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관정책보좌관’의 역할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중 ‘특혜 의혹’과 관련해 과거 국방부장관의 ‘정책보좌관’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물론 추 장관 측에선 “사실무근”이라고 펄쩍 뛴다.
야당과 보수언론에선 그동안 '장관정책보좌관' 제도에 대해 “청와대·민주당 편에 서서 장관을 감시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그 근거로는 18개 부처의 정책보좌관이 대부분 더불어민주당 출신이라는 점을 꼽는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 제도를 처음 도입했던 취지는 부처 내의 기존 정책을 답습하지 말고, 각 부처나 장관에 맞게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맞춤형으로 신선한 정책들을 기획·발굴하라는 것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개혁 의지가 깔려 있는 제도인 셈이다.

<피렌체의 식탁>은 박지웅 변호사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칼럼을 싣는다. 장관정책보좌관 제도개선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박 변호사는 2017년 8월부터 지난 1월까지 기재부 장관정책보좌관으로 일했다. 이른바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줄임말)으로서 2년 5개월 남짓 기재부 조직을 체험했다. [편집자]

#노무현 정부, 정책 발굴 위해 도입
  취지는 외부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 
#장관과의 '라포' 형성에 입지 좌우  
  관계 좁혀야 독대, 회의 참석 가능
#국회와 장·차관 사이 가교 역할
  소통 통해 민원을 정책으로 소화 
#세 가지 개편방향
ⓛ장관에게 전적인 임면 권한 부여
②공무원들과 원활한 소통 환경 조성
③겸직 또는 팀워크로
역할 명확하게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지금도 말로만 들어도 벅차다. 필자는 원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에 소속되어 있다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재부로 자리를 옮겼다. 외부에 있을 때는 장관정책보좌관이라는 직책이 있는지도 몰랐다.
당 정책위에서 일할 때든 국회의원실에서 일할 때든 필자가 자료 요구를 위해 제일 먼저 접촉하는 부처 공무원들은 ‘기획조정실’에 소속된 실장, 국장, 그리고 ‘기획재정담당관’이라는 명칭을 가진 과장, 부처 연락관이었다.
그러고 나서, 차차 자료 요구의 깊이와 친밀도를 높여 나가기 위해 개별 국·과장을 만나게 됐다. 정책보좌관이란 직책을 부처 조직도에서 살펴보면, 직계조직이 아니라 참모조직이어서 마치 ‘별동대’ 같이 왼쪽 또는 오른쪽 상단에 표시를 해놓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외부인은 정책보좌관 제도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관정책보좌관’ 직책은 왜 생겼을까?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도입됐을 당시, 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2003년 4월 1일) 
“장관의 철학, 소신, 정책구상에 맞게 정책을 기획하고, 정책 관련 정보관리를 돕는 등 장관을 전문으로 보좌하는 정책보좌관이 필요하다.”
다시 말하면 조직 내의 기존 정책을 답습하지 말고, 각 부처 장관에 맞게 맞춤형으로 신선한 정책들을 기획·발굴하라는 게 근본 취지였다. 실제로 많은 정책 수립·변경은 부처의 일반직 공무원(속칭 ‘늘공’)들의 몫이다. 이런 제도 속에서 사회 현장의 치열한 목소리나 새로운 사회정책의 기획을 고민해보라는 얘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당초 취지대로 이 제도가 운영되고 있을까?
필자의 경우, 기재부에 들어가 별동대처럼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혁신성장’ 정책방향에 대해서 기획을 해보기도 하고, 벤처업계나 스타트업계 등 각계의 목소리를 들어 장관께 전달하기도 했다. 하나하나 흥미로운 일이었지만, 이것이 중요한 임무는 아니었다. 오히려 중요한 임무는 다른 데 있었다.

장관과의 ‘라포’ 형성이 핵심

정책보좌관은 ‘정책’이 주 업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 물론, 정책보좌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제3조)을 살펴보면 “(1)해당 부·처 소관 업무 중 기관장의 지시사항에 대한 연구 및 검토 (2)해당 부·처 소관 정책 과제와 관련된 전문가, 이해관계자 및 일반 국민들의 국정 참여 촉진과 의견수렴 (3)관계 부·처 정책보좌업무 수행기관과의 업무협조”라고 규정돼 있기는 하다.

