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다섯 달 앞두고 여의도 정가가 꿈틀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당헌을 개정해 서울·부산 보선에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다. 여야 정당에는 기존의 후보들이 즐비하지만 당 지도부마다 ‘참신성’을 화두로 남성·정치인보다 여성, 문화·정보기술(IT) 분야의 성공 스토리를 찾는 분위기다.
<피렌체의 식탁>은 서울시장 선거, 차기 경쟁 구도, 연말 개각설을 중심으로 [정치 집담회]를 열었다. 서울시장 보선은 현재 구도로만 보면 야당이 유리하나 후보 경쟁력, 지지층 결집도, 차기 대선 연계성 등의 변수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한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한 윤석열 검찰총장 카드는 일단 야당 차원에서는 호재, 야당 정치인들에게는 악재다. 윤 총장의 거취를 둘러싼 분석과 예측을 통해 야당 쪽의 고민을 두루 짚어봤다.
무엇보다 연말연초에는 여권의 인사개편이 있을 예정인데 정세균 국무총리와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의 교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개각과 관련해선 홍남기·유은혜 부총리와 함께 김현미, 박능후, 강경화, 박영선 장관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자유롭고 솔직·발랄한 토크를 위해 역시 필명(筆名)으로써 다섯 명의 대화 내용을 전한다. [편집자]

◇서울 補選의 인물·구도·이슈
#여당이 쉽게 이길 선거는 절대 아니다
#이낙연 대표로선 정치적 승부수  

▲피터팬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일 권리당원 투표 결과 당헌을 개정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자당 후보를 내기로 했다. 정치적 공방이 있지만 집권여당으로선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측면도 있을 거다.

▲가오리
이낙연 대표가 당헌 개정을 통해 민주당 후보를 내겠다고 한 것은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에 정치적 승부를 걸었다는 얘기다. 공천과 재보선의 공간을 통해 당 대표로서 존재를 최대한 부각시키고 선거에서 이기겠다는 승부수다. 달리 보면 구질구질하게 지지율 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코스모스
민주당 안에서 부산시장은 몰라도 서울시장 승리를 장담하는 기류가 있다. 그 근거는 첫째, 민주당과 국민의힘 여론조사 지지도 격차, 둘째,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 40% 유지, 셋째, 야당의 대선주자 부재 등이다.
그러나 서울시장 선거는 여당 지지층의 이완, 중도층의 정권 견제심리 발동, 야당 지지층의 결집력이 동시에 작용한다. 여당이 쉽게 이길 수 있는 선거가 절대로 아니다. 지난 4.15 총선도 패배 땐 문재인 정부가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절박감이 여당 지지층 결집으로 나타나 의외의 큰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는 여당 지지층에서도 “뭐, 한번쯤 져도 괜찮다”는 생각이 퍼져가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 서울지역만 따로 떼어내 관찰할 필요가 있다. 서울지역은 여야 지지도 격차가 전국 평균보다 작은 편이다. 격차도 점점 좁혀지는 추세다. 여당이 위험하다는 증거다.


#여야 인물난과 금태섭 변수 
#오세훈·안철수는 대선 직행할 듯

▲피터팬
아시아경제가 3일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내년 4월 보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답변(37.9%)이 오차범위 내에서 국민의힘 후보 선호(34.5%)를 앞섰다. 하지만 다른 언론사들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야가 백중지세인 것 같다. 여야 후보군으로는 야당 쪽에선 오세훈, 안철수, 조은희, 윤희숙이 손꼽히나 오세훈·안철수는 차기 대선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민주당 쪽에선 박영선, 박주민, 추미애, 우상호 등이 거론된다. 여성 후보로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숨은 카드 중 하나다. 제3지대에서는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의 거취가 주목된다.

▲코스모스
여당이든 야당이든 서울시장 후보는 당내 경선에 의해 결정된다.
민주당 경선은 친문재인(친문) 성향의 권리당원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러나 친문 성향의 권리당원들도 박주민 의원을 맹목적으로 지지하진 못할 것이다. 당내 경선이 다가오면 유력 후보감들을 넣고 여론조사 가상대결을 할 텐데 여기서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박영선 장관은 인지도가 높아서 유리하다. 추미애 장관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지 않을 것 같다. 박주민, 우상호 의원은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네 사람 가운데 누가 후보가 될 것인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경선 국면 초기에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는 사람이 유리한 고지에 오를 것이다.
야당도 경선 방식으로 후보가 결정될 것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안철수 대표는 대선주자라서 둘 다 간만 보고 안 나올 거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구청장이라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보수 정당 당원들 말로는 참신한 사람을 찍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참신한 인물을 선택할 수 없다. 결국 후보들의 스펙과 승리 확률을 보고 결정할 것이다. 따라서 박진·권영세 의원, 나경원 전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의외로 서울시장 후보가 될 가능성도 있다.

