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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귀동 칼럼] “과거가 미래를 먹어치워선 안 된다”…기초연금 확대가 확실한 고령화 대책

by | 2020년 10월 19일 | 정책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복지제도를 둘러싼 정책 논쟁이 뜨겁다. 기본소득과 전 국민 고용보험, 기초노령연금 등이 바로 그것이다. 논쟁의 본질은 사실 비슷하다. 저소득층, 비정규직, 영세 자영업자가 소외된 반면 대기업·공공부문 정규직 위주로 짜인 현행 국민연금제도를 어떻게 바꿀 것이냐다. 논쟁의 끝이 좀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복지 사각지대가 크고 재정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이기 때문이다.

조귀동 필자는 이 글에서 “65세 이상 고령자들의 기초노령연금을 월 50만원 수준으로 대폭 늘리되 누구나 쉽게 받도록 하는 게 최선의 방안”이라 주장한다. 불평등 완화에 효과적일 뿐더러 상대적으로 재원 부담이 작다는 것이다. 필자는 재원 조달 방법으로 ‘자산세’를 제안한다. 고령층 세대 내 소득재분배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또한 세대 간 갈등을 피하고 증세에 대한 정치적 추진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거다. [편집자]

#국민연금 개혁, 차기 정부 과제로
  노인 세대 소득보장이 핵심 쟁점
#노인 일자리, 소득개선효과 불분명
  국민연금은 재정고갈 문제 부딪혀
#기초연금, 월 50만원으로 올리되
  고령 빈곤층에겐 ‘추가 지급’ 필요
#재원은 자산에 목적세 부과해 조달
  고령층 내 소득 재분배 효과 기대
  세대 갈등 피하고 증세 혜택 골고루

훗날 한국 복지제도의 역사를 살펴볼 때, 2020년은 크게 봐서 세 가지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첫째, 코로나19로 공격적인 적자 재정과 함께 전 국민을 상대로 현금 지급이 시도됐다. 둘째, 여야 정당과 차기주자들이 전 국민 기본소득, 고용보험 같은 복지 어젠다를 제기했다. 셋째, 문재인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안을 포기하고, 다음 정부의 정치적 과제로 미뤘다. 이와 관련,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6월 중순 기자간담회에서 “차기 대선에서 주요 어젠다로 오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세 가지 사건은 개별적인 것 같지만, 향후 복지제도 개편 논의에서 긴밀히 맞물려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2022년 대선과 차기 정부 출범 후엔 기존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편적 사회안전망을 제공해야 하느냐가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가파른 저출생·고령화 상황에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은퇴 후 소득 보장’이 핵심 쟁점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국민연금제도 개편은 소득재분배 기능을 갖춘 ‘균등 부분’(※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 월 소득)을 현재 수준에서 유지할 것이냐, 국민연금 미가입자의 노후소득 보장을 어떻게 할 것이냐, 두 가지로 압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민연금 보험료(현재 9%)를 더 내거나 국민연금을 덜 받는 문제로도 연결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계기로 보편적 복지 수급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정부의 재정 역할 확대에 대해 다소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재정 부담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대해서는 다들 얼버무린 상황이다. 지금 같은 세입-세출 구조가 지속된다면, 차기 정부는 구조적으로 대규모 재정적자와 국가부채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들은 모두 세대·이념·계층의 대대적인 충돌을 예고한다.

