응전하여 남다른 업적을 남길지, 아니면 트럼프의 안티테제로서 전통적 대통령상을 복원하는 4년으로 그칠 것인지, 지금부터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정치구도 건 큰 싸움은 이제 시작

미국 선거에선 최근 ‘도시=민주당, 농촌=공화당’ 지지 경향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공화당 성향에서 경합주를 거쳐 민주당 품으로 들어온 버지니아,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미시건/위스콘신, 바이든이 역전한 애리조나, 민주당이 도전하는 텍사스/조지아 등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민주당 후보가 농촌지역의 열세를 도시지역의 압도적 득표율로 만회하는 패턴을 보인다.
미국의 동부, 중서부, 남부 같은 전통적 구분 혹은 펜실베이니아-텍사스 차이에 비해 도시-농촌 간 차이가 훨씬 커졌다. 예컨대, 펜실베이니아 내에서 필라델피아/피츠버그 대(對) 농촌 지역, 텍사스 내에서 댈러스/포트워스/휴스턴/오스틴 광역도시권 대(對) 기타 지역을 구분하는 것이 유의미한 분석처럼 보인다.

[펜실베이니아/ 텍사스 카운티별 개표 결과]

트럼프가 당선된 2016년 대선 결과는 충격이었고 2020년 대선은 트럼프 재선이 걸린 총력전이었다. 하지만, 큰 흐름에서 보자면, 결정적인 변곡점이라기보다 장기 사이클 내에서 1승1패를 주고받은 것이라 하겠다. 펜실베이니아/미시건/위스콘신은 여전히 경합주로 남을 것이고 다음 선거에서 누구도 우위를 장담할 수 없다. 
공화당은 농업, 에너지산업, 저학력 노동자 조합으로 늘 이길 수는 없다는 점을, 민주당은 첨단산업, 도시지역, 고학력 전문직의 표만으로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각기 확인했다.
공화당은 오하이오를 확실히 가져왔고 러스트벨트에서 계속 민주당을 괴롭힐 것이다. 그러나 공화당 지지 기반이었던 조지아는 예상보다 빨리 경합주가 되었고, 텍사스의 득표율 격차는 오바마 12~15%포인트, 힐러리 클린턴 9%포인트, 바이든 6%포인트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민주당은 히스패닉 유권자가 더 이상 자신들의 표밭이 아니라는 것을 지켜봐야 했고 중부의 저학력·저소득 백인 노동자에게 접근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든 성과를 내려는 바이든 행정부에 맞서, 공화당이 지배하는 상원은 버티기를 계속할 것이고, 보수파가 6대3으로 압도적인 연방대법원의 발목잡기는 이어질 것이다. 이에 따라 고위직 인준청문회, 오바마케어 등을 두고 두 진영의 국지전은 계속 벌어지겠지만, 당분간은 물밑 전쟁, 암중모색의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재선에 실패했고 78세인 바이든도 현실적으로 2024년 재선에 도전하는 게 불가능하다. 이처럼 공화·민주 양당이 단임 대통령을 주고받는 것도 최근에 없던 일이다. 전국적인 정치구도를 건 큰 싸움은 2024년 대선 그리고 그때 당선된 대통령이 재선에 나서는 2028년에 벌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정훈 필자

변호사(한국 및 미국 뉴욕 주). 2011년 미국 연수 당시 버락 오바마에 맞설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이 한창이어서 미국 정치·선거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페이스북에서 꾸준히 미국 정치와 법에 관한 ‘덕질’을 계속하고 있다. 메디치미디어가 출간한 『상 차리는 남자? 상남자!』를 공저했다. 서울신문에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