이 규정을 하나씩 따져보면 부·처의 모든 소관 업무에 관여할 수 있다는 뜻이고,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구체적으로 부여된 ‘미션’은 단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일을 하려면 한 없이 할 수 있고, 뭘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으면 하나도 안 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일을 하고 싶다면, ‘장관’의 ‘정책’을 보좌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장관이 지시하는 구체적인 사안들을 만들어내는 게 핵심이다.
만일 장관이 국회의원 또는 학자 시절에 함께 일하던 보좌관이라면 장관과의 공적·사적인 관계가 밀접하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청와대·당 등 외부 기관과의 관계에서의 정보전달, 장관의 지시사항 등을 처리하게 된다. 기관장이 지시한 사항의 ‘연구와 검토’를 진행할 수 있다. 심지어, 장관정책보좌관은 장관의 임기에 따라 자신의 수명을 같이 하지 않는가? (위 규정 제4조)

반대로 ‘장관’을 잘 알지 못하는 외부인이라면 어떻게 될까? 심지어 장관을 임기 중에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사람들도 봤다. 장관과의 라포(rapport, 신뢰 및 유대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이상, 라포가 형성될 때까지는 어떠한 역할도 할 수 없다. 부처 공무원의 상당수를 아는 사이라면, 여러 루트를 통해 장관과의 관계를 좁혀 장관에게서 미션을 받아내도록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안착하기가 만만치 않다.

만일 장관과의 라포가 형성된 관계라면 독대를 할 수도 있고, 부처의 정책과 관련된 회의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차관 이하 간부들이 참석하는 ‘상황점검회의’라든지, 중요한 정책결정사항의 결론을 내리기 위해 주재하는 ‘1급(실장·차관보) 회의’에 참여해 내·외부의 의견을 전달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장관의 미션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장관의 의중을 공무원들 또는 외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핵심은 ‘라포’다.

조직의 틈을 파고 들어라, 약방의 감초

장관과의 관계 형성이 되면, 장관이 알아서 ‘1급 회의’를 비롯한 부처의 주요 회의에 들어가 보라는 지시를 한다. 공무원들은 정확히 장관과의 거리와 관계에 따라 정책보좌관의 역할을 판단한다. 초반에 라포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바로 정책보좌관이 역할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장관이 지시하면, 늘공들은 알아서 회의 참여를 요청하기도 하고, 크고 작은 정무적 판단사항에 대해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1급 회의’에 들어가 보면, 정책의 의사결정과정에 대해서 무수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장관의 특정한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 예를 들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2020년 예산안 지출증가율 같이 민감한 사안을 논의할 땐 보통 1급 회의에서 어느 정도 결론을 낸 다음 청와대나 당과의 의사소통을 하게 된다.
이 회의체에서 해당 실·국장들이 들어와 개요를 브리핑하면, 장관이 “이 생각은 어때?”라고 물어보면 차관을 비롯한 다른 실·국장들이 발언을 한다. 그렇다고 이 자리에서 여러 의견들이 오가고 자연스럽게 토론이 이루어질까? 사실 과감한 토론이 되기란 쉽지는 않다. 직급체계상.

장관들마다 간부들을 대하는 스킬이나 태도는 전부 다른데, 장관들이 소위 이런 회의 자리를 빌어 간부들을 ‘깨는’ 경우가 왕왕 있다. 물론, 장관의 스타일은 제각각이지만 간부들의 정책 완성도 미숙, 타 부처와의 소통 문제, 특히 청와대와의 관계 등 아랫사람을 깨는 스타일과 방법도 다양하다. 아주 옛날에 어느 장관이 하도 간부들을 심하게 깨는 바람에 간부가 장관실에 들어왔다 나가는 문을 헷갈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장관이 폭넓은 토론을 참모들에게 허용해야 하는 게 맞겠지만, 부처의 ‘그립(장악)’을 목표로 한다면 그렇게 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특히 요구사항이 ‘위’와 ‘옆’에서 수시로 내려올 경우에는 장관의 재량이 수축된다. 지시사항들을 신속히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토론보다는 대통령과 당의 의중을 실현시키는 것이 중시된다. 또 장관에 대해 다양한 루트로 인사평가를 하는 이상, 부처의 공무원들을 마냥 존중하고 정책이 숙성될 때까지 기다려주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한국 언론의 성격상, 소위 ‘때리기’ 기사가 여러 차례 올라오면, 장관 마음이 더욱더 급해지는 경우도 많다. 국민들이 알 만한, 내지는 존경할 만한 ‘스타 장관’이 탄생한다는 것은 갈수록 더욱 어려워진다.