결론적으로 말해 보자면, 만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기초노령연금은 소득 재분배의 효과적인 정책 수단일 뿐만 아니라, 여러 여건을 따져 보면 효율성도 나쁘지 않다. 쉽게 말해 기초노령연금을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월 최대 30만원 지급하는 현행 방식을 바꾸되, 아예 소득에 상관없이 지급하고 금액도 월 50만원 수준으로 올리자는 것이다. 아울러 국민연금이 없어 노후가 빈곤한 고령자에게는 별도의 ‘추가’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최저생계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재원은 부동산·금융 자산 등을 대상으로 한 목적세 등을 검토해 볼 수 있다. 굳이 후진적인 목적세를 꺼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증세를 위해 필요한 정치적 동력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어서다. 앞서 기초노령연금의 소득 요건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도 ‘정치적 우군’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다. 또한 고령자 집단 내부에 자산 불평등이 심각한 만큼, 세대 내 소득 재분배를 위해서는 소득이 아니라 자산 중심의 과세가 필요하다. 이런 방안은 기초노령연금 확대의 난점 중 하나인 세대 간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자산이란 결국 ‘과거의 소득’이 응축된 것이기 때문이다.

#불평등의 직격탄을 맞는 ‘노인 세대’

65세 이상 고령자 그룹은 요즘 빈곤이나 불평등 문제의 중핵(中核)이다. 1990~2016년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도시 2인 가구 대상)>에서 가구주 연령 추이를 봐도 명확히 알 수 있다. 이 기간에 가구주 평균 연령은 39.3세에서 48.8세로 9.5세 높아졌다. 그런데 소득 최하위 10%(1분위) 가구의 가구주 연령은 38.9세에서 65.3세로 26.4세나 뛴다. 그 다음 하위 분위인 11~20%(2분위) 가구주 연령은 36.9세에서 56.4세로 높아졌다. 가난한 가구주일수록 나이 많은 사람의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주된 일자리에서 은퇴한 고령가구의 소득이 없거나, 고용이 불안정한 일자리를 얻어 돈을 많이 못 벌기 때문이다. 또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 노후보장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고, 대기업 정규직이나 공무원·교원·직업군인이 아니면 연금 가입률도 낮았기 때문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에 따르면 2017년 현재 한국의 노인 빈곤율 (가처분소득의 중위값 50% 미만 소득자)은 43.8%나 돼 OECD 평균 14.8%보다 훨씬 더 높다. 2017년 2인 가구 중위 소득이 월 280만원이니, 월 140만원을 못 버는 노인 가구가 절반가량 된다는 얘기다.

가계동향 조사에서 가장 가난한 20% 그룹의 급격한 고령화는 베이비붐 세대의 상당수가 빈곤층에 편입될 것을 예고한다. 통계청은 <장래인구 추계>에서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20년 813만 명에서 2025년 1051만 명, 2035년 1478만 명으로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그에 따라 노인 빈곤과 양극화도 격심해질 것이다.
2030년 전체 인구의 25%를 차지할 고령자(만 65세 이상 기준)의 또 다른 문제는 극심한 자산 격차다. 공적·사적 연금이 없더라도 충분한 저축을 갖고 있다면 큰 문제는 없을 거다. 그런데 현재 만 55세 이상의 자산 배분 불평등은 상당히 심각하다.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018년 발표한 ‘세대 간 자산 이전과 세대 내 불평등의 증대: 1990~2016’ 논문에서 통계청 자료를 이용해 5세 단위로 연령집단별 자산 격차를 분석했다. 그중 65~69세 연령집단에서 순자산 상위 10%는 평균 16억9000만원을 갖고 있는 반면, 나머지 90%의 순자산은 평균 2억7900만원에 불과했다. 만 50~54세 집단의 경우에도 상위 10%는 7억9900만원이었고 나머지 90%는 평균 2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상위 10%가 노후자금으로 쓸 자산을 갖고 있는데 비해 나머지 90%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다. 자산 3억원을 가진 고령자가 그로부터 얻을 수입은 연 3% 수익률(꽤 후한 가정이다)을 가정해도 900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요즘 3억원이면 서울 바깥의 집 한 채나 전세보증금 말고는 남는 게 없는 수준이다. 순자산의 불평등도를 지니계수(1에 가까울수록 완전 불평등)로 측정하면 만 55~59세 집단에서 0.606으로 높아진 뒤 가구주 나이가 많아질수록 덩달아 높아졌다.
노인 문제는 더 이상 단순히 나이든 사람들이 주된 일자리에서 물러났거나 노동능력을 상실한다는 문제가 아니다. 자산 불평등, 생활수준 격차가 더 벌어지고 삶의 질이 극도로 나빠지는 사회문제로 떠오른다. 그래서 해법으로 기초연금 인상 방안을 살펴보게 된다.