▲피터팬
조은희 구청장은 지난 9월부터 서초구의 ‘9억 이하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 경감 조치로 인해 부쩍 주목받고 있다. 여성·민생·중도 성향을 앞세워 승부를 걸고 있는 것 같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은 박영선-박주민 양강 구도, 야당 쪽에서는 오세훈·안철수 둘을 제외한다면 금태섭, 윤희숙, 조은희 대결로 압축되지 않을까 싶다.

▲스컬리
‘구도’의 관점에서 보자면 금태섭 전 의원의 민주당 탈당을 전후해 상황이 바뀌었다. 당분간 범민주당, 중도, 범보수의 3자 대결구도 가능성이 생겼다. 금태섭은 중도층에 어필하는 무소속 후보로 나올 수 있다. 현재 여론조사 동향을 보면 ‘지지정당 없음’이란 응답이 국민의힘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는 무소속 금태섭, 국민의힘 후보가 단일화 또는 연대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을 연거푸 이겼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어느 특정 정당이 전국단위 선거에서 4번 연속 이기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지형’으로만 보면, 민주당이 유리하다고 보기 어렵다. ‘인물’ 역시 현재 거론되는 카드만으로는 파괴력이 강하지 못하다. 그런데 국민의힘도 마땅한 후보감을 찾지 못해 인물난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중도층의 표심이 관건이다. 여러모로 볼 때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누가 이기든 51대49의 박빙이 될 거다.

▲가오리
여러 후보들이 거명되지만 민주당 핵심의 내심은 ‘여성+신인’ 후보를 1순위로 찾는 것 같다. 이는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으로서는 젠더 문제, 미투 의혹이 없는 후보를 내야 한다. 현실적으로 남성 후보는 이 범주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힘들다. 누군가가 무슨 의혹을 제기하기만 해도 휘청거릴 수 있다.
국회나 청와대 출신은 신선한 느낌이 덜하다. 사실 이 부분이 역설적이긴 한데, 유권자들의 체감 현실이 그렇다. 정치적 이해관계로 생각해보면, 차기 서울시장은 바로 차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다는 점에서 개별 플레이 가능성이 있는 정치권 인사가 시장(후보)이 되는데 대해 친문 그룹이 쉽사리 동의할지 의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여권 기획그룹에서는 문화 또는 IT 분야에서 ‘실적을 쌓은 여성’을 찾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이와 관련해 야당 쪽에서 눈여겨볼 행보가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를 만난 거다. 김 위원장이 시가총액 17조원의 김 대표가 정치를 할 것으로 보고 독대했겠는가. 오히려 부인인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을 눈여겨본 게 아닌가 하는 관측이 있다. 뒤집으면 여야 수뇌부의 고민이 똑같다는 얘기다.


#강남4구 결집 vs. 이낙연·이재명 돌파력
#차기 후보군+시장 후보의 복식조 승부

▲피터팬
내년 4월 재보궐선거는 정치지형상 집권여당 쪽에 불리한 싸움이다. 더욱이 서울·부산 보궐선거를 초래한 원인이 집권여당 쪽에 있어서 핸디캡을 안고 선거를 치러야 한다. 선거 이슈도 불리한 편이다. 정권심판론을 시작으로 부동산정책 실패, 젠더 이슈, 검찰개혁, 공수처 설치 등 4.15 총선 이후 쌓여온 정치적 쟁점들이 백화제방처럼 쏟아질 것 같다.