필자 역시, 초반에는 무지 고생을 했다. 장관과의 관계를 좁히기 위해서 그간의 인맥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선배·동기, 지인을 모두 동원했다. 이후, 장관과의 관계가 좁혀지자 그분들이 찾기 시작했다. 그 다음에는 역할을 찾기 위해서, 회의 참석을 요청하고, 회의에서 많은 발언을 했다. 구체적으로 ‘고용유연안정모델’ 같은 일들을 함께 기획하기도 했다.
장관정책보좌관이 장관을 독대하거나 또는 소수 회의체에 참여하게 되면, 그 다음부터 일이 편해진다. 간부들은 장관이 무슨 이야기를 했고, 무슨 지시를 했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다. 장관의 워딩(wording)에 대해서 하나하나 안테나 튜닝을 한다. 그렇게 장관정책보좌관의 역할이 생겨나는 것이고, 그것이 곧 정책보좌관의 수명을 규정한다.

정치인 출신 장관들은 비교적 공무원 조직의 생리를 잘 파악하고, 장관정책보좌관의 역할을 폭넓게 부여한다. 국회나 청와대와의 가교 역할 또는 장관의 지시사항들을 처리하게 한다.
반면, 공무원 출신 장관들은 이러한 공무원 조직의 생리를 잘 알고, 공무원 조직에 직접적인 미션을 투여한다. 이러한 경우 장관정책보좌관의 역할이 수축돼 버린다. 교수 출신 장관들은 또 사뭇 다르다. 장관정책보좌관의 역할을 잘 모르기도 하고, 부처 공무원들에게 더 많이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여기서 장관정책보좌관은 장관의 입직 경로에 맡게 자신을 끊임없이 수정할 필요가 있다. 정책적 자문대로, 정무적 역할대로 각각 필요하다면 계속 역할을 수정해야 한다. 역할이 애매하기 때문에, 눈치 단수(段數)를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필자의 경우도, 혁신성장, 사회적대타협 과제 등 다양한 정책적 과제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사람을 만나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했다.

어찌 되었건, 장관정책보좌관은 자기가 모시는‘장관’이 성공한 장관으로 남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한 역할이다. 부처의 전반적인 정책과 인사를 관장하는데 활용할 필요성도 있고, 물밑에서의 역할도 중요하다.

민원인가 소통인가?

장관정책보좌관의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은 ‘소통’이다. 세상만사가 사람과 얽힌 문제인데 소통 없이 이루어지겠나? 정책과 소통은 한 몸이고, 정책과 정무는 동전의 양면이다. 정책을 생산해도 잘 홍보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또한 정책은 정부에서는 개별사업들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프로젝트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 개별사업과 프로젝트가 국가적 단위의 일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 하나하나를 쪼개보면 그 안에는 민원이고, 민원의 총합은 곧 정치이기도 하다. 장관정책보좌관은 이 흐름을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역구 국회의원 A의 지역 민원이 있다. 주민들은 교통이 불편하니 ‘경전철’을 만들어 교통편의성을 높여달라는 주문을 지자체의 시·구의원, 최종으론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전달한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처음에는 참신성·인지도 등으로 당선이 되더라도, 재선-3선은 그것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지역구에 뭘 해놓은 게 있어야 다음번 선거에서 당선될 수 있다. 아니면 전국적 스타가 되거나… 하지만, 후자가 되는 경우는 전체 국회의원 중 거의 5%도 안 될 게다.
가장 안전한 길은 국회의원이 가진 모든 관계망을 이용하여 지역 민원을 처리하는 것이다. 만약 경전철이 안 들어서면, 다음 선거에 내세울 게 없다. 이 민원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총사업비 조사’, ‘예비타당성 조사’ 등 크고 작은 민원을 전달해야 한다. 하나하나 진행과정을 모니터링 하고, 지역구 민원이 큰 틀의 ‘정책’이 되게 해야 한다. 그것이 국회의원과 보좌관의 역할이다. 정부 정책을 견제하는 게 국회의원의 역할이나, 정부가 도와주지 않으면 국회의원의 내일도 없다.

그 중간에, 바로 정책보좌관이 자리매김을 하게 된다. 국회의원은 직접적으로 장·차관 에게 전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보좌관은 실·국장, 과장에게 파고들어 전달한다. 민원에 정성을 들이는 부산의 모 국회의원은 세종시 기재부 건물로 찾아온다고도 들었다. 장·차관에게 직접 민원을 전달하기 애매한 경우에는 정책보좌관을 활용한다. 장·차관에게 직접 쓸 카드는 화룡점정에 써야 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카드들, 또는 민감한 카드들은 당·정 관계를 잘 아는 장관정책보좌관에게 돌아온다.