기초연금 증액은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고령자 집단의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조세재정연구원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8년 기초연금을 월 20만원에서 월 25만원으로 증액한 결과 하위 40% 계층의 소득 증가 효과가 컸다는 분석 결과를 각각 내놓은 바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재정패널> 자료를 사용한 모의실험에서 최하위 10%(1분위)는 연 45만원, 2분위는 연 46만원, 3분위는 연 32만원의 소득개선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 이상 소득계층으로 가면 그런 효과가 뚝 떨어졌다. 기초연금을 받는 고령층이 빈곤층인 1~3분위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노인 일자리 사업은 지속 가능한가?

문재인 정부 들어 고령가구를 대상으로 한 소득보전정책의 핵심은 노인 일자리 사업이다. 2020년의 경우 중앙정부 예산 1조2000억 원을 들여 74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그런데 이 사업은 소득개선효과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을 뿐만 아니라, 재정조달 측면에서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다. 또한 교육 예산을 돌려쓰는 등 예산 편성의 투명성도 결여돼 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2017년과 2019년 시도별 65세 이상 취업자 증가율을 비교해보면 지역별로 큰 편차를 나타낸다. 전국 증가율은 17.2%인데 충청북도는 32.9%, 인천시는 28.6%가 늘었다. 반면 전라남도는 2.7%, 경상북도는 6.2%만 증가했다.
지역별로 이렇게 차이가 큰 이유는 지자체별로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들이 산하 공공기관, 사회복지시설, 사회적 기업 등으로부터 제안 받은 사업을 기초로 예산의 50%를 조달하면, 중앙정부가 50%를 매칭 펀드 방식으로 지원해 노인 일자리 사업이 이뤄진다. 이렇다 보니 지자체의 재정 형편에 따라 참여도에서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최근 몇 년간 정부가 내놓은 복지나 일자리 사업 다수가 이런 매칭 펀드 방식인데, 지자체가 50% 예산을 대기 어렵다고 재정난을 호소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사실 기초연금도 지자체가 50%를 내야 돼 재정상 무거운 부담을 준다. 고령인구 비율이 높은 농어촌이나 중소도시의 경우 재정 기반은 빈약한데 돈을 쓸 복지 분야는 갈수록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발전 과정의 ‘후속 비용’이나 다름없는 노인복지 비용에 대해 그 혜택을 많이 받은 대도시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부담을 지는 데 대해 지방에선 반발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지역 단위로 자체 사업을 편성하는 교육청도 초중고 급식 보조원 등으로 고령자 일자리를 대규모로 만들고 있다. 지방교육교부금 등을 통해 별개 회계로 이뤄지는 교육 재정이 이렇게 노인 일자리 창출에 쓰이는 데 대해선 향후 또 다른 논란을 낳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운명의 순간’이 다가오는 국민연금

공무원·교원·군인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국민연금의 경우 사각지대가 광범위하다. 요컨대 18~59세 인구 중 42%(1362만 명)가 국민연금에 가입돼 있지 않다. 그 이유는 비경제활동인구이거나, 영세 자영업자, 농어민, 특수형태 고용근로자 등이 납부 예외자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18년 말 현재 18~59세 인구는 3246만 명인데, 그 중 비경제활동인구가 27.6%(895만 명), 납부예외자가 11.4%(370만 명)에 달한다. 실직, 휴업 등으로 장기체납인 경우도 3%(98만 명)이다. 이들은 만 65세를 넘겨도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그림 참조>

국민연금이 안고 있는 더 큰 문제는 현재 같은 구조를 오래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아져 지급액을 하향 조정하고, 소득 대비 납입액도 끌어올려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현 상태가 계속되면 2057년에는 연금 기금이 모두 고갈되고, 세금과 유사한 의무부과방식으로 바뀌어야 된다. 그럴 경우 보험료율(현재 9%)을 20% 정도로 끌어올려야 한다.