▲가오리
지방선거임에도 정국의 주요 이슈, 예컨대 공수처 설치나 부동산정책 등 전국적 이슈가 보궐선거의 쟁점으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렇다 하나 결국 투표심리의 관건은 내년 4월 기점에서 1년도 채 남지 않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누구의 깃발아래 선거를 치르느냐, 유권자들이 미래 대통령으로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달려 있지 않을까.
이낙연 대표, 이재명 지사에 대한 지지가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지지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야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차기 선호도 3위에 떠오른 윤석열 검찰총장이 야당 시장후보를 공개 지지해주면 폭발력을 기대할 만하다. 야당 사람들은 10년 만의 서울시장 탈환을 위해 2~4% 지지에 그치는 차기 주자들의 지원 갖고는 부족하다고들 말한다. 윤 총장이 연말연시에 자리를 던지고 야당의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서울시장 만들기에 적극 나서면 여당도 매우 난감할 거다. 여당의 입장에서는 김경수 지사가 현재 재판 중인 사건을 잘 마무리하고 이낙연-이재명 투톱이 지원유세에 나서면 서울시장은 낙승, 부산시장은 해볼 만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어느 당이 대선 후보와 서울시장 후보 간에 환상의 복식조를 짜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수 있다.

▲피터팬
서울의 경우 강남 4구에선 부동산정책 변수와 재산세·보유세 인상 효과가 클 것 같다. 이 지역은 원래 보수성향이 강한데다 4.15 총선 이후 ‘거여 독주’라는 비난 여론이 강하다. 역대 재보선 결과를 보면 여야 지지층의 결집도, 즉 투표 참여율이 승부를 가르는 최대 변수였다. 강남 4구의 민심도 중요한 변수일 것 같다.

▲코스모스
서울시장은 대한민국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행정가가 아니라 정치인이다. 1995년 광역단체장 선거 이후 엄밀한 의미에서 정책 전문가는 서울시장에 당선된 적이 없다. 따라서 이번에도 부동산, 젠더 등 정책 의제로 싸움을 벌이겠지만 실제로 승패가 갈리는 것은 ‘정책 의제’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한 ‘정치 의제’가 될 것이다. 이 점을 착각하면 안 된다. 강남 4구는 본래부터 반(反)문재인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부동산 정책 때문에 반문 정서의 결집이 더 강해질 것이다. 강남 4구의 투표율이 올라갈수록 민주당이 불리해질 것이다.

▲워령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가장 큰 쟁점은 서울시장의 대선 징검다리론 그리고 정권 심판론인 거 같다. 아마도 여당 측에선 서울시정에 충실한 시장을 후보로 내겠다고 할 것이고 야당은 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올 거다. 현재로선 야권이 해볼 만한 선거인 거 같다. 서울의 유권자 중에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중산층들이 많다. 또 보선 투표일은 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각 진영의 열성 지지층이 투표에 참여할 것이다. 결국 야권이 단일 후보를 내느냐 여부가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이라고 본다. 그럴 경우 야권 쪽으로 승리의 추가 기울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그 지점에서 회의적이다. 국민의힘이 극우세력을 쳐내야 하는데 과연 ‘대승적 결단’을 할 수 있을까?

▲스컬리
지난 4.15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원인 중 하나는 ‘코로나19’의 효율적 대응에 대한 평가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힘겨루기는 중도성향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추 장관이 튀는 언행을 할수록 야당의 선거운동을 해주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선거를 앞둔 민주당은 추미애-윤석열 이슈를 최대한 빠른 시기에 연착륙시켜야 한다.
그런 점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현명하게 대응하고 있다. 화려하게 돋보이는 것은 없지만, ‘실수’가 별로 없다. 과거 선거 결과를 보면 대부분 자기가 잘해서 얻는 ‘득점’보다 상대방이 못해서 깎이는 ‘감점’으로 승리하는 경우가 많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확실히 ‘감점 회피 성향’의 리더십이다. 4.15 총선 전과 비교하면 야당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의 ‘막말 빈도’가 확 줄었다.
그러기에 이낙연 대표는 이런 야당을 상대할 민생·개혁 이슈를 발굴해내야 한다. 중도층이 동의하되 국민의힘과 전선을 가를 수 있는, 차별화된 정책 이슈를 찾아야만 한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례를 들면, 무상급식 같은 이슈이다. 국회 차원에서 이미 논의 중인 이슈를 골라 숟가락만 얹다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자기 색깔을 보여줄 ‘어젠다 세팅’에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