장관정책보좌관은 비교적 이 민원들을 잘 처리해줘야 한다. 도저히 안 되는 민원은, 거절을 해야겠지만, 경계선 상에 있는 민원들이 더 많다. “되는 것은 되게, 안 되는 것도 가급적 되게, 정말 안 되는 것은 친절하게 거절을.” 이른바 ‘민원 3공식’이다. 필자의 경우도 이 공식에 따라 처리를 했다. 특히 예산관련 민원은 상시적이었다.

정책보좌관 입장에서도 민원을 대놓고 거절하거나, 또 모든 것이 다 되게 할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소위 ‘변통머리 없는 놈’이 되는 거다. 적극적인 사람들은 그 민원인에 포커스를 맞추어 ‘원스톱 서비스’ 차원의 사고를 하기도 하지만, 민원인의 민원은 기본적으로 귀찮은 일이다. 하나하나 민원의 총합은 정치라고 앞에서 말했지만, 당장의 민원의 가치를 판단하기는 어려우니 그만큼 민원은 잘 처리를 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네트워크가 풍부해지는 것이니까.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

뭔가 문제가 되면 장관정책보좌관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하지만 그 본질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고 회자되는 경향이 있다. 최근 언론에서 정책보좌관이 ‘민원창구’로 전락했다느니 하는 선동적인 이야기는 전혀 사실과 거리가 멀고 본질에도 접근하지 못한 것이다. 이 제도를 바꾸려면 복잡한 부처 내·외부의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큰 틀에서 정치구조의 개편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

첫째, 장관정책보좌관은 그야말로, 장관의 보좌관이다. ‘정책보좌관’이나 ‘자문관’이 아니다. 장관이 수족처럼 데리고 쓸 수 있는 사람을 써야 한다. 장관이 마지못해 쓰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사람을 방치하는 형태가 된다.
후자라면 끊임없이 무엇인가 역할을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통치나 조직의 관점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통치는 명확한 지시와 지시의 이행, 그리고 그 속에서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루어진다.
현행 제도는 장관정책보좌관의 입직 경위를 방치하고 있다. 장관과 운명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채용할 수 있도록, 장관에게 전적으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맞다.

둘째, 장관정책보좌관이 성장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들을 넓혀줘야 한다. 현재는 장관정책보좌관을 부처 장악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당에서 장관정책보좌관을 내려 보낸다고 하여 부처가 장악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중 스파이’처럼 생각한다.
이를 개편하려면 부처의 조직을 익히고, 부처의 역할을 존중하며, 부처의 공무원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들을 조성해줘야 한다. 당·정·청의 주요 회의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기반들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차라리 일본처럼 ‘정무차관’직을 신설하는 것이 낫다. 고위공무원단(2급)-고위 과장급(3급) 사이의 애매한 직위를 갖고 있어서는 부처와의 관계에서 우위에 서기 어렵다. 부처 공무원들은 ‘빠꼼이’들이다. 명확한 형태의 개편이 있어야 한다.

셋째, 장관정책보좌관들의 명확한 롤(role, 역할)을 부여해주는 방향으로 개편했으면 좋겠다. 정책보좌관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각 부처의 홍보담당관, 대변인이 할 수 있는 역할과 겹치기도 하고, 기획조정실의 기획재정담당관의 역할과도 겹친다. 이 역할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장관정책보좌관을 부처의 부대변인으로 하거나, 부처의 소통기획관과 같은 직을 겸직하게 하면 보다 명확한 롤이 생긴다. 지금은 장관정책보좌관 밑에 과장, 사무관 한 명 배치되어 있지 않다. 일을 하려 해도, 도저히 할 수 없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는 셈이다.

첨언하면, 장관정책보좌관도 외부에 있다 부처로 들어가면 자신의 역할을 많이 배우게 된다. 당·정·청 관계를 익히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발판이 될 수 있다. 다만, 현재는 그 역할의 모호성으로 방치되어 운영되고 있을 뿐이다. 새로운 헌법구조 속에서 당·정·청 관계를 새롭게 모색한다면 정책보좌관제도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다.


박지웅 변호사

더불어민주당 조세 전문위원,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자문위 전문위원을 거쳐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세금, 알아야 바꾼다(공저)>가 있다. 현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한민국 디자인에 힘을 보태고 있다.