지난 2018년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1% 또는 13.5%로 올리는 방안을 내놨다. 1998년 이후 동결돼온 보험료율의 인상 문제를 꺼낸 것이다. 아울러 보험료율을 즉시 2%포인트 인상하되 2028년까지 매년 0.5%씩 낮추기로 되어있는 소득 대체율(현재 44%, 연금 수령액이 평생 월평균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더 낮추지 않는 방안도 권고했다.
이를 토대로 정부는 기초연금만 2022년 월 4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과 함께,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도 50%로 끌어올리는 방안까지 더해 ‘4지선다’ 방식으로 ‘국회의 선택을 바란다’며 정치권에 공을 넘겼다. 국회에서는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모호한 태도를 취하다 결국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국민연금 재정고갈 문제는 연금지급방식에다 소득재분배 기능까지 우겨넣은 것과도 관련이 있다. 현재 지급액은 전체 가입자의 평균 소득을 기반으로 한 균등급여(A값), 개별 가입자의 소득을 기준으로 한 비례급여(B값)를 똑같은 비율로 반영한다.
얼핏 보면 일석이조의 체계 같지만, 국민연금으로부터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가입자가 손해를 보지 않게 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후한 제도가 된다. 결국 재정고갈 문제가 불가피해져 미래세대 가입자에게 부과되는 보험료율을 거꾸로 높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국민연금은 사회보험으로 기능하고, 소득재분배 기능을 하는 기초연금은 별개로 운영한다. 한국이 모델로 삼았던 일본의 ‘신(新)후생연금’도 결국 이런 방식으로 제도를 바꾸었다.

이 때문에 지난 2019년 당시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A값을 아예 없애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편하는 대신 국가가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대폭 늘리자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을 공적 집단보험 형태로 전환해 이중적인 갈등 구조에서 벗어나자는 취지에서였다.

#‘과거의 富’에 과세해 재원 추가 확보

기초노령연금의 대폭 확대는 현재 고령 세대가 겪고 있는 심각한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된다. 현재 복지시스템의 문제는 안정적인 계층에게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지고, 정작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은 배제되는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면 기초노령연금을 어떻게 확대해야 할까? 소득 하위 70%에게 최대 30만원 지급하는 것을 월 50만원 정도로 인상하되 소득 구분을 없애는 게 바람직하다. 또한 지방정부의 부담을 줄이고 중앙정부의 부담을 늘려야 한다. 국민연금연구원이 2019년 윤소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기초연금을 월 50만원으로 높일 경우 상대빈곤율은 32.8%로 떨어진다. 2017년 대비 13,9%포인트 가량 낮아지는 것이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수혜를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에 대해 ‘보충연금’을 추가 지급할 경우 빈곤율은 월 10만원 지급 시 26.2%, 30만원 지급 시 15.3%로 하락한다.

기초연금을 확대할 경우 최대 난제는 예산이다. 시민단체 ‘내가 만드는 복지사회’가 2019년 발간한 보고서의 추정치를 토대로 월 50만원을 소득 구분 없이 지급했을 때 필요한 돈을 계산하면 대략 GDP의 1.1%가 필요하다. 향후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그 비율은 2040년 5.4%, 2050년 6.7%, 2060년 7.7%로 높아진다.
2050년의 경우 국민연금 지출액(GDP의 5.9%) 등을 합치면 연금성 급여의 총 지출액은 15%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6년 현재 프랑스 수준이다. OECD에 가입한 유럽 국가의 평균 공적연금 지출 규모는 GDP의 12.3%다. 2050년 고령화 수준을 생각하면 지출 규모가 아주 크지는 않다.