◇차기 대선 경쟁의 신호탄
#윤석열 총장, ‘이회창의 길’ 걸을 수도
#야당의 페이스메이커 역할 가능성

▲피터팬
4.15 총선 이후 이낙연-이재명 ‘兩李’ 경쟁구도를 보이다가 10월 국감 후 윤석열 검찰총장이 3위로 뜀박질해 3강 구도 양상으로 바뀌었다. 10월 하순 오마이뉴스-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낙연, 이재명이 21.5%로 공동선두를 차지한 가운데 윤석열이 17.2%로 한 달 새 6.7%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총장은 본인을 여론조사 대상으로 올리는데 반대하고 있지만, 마땅한 지지대상을 찾지 못한 보수 지지층이 ‘윤석열 카드’에 쏠리는 것 같다. 윤 총장 임기가 아직 9개월이나 남아있음에도 정치권에선 그의 거취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윤석열은 과연 정치를 할 것인가.

▲스컬리
지난달 대검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총장의 답변을 분석해 보면, 정치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다만 윤 총장의 대선 득표력이 얼마나 될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현재 정치지형으로 보면, ‘보수’가 취약하기 때문에, 윤석열 입장에서는 정계입문 이후 무소속 스탠스를 취하다가 국민의힘과 연합을 하거나, 세력 통합을 통해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드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워령
윤 총장은 임기를 다 마칠 것으로 본다. 다만 가족(부인과 장모)에 대한 공격 수위가 높아지면 정치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결국 ‘권력’을 얻는 것이 가장 빠르기 때문이다. 야권에서도 계속 바람을 집어넣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본인 스스로 큰 꿈을 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윤 총장이 정치인으로 변신하기엔 태생적 약점이 많다고 본다. 검찰은 본질적으로 단죄를 하기 위한 조직인데 정치는 타협이 본질이다. 상황을 판단하는 두뇌 구조가 다르다. 그가 정치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검찰공화국이 될 수 있다’는 여권의 공격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리고 만약 야권 정치인으로 나설 경우 소위 ‘아스팔트 우파’라고 불리는 극우세력과의 거리 두기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코스모스
윤석열 총장은 당분간 야당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할 것이다. 어차피 야당에 유력한 차기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야당 지지층이 당장 기대할 사람은 윤 총장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총장은 야당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 크다. 대선주자로 나설 국민의힘 정치인들을 억압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199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보수 야당은 기존 정치인 중에 대선주자를 찾지 못했다. 보수 야당의 집단지성은 이회창이라는 비정치인을 발탁해 대선에 내보냈다. 그 결과 1997년, 2002년 대선에서 잇따라 참패했다. 두 번의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것은 야당 후보가 비정치인 이회창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측면이 있다. 윤 총장이 2022년 대선에 진짜로 나선다면 이회창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그러나 보수 야당 안에 윤석열 총장의 이런 한계를 꿰뚫어본 사람들이 적잖이 존재한다. 그들이 윤 총장의 대선 출마를 저지할 것이다.

▲가오리
윤석열 총장은 요즘 양극단의 상반되는 조언을 받고 있을지 모른다. 제1안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연말연시에 현실정치에 뛰어들어 차기 대선까지 직행하는 방안, 제2안은 내년 7월까지 어떻게든 임기를 마치고 상황을 보는 방안이다. 윤 총장 주변 사건에 대한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윤 총장의 지지율 급상승이 복합돼 양쪽의 조언이 모두 타당성이 더 높아졌다. 한쪽은 ‘정치를 해야 산다’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정치를 하면 죽는다’는 것인데, 본인도 참 힘들 것 같다.

#시장 보선과 차기 대선은 11개월 시차
#전국 선거는 막판 3개월 변수에 승부 갈려

▲코스모스
정가에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가 2022년 대선을 좌우한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서울시장 보선 결과와 2022년 대통령 선거는 별로 관계가 없을 것이다. 보선은 2021년 4월 7일, 대선은 2022년 3월 7일로, 1년 가까이 시차가 있다. 역사적으로 전국 선거 결과는 다음 전국 선거에 영향을 별로 미치지 않는다. 전국 선거에서 여론의 흐름이 형성되는 데는 6개월이면 충분하다. 모든 전국 선거의 승패는 막판 3개월 정도 변수와 집중력에 의해 갈린다.
1996년 4월 11일 15대 총선에선 신한국당이 이겼지만, 1997년 12월 18일 대선은 민주당이 이겼다. 2000년 4·13 총선에선 한나라당이 승리했지만, 2002년 12월 19일 대선은 민주당이 승리했다.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선은 사실상 민주당이 이겼지만, 6개월 뒤 2012년 4월 19대 총선에선 새누리당이 이겼다.
따라서 국민의힘이 내년 4월 서울시장 보선에서 이긴다고 해서 2022년 3월 대선에서 민주당이 정권을 내줄 것으로 보는 것은 별로 과학적이지 않은 예측이다. 물론 반대도 마찬가지다.