게다가 사회보험-소득재분배 기능을 겸한 국민연금에서 소득재분배 기능을 없애는 대신 기초연금 확대를 꾀할 경우 실제로 재정에서 부담할 금액은 감소할 것이다. 국민연금제도를 현행대로 유지할 경우 사회보험료의 대폭 인상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보다 차라리 조세를 올리는 게 더 나은 해결책이 아니냐는 얘기다. 국민연금 개편으로 줄어드는 저소득층의 연금 수령액은 보충연금으로 보완해줄 수 있다.

기초노령연금을 확대할 경우 추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선 자산 관련 세금을 부과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초연금 확대가 미래 세대의 부담이 되는 걸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저출생·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사회복지 제도를 개편할 때 최대 난점은 ‘은퇴자가 받는 돈을 미래의 노동자가 부담한다’는 것이다. 세대 간 갈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연금제도 개편을 위한 정치적 동력을 만들어내기 힘든 게 사실이다.

60~70대 상위 10%가 주된 과세 대상

하지만 자산세를 부과할 경우 주된 과세 대상으론 50대 이상의 장노년층, 상위 중산층(upper middle class) 이상 계층이 겹치게 된다. 앞서 보았듯이 가구주 연령이 60~79세인 상위 10% 가구는 평균 14억7000만원의 순자산을 갖고 있다. 반면 25~44세 가구의 경우 상위 10%라 해도 4억6000만원에 불과하다.

자산에 대한 과세는 세대 간 갈등을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령자 세대의 불평등이 확대되는 추세에서 부유한 이들에게 누진과세를 할 수 있는 방식이다. 또 고령자 세대에서 자산 포트폴리오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자산의 처분 및 금융 자산으로의 전환을 유도할 수 있다. 은퇴 후 소득 보장 문제를 다룬 연구 보고서에서 단골 처방으로 나오는 ‘부동산 자산의 금융 자산으로의 이행’이다. 하지만 지금까진 세율이 낮은 자본이득(capital gain)이 컸기 때문에 부동산 불패 신화는 좀체 깨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기초연금의 보편 지급을 결합할 경우, 자산 상위 11~30% 계층(8·9분위)의 경우 세금을 더 내는 대신 기초연금을 추가로 받아 손실을 벌충할 수 있다. 자산과세가 강화되더라도 면세점을 높이게 되면, 이들 중 다수는 오히려 기초연금을 더 받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가계 자산이 대부분 부동산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자산세는 실질적으로 부동산 보유세 성격을 띠게 된다. 그래서 자산세 대신에 아예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는 방법을 채택할 수도 있다. 그런데 부동산 보유세를 인상할 경우엔 그로 인해 이득을 보는 집단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미국이나 선진국과 다르게 거주지 환경 개선에도 쓰이지 않고, 집값 하락을 촉진해 거주비용을 떨어뜨리는 실익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초연금 확대를 위한 자산세 부과가 목적세 형태로 이뤄진다면, 그로 인해 이익을 보는 계층이 명확해진다는 강점이 있다.

토마 피케티는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과거가 미래를 먹어치우는” 일을 막기 위해서 자산에 세금을 물리고, 그 재원으로 교육, 의료, 복지 분야에서 적극적인 지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의 근본 문제가, 과거의 ‘축적된 부’에서 오는 수익이 현재의 노동과 영리활동을 통해 번 소득을 앞지르는 데서 나온 진단이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복지재정 증가에 대응해야 하는 2020년의 한국에서 곱씹어 볼만한 제언이라 생각된다.


조귀동 필자

12년차 직장인. 서강대 경제학과 박사과정 재학 중이다. 기업 활동이 노동시장과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인적자본 투자의 양상을 연구하고 있다. 사회 갈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대나 문화 같은 것보다 먼저 하부구조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저서로는 «세습 중산층 사회», «2020 한국의 논점»(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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