▲피터팬
이낙연 대표 주변에서도 이제는 이낙연 색깔, 이낙연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한다. 내년 3월에 ‘연대와 공생’이란 싱크탱크가 출범한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이 대표 입장에선 당 내부를 추스르고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대비하고 차기 경쟁 준비도 해야 하는 결단의 시간을 맞이했다. 이낙연 대표가 그동안 친문 그룹의 눈치를 보느라 좌고우면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특히 이재명 지사의 행보와 비교할 때 그런 면모가 두드러졌다. 문재인 정권을 계승하는 한편으로 차별화를 한다는 게 쉽지 않은 거 같다.

▲가오리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50% 정도지만 긍정적 평가도 40% 중반이란 점이 여당 차기 주자들로 하여금 차별화나 세력 확장에 나서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다. 지금대로라면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차기 후보 선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확률이 높다. 여권 핵심에서 이낙연, 이재명 두 잠재후보 진영에 경쟁 초·중반부터 과속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는 얘기가 있다. 일종의 3자 신사협정인데, 어느 정도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 차기 경선을 6개월여, 본선을 1년여 앞둔 내년 3~4월부터는 이런 신사협정도 자동적으로 풀릴 것이다.


◇연말 개각과 정국운영 구상
#정세균 총리는 대선 레이스 결심
#노영민 실장, 김현미·박능후 교체 유력

▲피터팬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차관급 12개 자리의 인사를 단행했다. 정·관가의 관심은 12월 초 정기국회가 끝난 뒤 있을 연말 개각에 눈길이 쏠린다. 통상적으로 장관급 인사를 한 뒤 차관급 인사를 하는 게 관례였으나 이번에는 순서가 바뀐 것 같다. 청와대가 개각을 앞두고 고심한 흔적이 아닐까 싶다. 특히 김현미 국토, 박능후 복지, 강경화 외무 등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교체 가능성이 크다. 유은혜 교육부총리나 박영선 장관이 서울시장 선거에 차출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주변에선 노영민 비서실장이 연말께 물러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가오리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 마지막 자리배치가 지난 주말 차관급 인사를 계기로 시작된 것 같다. 일반적인 예상으로는 차관(10월)→장관(12월)→비서실장(연말연시)→총리 교체(내년 1~2월) 순으로 본다. 정세균 총리가 교체될 때까지 노영민 비서실장이 맡아서 하기에는 시간적으로 좀 멀다. 여권으로서는 차기 대선을 2022년 3월에 치르고 석 달 후에 경황없이 치를 지방선거(2022년 6월)에 대비해 주요 후보군들을 지금부터 어느 정도 준비해야 한다. 노영민 충북지사 출마설이나 김현미 장관의 전북지사 또는 경기지사 출마설이 그래서 나온다. 정세균 총리는 내년 초에 퇴임한 후 대선 레이스를 한번 뛰어보겠다는 마음을 굳힌 것으로 전해진다.

▲코스모스
청와대와 행정부 인사는 당분간 없을 것 같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 머릿속에는 청와대나 행정부의 인사 그림이 없다고 생각된다. 다만 정권 핵심부 내부에서 대략 몇 가지 공감대가 발견된다.
첫째, 노영민 비서실장은 연말연시에 교체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순장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후임으로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최재성 정무수석이 유력하다고 한다.
둘째, 정세균 총리 교체 가능성이 있다. 정 총리 본인이 그만하고 싶어 한다는 거다. 국무총리를 해도 지지도가 오르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셋째, 12월 초 정기국회가 마무리되면 개각 관련 인선에 착수할 것이다. 공수처가 출범하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계속 기용할 이유가 없다. 김현미, 박능후, 강경화, 박영선 장관을 교체할 가능성이 크다. 홍남기, 유은혜 부총리는 후임자가 마땅치 않으면 유임시킬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